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한 이유가 없으므로 자기가 결혼하고 싶은 사람과 결혼하는 게 당연했다.차우미는 이혜정이 직접 소개해주었고 그 뒤로는 나상준이 직접 알아봤다. 이혜정은 항상 어린 후배를 존중하고 원하지 않는 일은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나상준이 차우미와 결혼한 것도 그가 원해서 한 것이다.그러니 분명 호감 가는 부분이 있을 거다.비록 그때 나상준이 누구를 좋아한다는 일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이지만 차우미 만큼은 그가 마음에 들어 했을 것이다.그렇기 때문에 결혼도 했었을 것이다.싫어하면 결혼하지 않아도 되는데 왜 결혼을 했는지 물어보시는 분들이 당연히 있을 거다.서혜지도 그런 생각해 본 적이 있었고 정답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있었다.커서 결혼하고, 취업하고, 아이를 가지고 키우면서 늙어가는 인생에서 몇 가지 중요한 일이 있다.아주 간단하다.태어나는 순간부터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도가 그려져 있다.일찌감치 계획된 길이 마음에 들지 않고 다른 길을 찾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나씨 가문 같은 대가족에서 결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집안은 결혼, 아이, 사업 등 여러 가지를 중시한다.지금은 비록 시대가 바뀌고 다르지만, 조상님이 지금까지 전해온 말들이 일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특히 나이가 들수록 그들의 지혜를 깨닫고,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에 굴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이혜정은 지혜로운 분이시다. 자자손손 대대로 공부할 건 하고 일할 건 하고 연애도 하면서 결혼까지 다 했다. 이혜정은 뭐를 어떻게 하라고 강요하지 않고 단지 조언을 해줄 뿐이다. 듣건 말건 자신에게 달렸다.이혜정이 결혼 제의에 나상준이 받아들인 게 분명하다.적당한 나이와 시기에 자신과 잘 맞는 사람과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린다는 게 마음에 안정감이 생긴다.그래야 진정한 집이 있다고 할 수 있다.서혜지와 나준우 마냥 서혜지가 나준우를 다른 이유 없이 단지 좋아해서 만나 달라고 했었다.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애하고 결혼 얘기가 나오고
결혼에는 좋은 점도 나쁜 점도 존재한다. 인생이 곧 그런 것이다. 결혼 생활 몇 년에 아이도 가진 서혜지로선 지금 행복하다고 느낀다.아주 행복하다.자기를 사랑하는 남편이 있고, 착하고 귀여운 딸도 있고, 가정을 꾸려간다는 게 참 행복한 일이다.서혜지와 나준우는 더는 세상 밖에 떠도는 처지가 아닌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온전한 집이 있고 무슨 일이 있어도 버팀목이 돼줄 사람이 있으며 그 사람과 함께 남은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이러한 행복은 돈으로도 살 수 없고 그 어떤 것과도 비교가 안 되며 대체할 수 없다.서혜지는 개인적으로 현재 자신의 삶에 더없이 만족하고 있다.그녀는 결혼과 아이를 낳는 걸 후회하지 않는다.이런 온전한 집을 가졌다는 걸 후회하지 않는다.이러한 가정이기에 미래의 불확실하고 두려운 순간들을 이겨낼 힘이 생긴 것이다.그러나 나상준이 결혼을 선택한 이유는 결혼을 원해서가 아니라 인생의 한 챕터를 완성하기 위해서이다.남성과 여성은 다르다.남성은 더 이성적이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더 잘 알고 있으며, 필요 없는 것 때문에 원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그들은 매우 현실적이고 원하는 것은 실질적이고 쓸모 있는 것이다.결혼은 나상준에게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한 것이다.그래서 결혼하기를 원했다.그러나 나상준과 차우미의 혼인은 서혜지와 나준우의 혼인과는 다르다.사랑해서 하는 결혼과 사랑하지 않는데 하는 결혼은 천차만별이다. 이것이 바로 둘이 왜 이혼을 하게 되었는가 하는 이유일 것이다.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이런 결말인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하필이면 사실이 그렇게 됐다.결국, 이혼하는 결말까지 맞이했다.이혼하고 나서야 마음을 열린 나상준을 보며 서혜지는 생각지 못했다.결혼 생활을 하다 보면 사람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서혜지는 이혼하고 나서야 마음을 열었지만 늦지 않았고 좋게 됐다고 생각했다.차우미와 나상준 둘 다 젊고 싱글인데 아직 늦지 않았고 기회가 있다고 본다.서
관강동.서재 안.차우미는 나상준이 방금 전화한 사람이 나준우인지 몰랐고 서혜지와 나준우의 생각은 더더욱 몰랐다.지금 차우미는 서재 밖에 서서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나상준을 보고 있다.3년 동안 살았던 이곳에 있는 것 때문인지 어떻게 된 것인지, 지금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사람을 차우미는 차마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무의식적으로 눈을 돌리고 몸도 약간 돌리면서 떠나고 싶어 했다.그러나 차우미가 발을 옮기려는 순간 무슨 생각이 떠올라 걸음을 멈추고 나상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그렇다. 무슨 일이길래 나상준이 차우미를 집까지 데리고 온 걸까.지금까지도 합리적인 이유를 생각해 내지 못했다.나상준은 문밖에 서 있는 차우미의 표정 변화를 보았다.아주 미세하지만 그래도 보였다.이곳은 나상준과 차우미가 3년 동안 함께 살았던 곳이고 추억이 가득 담겨 있다. 다른 사람이 끼어들 수 없는 정도이고 온이샘이 대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나상준이 고의인지 무의식적인지 차우미의 발끝에 거의 대고 멈추고 몸으로 빛을 가리면서 그림자도 안 보였다.순간 차우미는 그 안에 휩싸여 밖으로 나갈 수가 없었다.차우미는 가까이 붙어있는 나상준을 바라보는데 그의 숨결까지 느껴져 온기를 머금고 그녀를 불편하게 했다. 살짝 뒷걸음질 쳐서 그 안에서 벗어나려 했다.그녀가 움직이려 하자 나상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집에 물건이 다 있는지 봐봐.”차우미는 고개를 들고 의아하고 어리둥절했다.그것도 잠시,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떡을 만들려면 도구가 필요한데, 나상준이 항상 집에 있는 것도 아니고 도구가 어디 있는지 없는 것인지 잘 몰라서 아예 차우미를 집에 데려온 것이다.이해한 차우미는 긴장이 풀려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그렇구나.”“알았어. 일단 내려가서 밥부터 먹자. 아주머님이 이미 식사 준비 다 하셨어. 밥 먹고 확인하러 갈게.”“응.”나상준은 차우미의 미소를 보고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표정을 지었다.안정감
치우는 데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고 차우미는 내친김에 그냥 치우려고 했다.나상준의 말이 귀에 들어오자 순간 차우미의 마음을 접게 하고 시선을 돌려 나상준을 바라보았다.“시간은 다 정했고?”나상준은 일어서서 말했다.“응, 내일모레 예은이 보러 가자.”말을 마친 나상준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부엌으로 향했다.나상준이 차우미와 같이 확인하려는 것이다.차우미는 멍해 있다가 웃음을 지었다.정말로 주말이었다.그럼 월요일 혹은 일찍 끝나면 일요일에 안평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모두 차우미의 예상과 맞았고 원하는 일정이었다.아주 좋다.부엌은 물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나상준은 부엌으로 들어서고 걸음을 멈추며 차우미를 바라보았다.나상준이 주방에 들어간 적도 별로 없고 주방에 모든 것에 대해 낯설다.주방에 대해 도통 모르기 때문에 차우미를 볼 수밖에 없었다.차우미도 망설이지 않고 부엌으로 들어가며 말했다.“떡 만들려면 도구가 많이 필요한 데, 버리지만 않으면 다시 살 필요 없어.”집에 있는 도구들은 모두 메이커이고 고가의 도구들이다. 차우미는 부엌에 도구가 버리지 않고 다 있을 거로 생각했다.차우미는 자세히 찾아봤는데 많은 도구가 없어지긴 했다.특히 떡을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들이 다 없어졌다.버린 건가?차우미는 없어진 도구들을 보고 의아했고 심지어 믿지 않았다. 먼저 찬장 밖의 구역을 뒤져서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찬장을 열고 안에 있는 도구를 마구마구 살펴보았다.혼자서 한참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차우미는 멍해졌다.나상준은 부엌에 서서 차우미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찾고 있는 것을 보았다. 차우미는 도구 찾기에 집중하고 있었고 나상준은 차우미에 집중했다. 그녀가 어디로 가든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차우미는 아래의 천장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도무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모두 고가의 도구인데 버릴 리가 없을 것이다.그러나 찾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혹시 누가 치워놓은 건 아닌가?생각
나성준은 차우미를 갑자기 들어 올렸다. 공주님 안기 방식이 아니라 차우미의 다리를 잡고 통째로 들어 올린 것이다. 차우미는 어릴 때 가족들에게만 이런 식으로 안겨 본 적이 있었고 성인이 된 후에는 이렇게 안겨 본 적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너무 갑작스러웠던 차우미는 깜짝 놀라 즉시 나성준의 어깨를 꽉 잡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목소리까지 떨렸다. “나성준 씨... 너... 너 뭐 하는 거야?”지금 이 상황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었고 나성준의 행동에 차우미는 놀라고 두려워하며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꼭 잡고 놓지 못했다. 떨어질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나성준은 가볍게 차우미를 들어 올려 그녀를 자신보다 더 높이 올렸다. 이제 차우미는 쉽게 위쪽의 찬장 안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유연하던 그녀는 그가 들어 올린 순간 돌처럼 굳어져서 마치 돌덩이처럼 딱딱해졌고 그녀가 저항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성준은 고개를 들어 처음으로 누군가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자기 어깨를 붙잡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차우미를 보며 말했다. “키가 모자라지 않았어?”그들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 차우미는 나성준의 몸 위에 있었고 차우미의 모든 무게가 그에게 실렸다. 그 순간, 차우미의 모든 것이 그에게 주어진 듯했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의 것이었다. 차우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나성준의 말은 마치 적시된 비처럼 그녀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약간 진정시켜 주었다. 하지만 그가... 그녀를 들어 올려 찬장 속 물건을 보게 하려는 것일까? 눈 속의 공포는 의아함으로 바뀌었고 믿기 힘들다는 표정과 잠깐의 혼란이 그녀를 감쌌다. 분명 나성준의 의도를 이해했음에도 차우미는 여전히 이 상황을 한순간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성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계속해서 말했다. “봐.” 나성준은 차우미를 들어 올
나성준은 혼란스러워하는 차우미가 마침내 찬장 속 물건에 집중하는 것을 보며 더욱 힘을 주어 안정감 있게 그녀를 안았다. 그는 절대로 그녀를 떨어뜨릴 리 없었다. 설령 누군가 떨어져야 한다면 그건 자신이었지 그녀가 아니었다. 주방의 공기는 어느새 조용해졌고 창밖의 밤은 더욱 깊어졌다. 차량 소리와 사람들의 소음도 모두 사라졌다. 두 사람은 하나는 안고 하나는 안긴 채로 있었다. 부드러운 주황빛 조명이 그들의 몸 위로 은은하게 비추며 고요한 베일을 덮어준 듯했다. 몽롱하고 담담하며 어딘가 아련한 느낌이 감돌았다. 차우미는 처음엔 무척이나 당황하고 두려워서 심장이 마구 뛰었다. 하지만 찬장 속 물건들을 살펴보는 동안 나성준이 그녀를 안고 하나씩 찬장을 열어보며 그녀의 마음도 서서히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의 생각은 온통 주방 도구를 찾는 데 집중되었다. 마지막 찬장까지 모두 살펴보았지만 찾고 있던 주방 도구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차우미는 나성준에게 말했다. “여기 없네. 아마 다른 곳에 둔 것 같아.” 그제야 차우미는 자신이 아직 나성준에게 안겨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말했다. “다 봤으니까 이제 내려줘, .” 그 순간, 차우미는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그를 보자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 감정은 제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성준은 그녀의 눈이 다시 불안과 두려움으로 물드는 것을 보고 조용히 응답하며 차우미를 내려주었다. 곧 차우미의 두 발이 땅에 안정적으로 닿았으나 그녀는 발끝이 땅에 닿자마자 급히 뒤로 물러서며 나성준에게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급히 움직인 나머지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질 뻔했다. 그 모습을 본 나성준은 미간을 찡그리며 아직 그녀의 허리에서 손을 떼지 않고 그대로 그녀를 다시 끌어당겼다. 차우미는 그의 품속으로 안겼다. 그와 동시에 나성준은 다른 쪽 팔로도 그녀를 감싸며 차우미를 자신의 세계 안으로 온전히 감쌌다. 안정감 있게 말이다. 차우미의 심장은 목
차우미의 입술은 연한 분홍빛으로 창백하지 않고 따로 색을 더할 필요도 없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다. 지금 그녀는 그의 품 안에 있었고 두려워서 입술을 살짝 벌린 채 안쪽의 하얀 치아가 살짝 보였으며 순백의 무결함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나성준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날 밤, 그녀가 술에 취해 있을 때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한 번도 누군가를 키스해 본 적은 없었지만 그날 밤 그는 마치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에게 키스하며 그녀를 소유했다. 비록 그녀가 기절했지만 그는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이 그녀가 쓰러지자 더욱 거세게 일어나 더욱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의 것으로 만든 그녀의 붉은 입술을 다시 한번 키스했다. 그 순간,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늑대처럼 사냥감을 붙잡은 순간 그녀를 소유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하고 그녀를 만지고 그녀의 옷을 벗겼다. 그녀는 이제 그의 것이었다. 그가 비열하거나 상황을 이용했다고 해도 그날 밤 그는 분명히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그녀에게 했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일부러 그렇게 했다. 그는 그녀가 깨어난 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심지어 그는 그녀가 그 사실을 기억하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잊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던 불길은 그녀의 사과와 함께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성준은 눈앞에 있는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품 안에 있었고 그의 제압 아래 있었다.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너는 지금 무엇이 두려운 거야.”어두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귀에 꽂혔다. 마치 철침이 심장에 박힌 듯 차우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나성준은 그곳에 서서 자신에게서 한 걸음 떨어진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발걸음을 떼어 그녀의 뒤로 다가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해봐, 차우미. 도대체 뭐가 두려운 거야.”분명 질문이었지만 말투는 마치 단정짓는 듯했다.부정할 수 없는 진실처럼 들렸다.그녀에게 도망치지 말라고, 멀어지지 말라고 하는 듯했다.차우미는 나성준의 말에 심장이 쿵 했다. 마치 마음속을 꿰뚫린 것처럼 순간적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이어 나성준의 목소리가 다시 귀에 들려왔다. 이번에는 훨씬 더 가까웠다. 너무 가까워서 그의 숨결이 그녀 머리 위로 느껴졌고 그 뜨겁고 열정적인 숨결은 마치 불길처럼 그녀를 태우고 있었다. 차우미는 이미 마음이 혼란스러웠고 이제 그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녀를 감싸고 억압하는 듯한 기운을 느끼자 더더욱 도망치고 싶어졌다.하지만 차우미는 그 상황 속에서도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이성도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서둘러 말했다.“나... 나... 그냥 방금 그 상황이 불편했어. 나... 네가 좋은 의도로 그랬다는 건 알지만 그냥 그렇게 하는 게 불편했어. 미안해, 나성준 씨.""차우미는 마음속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억누르고 그를 진지하게 마주 보며 말했다. 사실 그녀는 두려웠다. 그가 두려웠고 그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웠다. 그가 무심코 한 친밀한 행동들이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그게 두려웠다.그녀가 두려워하는 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그가 그녀에게 가까이 오지 않기만 하면 그들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기만 하면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면 그녀는 혼란스럽지 않고 방금처럼 큰 반응을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그녀 자신이었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