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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1화

나상준이 갑자기 차우미의 말을 끊었다. 그의 시선은 한순간에 싸늘하게 변해 있었다.그는 말을 이었다.“우린 3년간 부부였고, 한방에서 지내고 같은 침대에서 잤어. 그런데도 우리 3년간의 부부 감정이 다른 남자들과 비교될 수 있다고 생각해?”“온이샘이 감히 비교할 수 있겠어?”차우미: “...”나상준이 그녀의 말을 끊자, 차우미는 멍해졌다.그런데 나상준의 이어지는 말을 듣는 순간, 입이 떡 벌어져 더더욱 말문이 막혔다.차우미는 믿을 수 없다는 의아한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원래는 아주 간단하게 풀리는 일이었지만 나상준 앞에서는 왜 순식간에 꼬이고 마는 건지 알 수 없었다.마치 실타래가 뒤얽힌 것처럼, 말하면 할수록 더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처음에 차우미는 풀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풀리지 않는 상황이 돼버렸다.그녀는 이제는 나상준과는 소통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소통이 전혀 되지 않았다.나상준은 그의 말에 놀라 말을 잇지 못하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눈에 있던 차가운 기운은 어느새 사라지고, 평소의 무덤덤한 표정이었다.그는 시선을 앞으로 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도 혼자고, 나도 혼자고, 온이샘도 혼자야. 온이샘이 당신 옆에 있을 수 있다면, 나 역시 그럴 수 있어.”“다른 남자가 당신에게 가까이 갈 수 있다면, 나도 마찬가지로 가까이 갈 수 있어.”“이건 내 자유고, 당신은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온이샘이 당신과 친구라면 난 당신과 3년간의 부부정이 있지. 설령 우리가 이혼했다고 해도, 우린 여전히 엮여 있어.”“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은 우리가 이혼했다고 해서 관계를 끊을 수는 없고, 나도 당신과 이혼했다고 해서 완전히 인연을 끊을 수는 없으니까.”“우미 씨, 나는 당신과 아무런 원한이 없고 결혼 생활에서 당신에게 잘못한 게 없다고 생각해. 우리 이혼도 평화롭게 끝났으니 원한 같은 건 존재하지 않잖아. 그래서 우리는 온이샘보다 더 가까운 사이여야 한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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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하지만 어떤 일은 아무리 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 안 되는 건 정말 안 되는 거다.차우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나상준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차 안은 순간적으로 너무 조용해서,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것 같았고 숨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것 같아 듣는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차우미는 시선을 돌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가는 풍경을 바라봤다.불과 몇 달 전에 이 도시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3년 동안 살았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처음 온 것처럼 낯설었다.어느새 차우미의 마음속엔 묘한 감정이 피어올랐고, 머릿속엔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그 장면들은 모두 그녀가 청주에서의 기억들이었다.청주를 떠나면서 그 기억들도 봉인되었는데, 오늘 그녀가 돌아오자 조용히 풀려나듯 다시 떠올랐다.차우미의 생각은 점점 멀어졌고,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나상준과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잊어버렸다.시간은 소리 없이 흘렀지만, 이곳은 정지된 것 같았다. 마치 일시 정지 버튼이 눌러진 것처럼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옆 사람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주소.”차우미는 잠시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나상준은 이미 눈을 떴고, 앞의 짙은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깊은 눈은 마치 끝없는 바다 같아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떨리게 했다.차우미는 마음을 가다듬고 휴대폰을 꺼내 자신이 예약한 호텔을 찾으며 말했다.“금난 호텔이야.”나상준이 입을 열었다.“금난 호텔로 가주세요.”“알겠습니다, 대표님.”곧이어, 운전기사는 방향 지시등을 켜고 다른 길로 들어섰다.차우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옆의 남자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고마워.”그가 자신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결국 그녀의 뜻을 존중해줬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차우미의 눈에 미소가 떠올랐다.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차가운 성격이었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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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밤이 끝없이 내려앉아 도시 전체가 깊은 어둠에 덮였다. 마치 혼돈의 시작처럼,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호텔을 떠나 차는 약 20분 정도를 달려서 별장 앞에 멈췄다.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려 짐을 내려놓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 짐을 나상준의 방에 옮겼다.하지만 짐을 다 옮기고 나와 보니, 나상준은 계단 앞에 서서 불이 켜진 저택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의 눈빛은 깊고 고요했다.운전기사는 호텔 앞에서 차우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나상준의 모습을 보다가 앞으로 나아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대표님께서 저녁 식사를 안 하셨다고 사모님께서 말씀하시던데. 식사를 시킬까요? 아니면 사람을 불러 준비해 드릴까요?”운전기사는 나상준을 오랫동안 모셨다. 차우미가 결혼하기 전부터 나상준을 모셨고 두 사람이 결혼하고 이혼하는 과정도 모두 지켜보았다.운전기사의 눈에 두 사람은 그냥 평범한 부부였다. 서로 예의를 지키며, 다투지도 않고 특별히 달콤하거나 로맨틱한 순간도 없었다. 그저 평온하고 아주 평범한 부부 생활이었다. 다만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운전기사는 잘 알지 못했다.하지만 오랫동안 나상준의 곁에 있으면서 그는 차우미 외에 다른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차우미가 이 집의 안주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비록 두 사람이 이혼했어도 차우미는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그러나 오늘 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운전기사는 뭔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예전에도 얘기는 나누었지만 이렇게 작은 일로 오랫동안 논쟁을 벌인 적은 없었다. 특히 나상준은 이런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않았다.물론, 운전기사는 남자로서 나상준이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의 나상준은 오늘 밤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없었다.단 한 번도 없었다.이혼하기 전, 두 사람은 같이 차에 앉아도 거의 대화가 없었고, 말이 있어도 딱 필요한 말만 하고 금방 끝냈을 뿐 오늘처럼 오랫동안 다투는 일은 없었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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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거의 열한 시이다.그녀가 이렇게 오래 자는 건 드문 일이었다.차우미는 휴대폰에 읽지 않은 메시지나 부재중 전화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침대 머리맡 협탁에 놓은 뒤 일어나 씻고 준비를 했다.나상준은 막 청주로 돌아왔으니 당연히 일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먼저 연락하기가 좀 그랬다.그녀는 그가 먼저 연락해 주길 기다렸다.하지만 차우미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그녀는 이따가 준비를 마치고 나가서 점심을 먹고, 제과를 만들 재료를 살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나상준이 그녀에게 연락해 시간을 확정하면, 그녀는 그 재료를 들고 그의 집에 가서 만들어 놓고, 바로 나예은을 보러 갈 것이다.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차우미는 금세 세수와 단장을 끝냈고, 가방과 휴대폰을 챙긴 후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하고 호텔을 나섰다.청주는 남쪽에 위치해 있어서 기후가 안평과 비슷했다. 모두 정상적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큰 일교차는 없었다.다만 청주는 해안가에 가까워서 여름철에는 안평보다 해가 더 일찍 뜨고 더 일찍 졌다.그리고 청주는 발달한 도시로 도시의 모습이나 지리적 환경 모두 자연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어 이곳의 발전은 안평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차우미는 청주를 떠난 지 몇 달 되었지만, 몇 달이라는 시간이 이곳을 변하게 할 수는 없었다. 이곳은 여전히 그녀가 익숙한 청주였다. 그래서 차우미가 호텔을 나서자 익숙한 공기가 그녀를 맞이하였고,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뜨고 이 햇빛 아래 만개한 풍경을 바라보았다.어젯밤 청주에 도착했을 때, 차에 앉아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녀는 마음속에 낯선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햇빛 아래 서서 밤의 어둠이 걷히고 흐릿했던 풍경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을 보며 그 낯선 느낌이 어느새 사라진 것을 느꼈다.완전히 사라졌다.차우미는 눈앞에 펼쳐진 익숙한 거리와 햇살에 반짝이는 상점들,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드물게 감회에 잠겼다.청주에 다시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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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그 목소리는 어딘가 익숙하고 친근하면서도, 약간의 의문과 불확실함이 섞여 있었다. 그 소리에 차우미는 카트를 밀던 걸음을 멈췄다.차우미는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목소리는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았지만, 당장 기억이 나지 않았다.차우미는 조금 어리둥절해하며 무의식적으로 돌아보았다.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앞쪽, 한 줄로 늘어선 진열대 끝에 있는 긴 통로 앞에 최신형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수수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롱스커트에 굽이 낮은 뾰족한 단화를 신은 진문숙이 서있었던 것이다. 머리는 특별히 손질한 듯했고 얼굴에는 화장을 하고 있어 전혀 40, 50대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30대처럼 어려 보였다.이런 진문숙의 모습은 차우미가 영소에서 봤던 진문숙과는 완전히 달랐다.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차우미는 진문숙을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의 차림새는 영소 병원에서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르지만 차우미는 한눈에 시선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봤다.이 얼굴은 온이샘과 닮았고, 이전에 잠깐 만났을 뿐인데도 그녀에게 매우 친절하고 잘 대해준 사람이었기에 차우미는 기억이 또렷했다.하지만 이렇게 빨리 온이샘의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청주에 온 지 이틀 만에 말이다.이건 정말 뜻밖이고 갑작스러운 일이었다.청주는 큰 도시로, 경제가 발전한 만큼 인구도 많았다. 이런 대도시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그런데 하필 차우미는 쇼핑몰에서, 그것도 이렇게 큰 생활용품 매장에서 진문숙을 만난 것이다.게다가 진문숙이 먼저 그녀를 불러 세웠다.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차우미는 이곳에서 진문숙을 만난 것이 너무 갑작스러워 한동안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지만, 진문숙은 반응이 빨랐다. 차우미가 몸을 돌리는 순간, 그녀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얼굴이 진문숙의 시야에 들어오자, 진문숙의 눈이 반짝였다.“정말 너구나, 우미야!”진문숙은 여기서 차우미를 만날 줄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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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차우미는 진문숙이 이렇게 말할 거라는 걸 예상하였기에 전혀 놀랍지 않았다. 온이샘의 어머니는 정말 좋은 분이고, 매우 열정적이었다. 안 만나면 모를까, 만난 이상 빠져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아주머니, 그게 아니라, 사실 저는 회성에서 일을 막 끝냈고, 부모님께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이틀 정도 금방 처리하고 돌아간다고 말씀드렸어요.”“이번 출장은 시간이 길어서 오랫동안 집에 가지 못했으니, 이틀만 일을 마치고 바로 돌아갈 생각이에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청주에 와서 찾아뵐게요.”차우미는 진문숙의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상 그러는 게 맞았다. 그녀와 온이샘은 지금 단순한 친구 사이일 뿐이었고, 설령 연인 관계라 해도 이렇게 청주에 머물러 있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상냥하고 진심 어린 차우미의 대답에 진문숙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표정이 부드러워졌다.“회성에서 일을 그렇게 오래 한 거야?”차우미가 대답할 틈도 없이 진문숙이 말을 이어갔다.“내가 이렇게 넓은 청주에서 널 만난 것도 참 드문 일 아니겠니? 넌 안평 사람이고 그동안 회성에서 출장 중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만났다는 건 진짜 인연이 아니겠어?”“우미야, 아줌마 말 들어. 청주에서 며칠 더 머물러. 네 일이 다 끝나면 아줌마가 청주 구경도 시켜 줄게.”“너 청주에 처음 와봤지? 우리 청주는 정말 좋아. 발전도 잘 되고, 환경도 좋고, 역사도 풍부하거든. 너 조각하는 걸 좋아하니까 아줌마가 청주의 옛날 장소들을 구경시켜 줄게. 너 분명히 좋아할 거야.”진문숙은 어떻게든 차우미를 붙잡아 두고 싶었다. 물론 차우미가 머물러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만날 기회도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말을 마친 후, 문득 떠오른 게 있는 듯, 진문숙은 재빨리 차우미의 손을 꼭 잡으며 빠르게 말했다.“우미야, 네가 청주에 온 걸 이샘은 아예 아줌마한테 말하지 않았어. 우리 완전 우연히 만난 거야, 절대 계획한 게 아니야.”“이 점은 꼭 믿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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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묻고 난 뒤, 진문숙은 서둘러 말했다.“오해하지 말아. 아줌마가 이렇게 묻는 건 네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 해결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야. 만약 어려운 일이면 아줌마한테 말해. 아줌마가 도와줄게.”“청주에서 웬만한 일은 아줌마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진문숙도 방금 전의 화제에 집착하지 않고, 곧바로 화제를 돌려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방향을 바꾸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차우미는 진문숙이 자신에게 무슨 일을 처리하러 왔냐고 묻는 게 약간 뜻밖이었다. 보통 사적인 일이라면 물어보지 않으니까.하지만 진문숙의 뒤따르는 설명에 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그러고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사실 별거 아니에요. 예전에 친구 아이에게 뭘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는데 지난 몇 달 동안 일이 많아서 자꾸 미뤄지다 보니 결국 못 해줬거든요. 애가 자꾸 졸라대서 이번에 일이 끝난 김에 그 약속을 지키러 왔어요.”차미우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그녀와 나상준는 이혼했지만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덕분에 서혜지와는 여전히 대화를 잘 나누는 친구 사이였다.“아, 그런 일이었구나. 알았어.”“그렇다면 별로 복잡한 일이 아니네, 간단한 일이잖아.”말하면서 진문숙은 차우미의 손을 잡고 카트 안의 물건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지금... 아이한테 줄 걸 사는 중이구나? 뭘 만드는 거니? 장난감인가?”진문숙은 외동아들인 온이샘밖에 없어서 아직 할머니가 되지 않았지만, 가족 중 다른 어린아이들은 그녀를 할머니라고 불렀기 때문에 그녀에게 있어서, 아이는 곧 장난감을 좋아하는 존재였다.차우미는 진문숙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지금 진문숙이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 의도는 분명 그녀가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녀의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든 설득하려는 것이었다.차우미는 잠깐 속눈썹을 떨더니 이내 말했다.“장난감이 아니라 간식이에요. 제가 만든 간식을 그 아이가 좋아해요.”“간식?”진문숙의 눈에 놀라움이 스쳐 갔다.“우미는 간식도 만들 줄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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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전화가 연결되자 진문숙은 상대방이 말도 꺼내기 전에 다급하게 말했다. 이에 상대방은 어이없어 웃음을 터뜨렸다.“아니, 오늘 오후에 무슨 일 있는지 까먹었어?”‘일’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진문숙은 오후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해 냈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우미 쪽을 바라보던 시선도 거둬들였다.진문숙은 휴대폰을 내려 시간을 확인한 후 다시 차우미를 바라봤다.차우미는 쇼핑카트 앞에 서서 손으로 카트를 잡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서 있었다. 마치 뭔가를 생각하는 듯, 얼굴에는 깊은 고민이 드러나 있었다.그 모습을 보자 진문숙의 조급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이 아이는 예의도 바르고, 상황 파악도 잘해. 지금, 이 아이와 이샘의 관계로 봐서는 아마 이샘에게 청주에 온 것을 말하지도 않았을 거야.’이런 생각에 진문숙은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았다.아무래도 아들에게 전화해야 할 것 같았다.자기 혼자만으로는 차우미를 붙잡아 둘 수 없으니, 아들이 나서야 했다.그렇게 마음을 정한 진문숙은 전화기 너머로 말했다.“난...”“여보세요? 왜 말이 없어? 듣고 있어?”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바로 물으며 진문숙의 말을 끊어버렸다.하지만 진문숙이 말을 꺼내자, 전화기 너머 사람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고, 바로 물었다.“갑자기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거야? 목소리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응. 조금. 며느리를 붙잡아 둬야 하거든.”“뭐? 며느리?”“이따가 보자, 일단 끊어.”진문숙은 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바로 끊고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는 진문숙 쪽을 보지 않고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조용히 서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진문숙의 눈에는 애정과 칭찬이 가득했다.차우미는 분명하고 똑똑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며, 철저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진문숙은 웃었다.원칙 있는 아이를 그녀는 무엇보다도 좋아했다.전화를 내려놓고, 진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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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이 사람은 어떻게든 청주에 남겨야 한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녀는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물론 그녀는 이번 기회에 아들 일을 확실히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더 이상 이렇게 느긋하게 기다릴 수는 없었다.이렇게 계속 느긋하게 굴다가는 언제나 손자를 보겠는가.아들은 급하지 않아도, 그녀는 급했다.진문숙은 전화를 걸며 아들을 어떻게 도울지 많은 생각을 굴렸다.한편, 안평에서 온이샘은 방금 수업을 마치고 교재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그는 사무실로 가는 길에 휴대폰을 꺼내서 무음 모드를 해제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막 무음을 해제하자마자 진문숙의 전화가 걸려 왔다.화면에 뜬 전화번호를 본 온이샘은 걸음을 멈췄다. 그는 핸드폰에 뜬 시간을 보고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이내 전화를 받았다.“엄마.”온이샘의 목소리를 듣자, 진문숙의 얼굴에 즉시 미소가 번졌다.매우 만족스러웠다.그녀의 마음속에서 자기 아들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아들로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었다.이제 아들이 드디어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으니, 그녀는 아들을 위해 더 힘을 내야 할 것이다.“이샘아, 지금 바빠?”진문숙은 웃으며 물었고, 목소리는 밝고 명쾌했다. 딱 들어도 좋은 소식이 있는 듯했다.그녀의 웃음소리를 듣자 온이샘의 마음이 놓였다.그는 어머니가 무슨 급한 일이 있는 줄 알았다. 특히 외할머니와 관련된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외할머니는 아직 병원에 계시지만, 상태는 이미 많이 좋아졌다. 매일 전문 간호사가 돌보고 있었고 또 집안 어른들도 교대로 곁을 지키고 있었다.물론 다들 고생이긴 하지만, 외할머니가 안정을 찾으니 모두 긴장을 풀 수 있었고 예전만큼 불안해하지는 않았다.하지만 나이가 많으신 만큼 혹시라도 상태가 악화될까 걱정은 되었다. 그래서 온이샘은 진문숙의 전화를 보자 살짝 긴장했다.하지만 어머니의 안정된 목소리를 듣고 온이샘은 안심했다.“방금 수업 끝났어요. 무슨 일이신데요?”진문숙은 보통 일이 있을 때만 아들에게 전화를 걸 뿐 별일 없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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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거의 확신에 찬 어머니의 말이 귀에 들어오자, 온이샘은 눈살을 찌푸렸다.“청주요?”“우미가... 청주에 있다고요?”온이샘은 휴대폰을 꽉 움켜쥔 채 머릿속으로 진문숙이 방금 한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그는 잘못 듣지 않았다. 어머니는 청주에서 차우미를 봤다고 했다.그렇다면 차우미는 정말 청주에 있는 것이다.청주에 있다면...이 순간 온이샘의 머릿속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떠올랐다.“선배, 나 이쪽에서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 아마도 하루 이틀 정도 더 걸릴 것 같은데 정확히 언제 돌아갈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어제 그녀와 통화를 했을 때, 그녀는 처리할 일이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저 업무상의 일이거나 사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도 꼬치꼬치 캐묻기가 그래서 묻지 않았다.하지만, 그 일이 청주와 관련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나상준과 관련이 있을 줄은 더더욱 생각지도 못했다.온이샘의 마음이 조여왔고 위기감이 밀려왔다.나상준에 대해, 그는 무의식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차우미가 이혼 후 나상준과 다시 만나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자 그의 위기감은 순식간에 나타났다.주체할 수 없었다.이혼했으니 원래는 마음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이혼 후 다시 마주한 순간 결혼 생활 때보다도 더 불안해졌다.마치 그들이 다시 함께할 것만 같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그를 사로잡았던 것이다.이 순간 차우미가 청주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러한 감정은 빠르게 드러나 그를 완전히 압도하여 억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온이샘의 마음은 한없이 불안해졌다.진문숙은 아들이 차우미가 청주에 있는 것을 모른다고 거의 백 퍼센트 확신했다. 차우미처럼 예의를 아는 아이는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청주에 간다고 아들에게 말하면 아들은 분명 그녀와 이야기할 게 뻔하니까.그래서 차우미는 아들에게 알리지 않았을 것이다.다만, 진문숙은 아들이 반응을 보일 거라는 걸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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