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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이시욱은 고개를 떨리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정국진 회장이 직접 오셔서 유골함을 가지고 출국했습니다. 어젯밤에 유골함을 가지고 떠날 때, 대표님께 다시는 파리로 와서 이유영 씨를 찾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유영 씨는 생전에 그토록 청하를 떠나고 싶어했고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

청하시는 이유영이 가장 오래 생활한 곳이었다. 하지만 죽는 순간에도 벗어나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

이곳이 그녀에게 남긴 건 끝없는 절망뿐이었다.

찬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때렸다.

강이한은 멍하니 서서 온몸의 피가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또 늦었구나. 지난 생에도 이번 생에도 난 너를 아프게만 했구나.’

그는 고개를 떨구고 두 손을 바라보았다. 양손으로 그녀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운 건 강이한 자신이었다.

‘내가 또 내 손으로 너를 지옥으로 보냈구나.’

“악!”

그는 상처 입은 야수처럼 하늘을 바라보고 고함을 질렀다.

이유영은 미련 없이 떠났다.

어쩌면 화재에 불탄 건 그녀뿐만이 아니라 사랑과 집념, 그리고 끝없는 후회일 수도 있었다.

강이한이 다시 의식을 회복했을 때, 그는 이미 병실에 누워 있었다. 이시욱이 병실을 지키고 있었고 진영숙은 그의 옆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이한아.”

눈을 뜬 아들을 보고 진영숙은 애통한 얼굴로 아들의 손을 잡았다.

강이한은 싸늘하게 그 손길을 뿌리치고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언제지?”

그는 무감각한 목소리로 이시욱에게 물었다.

이시욱은 잠깐 당황하다가 이내 눈치를 채고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 전 입수한 소식에 따르면 정국진 회장은 오늘 장례식을 올리고 이미 무덤에 이유영 씨를 모셨다고 합니다.”

결국 그는 마지막으로 이유영을 보내줄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병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각되었다.

진영숙은 아들이 빨리 정신을 차리기를 바랐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머리가 아팠다. 안 그래도 집안이 혼란스러운데 더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진영숙은 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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