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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731 - 챕터 740

956 챕터

제731화

온이샘은 전화를 끊고 창밖의 햇살을 바라보았다.여름이 한창이었기에 뜨거운 기운이 가득 차서 모든 것이 밝고 눈부시게 보였다.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의 말소리, 농구하는 소리, 웃고 떠드는 소리, 그리고 매미 소리가 귀에 들어와 그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봄이 지나 어느새 여름이 왔다. 소리 없이 찾아온 이 여름은 그의 눈에 그 어느 때보다도 눈부시게 피어 있었다.온이샘은 손에 들린 휴대폰을 꽉 쥐고, 뜨거운 눈빛으로 시선을 돌린 뒤, 발걸음을 재촉해 사무실로 향했다.오늘은 금요일, 이보다 더 좋은 타이밍은 없었다.한편, 진문숙은 온이샘의 감정이 평소와 다름을 느끼고 모든 이야기를 아들에게 털어놓은 뒤, 속을 태우며 아들의 답을 기다렸다.그런데, 아들은 몇 마디만 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에게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말이다.아들이 이렇게 빨리 전화를 끊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녀는 몹시 당황했다.더 놀라운 건 아들이 청주로 돌아오겠다고 하며 꽤 흥분한 듯 보였다는 점이다.진문숙은 차 안에서 휴대폰을 들고 아들이 했던 말을 계속 떠올렸다.아들의 말투와 감정을 천천히 떠올리며 그가 어떤 표정으로 말했을지 상상하던 순간, 진문숙은 미소를 지었다.아들은 차우미가 그녀 때문에 놀라 도망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하하하...진문숙은 마음이 순식간에 즐거워져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문제는 전혀 없었다. 단지 아들이 그 아가씨를 너무 신경 쓰다 보니 청주에 있다는 말에 덜컥 놀랐을 것이다.아들은 자신을 잘 알고 있었고, 당연히 차우미도 잘 알고 있었다.자신의 열정이 차우미를 정말로 놀라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진문숙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웃었다.그러나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이후의 계획을 생각하기 시작했다.원래는 아들에게 전화해서 돌아오게 할 생각이었는데, 아들은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돌아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뒷부분의 계획은 반드시 필요했다.그녀는 이번에는 반드시 차우미를 며느리로 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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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차우미는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서 자료를 찾고 메모하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휴대전화가 울리자 차우미는 잠시 멈칫하다가 휴대전화를 들었다.화면에 읽지 않은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발신자는 다름 아닌 나상준이었다.차우미는 속눈썹을 깜빡거리며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나상준의 일이 이제 끝난 것 같다.차우미가 메시지를 확인했다.【내려와.】내려오라는 말에 차우미는 약간 어리둥절해 하며 무언가 떠올랐다.【호텔 앞에 있어?】메시지를 보내고 시간을 보니 어느덧 5시가 넘었다.창밖은 아직 밝지만, 곧 어두워질 것이다.나상준이 아마 방금 일을 끝내고 왔을 것이다.이 시간에 차우미 보고 내려오라고 한 것은 나예은을 보러 가는 건가?떡을 만드는 데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떡을 다 하고 나예은에 찾아가면 벌써 자고 있을 것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지금 자기보고 나상준 집에 가서 떡을 만들라고 한 게 아니라 다른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왜냐하면, 떡을 만들고 왔다 갔다 하면 시간이 아주 늦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자신의 추측일 뿐 확실하지 않아서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 한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무슨 일로 왔는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우리 지금 상준 씨 집에 가서 떡 만들러 가? 근데 떡 만들려면 2시간도 넘게 걸리는데 너무 늦을 거 같은데.】차우미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상준의 답장을 기다렸다.방금 그녀가 보낸 메시지에 나상준은 답하지 않았다.차우미는 책상 위의 자료와 노트를 닫았다.그녀는 휴대전화를 한쪽에 놓고 책상을 정리했다.정리를 다 하고 휴대전화가 땡 하고 메시지가 왔다. 차우미는 휴대전화를 들어 나상준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아니.】차우미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군말 없는 짧은 두 글자의 답장이었다.그녀는 웃으며 가방과 키를 챙기고 방을 떠났다.호텔 입구에 검은 벤츠 한 대가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마치 그곳이 자기 자리이고, 아무도 감히 다가갈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차우미는 호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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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나상준은 서류를 덮고 차에서 내렸다.그는 차우미가 자기한테 여기로 왜 데려왔는지 기다리고 있는 대답이 있다는 걸 눈치 못 챙긴 듯 쳐다보지도 않고 차에서 내렸다.차우미는 아무 말 없이 차에서 내려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집 안으로 들어가는 나상준을 보고 차에서 멍하니 앉아있었다.무슨 일이길래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않는 게 차우미를 이해하지 못하게 했다.그러나 나상준을 따라 여기까지 왔는데 뭐라고 하기도 그렇고 계속 차에서 내리지 않는 것도 안 된다.차우미는 차에서 내릴 수밖에 없었다.다만 몇 달 동안 떠나 있던 이곳에 발을 다시 들여놓는데, 3년 동안 살았던 별장을 보며 차우미의 마음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떠났을 때 다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불과 몇 달 만에 다시 찾아왔다. 비록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이상했다.어쨌든 3년 동안이나 살았던 곳이다.마치 한 편의 영화의 파노라마처럼 갑자기 수많은 화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잊었던 기억들이 점점 떠오른다...한때 결혼에 대해 조바심을 하고 불안하고 남편에 대한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이곳에 들어왔었다.차우미는 그녀의 결혼도 남들과 같이 남편과 아이랑 같이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리라 생각했다. 얼마나 좋은 집안에 좋은 사람은 바라지 않고 그의 부모님처럼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그러나 기대와 환상이 둘의 결혼일 첫날 밤에 나상준이 업무처리로 떠나면서 식어버렸다. 그리고 시도 때도 없는 출장이 집을 비우면서 생기가 있어야 할 집안이 온통 차가운 기운뿐이었다.차우미의 기대와 환상은 사라지고 남은 건 스스로 자신을 위로하는 상황뿐이다.다 잘 될 거야.시간이 지나면 점점 나아질 거라는 생각을 가지면서 나중에는 자신을 속이기까지 한다.순간, 차우미는 계단 앞에 서서 몇 달 동안 시간에 물들지 않은 별장을 바라보며 모든 게 익숙하고 한 치의 빛깔도 바래지 않고 여전했다.시간이 지나도 변한 게 없다.차우미는 눈동자를 굴리고 계단을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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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집안 청소는 담장하시는 분이 따로 계시고, 차우미가 매일 청소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자신과 나상준을 잘 챙기고 일상에 쓰인 지출을 잘 확인하면 된다.예를 들어, 집 인터리어에 뭐를 더 장만해야 하는지, 어디를 새로 고쳐야 하는지, 그리고 누구 황갑잔치나 결혼식 돌잔치 등 여러가지 일들을 나상준의 도움 없이 차우미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결혼하면 남자가 주로 밖에서 일하고 여자가 집에서 집안일을 한다는 걸 차우미는 문제없다고 생각한다.나상준도 이 점을 잘 알고 그런 일을 차우미에게 맡기면서 말을 아꼈다. 차우미가 하는데로 따르고 돈은 둘이 결혼하고 나서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카드 한 장과 집안의 금고 비밀번호와 비상금의 위치까지 다 알려주었다.집안일을 차우미에게 맡기는 게 안심하고, 나상준은 밖에서 일만 잘하면 된다. 금전적인 면에서 나상준은 아끼지 않았고, 심지어 카드에 정확히 얼마 있는지조차 몰랐다. 이혼하기 전까지도 잔액이 부족하다는 말이 없었다.카드 안의 자금은 늘 충분했다.차우미는 결혼하면 하나의 가족이니 니꺼내까가 없다고 생각했다.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그러한 권력을 주면서 그녀도 니꺼내꺼 나눌 생각이 없다. 나상준이 준 카드를 쓰든 비상금을 쓰든 그게 나상준 돈이다 아니면 자기 돈이다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지금까지 이런 생각을 한번도 한 적이 없다.나상준의 것이 차우미의 것이고, 차우미의 것이 곧 나상준의 것이다.이건 차우미가 결혼한 후 들은 생각이다.돈은 충분히 많았지만 그렇다고 차우미가 펑펑 쓰지는 않았다. 써야 할 곳에 돈을 쓰고, 쓰지 말아야 할 것은 쓰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그녀에게 낭비하지 말라고 가르쳤고, 불필요한 지출은 쓰지 않아도 된다고 배웠다.그래서 인간사정에 관해서 필요한 선물, 드리는 상대 그리고 가격대에서는 아끼지 않고, 신경 써야 할 것은 차우미의 계획되로 진행되어 있었다. 차우미로 인해 집이 질서정연하게 꾸려가고 나상준도 밖에서 아무 걱정없이 일을 할 수 있다.차우미는 나상준을 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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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양지숙은 차우미가 막 나상준과 결혼할 때까지 계시고 결혼 생활이 안정해지면서 오지 않았다.지금 양지숙이 다시 이 집에 돌아온 것에 차우미도 의외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아무래도 같이 일했던 사람을 쓰는 게 편하다.차우미는 웃으며 걸어갔다.“제가 도와드릴게요.”차우미와 양지숙도 한동안 같이 지내서 양지숙은 차우미가 착하고 설질도 없고 성격이 좋다는 걸 잘 알고 있다.아주 훌륭한 집주인이라고 할 수 있다.양지숙은 차우미를 마음에 들어 한다.“아닙니다. 사모님, 거의 다 준비했으니, 올라가셔서 식사하시라고 내려오도록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반찬이 다 식을 겁니다.”양지숙은 빙그레 웃더니 부엌으로 가서 반찬을 꺼내왔다.식탁 위에 놓인 반찬이 대부분 청주 요리가 아닌 안평시 요리였다.양지숙은 안평시 출신이 아닌 청주 토박이여서 안평시 요리를 할 줄 모른다. 이게 차우미가 양지숙이 한 반찬에 입이 맞지 않는 이유이다. 양지숙이 차우미가 안평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안평시 음식을 따라 배웠긴 했는데 별로 맛이 없었다.그러나 지금 식탁 위의 놓인 반찬들이 그때와 매우 달라 보였다. 딱 봐도 안평시 토박이가 만든 정통 안평시 요리와 다를 바 없었다.차우미는 눈동자를 살짝 움직이고 위로 올라갔다.나상준이 집에 들어오자마자 보이지 않았다. 차우미는 그가 서재에 들어가서 일하고 있을 거로 생각했다.이전에 줄곧 유지해 온 습관이다.나상준이 집에 돌아오면 일하고 일상 속에 그가 필요한 일을 처리하는 게 일상이다. 예를 들어 참석해야 하는 자리에 가든가 하는 것이다.나상준은 항상 바쁘다.차우미는 그가 쉬는 것을 본 적이 없다.솔직히 말해서 나상준의 이런 모습을 본 차우미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관심도 취미도 휴식도 없이 온종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일 때문에 긴장을 풀 수 없을 정도로 늘 바쁘게 일하고 있다.이런 인생이 얼마나 무미건조할까.나상준은 쉬지 않고 하루도 빠짐없이 이런 일상을 지내고 있다.한 번도 싫증 내지 않고 게으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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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전화를 끊고 문 앞에 서 있는 차우미를 향해 걸어갔다.휴대전화 너머로 나준우는 전화가 끊긴 소리를 듣고 잠시 멍해 있다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휴대전화를 내려놓자 옆에 있던 서혜지가 대뜸 다가와 물었다.“왜요? 아주버님이 뭐라고 하세요?”그렇다. 서혜지는 나준우와 같이 있다.두 사람은 현재 집이 아닌 병원에 있다.나준우는 서혜지보다 바빠서 서혜지는 시간이 날 때마다 나준우에게 밥을 사서 주러 오곤 한다.오늘도 역시나 나준우에게 음식 배달을 해왔다.서혜지가 눈에 꿀이 떨어진 듯 자기가 가져다준 밥을 먹고 있는 나준우를 바라보고 있을 때 전화가 울렸다.나상준이 걸려온 전화이다.서혜지는 전화를 걸려온 사람이 나상준인 걸 보고 더욱 흥분해졌다.전에 나상준이 나예은에 전화해서 나준우한테 바꾸고 둘이 한참을 얘기했었는데 서혜지는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그날 밤 서혜지는 나준우에게 둘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알려주라고 매달았다.남자 간의 대화는 여자 간의 대화처럼 이성에게 쉽게 말하지 않는다.설사 나준우와 서혜지가 부부라 할지라도 남자 간의 일을 서혜지에게 말하지 않는다. 게다가 나상준이 남녀 사이 감정 문제로 묻는다면 더욱 말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나준우는 서혜지의 끊임없는 질문에 감당하지 못했다. 그리고 여자의 촉은 너무나도 무서운 것이다.서혜지는 백 퍼센트 차우미와 관련된 일일 거라고 말하고 분석하면서 나준우도 그녀의 추측에 둘 사이에 관해 궁금증이 생겼다. 결국, 서혜지의 여러 가지 추측에 여자에 관심도 없었던 나상준이 갑자기 그런 고민 상담을 한 이유가 궁금했다. 그래서 나상준과의 대화 내용을 빠짐없이 서혜지에게 알렸다.물론 나상준이 나준우에게 서혜지와의 감정에 관해 물은 질문에 그는 그저 대충 말했다.그러나 어떤 말인지 명확하게 알려주었고 나상준도 확실히 달랐다.서혜지는 나준우와 나상준의 대화 내용을 듣고 나준우가 둘의 감정사를 말한 것도 주의치 못하고 나상준과 차우미에 마음이 쏠렸다.그날 밤 서혜지와 나준우는 처음부터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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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형이랑 형수님 청주에 왔어.”서혜지는 이 말을 듣자마자 순식간에 눈이 번쩍 뜨였다. 마치 먹이를 찾은 야생동물처럼 흥분해 했다.“정말이요?”“벌써요? 언제 오셨는데요?”나준우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다 아는 것처럼 이어서 말했다.“아주버님, 정말 한다면 한다는 성격이시네요.”“며칠이라고 했는데 정말 며칠도 안 지나서 오셨네요.”“조금의 망설임도 없으신 거 같아요.”드라마에서 클라이맥스 부분을 보는 듯한 서혜지의 모습에 나준우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형이 예은이 주말에 쉬냐고 물어봤는데, 아마 내일이나 모레 올 생각인가 봐.”서혜지가 대답했다.“당연하죠!”“예은이 평일이면 학교 가서 시간 없어요. 아, 아니다. 시간은 있긴 해요. 수업 마치고 저녁이면 시간은 있어요. 아주버님처럼 성격이 급하신 분이면 저녁에 해결될 걸 주말까지 기다리겠어요?”“워커홀릭인줄 모르는 것도 아니고요.”“지금 아주버님이 시간을 내서 우미 씨를 안평시에서 데려왔는데, 심지어 주말에 오셨는데 분명히 진작에 계획을 하셨을 거예요.”“아주버님은 지금 예은이를 이용하려고 하는 거예요.”순간 서혜지는 탐정처럼 여러 가지 추측해두고, 자기 딸이 이용당했어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나상준처럼 연애에 아무런 관심도 없고 워커홀릭인 사람이 갑자기 달라지니 아주 희귀한 현상이기 때문에 더없이 기대되고 긴장되고 흥분했다.나상준은 예전에 주혜민과 온갖 스캔들과 소문들이 돌았지만, 서혜지는 믿지 않았다.그녀는 남자가 여자를 정말 좋아하고 아낀다면 절대 그 여자와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런 이유로 인해서 좋아하는 여자랑 헤어지는 남자도 있지만, 나상준은 그러지 않았다.나상준은 주관이 뚜렷하고 생각이 있으며 똑똑해서 부모님이나 다른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다.무엇을 하려고 하고 원한다면 스스로 하게 될 것이다.그 누구도 막을 수 없다.막을 방법도 없다.그래서 서혜지가 보기에 나상준은 주혜민에 대해 전혀 다른 감정이 없다. 두 사람 알고 친하다고 해서 서로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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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그러한 이유가 없으므로 자기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결혼하는 게 당연했다.차우미는 이혜정이 직접 소개해주었고 그 뒤로는 나상준이 직접 알아봤다. 이혜정은 항상 어린 후배를 존중하고 원하지 않는 일은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나상준이 차우미와 결혼한 것도 그가 원해서 한 것이다.그러니 분명 호감 가는 부분이 있을 거다.비록 그때 나상준이 누구를 좋아한다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이지만 차우미 만큼은 그가 마음에 들어 했을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결혼도 했었을 것이다.싫어하면 결혼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결혼을 했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당연히 있을 거다.서혜지도 그런 생각해 본 적이 있었고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있었다.커서 결혼하고, 취업하고, 아이를 가지고 키우면서 늙어가는 인생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일이 있다.아주 간단하다.태어나는 순간부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도가 그려져 있다.일찌감치 계획된 길이 마음에 들지 않고 다른 길을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씨 가문 같은 대가족에서 결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집안은 결혼, 아이, 사업 등 여러 가지를 중시한다.지금은 비록 시대가 바뀌고 다르지만, 조상님이 지금까지 전해온 말들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특히 나이가 들수록 그들의 지혜를 깨닫고,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이혜정은 지혜로운 분이시다. 자자손손 대대로 공부할 건 하고 일할 건 하고 연애도 하면서 결혼까지 다 했다. 이혜정은 뭐를 어떻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단지 조언을 해줄 뿐이다. 듣건 말건 자신에게 달렸다.이혜정이 결혼 제의에 나상준이 받아들인 게 분명하다.적당한 나이와 시기에 자신과 잘 맞는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린다는 게 마음에 안정감이 생긴다.그래야 진정한 집이 있다고 할 수 있다.서혜지와 나준우 마냥 서혜지가 나준우를 다른 이유 없이 단지 좋아해서 만나 달라고 했었다.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애하고 결혼 얘기가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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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결혼에는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존재한다. 인생이 곧 그런 것이다. 결혼 생활 몇 년에 아이도 가진 서혜지로선 지금 행복하다고 느낀다.아주 행복하다.자기를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착하고 귀여운 딸도 있고, 가정을 꾸려간다는 게 참 행복한 일이다.서혜지와 나준우는 더는 세상 밖에 떠도는 처지가 아닌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온전한 집이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버팀목이 돼줄 사람이 있으며 그 사람과 함께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이러한 행복은 돈으로도 살 수 없고 그 어떤 것과도 비교가 안 되며 대체할 수 없다.서혜지는 개인적으로 현재 자신의 삶에 더없이 만족하고 있다.그녀는 결혼과 아이를 낳는 걸 후회하지 않는다.이런 온전한 집을 가졌다는 걸 후회하지 않는다.이러한 가정이기에 미래의 불확실하고 두려운 순간들을 이겨낼 힘이 생긴 것이다.그러나 나상준이 결혼을 선택한 이유는 결혼을 원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한 챕터를 완성하기 위해서이다.남성과 여성은 다르다.남성은 더 이성적이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잘 알고 있으며, 필요 없는 것 때문에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그들은 매우 현실적이고 원하는 것은 실질적이고 쓸모 있는 것이다.결혼은 나상준에게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한 것이다.그래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러나 나상준과 차우미의 혼인은 서혜지와 나준우의 혼인과는 다르다.사랑해서 하는 결혼과 사랑하지 않는데 하는 결혼은 천차만별이다. 이것이 바로 둘이 왜 이혼을 하게 되었는가 하는 이유일 것이다.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이런 결말인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하필이면 사실이 그렇게 됐다.결국, 이혼하는 결말까지 맞이했다.이혼하고 나서야 마음을 열린 나상준을 보며 서혜지는 생각지 못했다.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서혜지는 이혼하고 나서야 마음을 열었지만 늦지 않았고 좋게 됐다고 생각했다.차우미와 나상준 둘 다 젊고 싱글인데 아직 늦지 않았고 기회가 있다고 본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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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관강동.서재 안.차우미는 나상준이 방금 전화한 사람이 나준우인지 몰랐고 서혜지와 나준우의 생각은 더더욱 몰랐다.지금 차우미는 서재 밖에 서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나상준을 보고 있다.3년 동안 살았던 이곳에 있는 것 때문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 지금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사람을 차우미는 차마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무의식적으로 눈을 돌리고 몸도 약간 돌리면서 떠나고 싶어 했다.그러나 차우미가 발을 옮기려는 순간 무슨 생각이 떠올라 걸음을 멈추고 나상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그렇다. 무슨 일이길래 나상준이 차우미를 집까지 데리고 온 걸까.지금까지도 합리적인 이유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나상준은 문밖에 서 있는 차우미의 표정 변화를 보았다.아주 미세하지만 그래도 보였다.이곳은 나상준과 차우미가 3년 동안 함께 살았던 곳이고 추억이 가득 담겨 있다. 다른 사람이 끼어들 수 없는 정도이고 온이샘이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나상준이 고의인지 무의식적인지 차우미의 발끝에 거의 대고 멈추고 몸으로 빛을 가리면서 그림자도 안 보였다.순간 차우미는 그 안에 휩싸여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차우미는 가까이 붙어있는 나상준을 바라보는데 그의 숨결까지 느껴져 온기를 머금고 그녀를 불편하게 했다. 살짝 뒷걸음질 쳐서 그 안에서 벗어나려 했다.그녀가 움직이려 하자 나상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집에 물건이 다 있는지 봐봐.”차우미는 고개를 들고 의아하고 어리둥절했다.그것도 잠시,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떡을 만들려면 도구가 필요한데, 나상준이 항상 집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도구가 어디 있는지 없는 것인지 잘 몰라서 아예 차우미를 집에 데려온 것이다.이해한 차우미는 긴장이 풀려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그렇구나.”“알았어. 일단 내려가서 밥부터 먹자. 아주머님이 이미 식사 준비 다 하셨어. 밥 먹고 확인하러 갈게.”“응.”나상준은 차우미의 미소를 보고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표정을 지었다.안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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