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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1화

치우는 데 시간도 별로 걸리지 않고 차우미는 내친김에 그냥 치우려고 했다.나상준의 말이 귀에 들어오자 순간 차우미의 마음을 접게 하고 시선을 돌려 나상준을 바라보았다.“시간은 다 정했고?”나상준은 일어서서 말했다.“응, 내일모레 예은이 보러 가자.”말을 마친 나상준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부엌으로 향했다.나상준이 차우미와 같이 확인하려는 것이다.차우미는 멍해 있다가 웃음을 지었다.정말로 주말이었다.그럼 월요일 혹은 일찍 끝나면 일요일에 안평시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모두 차우미의 예상과 맞았고 원하는 일정이었다.아주 좋다.부엌은 물기 하나 없이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나상준은 부엌으로 들어서고 걸음을 멈추며 차우미를 바라보았다.나상준이 주방에 들어간 적도 별로 없고 주방에 모든 것에 대해 낯설다.주방에 대해 도통 모르기 때문에 차우미를 볼 수밖에 없었다.차우미도 망설이지 않고 부엌으로 들어가며 말했다.“떡 만들려면 도구가 많이 필요한 데, 버리지만 않으면 다시 살 필요 없어.”집에 있는 도구들은 모두 메이커이고 고가의 도구들이다. 차우미는 부엌에 도구가 버리지 않고 다 있을 거로 생각했다.차우미는 자세히 찾아봤는데 많은 도구가 없어지긴 했다.특히 떡을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들이 다 없어졌다.버린 건가?차우미는 없어진 도구들을 보고 의아했고 심지어 믿지 않았다. 먼저 찬장 밖의 구역을 뒤져서 없는 것을 확인한 후 찬장을 열고 안에 있는 도구를 마구마구 살펴보았다.혼자서 한참을 찾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차우미는 멍해졌다.나상준은 부엌에 서서 차우미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찾고 있는 것을 보았다. 차우미는 도구 찾기에 집중하고 있었고 나상준은 차우미에 집중했다. 그녀가 어디로 가든 따라 시선을 움직였다.차우미는 아래의 천장까지 샅샅이 뒤졌지만, 도무지 어디 있는지 찾지 못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모두 고가의 도구인데 버릴 리가 없을 것이다.그러나 찾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혹시 누가 치워놓은 건 아닌가?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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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나성준은 차우미를 갑자기 들어 올렸다. 공주님 안기 방식이 아니라 차우미의 다리를 잡고 통째로 들어 올린 것이다. 차우미는 어릴 때 가족들에게만 이런 식으로 안겨 본 적이 있었고 성인이 된 후에는 이렇게 안겨 본 적이 전혀 없었다. 게다가 너무 갑작스러웠던 차우미는 깜짝 놀라 즉시 나성준의 어깨를 꽉 잡았고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목소리까지 떨렸다. “나성준 씨... 너... 너 뭐 하는 거야?”지금 이 상황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일이었고 나성준의 행동에 차우미는 놀라고 두려워하며 두 손으로 그의 어깨를 꼭 잡고 놓지 못했다. 떨어질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나성준은 가볍게 차우미를 들어 올려 그녀를 자신보다 더 높이 올렸다. 이제 차우미는 쉽게 위쪽의 찬장 안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유연하던 그녀는 그가 들어 올린 순간 돌처럼 굳어져서 마치 돌덩이처럼 딱딱해졌고 그녀가 저항하고 있음을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나성준은 고개를 들어 처음으로 누군가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자기 어깨를 붙잡고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자신을 바라보는 차우미를 보며 말했다. “키가 모자라지 않았어?”그들의 거리는 아주 가까웠다. 차우미는 나성준의 몸 위에 있었고 차우미의 모든 무게가 그에게 실렸다. 그 순간, 차우미의 모든 것이 그에게 주어진 듯했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의 것이 아니라 그의 것이었다. 차우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머릿속은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지만 나성준의 말은 마치 적시된 비처럼 그녀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약간 진정시켜 주었다. 하지만 그가... 그녀를 들어 올려 찬장 속 물건을 보게 하려는 것일까? 눈 속의 공포는 의아함으로 바뀌었고 믿기 힘들다는 표정과 잠깐의 혼란이 그녀를 감쌌다. 분명 나성준의 의도를 이해했음에도 차우미는 여전히 이 상황을 한순간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성준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계속해서 말했다. “봐.” 나성준은 차우미를 들어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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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나성준은 혼란스러워하는 차우미가 마침내 찬장 속 물건에 집중하는 것을 보며 더욱 힘을 주어 안정감 있게 그녀를 안았다. 그는 절대로 그녀를 떨어뜨릴 리 없었다. 설령 누군가 떨어져야 한다면 그건 자신이었지 그녀가 아니었다. 주방의 공기는 어느새 조용해졌고 창밖의 밤은 더욱 깊어졌다. 차량 소리와 사람들의 소음도 모두 사라졌다. 두 사람은 하나는 안고 하나는 안긴 채로 있었다. 부드러운 주황빛 조명이 그들의 몸 위로 은은하게 비추며 고요한 베일을 덮어준 듯했다. 몽롱하고 담담하며 어딘가 아련한 느낌이 감돌았다. 차우미는 처음엔 무척이나 당황하고 두려워서 심장이 마구 뛰었다. 하지만 찬장 속 물건들을 살펴보는 동안 나성준이 그녀를 안고 하나씩 찬장을 열어보며 그녀의 마음도 서서히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의 생각은 온통 주방 도구를 찾는 데 집중되었다. 마지막 찬장까지 모두 살펴보았지만 찾고 있던 주방 도구가 없다는 것을 발견한 차우미는 나성준에게 말했다. “여기 없네. 아마 다른 곳에 둔 것 같아.” 그제야 차우미는 자신이 아직 나성준에게 안겨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말했다. “다 봤으니까 이제 내려줘, .” 그 순간, 차우미는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있는 그를 보자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 감정은 제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나성준은 그녀의 눈이 다시 불안과 두려움으로 물드는 것을 보고 조용히 응답하며 차우미를 내려주었다. 곧 차우미의 두 발이 땅에 안정적으로 닿았으나 그녀는 발끝이 땅에 닿자마자 급히 뒤로 물러서며 나성준에게서 최대한 멀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너무 급히 움직인 나머지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질 뻔했다. 그 모습을 본 나성준은 미간을 찡그리며 아직 그녀의 허리에서 손을 떼지 않고 그대로 그녀를 다시 끌어당겼다. 차우미는 그의 품속으로 안겼다. 그와 동시에 나성준은 다른 쪽 팔로도 그녀를 감싸며 차우미를 자신의 세계 안으로 온전히 감쌌다. 안정감 있게 말이다. 차우미의 심장은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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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4화

차우미의 입술은 연한 분홍빛으로 창백하지 않고 따로 색을 더할 필요도 없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다. 지금 그녀는 그의 품 안에 있었고 두려워서 입술을 살짝 벌린 채 안쪽의 하얀 치아가 살짝 보였으며 순백의 무결함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나성준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날 밤, 그녀가 술에 취해 있을 때 그는 그녀에게 키스했다. 한 번도 누군가를 키스해 본 적은 없었지만 그날 밤 그는 마치 본능적으로 모든 것을 알아차린 듯했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고 그녀에게 키스하며 그녀를 소유했다. 비록 그녀가 기절했지만 그는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 심지어 그동안 억눌려 있던 감정이 그녀가 쓰러지자 더욱 거세게 일어나 더욱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의 것으로 만든 그녀의 붉은 입술을 다시 한번 키스했다. 그 순간, 마치 오랫동안 기다려온 늑대처럼 사냥감을 붙잡은 순간 그녀를 소유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 그는 그녀에게 키스하고 그녀를 만지고 그녀의 옷을 벗겼다. 그녀는 이제 그의 것이었다. 그가 비열하거나 상황을 이용했다고 해도 그날 밤 그는 분명히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일들을 그녀에게 했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일부러 그렇게 했다. 그는 그녀가 깨어난 후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심지어 그는 그녀가 그 사실을 기억하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것을 잊었다.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던 불길은 그녀의 사과와 함께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그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성준은 눈앞에 있는 그녀의 입술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품 안에 있었고 그의 제압 아래 있었다. 그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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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너는 지금 무엇이 두려운 거야.”어두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귀에 꽂혔다. 마치 철침이 심장에 박힌 듯 차우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나성준은 그곳에 서서 자신에게서 한 걸음 떨어진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발걸음을 떼어 그녀의 뒤로 다가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말해봐, 차우미. 도대체 뭐가 두려운 거야.”분명 질문이었지만 말투는 마치 단정짓는 듯했다.부정할 수 없는 진실처럼 들렸다.그녀에게 도망치지 말라고, 멀어지지 말라고 하는 듯했다.차우미는 나성준의 말에 심장이 쿵 했다. 마치 마음속을 꿰뚫린 것처럼 순간적으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지만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곧이어 나성준의 목소리가 다시 귀에 들려왔다. 이번에는 훨씬 더 가까웠다. 너무 가까워서 그의 숨결이 그녀 머리 위로 느껴졌고 그 뜨겁고 열정적인 숨결은 마치 불길처럼 그녀를 태우고 있었다. 차우미는 이미 마음이 혼란스러웠고 이제 그가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녀를 감싸고 억압하는 듯한 기운을 느끼자 더더욱 도망치고 싶어졌다.하지만 차우미는 그 상황 속에서도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상황을 분명히 알고 있었고 이성도 남아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서둘러 말했다.“나... 나... 그냥 방금 그 상황이 불편했어. 나... 네가 좋은 의도로 그랬다는 건 알지만 그냥 그렇게 하는 게 불편했어. 미안해, 나성준 씨.""차우미는 마음속의 혼란스러운 감정을 억누르고 그를 진지하게 마주 보며 말했다. 사실 그녀는 두려웠다. 그가 두려웠고 그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두려웠다. 그가 무심코 한 친밀한 행동들이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그게 두려웠다.그녀가 두려워하는 건 너무 많았다. 하지만 그 두려움은 그가 그녀에게 가까이 오지 않기만 하면 그들 사이에 적당한 거리가 유지되기만 하면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러면 그녀는 혼란스럽지 않고 방금처럼 큰 반응을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그녀 자신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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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6화

방금 전의 혼란스러운 일이 지나갔다.나성준은 그곳에 서서 그녀가 그렇게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매우 빠르게 평정을 되찾아 더 이상 흔들림의 기색이 없었다. 조금 열렸던 마음의 틈도 그렇게 아무 말 없이 닫혀버렸고 그가 다시 들어가려고 해도 이제는 어렵게 되었다.그의 눈동자는 차분해졌고 미세한 흔들림조차 보이지 않았다. 방금 전 복잡하게 얽혔던 감정들은 이제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그는 가늘고 여린 그녀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응시하며 그녀가 현관을 나서고 대문을 지나 그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고 손가락을 꽉 쥐었다가 다시 풀면서 그의 깊은 눈빛 속 어두운 감정은 잠시 일렁였다가 이내 사라졌다.그는 주먹을 풀고 걸음을 옮겨 주방을 나섰다.차우미는 별장 대문을 나서자마자 찬 기운과 밤공기가 순식간에 그녀를 덮쳤고 그녀는 순간적으로 추위를 느끼며 더욱 정신이 맑아졌다. 그녀는 바깥의 하늘을 확인한 뒤 바로 대문 밖으로 향해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별장 안에서 택시를 부르지 않고 밖에 나가서 부르기로 했다. 걸어가면서 차가 오길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차우미는 걸으면서 휴대폰을 꺼내 택시를 불렀다.이제 밤이 되었고 주변의 가로등과 고요한 밤 풍경이 밝혀져 있었다. 꽃과 나무, 공원의 잔디, 맑은 동강 물결이 모두 이 밤의 풍경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펼쳐져 고요하게 아름다움을 드러냈다.이곳은 차우미에게 너무나 익숙한 장소였다. 과거에는 한가한 시간이 생기면 이 주변을 산책하며 걸었고 이곳의 풍경을 보며 마음을 달랬다. 낮의 풍경이든 밤의 풍경이든 그녀는 이미 수없이 봐왔고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굳이 보지 않아도 이곳이 어떤 모습일지 그녀는 알고 있었다.택시를 부르고 난 뒤 차우미는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고요한 길 위에서 평소보다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이곳은 고급 주택가로 대중교통이나 택시를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대부분은 개인 차량만 다니고 택시를 보려면 극히 드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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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7화

“타.”눈동자는 깜깜한 밤처럼 까마득하게 차우미를 쳐다보았는데, 길가의 불빛이 환하게 비치면서 그녀를 감싸 안았다.차우미는 멍해졌다.‘바... 바쁘지 않나?’‘어떻게 왔지?’차우미가 반응이 없자 나상준은 문을 열어 내려와 조수석 문을 열었다.나상준은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를 본 차우미는 정신을 차렸다.잠시 멍해 있다가 열린 차 문을 보고, 생각하더니 차에 올라탔다.차우미가 조수석에 앉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운전석에 올라탔다.차는 아주 빠르게 달렸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올 줄은 전혀 몰랐다. 워낙 바쁘고 시간만 나면 일에 몰두해서 한가한 시간이 없다.그런데 지금 나상준이 자차를 몰고 왔다는 것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아마 회사에 가려고 한다고 생각했다.차에 탄 차우미는 생각하며 휴대전화를 꺼내 콜택시를 취소했다.취소되자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밖에만 데려다주면 돼. 혼자 택시 타고 백화점에 가서 사면 돼.”차우미는 나상준에게 백화점 입구까지 데려다 달라고 생각한 적이 없고, 택시 타는 곳까지만 가면 된다.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차창에 얹은 나상준의 눈은 아무런 감정 기복도 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 바깥의 빛이 계속 들어오면서 조금의 파동이 보였다. 마치 잔잔해 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암류가 솟구쳤다.옆에 있는 사람의 진지하고 나른한 목소리가 들어오면서 나상준이 입을 열었다.“쇼핑몰 이름.”차우미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보지 않고 계속 앞만 바라보았다. 그녀가 어떻게 말하는지는 그녀 일이고 어떻게 하는지는 나상준에게 달렸다.나상준의 차우미의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쇼핑몰까지 데려다줄 거고 만회할 여지가 없다는 뜻을 알아챘다.그녀는 속눈썹을 움직이면서 시선을 거두었다.“화영 쇼핑몰.”소리 없이 시원한 바람만 살랑살랑 불어오고, 강가의 은은한 향기에 옆에 앉은 사람의 향기와 이어져 차 안에서 유유히 맴돌았다. 나상준은 핸들을 꺾고 다른 차도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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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분명 나상준의 명의로 많은 집이 있고 아무거나 한 채를 선택해도 되는데 기어코 이사하지 않는다.어쩔 수 없이 싫어도 이곳을 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 달 전, 주혜민이 관강동에 빌라를 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바로 사서 간단하게 꾸미고 며칠 만에 이사 왔다.관강동의 집은 구하기 몹시 어렵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경치도 아주 좋아서 쉽게 팔지 않을 것이다.주혜민도 운 좋게 몇 달 만에 이 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다른 건 신경 쓰지 않고 파는 대로 샀다.원래 하루라도 일찍 이사하려고 했지만, 나상준이 그동안 계속 회성에 있어서 주혜민도 회성에 있었다. 나중에 주영 그룹에 위기에 닥치고,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돌아온 것이었다.가장 중요한 건, 나상준과 연락이 안 된다는 것이다.주혜민은 연락할 수 있는 모든 사람에게 연락했는데 아무런 회답도 없었다.나상준은 주혜민의 번호뿐만 아니라 주혜민과 연관된 연락처를 모두 삭제했다.어쩔 수 없이 관강동으로 이사 와서 나상준과 만날 수 있는지 없는지 운에 맡겼다.요 며칠 주혜민은 강아지 산책하러 밤마다 돌아다니는데, 나상준의 별장 앞에 가서 불이 켜졌는지, 그가 돌아왔는지 확인했다.며칠 동안 밤마다 와서 별장 근처를 돌아다녔는데, 불이 켜지는 걸 못 봤다.나상준은 돌아오지 않았다.주혜민은 나상준과 연락할 다른 방법도 없었다. 하성우, 양훈, 강명수 그리고 진현 모두 나상준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모르는 게 아니라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또 나씨 집안을 찾아가서 문지영에게 묻지도 못하고 가장 멍청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나상준이 관강동을 떠나지 않는 한, 관강동에 사는 한, 주혜민은 그를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단지 언제 만날 수 있을지 모를 뿐이다.주혜민이 몇 년을 기다렸는데 며칠은 아무것도 아니다. 시간은 충분히 있고 인내심도 가지고 있다.그리고 오늘 밤, 평소처럼 강아지를 데리고 나상준의 별장으로 향했다. 습관적으로 가서 돌아왔는지 보려고 했다.같은 시각,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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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주혜민은 별장 대문 앞에 다가가 초인종을 누른 후, 강아지 밧줄을 잡고 서서 안에 있는 커다란 문이 열리는 걸 바라보았다.대문에 거실의 빛이 쏟아져 나오면서 계단, 정원, 그리고 잔디밭도 따스한 빛이 쏟아졌다. 이곳의 모든 것은 주인이 돌아오면서 더는 차갑지 않고 온기가 느껴졌다.주혜민은 빛을 보면서 그 안의 온기를 느꼈다. 눈을 가늘게 뜨면서 보는데 생기가 가득했다.그리고 드디어 나상준을 마주한다.‘나상준, 네가 날 찾아오지 않으면 내가 찾아갈게. 어떻게 해서든 같이 있을 수밖에 없어. 이건 신의 뜻이야.’양지숙은 돌아와서 바로 식탁을 치운 후, 그릇들을 주방으로 가져가 깨끗이 씻었다.다 씻고 부엌을 정리하는데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양지숙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바깥을 살폈다.전보다 아주 어두워졌고, 8시가 넘은 청주의 밤은 이미 어두워졌다.이 시간에 누가 찾아온 걸까?집에 올 사람이 거의 없다. 예전에 차우미가 막 시집와서 양지숙이 아직 이 집에서 일하고 있을 때 두 사람이 왔었던 기억밖에 없었다.한 명은 차우미의 친구 여가현이고, 다른 한 명은 나상준의 비서 허영우뿐이다.그 외에는 집에 다른 사람이 온 적이 없다.그러고 양지숙이 이 집에서 나가고 다른 집으로 가고 나서는 누가 왔었는지 알 수 없었다.양지숙이 이 집에 있을 때, 그 두 사람 외에는 다른 사람이 온 걸 보질 못했다.‘허영우가 온 건가?’허영우가 이 집에 가장 많이 온다. 나상준 비서로서 가끔 공적인 일이나 서류 보내러 집에 자주 온다.양지숙이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허영우가 온 게 가장 마땅하다.양지숙은 손에 있던 수건을 내려 놓고 손을 닦고 현관에 있는 모니터를 보았다.한 여자가 떡하니 서 있었다.허영우가 아니었다.양지숙은 의아해했다.‘여자?’집에 차우미와 여가현 외에 처음 본 제3의 여자였다.양지숙은 주혜민이 누군지 모른다. 지금 모니터 앞에 보인 이 사람을 보고 약간 놀랐지만, 대문 앞에 나가서 물었다.“누구 찾으세요?”양지숙은 대문 밖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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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가사도우미는 주인이 시킨 대로만 일하고 이유도 묻지 말아야 한다. 양지숙이 딱 그런 사람이다. 그래서 차우미랑 어떻게 됐는지 전혀 궁금하지도 않고 묻지도 않았다.그러나 양지숙의 마음속에는 차우미가 이 집의 안주인이다.다른 여자가 나타나기 전까지 변하지 않는다.지금 이렇게 낯선 여인이 이런 모양새로 눈앞에 나타났는데, 마치 자신이 나상준과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 듯했다.만약 오늘 밤 차우미를 못 보고 나상준 혼자 돌아온 걸 봤다면 양지숙은 눈앞에 있는 주혜민이 정말 나상준과 각별한 관계라고 생각할 것 같았다.하지만 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같이 있는 걸 봐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물론 궁금하고 둘이 무슨 관계인지 추측할 수 있지만, 양지숙은 드러내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양지숙은 주혜민을 낯선 사람처럼 대하고 예의를 갖추지 않았다.주혜민은 눈동자가 약간 떨리더니 바로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양지숙이 눈치 없다고 생각했다.주혜민은 마음속의 불쾌함을 억누르고 인내심을 가지고 말했다.“별일 있는 건 아니고요. 오늘 강아지 산책시키러 나왔는데 우연히 불이 켜져 있는 거 보고 상준 씨랑 이야기를 나누려고요.”“집에 없어요?”“네. 지금 집에 안 계시니 무슨 일 있으시면 직접 연락하세요.”“그렇군요...”주혜민의 얼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그냥 물어본 것일 뿐, 정말 집에 없을 줄은 몰랐다.아주 실망했다.하지만...양지숙의 말을 들은 주혜민은 나상준이 돌아왔다는 것을 확실히 말해 주었다.그럼 됐다.“그럼 언제쯤 돌아오실까요? 마침 강아지 산책 좀 더 시켜야 해서 돌아오면 다시 올게요.”주혜민은 양지숙에게 그녀의 말을 믿으라고 손에 든 목줄을 잡았다.양지숙은 나오자마자 주혜민 옆에 있는 포메라니안을 보았다.“그건 잘 모르겠어요. 무슨 일이 있으면 직접 연락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이 집의 가사도우미일 뿐 아는 게 별로 없어요.”주혜민은 양지숙의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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