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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1화

그 시각 안평시. 공항에서 비행기가 우르르 소리를 내며 활주로를 벗어나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이내 구름 속으로 빠르게 들어가자 도시는 점차 작아지고 불빛은 한 점 한 점 축소되어 가고 있었다. 창가에 앉아 있던 온이샘은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온이샘은 모든 업무를 빠르게 마무리하고 저녁도 먹지 않은 채 중요한 서류와 휴대폰만 챙겨 바로 공항으로 달려왔다. 그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었다. 하루라도 빨리 청주에 가서 차우미를 만나고 싶었다.비행기가 비행 고도를 높이며 도시의 불빛이 마치 별빛처럼 흩어지는 광경을 뒤로하고 온이샘은 시선을 돌려 꺼진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온이샘은 일에 치여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지만 사실 원한다면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 있었다. 결국 중요한 건 시간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것이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인가 하는 문제였다.일을 정리하니 어느덧 시간이 7시를 넘었다. 온이샘이 예약한 비행기는 10시 15분 출발이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마무리되자마자 바로 공항으로 향해 비행기에 올랐다. 비행기에 탔을 때는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 시간이면 차우미는 아직 잠들지 않았을 테니 메시지를 보냈다.차우미와 이야기하고 싶었고 빨리 차우미를 만나고 싶었다. 알 수 없는 이유로 온이샘은 그 순간 아무것도 제어할 수 없는 충동에 휩싸였다. 하지만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휴대폰은 곧 꺼지고 말았다.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 메시지를 보낸 후에야 자동으로 꺼진 휴대폰을 보며 배터리가 없음을 알았다.꺼진 휴대폰을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차우미가 너무 보고 싶었던 나머지 자신을 제어할 수 없을 정도였다. 차우미가 청주에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조급해졌고 마치 자신의 마음이 먼저 청주로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지금 이곳에 있는 자기 몸은 그저 빈 껍데기였고 차우미에게 다가가기 위한 기계적인 행동만을 이어가고 있었다.그렇지만 마음이 아무리 급해도 꺼진 휴대폰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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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주혜민은 나상준의 별장 안의 불이 밝아지는 것을 보고 나서 집에 돌아가지 않고, 멀지 않은 강가에 있는 정자로 가서 별장 쪽을 바라보았다.특별히 나상준의 별장을 똑똑히 볼 수 있는 자리를 잡아 집 앞에 오가는 차량도 똑똑히 볼 수 있었다.나상준의 차가 멀리서 달려오는 걸 보자 주혜민은 눈을 번쩍 뜨였다.그의 차를 알아봤기 때문이다.나상준은 고상 떠는 사람과 정반대인 아주 겸손한 사람이다.그 차는 사람들이 탐 나는 롤스로이스도 아니고 눈부신 페라리, 포르쉐, 마이바흐도 아니었다.다름 아닌 바로 벤츠였다.그러나 벤츠도 수천만 원의 고급 차가 아니지만 몇백만 원으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다.나상준이 소유 중인 이 벤츠는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소수이며 외부에는 판매하지 않는다.겉모습만 보면 일반 차량보다 다를 게 없이 평범해 보이지만, 내부 장비들은 천만 원대의 고급 차보다 뒤떨어지지 않고 심지어 더 좋다.주혜민은 3년 전부터 이 차를 본 적이 있다. 청주에 있으면 나상준은 거의 이 차만 몰고 다닌다.주혜민은 오늘 별장을 떠나서부터 지금까지 아주 오랫동안 기다렸다. 거의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렸다.나상준의 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보고, 주혜민은 지푸라기도 잡은 듯 바로 강아지를 데리고 다가갔다.드디어 어두컴컴한 대문 밖에 다시 밝아졌다.주혜민은 나상준을 봤다.달빛에 그의 꼿꼿한 자태와 용안이 더욱 차갑고 조각 졌다.지금, 이 순간, 주혜민은 손에 있는 목줄을 꽉 쥐고 계단에 발을 디디고 있는 그를 바라보며 눈에 빛이 반짝였다.기쁨과 즐거움이 주혜민의 얼굴을 가득 채웠다.드디어 나상준을 만나게 된다. 주혜민이 그를 만나려고 온갖 수를 다 썼다.문밖에 서 있는 주혜민의 뜨거운 시선과 감정을 바라보는 나상준의 안색은 담담하고 차가웠다.나상준은 시선을 돌려 계단을 계속 올라가 거실로 들어갔다.주혜민은 거기 서서 그냥 그렇게 떠나는 나상준의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그의 차가운 모습에 주혜민의 안색도 따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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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아주 고요한 밤이었다.몇백 평짜리 별장 안은 안주인도 아이도 없이 오직 나상준뿐이었다. 별장 안은 고요함이 맴돌아 사람이 살고 있어도 소리도 온기도 전혀 없었다.차우미가 떠나면서 이 별장은 더는 집 같지가 않고 겉모습만 화려할 뿐이다.나상준은 서재로 들어가 의자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 모니터 화면에 CCTV 장면이 선명히 나타났다.다른 곳의 CCTV 장면이 아니라 바로 나상준의 집 앞 화면이었다.나상준이 집에 돌아오기 전에 주혜민이 집 밖에서 둘러보는 화면이었다.나상준은 주혜민이 대문 밖에 나타난 화면을 찾아서 멈춰 섰다.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CCTV에 있는 주혜민이 별장을 바라보는 모습과 눈빛을 보고 있었다.“집 안 청소는 다 했으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무슨 일입니까?”“사모님과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한 여자가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사장님과 아는 사이라며 집에 불이 켜진 것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그 여자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뭔가 이상해서 직접 연락드리라고 했습니다. 그러더니 괜찮다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린다고 강아지를 데리고 갔습니다.”나상준은 자신이 돌아왔을 때 받은 전화가 생각나면서 양지숙의 말을 듣고 모니터에 양지숙의 모습이 나타났다.곧 대화하는 소리가 컴퓨터에서 흘러나왔다.나상준은 CCTV에 찍힌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마음에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네, 감사합니다.”주혜민의 마지막 말이 전해 들려오면서 양지숙도 떠났다. 따라서 주혜민의 안색 변화도 변했다.그녀의 가식적인 가면을 벗기고 오만하고 자신만만하며 경멸하는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의 오만한 태도가 낱낱이 드러냈다.나상준은 모니터에 주혜민의 안색 변화를 바라보며 생각이 점점 더 깊어졌다....새벽 1시, 청주 공항.온이샘은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에서 떠났다.새벽이다 보니 공항에 사람들이 별로 없었지만, 여전히 공항 직원들이 눈에 보였고 그와 같이 비행기에서 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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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청주는 온이샘의 고향이자 그가 20여 년을 살았던 곳으로 청주의 모든 것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 출국한 지 몇 년 만에 돌아올 때 비로소 처음으로 고향의 변화를 느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랜만에 돌아온 고향을 봐서 가슴에서 우러나온 감회이지 않나 싶다.지금, 이 순간, 차우미가 온이샘이 오랫동안 살아온 도시에 있고, 그녀와 같은 공기를 마시며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온이샘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뛰었다.분명 새벽 한 시가 넘은 늦은 시간인데 온이샘은 피곤하지도 배고프지도 않았다. 그저 흥분과 깊은 기대를 품고 있었다.온이샘은 내일 차우미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그가 청주에 왔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어떤 모습일지 기대했다.이러한 생각을 하며 온이샘의 입가는 억누를 수 없는 미소를 지었고 입꼬리가 끝도 없이 계속 올라갔다.그는 차우미가 자신이 청주에 있다는 것을 알면 놀라고 어리둥절할 거로 생각했다.택시는 어둠 속에서 소리 없이 앞으로 달려가고 있고 한 시간쯤 지나 스카이 빌리지에 도착했다.온이샘은 돈을 주고 차에서 내려 바로 안으로 들어갔다.시간은 벌써 2시가 넘었고, 단지 안은 쥐죽은 듯 조용하여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온이샘은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에 타고 집에 도착했다.집은 매우 넓고 깨끗했다.집 열쇠를 어머니께 드렸더니 어머니가 가끔 오시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환기하러 온 사람도 있다.그래서 오랜만에 돌아와도 집안은 깨끗하고 꿉꿉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휴대전화가 꺼진 것을 기억하는 온이샘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충전시켜 전원을 켰다.차우미가 그 시간대에 보통 잠을 안 자기 때문에 답장할 거라고 알아서 메시지를 보냈다.온이샘은 차우미가 답장할 거라고 짐작했다.그녀가 무슨 말을 보냈는지 보고 싶어 안달이 났다.온이샘은 서둘러 씻지 않고 흥분함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졸리거나 피곤하지 않고 오히려 정신이 맑아졌다.휴대전화가 충전되면서 화면도 점점 밝아졌다.온이샘은 휴대전화가 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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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그냥 두 개의 메시지일 뿐인데 아주 소중했다. 온이샘은 앉아서 그 두 개의 메시지만 계속 보고 눈에 애정이 가득했다.한참 동안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그는 예전엔 메시지 하나 때문에 이렇게 흥분하고 주체하지 못하진 않았고, 한 사람 때문에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았었다.예전에도 차우미를 좋아했지만, 그때는 자제할 수 있었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억누를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차우미에게 다가가고 싶고 가지고 싶다. 온이샘의 욕심은 점점 확대되어 걷잡을 수 없게 되었다.온이샘은 소파에 기대어 소리 없이 웃으며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몰랐다.감정 기복의 크기가 온이샘 같지 않았다.새벽 2시가 넘은 밤은 마치 온 세상이 깊은 잠에 빠진 듯 유난히 정적에 잠겼고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온이샘은 소파에 한참 기대어 있다가 일어나 다시 메시지를 보았다.차우미는 지금 분명 자고 있을 것이다. 예전 같으면 절대 이 시간에 그녀에게 답장하지 않았을 거지만 차우미가 내일 깨어나서 답장을 보지 못하면 걱정할 것 같아서 메시지를 작성해 답장을 보냈다.지금쯤 차우미는 깊은 잠에 빠져 있을 거고 메시지 하나로 깨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메시지를 보내고 온이샘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씻으러 갔다.이미 늦은 시간이니 더는 지체할 수 없었다.내일 일찍 일어나서 좋은 모습으로 차우미를 만나러 가야 했다.온이샘은 더는 머물지 않고 욕실로 들어가 물소리가 들려왔다.같은 시각, 금난 호텔.방안은 고요하고 창밖의 불빛이 비쳐 들어와 안의 모든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차우미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어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고 가벼운 숨소리가 들렸다.갑자기 휴대전화가 ‘땡’하고 울리더니 화면이 밝아지면서 방안도 약간 환해졌다.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 뒤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차우미는 몸을 움직이고는 몸을 창문을 향해 돌아섰고, 얼떨결에 휴대전화를 만지러 손을 뻗었다.메시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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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온이샘은 화면에 나타난 메시지와 수신자를 보고 그대로 얼어버렸다.답장이 온 걸 보니 계속 안 자고 있었던 걸까?갑자기 가슴이 막 뛰기 시작하더니, 온이샘은 다른 생각을 접어두고 메시지를 확인했다.[정말 별일 없어? 선배,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괜찮아. 도울 수 있는 데까지 도울게.]온이샘은 차우미의 메시지를 보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하더니 메시지를 보낸 시간을 확인하는데 자신이 메시지를 보낸 지 불과 몇 분 만에 답장이 왔었다.계속 안 자고 있던 걸까? 아니면 휴대전화 소리에 깬 걸까?왠지 모르게 지금 온이샘은 당장 차우미에게 아무 일 없다고, 괜찮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야 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메시지 말고 전화를 걸고 싶었다.그것도 아주 간절했다.그러더니 무의식적으로 연락처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온이샘은 지금 통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차우미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졸음이 그녀를 감싸고 있는데, 손에 있던 휴대전화도 힘이 풀리면서 침대에 떨어졌다.징징...울리는 진동 소리에 차우미는 깨어나 눈을 떴다.벨 소리가 안방까지 울려 방안의 정적을 깨뜨렸다.차우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누가 이 밤중에 전화를 걸어온 것인지 확인했다.온이샘 선배였다.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선배.”졸음을 머금은 목소리가 고요한 밤하늘 아래 부드럽게 온이샘 휴대전화로 또렷이 들려왔다. 이 순간 온이샘의 심장 박동이 잠시 멈추고 다시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정말 온이샘 때문에 차우미가 잠에서 깨어났다면 무슨 일인지 말하고 사과해야 한다.그러나 차우미의 목소리를 들은 순간 온이샘은 왠지 모르게 마치 벙어리가 된 것 같았다.해야 할 말들이 그렇게 홀연히 사라졌다.차우미는 말을 마치고 온이샘이 말하기를 기다렸으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아주 조용했다.전화 너머 사람이 없는 것 같았다.그녀는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보는데 끊지 않았고 통화 중이었다.“선배, 듣고 있어?”“내 말 들려?”차우미는 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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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자야 하는 시간인데, 말하고 싶어서 전화했어.”온이샘의 목소리는 온화하고 웃음을 머금고 있다. 그리고 다른 마음을 담고 있는데 차우미가 듣기에 그에게 무슨 일이 있지만 말하지 않는 것이다.하지만, 온이샘은 차우미의 다름 아닌 자신과 대화해주는 도움이 필요했다.차우미는 그제야 이해했다.생각하며 시간을 확인하고 입을 열었다.“선배, 여태까지 안 잤어?”온이샘은 자신이 방금 한두 마디가 부적절하다고 알고 차우미를 놀라게 하고 그를 피할 수도 있지만 후회하지 않았다.비록 말을 마치고 심장 박동이 전보다 더 빨랐고, 긴장했지만 후회하지 않았다.그러나 온이샘은 차우미가 놀라지도 피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녀의 관심을 가질 줄은 몰랐다.차우미의 목소리는 담담했고 마음도 단순해서 온이샘을 걱정하고 있다.친구로서 걱정하고 있다.오히려 온이샘이 생각이 많아서 입을 열지 못하고 마음이 혼란스럽기만 했다.차우미의 말이 귀에 들어오면서 웬일인지 온이샘은 웃음을 터뜨렸고, 불안한 마음이 점차 평온해지고 휴대전화를 움켜쥔 다섯 손가락도 긴장을 풀었다.“응.”온이샘은 계속 쉬지 못했다.가능하다면 온이샘은 당장 차우미를 만나고 싶었다.차우미는 그의 대답을 듣고 입술이 약간 떨더니 입을 열었다.“바쁘지?”차우미는 온이샘이 일과 휴식시간을 잘 분배하고 너무 힘들지 말고 지금처럼 밤을 새우지 않기를 바랬다.이렇게 하면 몸에 안 좋다.그러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 있는 법이다.온이샘이 지금까지 쉬지 않았는데 분명 매우 바쁠 것이다. 중요한 건 지금 뭔가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이다.차우미는 무슨 일이 있든 온이샘을 도울 수 있기를 바랬다. 전에 그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하고 지금 온이샘에게 도움이 필요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줄 것이다.단지 온이샘이 말을 안 할까 봐 걱정이다.온이샘은 휴대전화 너머로 차우미의 평온한 말을 듣고 자신에 대한 그녀의 관심이 담겨 있는 걸 느꼈다. 그의 마음속의 불안함과 긴장함이 모두 진정되었다.조금의 조급함도 없었다.“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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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차우미는 스카이 빌리지를 알고 있다. 청주의 유명한 주택단지이고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평범하지 않은 신분을 가지고 있다.온이샘이 말하자 차우미는 바로 어디인지 알았다.“금난 호텔에 있어.”온이샘도 차우미가 청주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숨길 필요가 없었다.금난 호텔...온이샘은 눈동자를 약간 움직이며 말했다.“알았어. 일 금방 처리할 수 있는데 너는? 언제쯤 끝나? 내가 도와줄 건 없고?”차우미는 자신이 온이샘을 도울 생각이었는데 되려 도움을 주려고 했다.그녀는 웃음이 터졌다.“아니. 빠르면 내일이면 끝날 것 같은데...”“아...아니다. 오늘이면 끝날 수 있어.”아무 생각 없이 내일이라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이미 새로운 날이 밝았다.온이샘은 차우미의 말을 듣고 아무 일 없고 순조롭다고 느꼈다.그는 따뜻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래, 처리하기 어렵거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나 지금 청주에 있으니까 너랑 가까워.”차우미는 웃었다.“그럴게.”두 사람은 예전과 같은 텐션으로 돌아갔다. 정확히 말하면 온이샘이 회복됐다.두 사람은 말을 마치고 공기가 얼었다.이내 온이샘이 얼음을 깼다.“그... 그럼 내일 처리하고 연락할까?”차우미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어 말했다.“내가 귀국하고 나서 네가 처음으로 청주에 왔는데, 마침 나도 여기 있으니 시간 되면 밥이라도 사주고 싶어서.”차우미는 청주에서 3년이나 살았는데 낯설지 않을 것이다.어디로 놀러 갈지 온이샘의 안내도 필요 없고, 또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릴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친구로서 현지인으로서 밥을 사주겠다는 요청을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말을 듣고 말했다.“오늘 일이 끝나는 대로 안평시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선배도 지금 청주에 있으니 같이 밥 한 끼 먹어요.”차우미가 온이샘의 초대를 거절할 리 없다. 차우미가 안평시에 돌아가서 똑같이 온이샘에게 음식을 대접한다고 하면 온이샘 역시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친구이지만 그냥 친구 사이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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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차우미는 청주에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이러면 충분하다.온이샘도 시간을 보고 더는 지체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들고 침실로 갔다.그제야 안심하고 쉴 수 있었다.날은 곧 밝아질 것이고, 온이샘은 곧 차우미를 만나게 될 것이다.방 안의 불이 꺼졌다.그러고 정적에 빠졌다.아침 6시 20분, 알람이 울렸다.차우미는 일찍 일어나서 씻고 정리했다.나상준이 7시에 진서원이 데리러 온다고 해서 7시 전에 정리해 놓아야 했다.그래서 일부러 6시 20분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 씻고 안평시에서 가져온 특산품 몇 조각 먹고 짐을 챙겨 호텔을 나섰다.차우미는 항상 제 때에 도착하고 지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호텔에서 나올 때 딱 6시 50분에 맞춰서 도착했다.그러나 뜻밖에도 차우미가 나갔을 때 차는 이미 맞은편 주차장에 세워져 있었다.차우미가 짐을 들고나오는 것을 보고 진서원은 바로 차에서 내려 마중하러 갔다.“사모님, 제가 들겠습니다.”차우미는 거절하지 않고 물건을 건네주며 말했다.“서원 씨, 언제 오셨어요?”진서원은 시계를 보며 말했다.“6시 반에 왔습니다.”6시 반.나상준이 7시에 가라고 했는데 진서원은 6시 30분에 도착했다.생각보다 너무 일찍 왔다.진서원은 짐을 트렁크에 넣고, 차우미도 차에 타서 관강동으로 향했다.청주의 날은 일찍 밝아졌고 해가 뜨면서 날씨가 아주 좋았다.날이 밝아지면서 청주도 정적에서 시끌벅적하게 변했다.차우미는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나상준이 생각나서 진 서원에게 물었다.“서원 씨, 나상준 오늘 외출했나요?”나상준은 항상 아침 일찍 일어났고, 진서원은 그보다 더 일찍 일어났다. 나상준이라면 진서원이 일어날 때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갑자기 일이 생겨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운전하고 있던 진서원은 차우미의 말을 듣고 대답했다.“사모님, 제가 외출했을 때는 아직 외출하지 않았습니다.”이 말을 들은 차우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네.”나상준이 워낙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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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단숨에 차우미 다리에 달려들어 그녀를 끌어안았다.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구부려 자신의 다리에 달려든 아이를 붙잡고 의아하게 바라본 다음, 머리에 핑크빛 꽃을 꽂은 채 밝게 웃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예은이?”그렇다. 나예은이다.나예은이 왜 여기서 나타나지?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별장 안을 들여다보니 계단에 서서 한 손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꼿꼿이 서서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보였다.나상준이었다.차우미는 멍해졌다.왜 나상준이 서 있지?서혜지나 나준우가 서 있어야 하는데 왜 나상준이지?차우미는 눈동자를 돌리며 나상준의 뒤를 보고 서혜지와 나준우를 찾았다.그러나 아무리 봐도 서혜지와 나준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거실에 없는 걸까?차우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예은의 목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왔다.“큰엄마, 뭐 보세요? 예은이 안 보고 싶었어요? 왜 보러 안 왔어요?”나예은은 차우미의 바지를 움켜쥐고 방금 찬란하게 웃고 있던 얼굴이 찡그려지게 변하고 입도 삐죽 튀어나오더니 기분이 상한 모습이었다.나예은의 말을 듣고 차우미는 고개를 숙여 그를 바라보았다.볼은 불룩하게 하고 미간도 찌푸리고 있으며 화가 난 복어 같았다.차우미는 순간 웃음이 터져서 몸을 구부리고 앉아 나예은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큰엄마 예은이 엄마랑 아빠가 어디 있는지 보고 있었어. 엄마랑 아빠는 어디 가셨어? 왜 안보이지?”나예은은 서혜지와 나준우의 귀한 자식이자, 다른 어른들에게도 아주 귀여움을 산다. 유난히 똑똑하고 귀여워서 모두가 좋아했다.그리고 아직 몇 살짜리 아이여서 어디 가든 부모님을 떠날 수 없었다.지금 차우미는 서혜지와 나준우를 보지 못했고, 나예은을 보살피던 가사도우미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사람은 나상준뿐이었고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차우미보다 일찍 이곳에 와서 그녀의 계획을 완전히 망쳤다.차우미는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다.나예은은 차우미의 말을 듣고 언짢은 기분이 순간 사라지고 금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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