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을 들은 이시욱은 당황한 얼굴로 상사를 바라보았다.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결과였다. 조형욱은 한지음에게 굉장히 친절하게 굴었고 이번 사건이 완전히 한지음과 무관하다는 증거도 없었다.강서희가 혼자서 이런 짓을 벌였다는 것도 잘 납득이 되지 않았다.강이한이 왜 강서희에게만 벌을 내리고 한지음은 내버려 두었는지, 아무도 그의 의도를 알지 못했다.한지음을 홍문동에서 내보내는 것 이외에 강이한은 그녀에게 어떤 추궁도 하지 않았다.증거가 부족해서일까?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을까?강이한의 신변에 오래 있은 이시욱마저도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대표님, 어디 가십니까?”이시욱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강이한은 어느새 외투를 챙기고 밖으로 나가고 있었다.이시욱의 부름에 그는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며칠 전에 비해 많이 야윈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시욱은 한숨을 내쉬었다.강이한은 눈을 질끈 감고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이유영의 사람들과 박연준의 사람들을 방해하지 마.”지현우의 필적 감정은 그가 이시욱을 시켜 결과를 조작한 것이었고 박연준의 직원들도 적지 않게 그들의 방해를 받고 있었다.하지만 그 말 한 마디로 모든 인원이 철수하게 될 것이다.이시욱은 충격 어린 얼굴로 상사를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대표님….”대체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걸까?지현우와 박연준의 사람들이 진실을 밝혀낸다면 세강은 속절없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강이한은 이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실형을 살게 될 수도 있었다.하지만 가늘게 떨고 있는 상사의 어깨를 보자 이시욱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의 모습이었다.그가 이유영을 오해했기 때문에 그녀가 가진 모든 것을 망가뜨렸고 그녀를 구치소에 보내고 말았다.10년을 함께한 정 때문에 흔들린 적은 있었지만 그녀 역시 그들의 10년 때문에 괴로웠을 것이다.이유영은 생전에 계속해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를 찾고 있었고 강이한은 계속해서 그 증거들을 모두 파멸시켰
강이한이 오히려 먼저 입을 열었다.“이정.”“네, 도련님.”“무덤을 옮길 준비를 하지.”“네?”이정은 묻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유영의 무덤을 강이한이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하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강이한은 무덤 앞에 놓여있는 이유영의 사진을 만졌고 비바람 때문인지 눈물 때문인지 구분이 가지는 않았지만, 얼굴이 흠뻑 젖어있었다.“유영이를 그녀의 고향인 청하에 묻어줘야지.”강이한은 청하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유영이 멀고 먼 파리의 땅에 묻혀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이정은 강이한의 평온하게 내뱉은 말 한마디에서 그가 얼마나 자기의 아내인 이유영과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지 느껴져서 덩달아 감동했다.‘유영 씨를 청하로 데려가려고 파리로 온 거였네.’그녀는 강이한의 결정이 많은 반대와 방해를 받을 건지 알고 있었지만, 입밖으로 꺼내지 않고 간결하게 답했다.“네, 준비하겠습니다.”강이한은 단지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었기에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필요도,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강이한은 평소 모든 일에 이성적인 사람이었다.하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은 강이한이 아내의 죽음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지금은 애써 이성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이유영의 죽음 이후, 강이한은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사명을 가지고 모든 뒷일을 처리했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정국진은 강이한이 무덤을 옮기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제지하려고 달려왔다.그의 말투는 유난히 차가웠다.“유영이한테 왜 그러는 거야? 편안하게 보내주면 안 돼?”강이한은 이유영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정국진을 제대로 쳐다볼 용기가 없었다.그도 그럴 것이 전생에는 이유영에게만 악행을 저질렀다고 해도 이번 생에서는 박연준, 정유라 등 그녀의 주변 사람들도 가만두지 않았으니까 말이다.강이한은 정국진의 날카로운 말투에도 담담하게 답했다.“유영이는 외로운 걸 두려워해요.”“틀렸어,
강이한은 손을 미친 듯이 떨면서 이유영의 심장박동을 느끼려고 유골함을 꽉 안아봤지만,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고 차갑기만 했다.“유영아...”작은 유골함을 꼭 껴안은 강이한의 심장은 질식할 정도로 아팠다.강이한은 불이 나기 전에 모든 기억이 떠올랐다면 비극을 막을 수도 있고 이렇게 허망하게 이유영을 떠나보내지 않았을 것 같아 자꾸만 하늘이 원망스러워졌다.‘왜 이제야 기억이 떠오르게 한 거죠? 왜 저한테 또 이런 고통을 주시는 거죠?’이제는 너무 늦었고 비참한 결과를 바꿀 수도 없었다.강이한은 유골함을 오랫동안 껴안고 있다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집으로 가자.”...와인 농장.정국진이 방으로 들어왔을 때 마침 의사가 이유영에게 약을 바꿔주고 있었다.그녀의 팔과 목에는 한눈에 보일 정도로 많은 흉터들이 있었지만 다행히도 얼굴에는 약간의 상처만 있었다.이유영은 이틀 동안 많은 고통을 겪었다.그녀는 의사가 소염제를 묻힌 솜으로 상처 부위를 닦아내자, 아프고 쓰라린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냈다.“헉!”다시 태어난 이후 더욱 강인해졌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흰 가운을 입은 남자는 그녀를 한 번 보고는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미안하지만 조금 아플 거예요, 우리 잘 참아봐요.”“음.”이유영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았다.그리고 다음 순간, 의사는 지혈 솜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입술이 터져서 피나요.”이유영은 처음으로 눈앞의 남자에게 시선을 줬고 그를 훑어보았다.“감사합니다.”지혈 솜을 받아 입에 물었지만 통증을 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소도윤은 파리 최고의 화상 전문의였고 그에게 치료받으면 성형수술로 회복할 확률이 높다고 소문이 자자했다.그는 장사에는 관심이 없어 금융학을 배우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바램에도 의학을 선택했고 지금 파리에는 20여 개의 병원을 소유하고 있었다.하지만 평소 성격이 괴팍하고 방문진료도 하지 않던 그가 와인 농장까지 와서 이유영을 치료해주는 건 외삼촌의 정국진이 얼마나 애
이유영은 말을 하면서도 자기가 가소롭다고 생각했다.“배 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고통은 감당해야죠.”그녀는 말을 마치고 나서 무거운 화제로 인해 소도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았다.배 속의 아이를 좋아하고 사랑하더라도 강이한의 피가 섞였기에 결국 지울 수밖에 없었다.그냥 지금 자기 배 속에 있는 한 달, 일주일, 단 하루라도 아이가 고생을 적게 하도록 보호해 주고 싶을 뿐이었다. 소도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세상에는 일을 해결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자기를 힘든 방향으로 내모는 선택은 하지 말기를 바랄게요.”이유영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해결 방식이 있다는 소도윤의 말만 맴돌았다.‘아이를 지우는 것 빼고 또 무슨 방식이 있는 걸까?’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았고 소도윤도 묵묵히 그녀를 치료해 줬다.이유영도 생각에 잠겨 통증을 느끼지 못했고 더 이상 끙끙거리지도 않았다.... 치료가 끝나자, 소도윤은 이유영에게 몇 마디 당부한 후 몸을 돌려 방을 나섰고 옆에 있던 간호사도 서둘러 물건을 정리하고 따라나섰다.이유영은 문밖에서 정국진과 소도윤이 한참 얘기를 나누다 소도윤이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떠나는 것을 보고는 스르륵 잠이 들었다.방에 들어온 정국진은 잠이 든 이유영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사고 이후 와인 농장에 온 이유영은 몸이 더 허약해져서인지 계속 잠만 잤고 며칠 사이에 몸이 많이 말랐어도 기품은 꺾이지 않았다.“외숙모가 너 먹으라고 담백한 수프를 끓였어, 의사도 네가 영양에만 더 신경 쓰면 빨리 회복할 거라고 했어.”이유영은 잠결에 정국진의 말을 듣고 마음이 울컥했다.“외삼촌.”그녀는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느라고 정국진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이유영은 강이한때문에 구치소에 끌려갔을 때도 나타나지 않았던 정국진이 왜 이번 사고에서 그녀를 구해주고 청하까지 가서 그녀를 데리고 왔는지 알지 못했다.정국진은 이유영을 바라보며 예리하게 물었다.“그때 사고로 죽
이유영은 이번 화재로 인해 불을 두려워하게 되었다.하지만 그녀가 더욱 두려워진 건 아무리 운명을 바꾸려고 몸부림을 쳐도 바꿀 수 없는 슬픈 현실이었다.“이번 일로 너한테 정말 실망했어!”정국진은 화가 났는지 말이 끝나고 나서 몸을 돌려 방을 나가버렸다.실망이라는 두 글자가 이유영의 명치를 세게 내리쳤다.그녀는 한동안 충격에 빠져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얼마 뒤, 외숙모인 임소미가 수프를 들고 들어왔지만, 이유영은 입이 붙어버린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임소미가 이유영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회복이 빠르지.”“외숙모.”임소미는 지금 정씨 가문의 별장이 아닌 와인 농장에서 살고 있다.‘유미의 약혼자가 나 때문에 사고를 당했는데도 원망은커녕 날 보살펴 주다니!’이유영은 임소미의 생각을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임소미는 수프 한 숟가락을 떠서 이유영에게 건네주었다.“마셔봐.”“외숙모?”이유영은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차마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그리고 임소미의 피곤한 모습과 슬픈 눈빛에서 정유미의 일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 상황에서 왜 아직도 외삼촌과 외숙모는...?’“유영아, 일이 가끔은 네 생각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어, 지금은 다른 생각하지 말고 치료에만 집중해.”“외숙모, 유미는...”임소미는 이유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를 냈다.“더 이상 얘기하지 마!”이유영은 갑작스러운 임소미의 반응에 놀랐지만, 그녀는 금방 평정심을 찾았다.“...”이유영은 함께 지낸 3개월 동안 줄곧 온화하던 임소미가 자기 때문에 화났다고 생각했다.그도 그럴 것이 강이한이 이유영에 대한 복수만 아니었더라면 정유미의 약혼자인 심하준이 죽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유영은 미안한 마음에 임소미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어색하게 변했고 임소미는 대답 대신 이유영에게 또다시 수프를 한 숟가락 떠서 건넸다.이유영은 주변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고 나서
이유영은 자기밖에 남지 않았다는 임소미의 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녀는 문득 정유라한테도 무슨 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동공이 커지면서 얼굴색도 더욱 핏기 없이 창백해졌다....강이한은 유골함을 갖고 청하로 돌아왔다.이정은 그가 청하로 돌아온 후, 유골함을 적절한 장소에 묻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홍문동으로 가지고 왔다.사람이 사는 집안에 유골함을 둔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었다.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진영숙은 식탁 오른쪽에 유골함을 놓고 밥을 먹고 있는 강이한을 보고는 숨이 넘어갈 뻔했다.“미친 거야?”진영숙은 이유영이 살아있을 때도 자기 아들을 힘들게 하다가 죽어서까지도 괴롭힌다는 생각에 식탁에 놓여있는 유골함을 엎지르려고 했다.하지만 강이한은 그녀의 손목을 잡으면서 차갑고도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유영이가 살아있을 때도 손찌검을 하시더니 그녀의 유골함에까지 손을 대려고요?”진영숙은 강이한의 차가운 시선에 순간 멍해졌다.이유영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던 중에 이런 일이 생기면서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진영숙은 강이한의 강렬하고 차가운 눈빛에도 불구하고 입을 열었다.“이한아, 그 애는 이미 죽었잖아.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안 그래?”그녀는 아직도 이유영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산 송장처럼 지내는 강이한이 안타까웠다.강이한은 진영숙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면서 말했다.“유영이가 저한테 시집오고부터 그동안 쭉 괴롭히셨잖아요, 죽었으면 놔줄 때도 됐잖아요, 왜 계속 이러시는 거예요?”“...”그의 말에 진영숙의 얼굴은 창백해졌다.강이한의 직설적인 말은 그 어떤 비난보다도 그녀의 마음을 후벼팠다.“이한아, 엄마는 다...”“그만해요!”강이한은 아무 얘기도 듣고 싶지 않은지 진영숙의 말을 끊어버렸다.진영숙은 아들이 유골함을 곁에 두고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화는 사그라들고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프기만 했다.세상에 어떤 엄마가 자기 아들이 이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겠는가.“유영이가 너
진영숙은 강서희가 구치소에 끌려간 데다가 강이한까지 여자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니까 머리가 아팠다.밖에서는 지금 강씨 집안이 뒤죽박죽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게다가 강서희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까지 돌면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다.“이한아, 서희를 계속 구치소에 계속 두는 건 집안 이미지에 좋지 않아.”진영숙은 강서희에 관한 증거가 모두 강이한에게서 나온 것을 알고 그가 강서희를 놓아주기를 바랐다.그러나 강이한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조용히 앞에 있는 와인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진영숙은 강이한의 태연한 행동에 급해졌다.“서희가 네 친동생은 아니더라도 함께 자랐잖아, 근데 어떻게 여자 때문에...”“유영이는 남이 아니에요!”강이한은 이런 상황에서도 강서희를 감싸고 도는 진영숙에게 실망했고 이유영이 자기가 곁에 없을 때 당했을 수모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났다.“이한아, 내 말은 그 뜻이 아니야.”“그럼 뭔 데요? 유영이를 어떻게 생각한 건데요?”진영숙은 강이한의 계속되는 날카로운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강서희의 일 때문에 사정하려고 온 그녀였지만 그의 강경한 태도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진영숙은 홍문동에 유골함을 계속 두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말을 꺼냈다.“아무리 그래도 유골함은 땅에 묻어야지 여기에 두는 건 안 돼!”“묻을 거예요.”강이한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말투였다.진영숙은 이유영의 죽음으로 인해 충격을 받아 자기의 삶까지 포기할 것 같아 문득 불안해졌다.“이한아...”강이한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홍문동에 들어온 후부터 강이한은 줄곧 지금의 식탁 위치에서 밥을 먹었었고 이유영도 그의 옆에 앉아 우아하게 밥을 먹었었다.그는 이유영이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그녀가 좋아하던 갈비를 골라서 그녀 자리의 접시에 덜어줬다.진영숙은 강이한의 행동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지만 자기의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무거운 마음으
구치소에 갇혀있는 며칠 동안 강서희는 계속 강이한만 찾았다.“오빠를 만나게 해주세요.”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냉랭했다.“지금 모든 증거가 입증되었기 때문에 이러셔도 소용이 없습니다.”“오빠를 한 번만 만나게 해주세요.”강서희는 모든 증거가 입증이 되었다는 경찰의 말을 듣는 순간 며칠간의 고생이 수포가 된 것 같았다.몇 년 동안 그녀가 아무런 나쁜 짓을 해도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 누구에게도 의심받지 않았다.게다가 이유영이 살아있던 동안 강서희가 그녀를 아무리 괴롭혀도 다들 모른척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편이 되어주던 사람들이 자기를 심문하기 시작하고 엄마와 오빠까지 보러 오지 않자, 강서희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런 적 없어요, 전 아니에요!”총명한 강서희는 강씨 집안 사람들이 구해주기 전까지 모든 질문에 부인만 한다면 쉽게 나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서희 씨, 저희가 묻는 건...”“더 이상 묻지 마세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강서희는 계속되는 추궁에 소리쳤다.그녀는 강씨 집안 사람들이 지금은 화가 나서 모른척한다고 해도 화가 가라앉으면 자기를 구치소에서 빼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하지만 그녀의 모든 일에 같이 참여한 한지음이 수사를 제대로 받지도 않고 빠져나가자,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현실을 부정하고만 싶었다....기다림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강서희는 자기가 며칠 동안 구치소에서 어떻게 보냈는지도 몰랐다.전에 이유영이 구치소에 들어왔을 때 확실한 증거가 있었음에도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지만, 강서희가 들어온 지 보름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보러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강씨 집안 사람들이 날 도와줄까? 아직 나에 대한 믿음이 남아있을까?’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더욱 자신감을 잃어갔고 점점 절망감만 쌓여갔다. 드디어!보름 후, 누군가가 강서희를 만나러 구치소로 왔다.그녀는 강이한이 자기를 용서하러 온 줄 알고 기대감에 접견실로 향했지만, 마주한 사람은 강이한도 진여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