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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6화

강이한이 오히려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정.”

“네, 도련님.”

“무덤을 옮길 준비를 하지.”

“네?”

이정은 묻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이유영의 무덤을 강이한이 다른 곳으로 옮기겠다고 하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강이한은 무덤 앞에 놓여있는 이유영의 사진을 만졌고 비바람 때문인지 눈물 때문인지 구분이 가지는 않았지만, 얼굴이 흠뻑 젖어있었다.

“유영이를 그녀의 고향인 청하에 묻어줘야지.”

강이한은 청하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유영이 멀고 먼 파리의 땅에 묻혀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정은 강이한의 평온하게 내뱉은 말 한마디에서 그가 얼마나 자기의 아내인 이유영과 아이를 사랑하고 아끼는지 느껴져서 덩달아 감동했다.

‘유영 씨를 청하로 데려가려고 파리로 온 거였네.’

그녀는 강이한의 결정이 많은 반대와 방해를 받을 건지 알고 있었지만, 입밖으로 꺼내지 않고 간결하게 답했다.

“네, 준비하겠습니다.”

강이한은 단지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 별다른 의도는 없었기에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필요도, 동의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

강이한은 평소 모든 일에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은 강이한이 아내의 죽음에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가 지금은 애써 이성적인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유영의 죽음 이후, 강이한은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사명을 가지고 모든 뒷일을 처리했고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

정국진은 강이한이 무덤을 옮기려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제지하려고 달려왔다.

그의 말투는 유난히 차가웠다.

“유영이한테 왜 그러는 거야? 편안하게 보내주면 안 돼?”

강이한은 이유영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정국진을 제대로 쳐다볼 용기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생에는 이유영에게만 악행을 저질렀다고 해도 이번 생에서는 박연준, 정유라 등 그녀의 주변 사람들도 가만두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강이한은 정국진의 날카로운 말투에도 담담하게 답했다.

“유영이는 외로운 걸 두려워해요.”

“틀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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