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55화

작가: 진헤이
강이한은 다음 날 저녁이 되어서야 의식을 회복했다.

비가 내린 뒤의 창밖은 습윤한 공기가 물씬 풍겼다.

눈을 뜬 순간 다시 아팠던 기억이 떠올라 숨이 막혀왔다.

진영숙은 병상 옆 의자에 기댄 채 잠들어 있다가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

강이한은 주섬주섬 외투를 챙기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

놀란 진영숙이 다급히 따라가며 물었다.

“이한아, 이 상태로 어딜 간다는 거야?”

하지만 강이한은 아무런 대답도 없이 곧장 엘리베이터로 달려갔다.

아들과 시선이 마주친 순간, 진영숙은 절망이 가득 담긴 그의 눈동자를 보고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잠시 후에야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엄마랑 같이 가자. 이한아!”

진영숙은 다급히 강이한의 뒤를 따랐지만 강이한은 엄마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았다.

진영숙은 다급히 뒤를 따르며 이시욱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사모님.”

“이한이 밖으로 나갔어. 빨리 좀 막아줘.”

진영숙은 떨리는 목소리로 이시욱에게 말했다.

이틀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청하시의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미 세간에는 이유영이 사망했다는 기사가 떠돌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강이한은 환자복을 입은 채, 맨발로 밖으로 뛰어나갔다.

연락을 받고 달려온 이시욱은 정신이 나간 듯한 그의 모습에 조심스럽게 그의 앞을 막아섰다.

“대표님.”

그의 현재 상태로 봐서 아마 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가지 못하게 막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시욱은 상사의 눈에 가득 담긴 절망을 보고 천천히 손을 내렸고 강이한은 허겁지겁 밖으로 향했다.

이시욱은 조용히 그의 뒤를 따랐다.

잠시 후, 그들을 태운 차가 임강구의 구치소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강이한은 불에 타서 폐허가 되어버린 구치소 현장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렸다.

건물은 이미 무너진 상태였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강이한은 멍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갔다.

‘유영이를 만나야 해. 저렇게 더러운 곳에 유영이를 둘 수는 없어.’

이시욱이 다가가서 그에게 말했다.

“대표님, 이유영 씨는 이미 여기 없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56화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시욱은 고개를 떨리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정국진 회장이 직접 오셔서 유골함을 가지고 출국했습니다. 어젯밤에 유골함을 가지고 떠날 때, 대표님께 다시는 파리로 와서 이유영 씨를 찾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이유영 씨는 생전에 그토록 청하를 떠나고 싶어했고 대표님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고 했습니다.”청하시는 이유영이 가장 오래 생활한 곳이었다. 하지만 죽는 순간에도 벗어나고 싶었던 곳이기도 했다.이곳이 그녀에게 남긴 건 끝없는 절망뿐이었다.찬바람이 불어와 얼굴을 때렸다.강이한은 멍하니 서서 온몸의 피가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또 늦었구나. 지난 생에도 이번 생에도 난 너를 아프게만 했구나.’그는 고개를 떨구고 두 손을 바라보았다. 양손으로 그녀를 벼랑 끝까지 몰아세운 건 강이한 자신이었다.‘내가 또 내 손으로 너를 지옥으로 보냈구나.’“악!”그는 상처 입은 야수처럼 하늘을 바라보고 고함을 질렀다.이유영은 미련 없이 떠났다.어쩌면 화재에 불탄 건 그녀뿐만이 아니라 사랑과 집념, 그리고 끝없는 후회일 수도 있었다.강이한이 다시 의식을 회복했을 때, 그는 이미 병실에 누워 있었다. 이시욱이 병실을 지키고 있었고 진영숙은 그의 옆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이한아.”눈을 뜬 아들을 보고 진영숙은 애통한 얼굴로 아들의 손을 잡았다.강이한은 싸늘하게 그 손길을 뿌리치고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언제지?”그는 무감각한 목소리로 이시욱에게 물었다.이시욱은 잠깐 당황하다가 이내 눈치를 채고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조금 전 입수한 소식에 따르면 정국진 회장은 오늘 장례식을 올리고 이미 무덤에 이유영 씨를 모셨다고 합니다.”결국 그는 마지막으로 이유영을 보내줄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병실 분위기가 순식간에 냉각되었다.진영숙은 아들이 빨리 정신을 차리기를 바랐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머리가 아팠다. 안 그래도 집안이 혼란스러운데 더 큰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진영숙은 다소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57화

    한편, 강이한의 본가.강서희는 예전부터 집에서 오빠를 기다리는 것을 좋아했다.그런데 이유영과 결혼한 뒤로 오빠는 본가에 자주 발을 들이지 않았다.지금도 강서희는 이틀 동안 집에서 오빠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유영의 사망소식이 공개된지도 벌써 이틀이 지났다. 소방대원이 의식을 잃은 그녀를 구조해 밖으로 끌고 나왔지만 결국 병원으로 옮겨진지 한 시간 만에 사망했다고 한다.파리에서 귀국한 정국진이 그녀를 그 자리에서 화장해서 파리로 데려갔다고 했다.강서희는 이유영이 저주스러웠다. 강이한의 마음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여자였기 때문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딱히 기쁨이 느껴지지 않았다.사랑하는 오빠가 죽은 여자를 위해 곧 그녀에게 어떤 처벌을 가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그녀는 오빠가 보고 싶었지만 동시에 그가 돌아와서 자신의 숨통을 조일까 봐 두렵기도 했다.어쩌면 강이한은 이유영을 보낸 분노와 한을 강서희에게 풀지도 모른다.“아가씨, 오렌지 좀 드셔보세요. 달아요.”왕숙은 손질한 과일을 들고 강서희에게 다가가며 안타까운 말투로 말했다.최근 이틀 사이 강서희는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왕숙이 만든 디저트마저 거부하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다.“안 먹어.”강서희는 짜증스럽게 대꾸했다.“아가씨, 이렇게 안 드시면 큰일나요. 건강을 챙기셔야죠.”“차라리 불타 죽은 사람이 나였으면 좋겠어.”강서희가 울먹이며 말했다.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테지만 살아남은 사람은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절망이 찾아왔다.놀란 왕숙이 다급히 말했다.“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다시는 그런 말하지 말아요.”죽고 싶다는 강서희의 말에 왕숙은 당황했다.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강서희를 위로했다.“뭘 그렇게 걱정해요? 사람은 이미 죽었는데 도련님이 설마 죽은 여자를 위해 아가씨한테 해를 가하겠어요?”강서희는 착잡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왕숙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줌마, 오빠가 그 카드를 내 방에서 발견했다는 게 뭘 의미하는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58화

    강서희는 따뜻한 왕숙의 품에 안겨 아이처럼 울었다.“아줌마….”한편, 병원.진영숙이 화장실을 다녀온 사이, 병상에 누워 있던 강이한이 사라졌다.그리고 침대 위에는 그가 벗어놓은 환자복이 놓여 있었다.“이 비서!”진영숙은 다급히 이시욱을 호출했지만 이시욱도 자리에 없었다.그녀는 급급히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나야.”“네, 사모님.”수화기너머로 왕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진영숙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장 서희를 노부인한테로 데려가!”“무슨 일인데요?”왕숙이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진영숙은 뭔가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 없었다.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잘 알고 있었다.한지음이 시력을 잃은 일로 그는 이유영을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괴롭혔다. 그랬던 이유영이 사망하게 되었고 아마 그 심정은 누구라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지금 그에게는 화풀이할 상대가 필요했다.그리고 그 상대는 분명 강서희가 될 것이다.그날 밤 구치소에 화재가 나지 않았더라면 강이한은 이미 강서희의 목을 졸라 죽였을 수도 있었다.“이한이가 본가로 갈 것 같아.”진영숙이 말했다.강이한이 돌아온다는 얘기에 왕숙 역시 뭔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다급히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가에 서 있는 강서희에게로 다가갔다.“아가씨.”“왜?”“일단 노부인 있는 곳으로 가요.”말을 마친 왕숙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강서희는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는 왕숙을 보고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무슨 일인데?”“일단 가서 얘기해요.”진영숙이 다급히 연락했다는 건 강이한이 이미 오는 길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조용한 것을 좋아하는 노부인은 별장 맨 뒤쪽에 있는 별채에 살고 있었다. 강서희는 멍한 얼굴로 왕숙을 따라 현관을 나섰다.그런데 갑자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강서희의 두 눈에는 강이한을 향한 미련과 그리움이 가득 담겼다.매번 강이한이 본가에 올 때마다 짓던 표정이었다.“우리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59화

    강서희와 왕숙은 경직된 자세로 고개를 돌렸고 강이한은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며 거실에 서 있었다.그의 뒤에는 이시욱과 형사가 따르고 있었다.강서희는 애처로운 얼굴로 왕숙과 강이한을 번갈아보았다.“오빠, 이게 다 뭐야?”그녀가 멍한 얼굴로 물었다.이틀 사이 그녀는 자신과 강이한이 다시 만났을 때 벌어질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생각했다.싸늘한 질문과 실망스러운 얼굴, 그리고 차가운 태도까지 다 각오했지만 이런 상황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아무런 얘기도 해보지 않았는데 다짜고짜 형사를 데리고 올 줄이야!그녀는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강이한을 바라보며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그와 함께 한 모든 시간이 어쩌면 자신만의 상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형사가 천천히 그녀에게로 다가오며 사무적인 말투로 말했다.“강서희 씨, 강이한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 최근 조사 중인 한지음 씨 납치사건과 연관해서 새로운 증거가 제출되어서요. 저희와 함께 서로 가서 조사에 협조해 주시죠.”“아… 나 아니야.”강서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강이한을 바라보며 말했다.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친 순간 강서희는 온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오빠, 어떻게 내 말을 안 믿어줄 수가 있어? 내가 한 일 아니야. 한지음이 시킨 거라고.”“내가 사람에게 상해를 입힐 리가 없잖아.”강서희는 최대한 간절하고 침통한 표정으로 말했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왕숙도 강이한을 바라보며 다급히 말했다.“그래요, 도련님. 아가씨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시잖아요. 사람을 해칠 분은 절대 아니에요.”그는 강서희에게 변명의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애초에 그가 이유영에게 했던 것처럼 바로 경찰에 연락한 것이다.물론 어떤 면에서는 이유영에게 했던 것보다 잔인했다.이유영을 대할 때는 천천히 숨통을 조이는 방법을 선택했고 그녀에게 빠져나갈 기회도 주었다.그가 마지막에 이유영을 몰아붙인 이유는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아서 실망했기 때문이었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60화

    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왕숙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녀는 당황한 시선을 피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도… 도련님….”하지만 지옥을 닮은 강이한의 눈빛을 마주하자마자 고개를 푹 숙였다.“오빠, 어떻게 내 말을 안 믿을 수가 있어?”강서희가 울며 말했다.강이한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왕숙을 바라볼 때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했다.그녀는 눈물을 잔뜩 머금고 강이한을 바라보며 그가 예전처럼 다가와서 자신을 보듬어 주기를 바랐다.예전에는 그녀가 무슨 잘못을 해도 항상 따뜻하게 품어주던 오빠였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달랐다.“정말 결백하다면 조사를 받으면 나오겠지. 네가 한 게 아니라면 조사에 협조하는 게 현명한 선택 아니겠어?”조사라는 말에 강서희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전에는 모든 흔적을 깔끔하게 지웠다고 생각했는데 카드를 치우지 않은 것이 치명적인 실수였다.카드가 발견되기 전에는 조사를 받으면서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굳게 믿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이유영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결국 구치소에서 목숨을 잃지 않았는가?게다가 그녀가 모두 참여한 일이니 빠져나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강서희 씨!”형사가 짜증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불렀다.진영숙이 다급히 집에 도착했을 때, 노부인도 별채에서 나와 현관으로 들어오고 있었다.형사들을 본 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한아.”진영숙은 땀을 뻘뻘 흘리며 강이한에게 다가가서 말했다.“너 서희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노부인도 다가와서 강이한을 말렸다.“어떻게 된 거니? 집안 일은 집안 사람끼리 해결해야지 왜 형사까지 끌어들여?”극도로 보수적인 성향인 노부인은 더 이상 집안의 허물이 세간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안 그래도 여러 가지 일로 집안이 혼란스러운데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진심으로 강서희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어쨌든 세강의 양녀이고 나중에 이용해 먹을 가치가 있는 아이였다.만약 이대로 경찰에 잡혀간다면 세강은 사람들의 비웃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61화

    “오빠, 나 믿어줘. 한 번만 내 말을 들어줘!”강서희는 울음을 터뜨리며 그의 뒷모습에 대고 애원했다.진영숙과 노부인도 조바심이 났다.“엄마!”강서희는 끌려가면서도 진영숙을 애타게 불렸다.이번에 들어가면 조사로 끝나지 않을 거라는 것을 그녀도 직감하고 있었다.강이한이 직접 형사들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는 것은 그의 의지를 표명하고 있었다.아마 그는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서 강서희를 감옥에 보내려고 할 것이다.강서희의 얼굴에 깊은 절망이 깃들었다.진영숙과 노부인도 하얗게 질린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 중에 반응이 가장 격한 사람은 왕숙이었다.“아가씨! 우리 아가씨를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 그거 다 제가 했어요! 모든 건 제가 했다고요!”왕숙은 달려가며 강서희의 옷깃을 잡았지만 형사가 달려들어 그녀를 떼어냈다.왕숙은 그대로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았다.강서희가 울며 소리쳤다.“나 억울해! 오빠, 내가 한 거 진짜 아니야! 한 번만 내 말을 들어줘. 엄마!”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발버둥쳤지만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형사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손목에 차가운 수갑이 채워진 순간, 강서희는 절망했다.왕숙이 달려오다가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다.“아가씨!”왕숙은 미친 사람처럼 애타게 강서희를 불렀다.진영숙과 노부인도 밖으로 나왔다. 강서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한 번도 느껴본 적이 없던 절망을 느꼈다.‘안 돼! 이대로 끌려갈 수는 없어!’이곳은 그녀에게 유일하게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 집이었다.“엄마, 할머니!”그녀는 미친 사람처럼 차에서 내리려고 발버둥쳤다.점점 조여오는 불안감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었다.강이한은 한 번도 이런 식으로 그녀를 대한 적이 없었다. 전에는 그녀가 울기만 하면 주저 없이 그녀의 편에 서주던 사람이었다.하지만 오늘은 완전히 바뀌었다.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오빠가 어떤 사람인지 강서희는 잘 알고 있었다. 그의 잔인함은 상상을 초월했다.드디어 올 것이 온 것이다.그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62화

    “이 비서.”“네, 대표님.”“왜 화장을 선택했대?”그녀가 지난 생과 같은 고통을 겪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지난 생에서 이곳은 완전히 불에 탔고 이유영은 구조되었지만 중도 화상으로 병원에 실려갔다가 끝내는 깨어나지 못했다.그때 그녀는 아이를 임신하고 있었다.그 기억들이 지금의 강이한을 더 숨막히게 했다.이시욱은 긴 한숨을 내쉬며 그에게 말했다.“대표님, 다 지나간 일이에요.”그는 이유영의 마지막을 더 이상 그에게 말해주고 싶지 않았다. 알면 알수록 고통만 더해질 뿐이었다.“나서원 좀 불러줘.”강이한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시욱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지금 그가 알고 있는 일을 강이한에게 말하지 않아도 그는 끝까지 파헤칠 기세였다.“대표님, 사실은….”“말해!”그가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이시욱은 움찔하며 고개를 숙이고 입을 열었다.“사실 이유영 씨는 구조되었을 때 숨이 붙어 있었습니다.”강이한는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꼈다.이시욱은 계속해서 말했다.“하지만 한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사망했어요. 정국진 회장과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침통한 이시욱의 얼굴을 보고 강이한은 숨이 멎을 것 같았다.이시욱은 가늘게 떨고 있는 상사를 보며 말을 이었다.“게다가 돌아가실 때 이유영 씨는….”그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그때 소식을 전해 들었을 때의 충격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일개 비서인 자신마저도 그런데 강이한은 얼마나 충격을 받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계속해.”강이한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재촉했다.살아 있을 때도 뜨거운 것을 싫어하던 여자였는데 얼마나 아팠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두 번의 삶을 경과하면서 이유영이 겪었을 고통을 생각하면 강이한은 자결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이시욱은 고개를 떨구고 말했다.“돌아가실 때 이유영 씨는 임신한 상태였다고 합니다.”강이한은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 것 같았다.‘유영아… 그리고 우리 아이까지!’털썩 하는 소리와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463화

    먹구름이 가시고 밝은 햇살이 다시 대지를 비추었지만 강이한의 마음까지 비춰주지는 못했다.그 시각, 홍문동.강이하는 공허한 얼굴로 거실에 앉아 있고 그의 앞에는 심각한 얼굴을 한 한지음이 앉아 있었다.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둘의 결혼식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다. 이유영이 그토록 비참하게 세상을 떠날 줄을 누가 알았을까?한지음도 이유영을 증오하고 그녀가 고통스럽기를 희망했지만 정말로 죽일 생각은 없었다.단지 자신이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가져간 이유영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이유영이 평생 감옥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한지음이 바라는 것이었다.하지만 정작 그녀의 사망 소식을 들었을 때, 한지음은 별로 기쁘지 않았다.“아줌마한테 짐 정리 부탁할 거야. 네가 살 곳은 따로 마련했어. 이곳은 네가 있기에 적절하지 않아.”강이한이 무거운 침묵을 깨고 말했다.모두의 접촉을 거부하는 싸늘한 목소리에 한지음은 어깨가 흠칫 떨렸다.예전이었다면 이유영 때문에 그러느냐고 불쌍한 척이라도 했겠지만 오늘은 그럴 수 없었다.사람이 죽었는데 굳이 이곳을 차지하고 있어도 알아줄 사람이 없었다.“알았어요.”그녀는 강서희처럼 비굴하게 매달리지 않고 담담히 현실을 받아들였다.강이한은 약간 의외라는 듯이 고개를 들었다가 담배를 입에 물었다.그는 자옥한 연기를 통해 한지음을 바라보며 물었다.“강서희가 한 일, 너도 참여했니?”그 말이 끝나기 바쁘게 한지음은 가슴이 철렁하며 저도 모르게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강서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간병인을 통해 전해 들은 바가 있었다. 그랬기에 저도 모르게 겁이 났다.감옥에서 남은 생을 받아들이는 일은 그 누구라도 두려운 일이었다.“아니요!”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한지음이 대답했다.강이한은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이한 오빠.”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들리자 한지음은 처량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이미 그에게서 온기를 나눠 받으며 그녀의 마음 속

최신 챕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5화

    이유영이 집으로 돌아온 뒤, 임소미는 사람을 시켜 조사를 시작했고 이유영이 강이한 곁에서 결코 평온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는 사실을 이내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였는지는 알지 못했다.며칠 동안 진영숙의 광기에 가까운 모습을 목격한 뒤에야 그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의 남편이 왜 서주로 떠나서 죽음을 가장했는지를.모두 이 여자 때문이었다. 진영숙이 그토록 괴롭게 만들었던 것이다.남편뿐만 아니라 지금 강이한의 행방조차 그녀는 알지 못했다. 여자로서 그 책임은 결코 작지 않았다.임소미는 감정을 가라앉힌 후에야 이유영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진영숙이 사실은 월이를 데려가려 했다는 것을.“며칠 동안 데려가겠다고 했다고요?”“그래서 내가 화가 났던 거야.”진영숙의 행동을 보면 며칠은 말뿐인 핑계였다.그녀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임소미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이제 아무것도 없고 오직 손녀만 남았다고? 과연 손녀의 의미를 알고는 있는 사람인가?’이유영은 말없이 얼굴을 굳혔다.진영숙은 아이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집착하고 있었던 것이다.“유영아, 이번 일은 그녀에게 연민을 가질 필요 없어.”임소미의 목소리엔 단단한 결심과 냉기가 섞여 있었다.진영숙은 자신이 모든 걸 잃었기 때문에 아이라도 데려가고 싶다고 했지만 그런 상실에 대해 임소미는 전혀 동정하지 않았다.“알겠어요, 엄마. 제가 처리할게요.”이유영은 어머니를 안심시켰지만 그녀의 목소리 역시 차가웠다.“어떻게 처리할 거니?”‘어떻게 처리할까?’이유영의 눈빛이 점점 깊어졌다.그녀는 당연히 생각한 방법이 있었다.임소미를 진정시킨 뒤, 이유영은 백산 별장을 나섰고 밖에선 지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아가씨.”“풍산 그룹으로 가요.”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마음이 무거웠다. 가능하다면 평생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그곳은 과거가 덕지덕지 붙은 장소였고 이유영은 그것들과 멀어지고 싶었다.“윙윙윙.”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발신자는 박연준이었고 이유영은 망설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4화

    이유영에게는 참으로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그녀는 임소미의 품에 파고들며 가느다란 팔로 어머니의 허리를 꼭 안았다.“엄마, 미안해요. 제가 잘못했어요.”그녀는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었다.오래전 소은지는 이렇게 말했었다. 강이한은 연애 상대론 괜찮지만 결혼은 다르다고.그때 변호사였던 소은지는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가 맞지 않는 결혼이 얼마나 불행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녀가 강이한과 결혼을 결심했을 때, 소은지는 그녀를 말렸었다. 소은지는 그녀의 결혼을 말렸던 유일한 사람이었다.결국 소은지의 말은 모두 옳았음이 증명됐다.끝났다고 믿었던 그 관계는 여전히 그녀의 삶에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고 심지어 가족들까지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때, 등에 따뜻한 손길이 느껴졌다.“괜찮아. 엄마가 있잖아. 앞으로는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야.”이유영은 말없이 고개를 숙였고 눈물이 눈가에 가득 차올랐다. 참으려 해도 눈물이 뺨을 따라 끝없이 흘러내렸다.예전에도 어머니는 그녀를 이렇게 품어주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그녀의 세계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고 그 이후로 어떤 일이 일어나면 모두 혼자 견뎌야만 했다.임소미가 감싸안아 주자 이유영의 마음은 다시금 따뜻함으로 물들어갔다.그리고 이 감정은 그녀의 마음 깊은 곳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앞으로는 아무도 엄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예요.”그녀가 말한 '아무도'는 명백히 진영숙을 가리키고 있었다.그렇게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사람에게서 다시 이런 고통이 돌아올 줄은 몰랐다.“엄마가 널 지켜줄게. 꼭 지켜줄게.”임소미는 그 말을 반복하듯 속삭였다.오늘 밤, 임소미의 마음속에 일어난 파장은 누구도 헤아릴 수 없었다.진영숙이 막말을 퍼붓고 손까지 쓰는 모습을 보며 이유영이 강씨 가문에서 겪었을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를 임소미는 문득 깨달았다.사모님의 우아한 모습은 진영숙에게서 찾아보기 힘들었다.불편한 감정이 들 때마다 손부터 나가는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과 살아야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3화

    이유영이 돌아오고 그녀는 진영숙과 임소미 사이에서 벌어진 격렬한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두 명의 도우미가 진영숙을 붙잡아 끌어내고 있었다.임소미의 얼굴은 창백했고 가슴은 거세게 요동치고 있었다.그녀는 순간적으로 분노가 솟구쳤다.임소미는 이유영을 보자마자 재빨리 붙잡고 말했다.“너 먼저 위로 올라가.”“무슨 일이 있었어?”이유영이 물었다.정씨 가문에 돌아온 지 오래된 만큼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우아하고 온화한 사람인 만큼 지금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임소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진영숙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이유영, 넌 누가 너한테 눈을 기증해 줬는지 모르지? 강이한이 네게 빚을 졌다고 하지만 사실은...”“입 다물어!”진영숙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소미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유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조용히 서 있었고 진영숙은 여전히 무언가 더 말하고 싶어 했지만 더는 이어가지 않았다.그녀는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이유영을 노려보았고 그 눈빛엔 전례 없는 증오가 서려 있었다.예전에 강이한과 결혼했을 때도 진영숙은 이유영을 이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한 번도 따뜻한 시선을 준 적이 없었다.그리고 지금, 용성시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그 증오가 더욱 깊어진 듯했다.“유영아, 너 먼저 위로 올라가.”“엄마.”“올라가!”임소미는 이유영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격하게 소리쳤다.임소미가 이런 식으로 이유영에게 말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의 상황이 임소미에게 얼마나 큰 충격이었는지 그대로 드러났다.이유영은 무언가 더 묻고 싶었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에 말문이 막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뒤돌아 안으로 들어갔다.그 순간, 진영숙은 자신을 붙잡고 있던 도우미들의 손을 뿌리치고 이유영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다.“이유영, 강이한은 너에게 빚진 게 없어. 강이한은 오히려 너 때문에 모든 걸 잃었어. 너야말로 가장 잔인한 사람이야. 네 눈조차..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2화

    임소미는 혈압이 치솟았고 화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내 말이 틀렸나요?”“틀렸냐고? 제대로 된 일을 한 적은 있고? 당신만 제대로 된 선택을 했더라면 유영이와 강이한이 이렇게까지 망가지진 않았을 거야.”임소미는 참았던 감정을 폭발시키며 격렬히 외쳤다.진영숙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임소미의 말이 맞았다. 진영숙은 두 사람 관계에서 많은 잘못을 했다.하지만 지금은 모든 게 달라졌다.강이한은 사라졌고 강서희도 여전히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남은 건 오직 월이 뿐이었다.오늘 이곳에 와서 월이를 보게 된 순간, 월이를 자신의 곁에 두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하게 자리 잡았다.“사람 불러!”임소미가 크게 외치자 집사들과 도우미들이 급히 달려왔다.“이 여자를 당장 내쫓아!”“당신이 감히 그럴 수 있을까?”“뭐라고?”임소미는 잠시 귀를 의심했다.‘이 여자는 지금 도대체 뭐 하려는 걸까?’조금 전 아이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을 보며 아이에게 조금의 정이라도 남아 있는 줄 알았다.하지만 모든 것은 착각에 불과했다.결국 그녀는 후회라는 감정을 모르는 인간이었다.진영숙이 오늘 여기 온 것도, 월이에게 다정하게 굴었던 것도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한 마지막 발악이었다.그녀의 말은 그저 그럴싸한 포장일 뿐 사실은 월이를 자신의 곁으로 끌어들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그리고 뻔뻔하게도 무례하기까지 했다.진영숙은 임소미의 눈을 응시했다. 조금 전까지 남아 있던 따뜻함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 남은 것은 매서운 날카로움뿐이었다.그녀는 침착하게 말했다.“우리 아들이 왜 서주를 떠났는지 내가 정말 모를 거라고 생각했어? 임소미, 당신들은 정말 단 한치의 양심 가책도 못 느꼈어?”왜 강이한이 서주를 떠났는지 시간대와 상황을 조합해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추측이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확신을 가졌다.특히 떠나기 전, 시윤이 건넨 말이 결정적이었다. 이유영이 용성시에서 수술을 받았던 그 시기에 강이한은 서주에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1화

    강이한은 그렇게 어둠 속에서 절망의 고통을 몸소 겪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괴로워도 수술을 받겠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한때 이유영이 어둠 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무력했는지를 그는 이제서야 조금씩 체감하고 있었다....파리에서 진영숙은 다시 백산 별장을 찾았다. 여전히 강이한의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시윤은 강이한이 이정과 신시욱을 데리고 떠났다고 말했다.그 두 사람의 능력을 생각하면 강이한이 스스로 나타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그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진영숙은 어머니로서 절망에 가까운 마음으로 그를 수소문했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그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그리고 알면 알수록 그녀의 마음은 점점 더 불편해졌다.“정말이지, 당신은...”백산 별정까지 찾아온 진영숙의 뻔뻔함에 임소미는 답답함을 참지 못하고 굳은 표정으로 응수했다.진영숙은 한때 유능한 여성이었고 그런 그녀에게 감히 저런 얼굴을 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녀에겐 익숙하지 않은 대우였다.“저는 아무것도 없어요. 저 좀 봐주세요.”그녀의 목소리에는 전에는 없던 고통이 서려 있었다.그렇다. 지금의 진영숙에겐 주변에 기댈 친척도 함께할 가족도 없었다. 그녀의 앞에 있는 건 손녀인 월이 뿐이었다.오늘도 그녀는 월이를 위해 여러 장난감을 준비해 왔지만 임소미는 그 모든 행동이 불쾌하게만 느껴졌다.“당신도 어머니였잖아요. 제 마음이 얼마나 불편한지 알잖아요.”임소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잘라 말했다.‘봐준다고? 당신이었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이유영이 강이한과 결혼했을 때, 진영숙은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심지어 뱃속의 아이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 이토록 헌신적인 할머니 행세를 하니 임소미는 화가 났다.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연극으로밖에 안 보였다.진영숙의 눈엔 고통이 어렸다.“저는 정말 생각하지 못했어요.”임소미의 말에 그녀는 도무지 어떤 대답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무리 자존심 강한 진영숙이라 해도 진실을 알게 된 지금, 과거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40화

    그녀는 어둠에 익숙해지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강이한을 떠난 뒤 어둠 속에서의 삶을 받아들이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고 있었다.신시욱과 이정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다 침묵에 잠겼다. 그 질문은 그들 사이에서도 너무나 무거운 것이었기 때문이었다.이유영이 그때 얼마나 오랜 시간을 그렇게 보냈는지, 사실 그들조차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다만 또렷하게 남아 있는 건 그녀가 깊은 괴로움 속에 잠겨 있었다는 사실뿐이었다.그리고 그녀가 괴로워할수록 사람들은 어둠 속에서의 고독이 얼마나 잔혹한 감정인지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그녀는 깊은 절망 속에 빠져 있었다.그리고 지금의 강이한은 어쩌면 그때의 이유영보다 더한 심연 속에서 절망을 겪고 있었다. 그는 스스로를 벌하고 있었다. 그녀가 겪었던 고통을 똑같이 겪기 위해 같은 어둠 속에 몸을 던졌다.“선생님. 각막 이식 수술 관련 소식이 들어왔습니다.”신시욱은 조심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우천시에 머무는 동안, 신시욱과 이정은 한 번도 수술 신청을 멈춘 적이 없었다.그들은 강이한을 잘 알고 있었다.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었지만 이유영이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그도 절대 강행하지 않았다.이유영이 시력을 잃었을 때, 그녀는 가족들이 몰래 준비했던 이식 수술조차 그녀는 단호히 거절했었다.그리고 지금의 강이한도 마찬가지였다.오랫동안 기다려 온 기회 앞에서 강이한은 조용히 거절했다.“필요 없어. 다른 사람에게 양보해.”두 사람은 말문이 막혔다. 그의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던 두 사람은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필요 없다고? 그게 무슨 뜻이란 말인가?’“선생님.”신시욱의 목소리는 긴장감에 더욱 떨려왔다.그 어떤 강인한 남자라고 해도 이 순간 목소리에서 전해지는 떨림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최근 며칠간 그가 어떻게 지내왔는지 두 사람은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강이한은 자신을 벌하며 살고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정말 이미 충분했다.‘받아야 할 벌은 다 받았는데 왜 여전히 자신을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9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어둠 속에서 지낸 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어둠 속에서 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이제서야 알 것 같았다. 새들의 지저귐이 더 또렷하게 들리고 사소한 바람 소리 하나에도 감각이 예민해졌다.강이한은 우천시에 있는 주택 마당에 놓인 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우천시에 오늘같이 이렇게 따스한 햇살이 비추던 때가 언제였던가?이정이 조심스레 다가와 담요를 덮어주며 말했다.“햇살은 있어도 아직은 쌀쌀하네요.”말은 없었지만 강이한은 이정의 발걸음 소리와 숨소리로 그가 신시욱이 아님을 알아차렸다.그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번졌다.그때의 이유영도 지금처럼 감각이 예민했을까?“이정.”“네.”“유영이는 이 마당이 어떤 모습인지 전혀 보지 못했겠지?”“네.” 이정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이유영은 이곳에서 몇 개월을 머물렀지만 실상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이 마당은 끝내 그녀에게 낯선 곳으로 남게 되었다.지금 그녀를 우천시로 다시 데려온다 한들 스스로 길을 찾아올 수도 없을 것이다.강이한은 낮게 중얼거렸다.“하지만 유영이는 이 마당에 뭐가 있는지는 알고 있었어.”그렇다. 보지 못했어도 그녀는 감각으로 모든 것을 구분했다. 마치 지금의 강이한처럼.이정이 조심스레 물었다.“이럴 가치가 있었습니까?”그가 이곳에 온 이후, 누군가가 처음으로 던진 질문이었다. 그는 말할 수 없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가치가 있었는지는 사람이 판단할 수 있는 게 아니야.”그것은 마음으로 느끼는 것이다.그리고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유영에게 진 빚은 결코 눈 한 쌍으로는 갚을 수 없다는 것을. 이건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였다.예전에 어둠 속에서 더듬거리던 이유영의 손짓을 떠올리면 가슴이 미어졌다. 지금 자신이 어둠 속에서 겪고 있는 공포는 당시 그녀가 느낀 감정에 닿을 수조차 없었다.점심 식사 시간.“쨍그랑.”강이한이 손을 뻗는 순간, 접시와 그릇이 떨어지며 산산이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공기는 순간 얼어붙었다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8화

    이유영은 자신의 몸에 강이한과 관련된 어떤 흔적도 남기고 싶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남은 인생에서도 강이한과 어떤 방식으로든 다시 얽히는 일을 절대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월이의 일로 인해 그녀는 너무도 깊은 상처를 입었고 강이한을 평생 용서할 수 없었다.그런 사람의 눈을 자신이 기증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그리고 강이한 역시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수술 전에 모든 철수 준비를 마친 것이고 이유영에게는 아무것도 알리지 말라고 지시했다.이미 많은 상처를 준 이후, 아무리 많은 것을 베푼다 해도 이유영의 용서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자신과 이유영 사이에는 어떠한 선택지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 과감하게 그녀의 손을 놓은 것이다.‘이렇게 되면 두 사람 사이에 더 이상 빚진 것이 없게 되는 걸까?’하지만 단순히 눈을 기증했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유영아, 왜 강이한에 관해 묻는 거야? 혹시...”소은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결국 그녀는 언제나 이유영 편이었다.특히 수술 전, 마지막으로 강이한을 마주했을 때 그가 남긴 말을 들은 후로 그녀조차도 강이한을 용서할 수 없다고 느꼈다.“나랑 장난해?”소은지의 말에 이유영의 표정은 단숨에 싸늘해졌다.그 차가운 기색을 확인한 소은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야... 그래, 그렇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소은지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나는 그냥 권력에 그토록 집착했던 사람이 어떻게 갑자기 서주를 내려놓았는지 궁금했을 뿐이야.”“음모일지도 모르지.”소은지는 잠시 생각하다 이렇게 말했다. 그녀는 화제를 서둘러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 했다.“...”‘음모’라는 단어에 이유영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소은지는 그녀의 웃음을 보고 또 한 번 안도했다.“ 월이 보러 왔을 때, 그 사람이 뭐라고 했는지 알아?”“뭐라고 했는데?”“일어날 일은 언제든지 다시

  • 회귀후 전남편과 이혼   제1237화

    강이한은 서주에서의 모든 일을 철수하고 사라졌다. 그와 함께하던 사람들도 함께 자취를 감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유영은 그저 강이한의 또 다른 속임수일 거라고 생각했다.강이한과 박연준, 두 사람은 누군가를 철저하게 속이는 데에 능숙한 사람들이었다.박연준은 진짜로 서주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었고 진영숙은 파리에서 집요하게 강이한의 행방을 묻고 다녔다. 그걸 보며 이유영은 강이한이 정말로 사라졌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무슨 생각해?”반산월에서 소은지는 이유영의 어두운 얼굴을 보고 조심스레 물었다.이유영은 고개를 들며 말했다.“은지야.”“응?”“어떻게 된 거라고 생각해?”서주의 현 상황은 여전히 알 수 없는 부분이 많았지만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거치며 이유영은 점점 확신에 가까워졌다.강이한은 정말 그의 사람들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그는 마치 세상에서 흔적 없이 사라진 듯했다.권력을 중시하던 인물이었기에 은둔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강이한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로 조용히 지낼 성격이 아니었다.“뭐라고?”소은지는 이유영의 갑작스러운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듯 되물었다.이유영은 소은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강이한이... 정말 사라졌어.”“그래. 그 얘기 예전에도 했었잖아.”이유영이 이제서야 이 사실을 믿게 되었다는 것을 소은지는 알아챌 수 있었다.예전엔 믿지 않았던 이유영의 모습이었지만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그녀는 강이한의 실종을 인정하고 있었다.강이한과 박연준은 이유영의 마음속에서 그리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연서의 사건이 터진 이후, 그녀는 두 사람을 음모로 가득 찬 사람들로 생각했고 그래서 처음 강이한이 사라졌다고 했을 때도 이유영은 그것을 단순한 음모의 연장이라 여겼다.두 사람은 늘 서로 무관한 척 행동했지만 그 뒤에는 누구도 상상 못 할 거대한 연관성이 있었던 것이다.신지수는 여러 번 전화를 걸어왔다.강이한이 서주를 떠난 후, 신씨 가문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보았고 그녀는 그 일을 처리하면서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