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후 전남편과 이혼의 모든 챕터: 챕터 451 - 챕터 460

809 챕터

제451화

강서희는 강이한을 빤히 바라보며 뭐라고 말하려다가 시선이 그의 손에 들린 카드에 닿았다.그 순간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오빠… 그게 아니라….”그녀는 당황한 목소리로 어떻게든 변명하려고 했다.이성은 지금 당장 부인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카드를 본 순간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서 말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그녀는 흔들리는 눈으로 무섭게 굳은 강이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짝!강이한은 그대로 카드를 그녀의 얼굴에 던졌다.진영숙은 바닥에 떨어진 카드를 발견하고 주섬주섬 다가갔다. 강서희는 황급히 손을 뻗어 카드를 손에 쥐고 뒤로 숨겼다.“그런 거 아니야. 내 말 좀 들어봐, 오빠.”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진영숙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강이한에게 물었다.“저게 뭐야?”대체 저 카드가 뭐기에 강이한을 이토록 이성을 잃게 만든 걸까?“오빠.”“그래, 어디 변명 좀 해봐.”강이한은 싸늘한 눈으로 강서희를 바라보며 말했다.강서희는 언제나 자상하기만 하던 오빠가 악귀처럼 변한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런 초라한 모습도 강이한의 연민을 자극하지는 못했다.남자는 실망 가득한 얼굴로 바닥에서 카드를 손으로 가리고 있는 강서희를 바라보았다.‘너였구나! 모든 게 너였어!’이때, 머릿속에 이유영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난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그 카드 진작에 잃어버렸다고!”“내가 한 게 아니야!”그는 한 번도 그녀에게 제대로 해명할 기회조차 준 적이 없었다.그녀는 매번 아니라고 했지만 한 번도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단지 자신이 조사한 증거들만 믿었다.가장 중요한 증거라고 생각했던 카드가 강서희의 화장대에서 발견될 줄을 누가 알았을까!“그거 이리 줘!”상황을 지켜보던 진영숙이 무릎을 굽히고 강서희의 손에서 카드를 빼앗았다.강서희는 바둥거리다가 결국 카드를 진영숙의 손에 빼앗기고 말았다.진영숙은 카드를 들고 이리저리 훑어보았지만 딱히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그냥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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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강이한도 아무 생각 없이 화장대 서랍을 뒤지다가 거기서 카드를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왜 말이 없어?”강이한은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머금고 강서희를 노려보며 물었다.강서희는 겁에 질린 눈으로 강이한을 바라보고 있었다.조급해진 진영숙이 강서희를 다그쳤다.“빨리 말해. 이 카드가 왜 너한테 있어?”예전에 이유영과 강서희의 관계로 봤을 때 이유영이 자발적으로 강서희에게 카드를 건넸을 리는 없었다.설마 도둑질이라도 한 걸까?그럴 가능성이 떠오르자 진영숙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그건… 한지음한테 받은 거야.”드디어 강서희가 입을 열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한지음을 바라보았다.‘그래! 한지음을 물고 늘어지는 거야.’어차피 지금 이 상황에 무슨 말을 해도 강이한은 자신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았기에 혼자 죽기 싫어서 한 말이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무거운 정적이 돌았다.강서희에게로 쏠렸던 강이한 모자의 시선이 한지음에게로 쏠렸다. 공허한 눈동자에 하얀 원피스를 입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모습은 마치 금방 세상에 내려온 천사 같았다.시선을 느낀 그녀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이한 오빠, 저 말을 믿나요? 내가 무슨 수로 언니한테 접근해서 카드를 가져왔겠어요?”부드러운 그 한 마디는 강서희의 해명을 완전히 거짓말로 만들었다.한지음이 이렇게 되기 전까지 이유영에게 접근할 기회조차 없었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그래서 굳이 한지음이 나서서 해명할 이유도 없었다.강서희는 그 말을 듣자마자 눈시울이 시뻘겋게 붉어졌다.“한지음, 이 카드 네가 나한테 준 거 맞잖아. 계속 아니라고 할 거야?”그녀는 협박이 다분한 말투로 한지음을 재촉했다.어차피 그 수많은 일들은 둘이 손을 잡고 완성한 것들이었다.그러니 강서희는 절대 혼자 뒤집어쓸 생각이 없었다.짝!말이 끝나기 바쁘게 아찔한 소리와 함께 강서희의 고개가 돌아갔다.남자는 더는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분노한 목소리로 고함쳤다.“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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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강이한은 가슴이 철렁하며 흔들리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로 고개를 돌렸다.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화재예요. 임강구 소방서가 출동했는데 인력이 부족하여 중심가 쪽에 있는 소방서까지 출동했다고 합니다.”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시욱의 귓가에 싸늘한 바람이 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강이한은 이미 대문을 뛰쳐나가고 있었다.이시욱도 다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잠시 후, 거리로 나가자 긴장감 넘치는 경적 소리가 거리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현장에 남은 진영숙과 강서희, 그리고 한지음은 구치소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슴이 울렁거렸다.강서희는 저도 모르게 한지음을 바라보았다. 눈빛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한지음의 입가에 걸린 비릿한 미소를 그녀는 놓치지 않았다.강서희는 저도 모르게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한편.운전대를 잡은 강이한은 미친 듯이 거리를 질주하고 있었다.뒤에서 다른 운전자들의 욕설이 들려왔지만 그는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가는 길에도 급박한 소방차의 경적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강이한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운전대를 잡은 손은 사시나무 떨듯이 떨리고 있었다.“유영아….”그는 애달픈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괜찮아. 괜찮을 거야!’하지만 긴박한 소방차의 경적소리는 화재가 결코 작지 않다는 사실만 일깨워주고 있었다.왜 갑자기 화재가 난 거지?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익숙한 장면이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구치소가 아니라 그와 그녀의 집이었다.어떻게 된 거지?머리가 울렁거리면서 시야가 흐려지고 신호등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20분 뒤, 강이한은 휘청거리며 차에서 내렸다. 하늘을 뒤덮은 검은 연기와 급하게 물을 뿌리는 소방대원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하지만 불바다가 된 구치소의 불길은 전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현장에는 폴리스라인이 쳐졌고 현장은 아수라장이었다.강이한은 가슴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것 같았다. 그는 더 이상 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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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사내는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며 쓰러졌다.혼란스러운 현장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왔지만 그에게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다시 눈을 뜬 그는 멍하니 불길을 쳐다보며 이유영의 얼굴을 떠올렸다.“대표님!”이시욱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을 때, 그는 다시 의식을 잃고 말았다.온몸에 힘이 풀리고 끝없이 밑으로 추락하고 있었다.그는 눈을 뜨려고 애를 썼다.‘정신 차려, 가서 유영이를 구해야 해!’하지만 어둠 속에서 무형의 큰 손이 그의 뒷덜미를 잡고 계속 아래로 잡아당기고 있었다.그리고 강이한은 아주 기나긴 꿈을 꾸었다.꿈속에서 그는 교실 앞 창가에 서 있었다. 교실 안에는 조용히 책을 읽고 있는 가녀린 소녀가 보였다.다시 장면이 바뀌고 그는 이유영과 함께 학교 식당에서 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을까?그가 장미 한 송이를 그녀에게 선물했을 때,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그는 평생 이 소녀의 웃음을 지켜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결국 그녀는 그가 사준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식장으로 입장했다. 그때의 강이한은 자상했고 이유영의 미소는 눈부셨다.장면이 다시 바뀌더니 그는 불타는 홍문동 별장 앞에 서 있었다.그는 미친 사람처럼 안으로 달려들어가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막아섰다.“불길이 이렇게 거센데 이유영 씨는 진작에 사망했을 거예요. 지금 들어가셔도 소용없다고요.”“아니야. 거짓말이야!”평생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는 결국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주지 못했다.“그냥 죽게 내버려 둬. 온몸이 불에 탔을 거야. 살아남아도 고통스러울 뿐이라고!”“안 돼!”비명소리와 함께 강이한은 감고 있던 눈을 떴다.병상을 지키던 진영숙이 화들짝 놀라며 그를 바라보았다.“이한아.”강이한은 주변을 둘러보고 거친 숨을 토해냈다.“아!”머리가 빠개질 것처럼 아파왔다.“어디가 아픈데? 엄마한테 말해봐.”진영숙은 고통스러운 그의 표정을 보며 걱정 어린 말투로 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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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강이한은 다음 날 저녁이 되어서야 의식을 회복했다.비가 내린 뒤의 창밖은 습윤한 공기가 물씬 풍겼다.눈을 뜬 순간 다시 아팠던 기억이 떠올라 숨이 막혀왔다.진영숙은 병상 옆 의자에 기댄 채 잠들어 있다가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강이한은 주섬주섬 외투를 챙기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놀란 진영숙이 다급히 따라가며 물었다.“이한아, 이 상태로 어딜 간다는 거야?”하지만 강이한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곧장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아들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진영숙은 절망이 가득 담긴 그의 눈동자를 보고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그녀는 잠시 후에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엄마랑 같이 가자. 이한아!”진영숙은 다급히 강이한의 뒤를 따랐지만 강이한은 엄마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았다.진영숙은 다급히 뒤를 따르며 이시욱에게 전화를 걸었다.“네, 사모님.”“이한이 밖으로 나갔어. 빨리 좀 막아줘.”진영숙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시욱에게 말했다.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청하시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미 세간에는 이유영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떠돌고 있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강이한은 환자복을 입은 채, 맨발로 밖으로 뛰어나갔다.연락을 받고 달려온 이시욱은 정신이 나간 듯한 그의 모습에 조심스럽게 그의 앞을 막아섰다.“대표님.”그의 현재 상태로 봐서 아마 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하지만 가지 못하게 막는 것도 불가능했다.이시욱은 상사의 눈에 가득 담긴 절망을 보고 천천히 손을 내렸고 강이한은 허겁지겁 밖으로 향했다.이시욱은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잠시 후, 그들을 태운 차가 임강구의 구치소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강이한은 불에 타서 폐허가 되어버린 구치소 현장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건물은 이미 무너진 상태였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강이한은 멍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갔다.‘유영이를 만나야 해. 저렇게 더러운 곳에 유영이를 둘 수는 없어.’이시욱이 다가가서 그에게 말했다.“대표님, 이유영 씨는 이미 여기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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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시욱은 고개를 떨리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정국진 회장이 직접 오셔서 유골함을 가지고 출국했습니다. 어젯밤에 유골함을 가지고 떠날 때, 대표님께 다시는 파리로 와서 이유영 씨를 찾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유영 씨는 생전에 그토록 청하를 떠나고 싶어했고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청하시는 이유영이 가장 오래 생활한 곳이었다. 하지만 죽는 순간에도 벗어나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이곳이 그녀에게 남긴 건 끝없는 절망뿐이었다.찬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때렸다.강이한은 멍하니 서서 온몸의 피가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또 늦었구나. 지난 생에도 이번 생에도 난 너를 아프게만 했구나.’그는 고개를 떨구고 두 손을 바라보았다. 양손으로 그녀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운 건 강이한 자신이었다.‘내가 또 내 손으로 너를 지옥으로 보냈구나.’“악!”그는 상처 입은 야수처럼 하늘을 바라보고 고함을 질렀다.이유영은 미련 없이 떠났다.어쩌면 화재에 불탄 건 그녀뿐만이 아니라 사랑과 집념, 그리고 끝없는 후회일 수도 있었다.강이한이 다시 의식을 회복했을 때, 그는 이미 병실에 누워 있었다. 이시욱이 병실을 지키고 있었고 진영숙은 그의 옆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이한아.”눈을 뜬 아들을 보고 진영숙은 애통한 얼굴로 아들의 손을 잡았다.강이한은 싸늘하게 그 손길을 뿌리치고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언제지?”그는 무감각한 목소리로 이시욱에게 물었다.이시욱은 잠깐 당황하다가 이내 눈치를 채고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조금 전 입수한 소식에 따르면 정국진 회장은 오늘 장례식을 올리고 이미 무덤에 이유영 씨를 모셨다고 합니다.”결국 그는 마지막으로 이유영을 보내줄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병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각되었다.진영숙은 아들이 빨리 정신을 차리기를 바랐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머리가 아팠다. 안 그래도 집안이 혼란스러운데 더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진영숙은 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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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한편, 강이한의 본가.강서희는 예전부터 집에서 오빠를 기다리는 것을 좋아했다.그런데 이유영과 결혼한 뒤로 오빠는 본가에 자주 발을 들이지 않았다.지금도 강서희는 이틀 동안 집에서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영의 사망소식이 공개된지도 벌써 이틀이 지났다. 소방대원이 의식을 잃은 그녀를 구조해 밖으로 끌고 나왔지만 결국 병원으로 옮겨진지 한 시간 만에 사망했다고 한다.파리에서 귀국한 정국진이 그녀를 그 자리에서 화장해서 파리로 데려갔다고 했다.강서희는 이유영이 저주스러웠다. 강이한의 마음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여자였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딱히 기쁨이 느껴지지 않았다.사랑하는 오빠가 죽은 여자를 위해 곧 그녀에게 어떤 처벌을 가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오빠가 보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가 돌아와서 자신의 숨통을 조일까 봐 두렵기도 했다.어쩌면 강이한은 이유영을 보낸 분노와 한을 강서희에게 풀지도 모른다.“아가씨, 오렌지 좀 드셔보세요. 달아요.”왕숙은 손질한 과일을 들고 강서희에게 다가가며 안타까운 말투로 말했다.최근 이틀 사이 강서희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왕숙이 만든 디저트마저 거부하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안 먹어.”강서희는 짜증스럽게 대꾸했다.“아가씨, 이렇게 안 드시면 큰일나요. 건강을 챙기셔야죠.”“차라리 불타 죽은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어.”강서희가 울먹이며 말했다.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테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절망이 찾아왔다.놀란 왕숙이 다급히 말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다시는 그런 말하지 말아요.”죽고 싶다는 강서희의 말에 왕숙은 당황했다.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강서희를 위로했다.“뭘 그렇게 걱정해요? 사람은 이미 죽었는데 도련님이 설마 죽은 여자를 위해 아가씨한테 해를 가하겠어요?”강서희는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왕숙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줌마, 오빠가 그 카드를 내 방에서 발견했다는 게 뭘 의미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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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강서희는 따뜻한 왕숙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울었다.“아줌마….”한편, 병원.진영숙이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병상에 누워 있던 강이한이 사라졌다.그리고 침대 위에는 그가 벗어놓은 환자복이 놓여 있었다.“이 비서!”진영숙은 다급히 이시욱을 호출했지만 이시욱도 자리에 없었다.그녀는 급급히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나야.”“네, 사모님.”수화기너머로 왕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영숙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서희를 노부인한테로 데려가!”“무슨 일인데요?”왕숙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진영숙은 뭔가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잘 알고 있었다.한지음이 시력을 잃은 일로 그는 이유영을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괴롭혔다. 그랬던 이유영이 사망하게 되었고 아마 그 심정은 누구라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지금 그에게는 화풀이할 상대가 필요했다.그리고 그 상대는 분명 강서희가 될 것이다.그날 밤 구치소에 화재가 나지 않았더라면 강이한은 이미 강서희의 목을 졸라 죽였을 수도 있었다.“이한이가 본가로 갈 것 같아.”진영숙이 말했다.강이한이 돌아온다는 얘기에 왕숙 역시 뭔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다급히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가에 서 있는 강서희에게로 다가갔다.“아가씨.”“왜?”“일단 노부인 있는 곳으로 가요.”말을 마친 왕숙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강서희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왕숙을 보고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일단 가서 얘기해요.”진영숙이 다급히 연락했다는 건 강이한이 이미 오는 길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노부인은 별장 맨 뒤쪽에 있는 별채에 살고 있었다. 강서희는 멍한 얼굴로 왕숙을 따라 현관을 나섰다.그런데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서희의 두 눈에는 강이한을 향한 미련과 그리움이 가득 담겼다.매번 강이한이 본가에 올 때마다 짓던 표정이었다.“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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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강서희와 왕숙은 경직된 자세로 고개를 돌렸고 강이한은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며 거실에 서 있었다.그의 뒤에는 이시욱과 형사가 따르고 있었다.강서희는 애처로운 얼굴로 왕숙과 강이한을 번갈아보았다.“오빠, 이게 다 뭐야?”그녀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이틀 사이 그녀는 자신과 강이한이 다시 만났을 때 벌어질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생각했다.싸늘한 질문과 실망스러운 얼굴, 그리고 차가운 태도까지 다 각오했지만 이런 상황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아무런 얘기도 해보지 않았는데 다짜고짜 형사를 데리고 올 줄이야!그녀는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이한을 바라보며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그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어쩌면 자신만의 상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형사가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오며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강서희 씨, 강이한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최근 조사 중인 한지음 씨 납치사건과 연관해서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어서요. 저희와 함께 서로 가서 조사에 협조해 주시죠.”“아… 나 아니야.”강서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강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친 순간 강서희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오빠, 어떻게 내 말을 안 믿어줄 수가 있어? 내가 한 일 아니야. 한지음이 시킨 거라고.”“내가 사람에게 상해를 입힐 리가 없잖아.”강서희는 최대한 간절하고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왕숙도 강이한을 바라보며 다급히 말했다.“그래요, 도련님.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시잖아요. 사람을 해칠 분은 절대 아니에요.”그는 강서희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애초에 그가 이유영에게 했던 것처럼 바로 경찰에 연락한 것이다.물론 어떤 면에서는 이유영에게 했던 것보다 잔인했다.이유영을 대할 때는 천천히 숨통을 조이는 방법을 선택했고 그녀에게 빠져나갈 기회도 주었다.그가 마지막에 이유영을 몰아붙인 이유는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실망했기 때문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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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왕숙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당황한 시선을 피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도… 도련님….”하지만 지옥을 닮은 강이한의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고개를 푹 숙였다.“오빠, 어떻게 내 말을 안 믿을 수가 있어?”강서희가 울며 말했다.강이한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왕숙을 바라볼 때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그녀는 눈물을 잔뜩 머금고 강이한을 바라보며 그가 예전처럼 다가와서 자신을 보듬어 주기를 바랐다.예전에는 그녀가 무슨 잘못을 해도 항상 따뜻하게 품어주던 오빠였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랐다.“정말 결백하다면 조사를 받으면 나오겠지. 네가 한 게 아니라면 조사에 협조하는 게 현명한 선택 아니겠어?”조사라는 말에 강서희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전에는 모든 흔적을 깔끔하게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카드를 치우지 않은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카드가 발견되기 전에는 조사를 받으면서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굳게 믿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이유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결국 구치소에서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게다가 그녀가 모두 참여한 일이니 빠져나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강서희 씨!”형사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불렀다.진영숙이 다급히 집에 도착했을 때, 노부인도 별채에서 나와 현관으로 들어오고 있었다.형사들을 본 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한아.”진영숙은 땀을 뻘뻘 흘리며 강이한에게 다가가서 말했다.“너 서희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노부인도 다가와서 강이한을 말렸다.“어떻게 된 거니? 집안 일은 집안 사람끼리 해결해야지 왜 형사까지 끌어들여?”극도로 보수적인 성향인 노부인은 더 이상 집안의 허물이 세간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안 그래도 여러 가지 일로 집안이 혼란스러운데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진심으로 강서희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어쨌든 세강의 양녀이고 나중에 이용해 먹을 가치가 있는 아이였다.만약 이대로 경찰에 잡혀간다면 세강은 사람들의 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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