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영은 말을 하면서도 자기가 가소롭다고 생각했다.“배 속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이 정도 고통은 감당해야죠.”그녀는 말을 마치고 나서 무거운 화제로 인해 소도윤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을 보고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았다.배 속의 아이를 좋아하고 사랑하더라도 강이한의 피가 섞였기에 결국 지울 수밖에 없었다.그냥 지금 자기 배 속에 있는 한 달, 일주일, 단 하루라도 아이가 고생을 적게 하도록 보호해 주고 싶을 뿐이었다. 소도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세상에는 일을 해결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자기를 힘든 방향으로 내모는 선택은 하지 말기를 바랄게요.”이유영의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해결 방식이 있다는 소도윤의 말만 맴돌았다.‘아이를 지우는 것 빼고 또 무슨 방식이 있는 걸까?’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하지 않았고 소도윤도 묵묵히 그녀를 치료해 줬다.이유영도 생각에 잠겨 통증을 느끼지 못했고 더 이상 끙끙거리지도 않았다.... 치료가 끝나자, 소도윤은 이유영에게 몇 마디 당부한 후 몸을 돌려 방을 나섰고 옆에 있던 간호사도 서둘러 물건을 정리하고 따라나섰다.이유영은 문밖에서 정국진과 소도윤이 한참 얘기를 나누다 소도윤이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떠나는 것을 보고는 스르륵 잠이 들었다.방에 들어온 정국진은 잠이 든 이유영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사고 이후 와인 농장에 온 이유영은 몸이 더 허약해져서인지 계속 잠만 잤고 며칠 사이에 몸이 많이 말랐어도 기품은 꺾이지 않았다.“외숙모가 너 먹으라고 담백한 수프를 끓였어, 의사도 네가 영양에만 더 신경 쓰면 빨리 회복할 거라고 했어.”이유영은 잠결에 정국진의 말을 듣고 마음이 울컥했다.“외삼촌.”그녀는 며칠 동안 혼수상태에 빠져있느라고 정국진을 자세히 볼 수 없었다. 이유영은 강이한때문에 구치소에 끌려갔을 때도 나타나지 않았던 정국진이 왜 이번 사고에서 그녀를 구해주고 청하까지 가서 그녀를 데리고 왔는지 알지 못했다.정국진은 이유영을 바라보며 예리하게 물었다.“그때 사고로 죽
이유영은 이번 화재로 인해 불을 두려워하게 되었다.하지만 그녀가 더욱 두려워진 건 아무리 운명을 바꾸려고 몸부림을 쳐도 바꿀 수 없는 슬픈 현실이었다.“이번 일로 너한테 정말 실망했어!”정국진은 화가 났는지 말이 끝나고 나서 몸을 돌려 방을 나가버렸다.실망이라는 두 글자가 이유영의 명치를 세게 내리쳤다.그녀는 한동안 충격에 빠져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얼마 뒤, 외숙모인 임소미가 수프를 들고 들어왔지만, 이유영은 입이 붙어버린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임소미가 이유영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회복이 빠르지.”“외숙모.”임소미는 지금 정씨 가문의 별장이 아닌 와인 농장에서 살고 있다.‘유미의 약혼자가 나 때문에 사고를 당했는데도 원망은커녕 날 보살펴 주다니!’이유영은 임소미의 생각을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임소미는 수프 한 숟가락을 떠서 이유영에게 건네주었다.“마셔봐.”“외숙모?”이유영은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차마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그리고 임소미의 피곤한 모습과 슬픈 눈빛에서 정유미의 일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 상황에서 왜 아직도 외삼촌과 외숙모는...?’“유영아, 일이 가끔은 네 생각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어, 지금은 다른 생각하지 말고 치료에만 집중해.”“외숙모, 유미는...”임소미는 이유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를 냈다.“더 이상 얘기하지 마!”이유영은 갑작스러운 임소미의 반응에 놀랐지만, 그녀는 금방 평정심을 찾았다.“...”이유영은 함께 지낸 3개월 동안 줄곧 온화하던 임소미가 자기 때문에 화났다고 생각했다.그도 그럴 것이 강이한이 이유영에 대한 복수만 아니었더라면 정유미의 약혼자인 심하준이 죽을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이유영은 미안한 마음에 임소미에게 사과했다.“죄송해요.”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는 어색하게 변했고 임소미는 대답 대신 이유영에게 또다시 수프를 한 숟가락 떠서 건넸다.이유영은 주변 사람들에게 누를 끼치고 나서
이유영은 자기밖에 남지 않았다는 임소미의 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그녀는 문득 정유라한테도 무슨 일이 생겼다는 생각에 동공이 커지면서 얼굴색도 더욱 핏기 없이 창백해졌다....강이한은 유골함을 갖고 청하로 돌아왔다.이정은 그가 청하로 돌아온 후, 유골함을 적절한 장소에 묻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생각과는 다르게 홍문동으로 가지고 왔다.사람이 사는 집안에 유골함을 둔다는 건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었다.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온 진영숙은 식탁 오른쪽에 유골함을 놓고 밥을 먹고 있는 강이한을 보고는 숨이 넘어갈 뻔했다.“미친 거야?”진영숙은 이유영이 살아있을 때도 자기 아들을 힘들게 하다가 죽어서까지도 괴롭힌다는 생각에 식탁에 놓여있는 유골함을 엎지르려고 했다.하지만 강이한은 그녀의 손목을 잡으면서 차갑고도 날카로운 말투로 말했다.“유영이가 살아있을 때도 손찌검을 하시더니 그녀의 유골함에까지 손을 대려고요?”진영숙은 강이한의 차가운 시선에 순간 멍해졌다.이유영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던 중에 이런 일이 생기면서 죽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진영숙은 강이한의 강렬하고 차가운 눈빛에도 불구하고 입을 열었다.“이한아, 그 애는 이미 죽었잖아. 산 사람은 살아야지, 안 그래?”그녀는 아직도 이유영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산 송장처럼 지내는 강이한이 안타까웠다.강이한은 진영숙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면서 말했다.“유영이가 저한테 시집오고부터 그동안 쭉 괴롭히셨잖아요, 죽었으면 놔줄 때도 됐잖아요, 왜 계속 이러시는 거예요?”“...”그의 말에 진영숙의 얼굴은 창백해졌다.강이한의 직설적인 말은 그 어떤 비난보다도 그녀의 마음을 후벼팠다.“이한아, 엄마는 다...”“그만해요!”강이한은 아무 얘기도 듣고 싶지 않은지 진영숙의 말을 끊어버렸다.진영숙은 아들이 유골함을 곁에 두고 밥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화는 사그라들고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프기만 했다.세상에 어떤 엄마가 자기 아들이 이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겠는가.“유영이가 너
진영숙은 강서희가 구치소에 끌려간 데다가 강이한까지 여자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니까 머리가 아팠다.밖에서는 지금 강씨 집안이 뒤죽박죽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게다가 강서희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까지 돌면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었다.“이한아, 서희를 계속 구치소에 계속 두는 건 집안 이미지에 좋지 않아.”진영숙은 강서희에 관한 증거가 모두 강이한에게서 나온 것을 알고 그가 강서희를 놓아주기를 바랐다.그러나 강이한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조용히 앞에 있는 와인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진영숙은 강이한의 태연한 행동에 급해졌다.“서희가 네 친동생은 아니더라도 함께 자랐잖아, 근데 어떻게 여자 때문에...”“유영이는 남이 아니에요!”강이한은 이런 상황에서도 강서희를 감싸고 도는 진영숙에게 실망했고 이유영이 자기가 곁에 없을 때 당했을 수모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났다.“이한아, 내 말은 그 뜻이 아니야.”“그럼 뭔 데요? 유영이를 어떻게 생각한 건데요?”진영숙은 강이한의 계속되는 날카로운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강서희의 일 때문에 사정하려고 온 그녀였지만 그의 강경한 태도에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진영숙은 홍문동에 유골함을 계속 두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말을 꺼냈다.“아무리 그래도 유골함은 땅에 묻어야지 여기에 두는 건 안 돼!”“묻을 거예요.”강이한은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말투였다.진영숙은 이유영의 죽음으로 인해 충격을 받아 자기의 삶까지 포기할 것 같아 문득 불안해졌다.“이한아...”강이한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홍문동에 들어온 후부터 강이한은 줄곧 지금의 식탁 위치에서 밥을 먹었었고 이유영도 그의 옆에 앉아 우아하게 밥을 먹었었다.그는 이유영이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그녀가 좋아하던 갈비를 골라서 그녀 자리의 접시에 덜어줬다.진영숙은 강이한의 행동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지만 자기의 말을 듣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는 무거운 마음으
구치소에 갇혀있는 며칠 동안 강서희는 계속 강이한만 찾았다.“오빠를 만나게 해주세요.”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냉랭했다.“지금 모든 증거가 입증되었기 때문에 이러셔도 소용이 없습니다.”“오빠를 한 번만 만나게 해주세요.”강서희는 모든 증거가 입증이 되었다는 경찰의 말을 듣는 순간 며칠간의 고생이 수포가 된 것 같았다.몇 년 동안 그녀가 아무런 나쁜 짓을 해도 빠져나올 수 있었고 그 누구에게도 의심받지 않았다.게다가 이유영이 살아있던 동안 강서희가 그녀를 아무리 괴롭혀도 다들 모른척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의 편이 되어주던 사람들이 자기를 심문하기 시작하고 엄마와 오빠까지 보러 오지 않자, 강서희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런 적 없어요, 전 아니에요!”총명한 강서희는 강씨 집안 사람들이 구해주기 전까지 모든 질문에 부인만 한다면 쉽게 나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서희 씨, 저희가 묻는 건...”“더 이상 묻지 마세요, 전 아무것도 몰라요!”강서희는 계속되는 추궁에 소리쳤다.그녀는 강씨 집안 사람들이 지금은 화가 나서 모른척한다고 해도 화가 가라앉으면 자기를 구치소에서 빼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하지만 그녀의 모든 일에 같이 참여한 한지음이 수사를 제대로 받지도 않고 빠져나가자, 그녀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현실을 부정하고만 싶었다....기다림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었다.강서희는 자기가 며칠 동안 구치소에서 어떻게 보냈는지도 몰랐다.전에 이유영이 구치소에 들어왔을 때 확실한 증거가 있었음에도 밖에서 많은 사람들이 도와줬지만, 강서희가 들어온 지 보름이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녀를 보러 온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강씨 집안 사람들이 날 도와줄까? 아직 나에 대한 믿음이 남아있을까?’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더욱 자신감을 잃어갔고 점점 절망감만 쌓여갔다. 드디어!보름 후, 누군가가 강서희를 만나러 구치소로 왔다.그녀는 강이한이 자기를 용서하러 온 줄 알고 기대감에 접견실로 향했지만, 마주한 사람은 강이한도 진여욱도
강서희가 진영숙에게 묻자 왕숙이 언짢아졌다.진영숙만 생각하면 화가 났지만 그녀 앞에서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부인께서 요즘 바쁘십니다.""오빠는요?"강서희가 차갑게 웃었다.이 웃음은 자신을 조롱하는 것인지, 그녀가 전에 가졌던 모든 것을 조롱하는 것인지 몰랐다.'바쁘다니, 뭐가 바쁘다는 말인가. 그녀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단 말인가?'왕숙은 강서희를 보고는 억눌린 어조로 말했다."도련님의 상태도 요즘 걱정됩니다.""우리 오빠가 왜요?"강이한의 상태가 걱정이라는 말에 강서희의 말투가 긴장되기 시작했다.그녀는 정말 자신과 함께 자란 이 오빠를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었다. 강씨 집안의 다른 사람들이 어떻든 그녀는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하지만 강이한이 별로 좋지 않다는 말을 듣기만 하면 그녀는 걱정됐다.강서희가 강이한을 걱정하는 것을 보고 왕숙은 가뜩이나 답답했던 마음이 더욱 화가 났다."그들이 어떻게 아가씨를 내버려 둘 수 있겠습니까?"그야말로 강씨 가문을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이었다.왕숙은 분노로 가득 찼다."……""부인께서는 요즘 회사 일로 바쁘십니다. 도련님, 도련님은..."강이한 얘기가 나오자 왕숙이 굳었다.강서희는 인내심이 없어서 계속 기다릴 수 없었다."말해봐요."왕숙은 그녀가 그동안 외부 소식을 접하지 못하고 지루하고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강서희가 가장 듣고 싶은 소식은 의심할 것 없이 강이한의 소식이었다.왕숙은 그녀를 쳐다보고는 결국 입을 열었다."그 여자가 죽었습니다."그 여자가 죽었어, 죽었다는 건 강서희도 이미 알고 있었다. '왕숙, 지금 무슨 뜻이지?'"도련님은 매일 그 여자의 유골함을 가지고 홍문동에 가셔서 문도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회사도 상관하지 않습니다.""…""부인은 지금 바빠서 아가씨를 돌볼 겨를이 없습니다. 아가씨도 강씨 집안에서 자랐고 오랫동안 가족으로 지냈는데 어떻게 아가씨를 내버려 둘 수 있겠습니까?"왕숙은 말할수록 화가 났다.이번에 강서희를 데려왔을 때,
왕숙이 나갔다.강서희는 어떻게 돌아왔는지 정신이 아찔했고 온통 머릿속은 홍문동의 모든 것 때문에 충격을 받았다.그녀는 미치도록 이유영을 질투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죽은 사람을 질투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질투했다."하하, 졌어.”자신을 조롱하며 웃다 보니 눈물까지 나왔다.'어쩐지 요즘 아무도 날 신경 쓰지 않더라니. 가장 신경 쓰는 일이 있어서 그런 거지.'진영숙의 사랑은 항상 이기적이었고 그녀를 입양하더라도 그녀를 무시했고 잘해준 것도 그녀가 예뻐서, 이용할 가치가 있어서였다.지금 그녀는 여기에 갇혀 계속 나갈 수 없었다. 밖에 나가면 그녀의 악명이 높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이렇게 평판이 좋지 않은 것은 진영숙에게도 사용 가치를 잃었기 때문이었다.그러면 강이한은... 그녀의 모든 희망은 그에게 있지만 지금 그녀의 모든 희망도 그로 인해 깨졌다.그녀는 정말 졌다. 다시 재판하게 되었을 때, 강서희가 말했다."저, 한지음을 만나겠어요.”결국 말을 바꿨다. 전에는 항상 강이한과 진영숙을 만나겠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한지음을 만나겠다고 했다.이 말을 할 때, 그녀는 마치 천지가 뒤집힌 후 모든 것이 평온해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감정도 예전만큼 격해지지 않았다.상대방은 서로를 한 번 쳐다보고 마침내 그녀의 요구를 만족시켰다.두 시간 후, 한지음이 왔다. 응접실에 있던 그녀는 미심쩍은 듯 손으로 부채질을 했고 보이지 않아도 강서희의 낭패를 볼 수 있었다.강서희는 그녀의 이런 움직임에 자극을 받았는지 신경이 흐트러졌다.그녀는 지금 이렇게 낭패한 데 반대로 한지음을 보면... 들어온 이후로 그녀는 한지음을 처음 보았다.그녀는 여전히 너무나 깨끗하고 거룩해서 남자든 여자든 그녀의 모습을 보면 측은함을 금할 수 없었다.'지금 그 깨끗한 모습으로 나를 싫어하고 있다는 말인가? 정말 웃기네!'"말해봐, 대체 어떻게 한 거야!"강서희가 흰 천을 두 눈에 뒤집어쓴 한지음을 보며 날카로운 어조로 물었다.그녀는 강
"한지음!""만약 네가 이런 말을 하기 위해서 나를 찾는 거라면 나는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우리의 시간을 지체할 뿐이야.”"분명히 너도 참여했는데 당신은 어떻게 이렇게 모른 척 할 수 있지? 너만 깨끗한 척! 배후에 분명 누군가가 있는 게 분명해!”강서희는 무조건이라는 듯이 말했다.'그래, 한지음의 배후에는 분명 누군가가 있어.'눈앞의 여자를 보며 생각했다. 한때 자신과 협력했을 때, 그녀는 이 여자가 자기를 통해 강이한의 곁에 붙어 있는 줄 알았다.하지만 차근차근 자신을 대신하고, 자신을 뛰어넘어 이유영을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모두 대신해 강이한의 곁을 지키게 됐다. 자기가 업신여기고 이용당했다고 생각했던 그 여자가 말이다.강서희는 한지음을 보고 너무 놀랐다. 특히 그녀의 입가의 야릇한 미소를 보고 말이다."너..."강서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무슨 말을 하려다 입술을 달싹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한지음을 만난 목적도 잊었다.힌지음이 일어나 손을 뻗어 흰색 치마를 정리했는데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우아해 보였다.이 우아함은 마치 한때 높은 위치에서 특별한 훈련을 받은 것만 같았다.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비열해 보이지 않았다.특히 그녀의 숨김없는 우아함은 마치 일부러 인정하듯이, 전에 그녀가 한 말은 모두 거짓말이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 같았다."한지음, 너 이래서는 좋은 결말이 없을 거야!"좀 지나서야 강서희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모든 사람을 속인 건 도대체 무슨 목적이 있는 거지?'강서희가 기만, 분노, 원한을 품었지만 소용이 없었다.그녀는 한지음의 목적을 간파하지 못했다. 단지 이 여인이 이렇게 무섭다고 여겼을 뿐이었다. 이유영을 그렇게 미워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몰랐다.지금 강이한 곁에 있는 건 정말 그를 사랑하게 된 건지, 아니면 다른 목적이 있는 건지 궁금했다.모든 것이 강서희를 둘러싸고 있어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나는 눈이 먼 사람일 뿐이야.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