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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4화

잠시 후, 유이준은 차에 시동을 걸어 일몰 방향으로 달렸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은 핑크빛과 보랏빛이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외도된 건지 차는 유난히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진별이는 뒷좌석에서 음도 맞지 않는 동요를 부르고 있었다.

운전대를 잡은 유이준의 잘생긴 얼굴에는 미소가 보였다.

진은영은 또 한 번 버거를 한입 베어물었다.

이순간 누가 봐도 화목한 가정으로 보였지만 진은영을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유이준은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걷고 싶은 거 아니었어요? 하이힐은 걷다 보면 발뒤꿈치가 벗겨질 수 있으니 차에 앉아 노을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진은영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그저 묵묵히 버거를 먹을 뿐이다. 이때 진별이가 콜라 한잔을 건네면서 귀여운 말투로 말했다.

“아빠가 그러는데 엄마가 너무 약해서 드레스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어요.”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거겠지.’

유이준은 피식 웃고 말았다. 기분이 좋아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

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검은색 벤틀리는 한 시간 정도 시내 중심 주위를 두 바퀴 돌고 유턴해서 진은영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 유이준은 운전하면서 하연의 근황을 물었다.

달라진 태도에 진은영도 경계심을 늦추게 되었다.

“컨디션이 아주 좋아요. 그저 방금 도착해서 적응이 안 되는 것뿐이에요.”

유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 있을 때 시내 구경 좀 많이 시켜줘요. 최근에 B 시에도 변화가 많았지만 사실 은영 씨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진은영은 일부러 못 들은 척했다.

이때 진별이가 달콤하게 말했다.

“아빠도 많이 변했잖아요.”

분위기는 순식간에 묘해졌다.

진은영은 유이준이 대답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원성이 가득한 말투로 말하는 것이다.

“아빠는 안 변할 수가 없어. 안 변하면 여자들이 아빠를 안 좋아하거든.”

“진별이는 아빠를 영원히 좋아할 거예요.”

유이준은 백미러를 통해 으쓱한 표정으로 진은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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