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시간 뒤, YS 그룹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진은영이 박준식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직원들은 싱글 대디인 유이준을 위해 진별이의 새엄마가 되고 싶어했다.그래서인지 아직 젊고 미혼인 여직원들이 장난감과 간식들을 들고 진별이 보러 달려왔다. 알게 모르게 추파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고, 대놓고 잘 보이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 상황이 꼴보기 싫었던 김미영은 죄다 쫓아냈다.일에 집중한 유이준은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채 진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김 비서, 곽 변호사한테 지분양도서를 가지고 오라고 해.”김미영이 배시시 웃으면서 진별이를 쳐다보았다.‘정말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네.’김미영은 유이준이 시킨 대로 곽 변호사를 불러왔다. 유이준은 그가 마음에 들었는지 직접 일어나 소파로 자리를 옮겼다.그것도 모자라 특별히 진별이의 손을 흔들면서 인사시키는 것이다.“여기 와봐. 아저씨라고 불러.”진별이는 유이준의 무릎 위에 앉았다. 5살이면 그렇게 어린애도 아닌데 유이준은 이정도로 진별이를 아꼈다.이때 곽민재가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쳐다보는 진별이와 그 옆에 있는 유이준을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70%는 대표님을, 30%는 진은영 씨를 닮았네요.”유이준은 기분이 좋았다. 이 세상에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의 열매를 맺는 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없었다.유이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딸들은 원래 아빠를 닮게 되어있어.”간단한 대화 이후, 곽민재는 노트북을 켜 유이준의 뜻대로 지분양도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YS 그룹 50%의 지분을 진별이에게 넘겨주는 것 외에 좋은 위치에 있는 별장과 건물도 넘겨주기로 했다. 그 가치를 따져보면 4조 원은 되었다.심지어 진은영의 몸값보다도 더 비쌌다.지금까지 얼마나 노력해 왔는데, 유이준을 위해 낳아준 아이보다도 못했다.곽민재는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 들어 유이준을 쳐다보았다.“YS 그룹 지분을 양도하는 거, 대표님과는 상의해 보셨어요?”유이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아버지 진별이를 엄청나
저녁쯤 진별이를 데리고 퇴근하던 길에 향기로운 꽃냄새를 맡게 되었다.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이때 벚꽃 가지 하나가 유이준의 검은색 벤틀리 차 안으로 뻗었다. 눈처럼 깨끗한 것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진별이는 손으로 만지고 싶었지만 손이 닿지 않았다. 유이준은 가지를 꺾어 진별이에게 건넸다.“꺅!”진별이가 몹시 기뻐하더니 유이준의 볼에 뽀뽀했다.순간 피곤함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진별이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아빠, 저 맥도날드 어린이 세트 먹고 싶어요. 채연 아줌마가 그러는데 다른 어린이들은 엄마 아빠랑 자주 먹는다고 했어요. 진별이도 먹고 싶어요.”어린이 세트는 물론 하늘의 별까지 따주고 싶었다.“알았어.”유이준은 진별이에게 안전 벨트를 매주면서 알겠다고 했다.10분 뒤, 맥도날드 가게에 도착한 유이준은 안전 벨트를 풀어 진별이를 들어서 안았다. 값비싼 정장 차림에 인형 같은 아이를 안고 있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런데 유이준은 늘 그랬듯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맥도날드 가게로 들어간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맥도날드 옆은 바로 웨딩드레스 샵이었고 투명한 통유리를 사이에 두고 진은영이 보였기 때문이다.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인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있는 진은영은 몸매와 하얀 피부가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허리라인마저 완벽했는데 박준식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이 장면은 유이준에게 충격이 컸다.유이준은 자기도 모르게 한참을 쳐다보았다. 이때 진별이가 그의 얼굴을 만지작거리면서 물었다.“아빠. 지금 뭘 보고 있어요?”유이준이 다급하게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어린이 세트 먹으러 가자.”“네!”유이준은 진별이를 꽉 안고서 또 진은영을 힐끔 쳐다보았다.성숙하고 듬직해 보이는 박준식과 있으니 나름대로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진은영이 얼굴에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정말 박준식을 좋아하는 건지 알수 없었다. 그런데 하는 행동을 보면 절대 싫어하는 것처럼
...유이준은 뒤돌아 맥도날드 가게로 들어갔다.진은영은 애써 감정을 추스르고 박준식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사이가 맞는지 입어봐요. 안 맞으면 다시 수정해야 해요.”박준식은 휴지로 다정하게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이 와중에 진은영의 아름다운 이목구비를 보면서 마음이 흔들리는 느낌이었다.이 정도로 좋아하지 않았다면 결혼하기로 마음먹지도 않았다.진은영은 고개를 들어 박준식과 눈을 마주쳤다.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이끌리다보니 눈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 알수 있었다. 나중에 헤어진다고 해도 박준식은 결혼 상대로 적합한 남자라고 생각될 정도였다.박준식은 직원과 함께 탈의실로 향했다.이제 막 셔츠와 바지를 입었는데 핸드폰이 울리는 것이다. 발신자는 다름아닌 아들 박준서였다. 전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빠, 엄마가 쓰러졌어요.”박준식은 순간 당황했다.전처의 상태를 확인해 보려고 이제 막 사람을 붙여놓았는데 이렇게 빨리 안 좋은 소식이 들려올 줄 몰랐다. 무슨 상황인지 묻자, 박준서가 울먹거리면서 말했다.“어젯밤 엄마가 꿈속에서 계속 아빠 이름을 불렀어요.”박준식은 전처와 큰 다툼이 없었고, 그저 가정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이혼하게 되었다.그래도 그녀와 아름다웠던 시절이 있었다.아들이 불쌍해서라도, 책임감 있는 남자로서 P 국을 다녀와야 했다. 이제 한 달 뒤면 진은영과의 결혼식인데 그녀에게 미안하기만 했다.진은영은 입 밖에 꺼내기 어려워하는 박준식을 보더니 이해하는 마음으로 거창한 말대신 그의 손을 잡고서 나지막하게 말했다.“비서님한테 전용 비행기를 준비시키라고 하세요. 이럴 때일수록 아이도, 엄마도 준식 씨가 필요할 거예요.”진은영은 주나영이 앓고 있는 병이 전 세계적으로 완치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박준식은 순간 목이 메어왔다. 절대 결혼식에 지장이 가지 않게 1주일 뒤에 돌아오겠다고 했고, 또 지금 그에게는 진은영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다.이에 진은영은 피식 웃고 말았다.박준식이 셔
잠시 후, 유이준은 차에 시동을 걸어 일몰 방향으로 달렸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은 핑크빛과 보랏빛이 어우러져 아름답기 그지없었다.외도된 건지 차는 유난히 천천히 달리고 있었다. 진별이는 뒷좌석에서 음도 맞지 않는 동요를 부르고 있었다.운전대를 잡은 유이준의 잘생긴 얼굴에는 미소가 보였다.진은영은 또 한 번 버거를 한입 베어물었다.이순간 누가 봐도 화목한 가정으로 보였지만 진은영을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어디로 가는 거예요?”유이준은 백미러를 통해 그녀를 쳐다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걷고 싶은 거 아니었어요? 하이힐은 걷다 보면 발뒤꿈치가 벗겨질 수 있으니 차에 앉아 노을을 구경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진은영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그저 묵묵히 버거를 먹을 뿐이다. 이때 진별이가 콜라 한잔을 건네면서 귀여운 말투로 말했다.“아빠가 그러는데 엄마가 너무 약해서 드레스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했어요.”‘일부러 그런 말을 한 거겠지.’유이준은 피식 웃고 말았다. 기분이 좋아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했다.무엇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검은색 벤틀리는 한 시간 정도 시내 중심 주위를 두 바퀴 돌고 유턴해서 진은영이 사는 곳으로 향했다. 유이준은 운전하면서 하연의 근황을 물었다.달라진 태도에 진은영도 경계심을 늦추게 되었다.“컨디션이 아주 좋아요. 그저 방금 도착해서 적응이 안 되는 것뿐이에요.”유이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있을 때 시내 구경 좀 많이 시켜줘요. 최근에 B 시에도 변화가 많았지만 사실 은영 씨도 많이 변한 것 같아요.”진은영은 일부러 못 들은 척했다.이때 진별이가 달콤하게 말했다.“아빠도 많이 변했잖아요.”분위기는 순식간에 묘해졌다.진은영은 유이준이 대답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원성이 가득한 말투로 말하는 것이다.“아빠는 안 변할 수가 없어. 안 변하면 여자들이 아빠를 안 좋아하거든.”“진별이는 아빠를 영원히 좋아할 거예요.”유이준은 백미러를 통해 으쓱한 표정으로 진은영을
유이준은 진은영을 쳐다보았다.세 식구가 함께 자는 모습은 기대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박준식의 와이프가 될 사람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순결을 지킬 것이 뻔했다.유이준은 그저 진은영의 표정을 통해 지나간 일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였다.두 사람 모두 옛 추억을 잊은 적 없지만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잠시 후, 유이준이 진별이에게 말했다.“며칠 지나면 엄마랑 잘 수 있을 거야.”진별이는 기분이 안 좋은지 입을 삐쭉 내밀었다.“엄마 아빠랑 셋이 함께 자고 싶다고요. TV에서는 다들 그렇게 자던데.”유이준은 아빠로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그냥 막말하기로 했다.“며칠 지나면 엄마 아빠랑 같이 잘 수 있을 거야.”“이준 씨.”진은영은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고 싶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그녀는 평소와는 달리 부드러워 보였다.유이준은 그저 조용히 쳐다보고 있었고, 공기는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이 어색한 분위기를 참지 못하고 진은영은 진별이의 볼에 뽀뽀하면서 이만 헤어지기로 했다.“모레 봐.”진은영은 뒤에서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후다닥 차에서 내렸다.유이준이 계속 마음속으로 파고드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끝난 사이였기 때문에 더 이상 가깝게 지내면 안 되었다.‘진은영, 미쳤어? 왜 아직도 이준 씨한테 남다른 감정을 품는데?’...차 안, 유이준은 아까의 감정을 돌이켜보면서 진은영이 박준식을 위해 순결을 지킨다고 생각했다.진별이 한숨을 내쉬었다.“에잇, 답답해. 아빠는 왜 아무것도 못 해요?”유이준은 진별이를 보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손을 뻗었지만 녀석의 머리까지 닿지 않았다.“아빠가 아무것도 못 했으면 어떻게 진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났겠어.”그야말로 한방에 얻은 아이였다.유이준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진별이의 모습에 모든 스트레스가 말끔히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진은영의 결혼 때문에 슬펐던 마음도 잊히는 느낌이었다. 유이준은 방향을 돌려 유씨 저
모레면 진별이가 유치원 입원 테스트를 받는 날이었다.진은영이 유치원 입구에서 만나자고 했는데 유이준이 굳이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진은영은 이런 사소한 일때문에 싸우고 싶지 않아 알겠다고 했다.이제 막 전화를 끊었는데 하연이 이상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이다.“어제 오후에 이준이 진별이랑 비서 한 명을 데리고 찾아왔었어. 아무 말 없이 영양제를 두고 가더라고. 딱봐도 구하기 힘든 것들이었어.”진은영은 멈칫하고 말았다.“지금까지 내가 너의 옆에 없어서 무슨 일을 겪었는지도 몰랐어. 난 자격 없는 엄마라 너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는 못해도 이 한마디는 해야겠어. 이준이 아직 너한테 마음 있는 것 같아. 괜한 자존심을 부리는 거지. 남자아이가 마음에 드는 여자아이를 막 괴롭히고 그러잖아. 존재감을 발휘하려고... 난 이준이가 딱 그 남자아이 같아.”진은영은 듣고서 시무룩해하더니 말했다.“나 이제 곧 준식 씨랑 결혼해. 이제부터 이런 말 하지 마. 다른 사람이 들으면 오해하겠어.”하연은 하려던 말을 꾹 삼키고 한숨을 내쉬었다.10분 뒤, 유이준이 진별이를 데리고 도착했다.유이준은 차에서 기다리는 대신 한 손으로 진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에 들고 있던 과일바구니를 하연에게 건넸다. 하연은 눈치가 보이는지 진은영을 힐끔 쳐다보았다.유이준이 담담하게 말했다.“어제 농장에서 바로 따온 거예요. 드셔보세요.”하연은 그제야 과일바구니를 받았다.이때 유이준은 검은색 코트에, 가슴에 브로치까지 한 진은영을 쳐다보았다. 파마머리를 하고 있어 평소보다 더욱 여성스러워 보였다. 딱봐도 정성껏 꾸민 모습이었다.유이준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계속 쳐다보았다.“예쁘네요. 이래야 사모님처럼 보이죠.”칭찬 속에 씁쓸함이 묻혀있었다.진은영은 못 들은 척 진별이의 손을 잡았다. 진별이는 반응이 어찌나 빠른지 바로 다른 한 손으로 유이준의 손을 잡는 것이다. 세 가족이 드디어 모인 것이다.유이준은 진은영 모녀를 데리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이준이 이 유치원에 큰돈을 들였
이 순간의 감동은 그들이 여러 번 사랑을 나눴을 때보다 더 깊었다. 유이준은 여러 번 그녀를 도와주었고 금전이며 자원도 아낌없이 쏟아부었지만 이렇게 따뜻한 온정을 보여준 적은 드물었다. 진은영은 원래부터 울컥하는 감정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눈물을 참았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무너지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눈을 깜박였다. 유이준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았다. 그들은 마치 서로를 사랑하는 연인 같았고 진짜 부부처럼 보였으며 진별이의 완벽한 부모처럼 보였다. 한편 서정숙은 진별이에게 그림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말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지를 내주었다. 진별이는 원장의 품에 기대어 반짝이는 눈망울을 빛내며 말했다. “이건 병아리, 이건 오리...” 서정숙은 눈물을 머금고 칭찬했다. “아가야, 정말 똑똑하구나.” 진별이는 자랑스러움 가득한 얼굴로 유이준을 바라보았다. 하얗고 귀여운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아빠는 마음이 녹을 것만 같았고 이렇게 완벽한 존재가 자기 아이란 것이 믿기지 않았다. 그는 다시 아이의 엄마를 바라보며 마음이 따뜻해졌다. 진별이에 반한 서정숙은 진별이를 학교에 남겨두기로 했고 유이준과 진은영에게 오후 4시 20분에 아이를 데리러 오라고 했다. 그녀는 유이준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진별이를 저희에게 맡기세요, 유 대표님! 여기 음식 안전과 신변 안전은 절대 문제없어요...” 유이준은 믿었다. 음식은 그가 유기농 농장에서 직접 들여온 것이고 학교의 경비도 YS 그룹 보안 회사의 최정예 요원으로 교체했으니 진별이는 이곳에서 아주 안전할 것이다. 젊고 아름다운 여교사가 진별이를 반으로 데려갔다. 진별이는 세 걸음마다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아빠, 잘 가요. 학교 끝나면 꼭 데리러 오세요.” “아빠...” 유이준은 고개를 돌려 진은영을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일부러 그녀를 놀렸다. “진별이가 엄마가 있다는 걸 깜빡했나 봐요.
말이 떨어지자마자 진은영의 입술은 유이준에게 점령당했다. 부드럽고 소중하게,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을 다루듯이. 진은영은 눈을 뜬 채로 유이준을 마주 보았다. 이 순간만큼은 그녀에게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유이준은 한 번도 그녀를 이렇게 키스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눈물이 한 방울 뺨을 타고 살며시 흘러내렸다. 짠맛과 함께. 그가 이내 그녀를 놓아줄 줄 알았지만 오히려 그녀의 목덜미를 단단히 감싸 안고는 미친 듯이 더 깊게 키스하기 시작했다. 거칠고도 강렬한 키스는 그녀의 모든 것을 차지하려는 듯했다. 눈물은 계속 쏟아졌다. 한참 뒤, 유이준이 그녀를 놓아주었다. 진은영은 정신이 멍해져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 악당 같은 남자가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이제 날 신고해도 돼요. 아니면 한 대 때려서 화풀이해도 되고.” 몇 초 후, 그녀의 손이 그의 얼굴에 날아들었다. ‘짝!’ 소리가 맑게 울렸다. 진은영의 가슴은 격렬히 뛰었고 온몸은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완전히 망가진 모습이었다. 번진 립스틱과 번진 아이라인, 이마에 붙은 흐트러진 머리카락까지, 마치 한참 울고 나온 여자 같았다. 하지만 그런 모습이 오히려 유이준에게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내면에 차오르는 욕망을 억누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진짜 손해 볼 줄은 모르네요?” 진은영은 화난 얼굴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다음에 또 이러면 당신 혀를 물어버릴 거예요.” 유이준은 갑자기 그녀를 다시 잡아당기더니 거칠게 입을 맞췄다...진은영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몸을 맡겼다. 두 사람은 뒤엉키듯 몸을 밀쳤다... 결국 그녀는 그의 품에 파묻혀 울며 소리쳤다. “유이준 씨, 당신은 정말 나쁜 놈이에요! 진별이의 양육권을 빼앗으려고 했잖아요. 저를 외도한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잖아요... 그런데 저 결혼해야 돼요!” “나쁜 놈, 저 결혼해야 된다고요!” “알고 있어요.”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유이준은 진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