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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1화

나상준이 알고 있는 건가?“큰엄마! 큰아빠!”나예은은 차우미가 제정신이 아닌 걸 알아채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차우미의 손을 잡고 흔들며 정신을 차리게 했다.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우리... 우리 일단 들어가자.”차우미는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나예은이 옆에 있어서 얘기하기 좀 그래서 일단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차우미는 일어나 고사리 같은 손을 잡자, 나예은도 그녀의 손을 꽉 잡고 기뻐하며 말했다.“네!”나예은은 깡충깡충 뛰며 차우미를 따라 계단을 올라갔다.차우미는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다. 나예은의 말이 사실인지 모르지만, 아이가 지금 곁에 있으니 잘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차우미는 나예은의 작은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천천히 가.”“괜찮아요! 예은이 안 넘어져요! 넘어져도 괜찮아요. 일어나면 되죠.”나예은은 조금도 엄살 구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호감을 산다.차우미는 나예은의 말을 듣고 웃음이 터졌다.넘어지는 게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당연히 주의해야 하고 넘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더욱 좋다.나상준은 끝내 소리도 내지 않았고 내려올 의향도 없었다. 그는 그냥 그렇게 서서 차우미의 표정 변화를 보며, 특히 나예은을 대할 때 그녀의 부드러운 모습을 지켜보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온갖 마음과 안색을 지켜보았고, 얼굴에는 표정 변화가 조금도 없었다.둘은 그렇게 계단을 올라 나상준 앞에 도착했다. 나예은은 나상준의 손을 덥석 잡더니 좌우로 둘을 바라보며 만족한 듯 말했다.“큰아빠, 큰엄마 그리고 예은이! 예은이 지금 너무 신나요!”카리스마와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 찬 나상준은 다른 사람이 딱 보면 피하고 싶은데, 나예은은 달랐다. 나상준도 나예은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어쨌든 하나뿐인 조카이니 상냥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나예은도 자연스럽게 나상준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그렇다고 해서 아주 좋아하지도 않는다.굳이 비교하자면 차우미를 대하는 마음이 100퍼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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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나상준은 시선을 자신의 손을 잡은 아이에게 떨어졌다. 눈동자가 약간 움직이더니 나예은은 마치 엄마 아빠를 보는 듯했다. 나상준은 나예은의 손을 잡고 말했다.“가자.”“네!”나예은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 아주 많이 신났다.서혜지가 나예은에게 큰엄마랑 큰아빠가 돌아왔다고 같이 놀고 싶냐고 물어보니까 당연히 좋다고 말했다.서혜지는 놀고 싶으면 큰엄마랑 큰아빠 집에 가고 엄마랑 아빠는 둘만의 세상을 보낸다고 했다.나예은은 둘만의 세상이 둘이서만 같이 논다는 뜻인지 알고 있었다.그래서 엄마랑 아빠는 놀러 가고 자기는 큰엄마랑 큰아빠 댁에 놀러 온 거였다.서혜지는 큰아빠와 큰엄마 집에서 이틀 놀다가 내일 아빠랑 같이 데리러 온다고 했다.나쁘지 않은 제안이다.나예은은 큰엄마를 아주 좋아해서 큰엄마랑 큰아빠와 놀 수 있고 아빠랑 엄마에게 둘만의 세상을 보내게 해줄 수 있었다.이건 즐겁고 재밌는 일이다.다만, 나예은이 왔을 때 큰엄마는 보지 못하고 큰아빠만 봐서 매우 서운했다.나상준이 곧 올 거라고 해서 기분이 풀렸다.그래서 순순히 기다리기만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우미는 도착했고 나예은은 무척 기뻤다.큰엄마가 있으면 부모님이 없어도 괜찮았다.아이가 누군가를 신뢰하기는 쉽지 않다. 나예은은 차우미를 믿고 좋아해서 서혜지와 나준우가 없어도 상관없다.차우미만 있으면 된다.지금 차우미를 보니 나예은은 나쁜 기분은 다 사라지고 기분이 아주 좋았다.차우미는 둘의 대화를 듣고 정신을 차렸다.나예은의 밝게 웃고 있는 얼굴을 보더니 미소가 꿀을 바르는 것처럼 달았다.차우미의 입가에도 웃음이 번졌다.나예은을 본 지 몇 달이 되었는데, 지금 보니 키가 더 큰 것 같았고 더욱 활발해진 것 같았다.“큰엄마, 아침 드셨어요? 예은이는 아직 아침 못 먹었어요. 큰엄마가 해준 밥 먹고 싶은데 해줄 수 있어요?”셋은 거실에 들어갔고, 기사님은 벌써 차우미가 가져온 짐을 주방에 놓고 차를 몰고 떠났다.차우미는 나예은의 말을 듣고 멍해졌다.“예은이 아직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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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난 뭐 좀 먹고 왔는데 예은이랑 같은 거 먹을래?”나상준은 편식을 잘 하지 않으며 몇 가지 제외하고 대부분 다 먹는다.나예은이 방금 말한 것들도 다 먹는다.나상준은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눈앞의 사람을 쳐다보다가 한 박자 쉬고 말했다.“안 먹을 거야?”차우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나...”“큰엄마, 아침 드셨어요?”“혹시 거짓말하는 거 아니죠? 예은이랑 큰아빠도 안 먹었는데, 큰엄마는 언제 드셨어요?”나예은은 나상준과 차우미가 이혼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아직 아이이기도 하고,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나예은이 보기에 나상준과 차우미는 아직 부부관계이다. 그러니 나상준이 아침을 안 먹었으니 차우미도 안 먹었던 게 당연하다.나예은의 천진난만한 말이 귀에 들어오자 차우미는 입술을 약간 벌리고 말을 잇지 못했다.나예은이 자신과 나상준의 사이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차우미는 입술을 움츠리며 머리를 굴리고 입을 열었다.“아침에 배가 고파서 뭐 좀 먹었어. 지금 아침 식사 준비하러 갈게. 많이 해서 이따가 같이 먹자.”나예은은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손뼉을 쳤다.“좋아요!”“예은이 큰아빠와 큰엄마랑 같이 먹고 싶었어요!”차우미는 웃으며 나예은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나상준을 향해 말했다.“주방에서 아침 만들 테니까, 넌 예은이랑 같이... 놀래?”차우미는 확신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아이들과 놀아본 적도 없고 어떻게 놀아주는 지도 모른다.남자와 여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차우미는 이제야 자신이 나예은을 돌보지 않으면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나상준은 응하고 대답했다.차우미의 말을 들은 나예은이 말했다.“큰엄마, 예은이가 도와줄게요!”나예은의 넘치는 열정에 차우미는 순간 웃음이 터졌다. 아이가 돕기는커녕 방해만 하지 않아도 천만다행이다.차우미는 웃으며 말했다.“아니, 큰엄마가...”“그래도 되고.”나지막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와 차우미의 말을 끊어버리자 차우미는 어리둥절했다.나상준이 말했다.“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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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큰아빠, 예은이 큰엄마 돕고 싶은데...”나예은은 다리를 꼬고 나상준 옆에 앉고 있었다. 고사리 같은 두 손은 자신의 발을 잡으면서 부엌에 있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나예은은 지금 나상준과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보다 차우미와 함께 있는 게 더 재밌다고 느낀다.나상준의 시선은 부엌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차우미에게 떨어졌다.앞치마를 착용한 차우미는 개미허리를 드러내며 몸매도 앞치마에 둘러싸서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몸을 굽히다가도 일어나서 몸매의 굴곡이 선명히 보였다.평소 차우미는 추리닝에 가까운 헐렁해 보이는 일만 입어서 몸매를 잘 알리지 않았었다. 지금 보니까 차우미의 몸매가 아주 좋다는 걸 알 수 있었다.나상준은 예전에 차우미의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봐도 눈에 여겨 보이지 않았었다.이젠 보려고 해도 사치다.옆에서 앳된 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오자 나상준의 시선을 돌렸다.콩알만 한 얼굴에 지금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잔뜩 써놓은 것을 보며 말했다.“우리 큰엄마 보러 부엌에 갈까?”“진짜요?”나예은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더니 꼿꼿이 앉아 기분이 좋아졌다.“응.”나상준은 리모컨을 내려놓고 나예은을 안았다. 나예은도 신나서 나상준의 목을 끌어안고 다리를 흔들며 지금 이 순간 감격의 기쁨을 표현하고 있다.나상준은 나예은을 제지하지 않고 한 손으로 그를 안고 안정하게 부엌으로 들어갔다.차우미는 아침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마치 차우미가 집에서 아침을 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양지숙은 부엌에 있는 식재료들을 다 준비해놓고 차우미가 나가서 살 필요가 없었다.나예은이 말한 옹심이는 집에 있는 밀가루를 사용해 반죽하면 되고, 국수도 간만 맞추고 있는 채소 좀 넣고 끓이면 된다. 계란찜은 더 쉽다. 계란에 물만 넣고 찌기만 하면 끝이다. 그리고 나예은이 좋아하는 과일로 잼도 만들려고 했다.차우미에게는 아주 쉬운 음식들이다.쉬워 보여도 맛있게 만드는 게 쉬운 게 아니다. 그 사람의 정성과 솜씨가 필요하다.그러나 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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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그렇게 차우미 뒤에서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고, 차우미는 아침 만드는 데에 집중해서 끝까지 뒤에 사람이 있는 줄 몰랐다.잼을 다 만들고 옆에 있는 찜통에서 타이머 소리가 나서 뒤돌아보았다.차우미는 한 눈 보더니 수건을 꺼내 손을 닦고 돌아서서 집게를 가져와 계란찜을 집어내려고 했다.그러나 돌아서자마자 사람과 부딪히며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났다.놀란 차우미는 얼른 손을 뻗어 버틸 수 있을 만한 물건을 잡으려고 했으나, 바로 그때, 어느 힘찬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렇게 차우미는 순식간에 나상준의 익숙한 품에 안겨버렸다.차우미는 멍해졌다.나예은도 따라 멍해졌다.오직 나상준만이 한 손에는 나예은을 안고, 다른 한 손은 차우미를 안기고 있었다. 그는 자기 품에 안긴 사람을 보며 말했다.“조심해.”나상준의 나지막한 목소리를 듣고 차우미는 정신을 차리고 의아해하며 둘을 쳐다보았다.“네들...”그러자 나예은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큰엄마, 모르고 있었죠? 하하하...”“예은이 큰아빠랑 조금 전부터 들어와서 뒤에서 몰래 큰엄마가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어요!”“하하하... 큰엄마 전혀 몰랐네!”나예은의 말을 듣고 또 환하게 웃는 콩알만 한 얼굴을 보며 차우미는 마침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았다. 어이없으면서도 웃기기까지 했다.“깜짝 놀랐네.”돌아서자마자 사람과 맞부딪혔는데 놀랄 만도 하다. 정말 애 떨어진 줄 알았다.차우미가 놀랐다고 말하자 나예은은 더욱 환하게 웃었다.나상준이 말했다.“하고 있어. 돕지 않을게.”보고만 있고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뜻이다.나상준의 이 말은 마치 그들을 쫓아내지 말라고 사정하는 것처럼 들렸다.평소 냉정하고 차가운 나상준이 타협적인 말을 하니 생소했고 그가 할 수 있는 말이 아닌 것 같았다.차우미는 멍해졌다.그것도 잠시, 바로 알게 되었다.나예은이 들어오려고 하니 나상준이 어쩔 수 없이 들어온 거였다. 아이가 있으니 싫어도 할 건 해야 했다.나상준이라고 해도 다를 것 없다.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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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차우미가 아침을 다 차리고 나니 시간은 벌써 8시가 넘었다.거의 30분 만에 한 상을 다 차렸다.나예은은 벌써부터 배가 고팠다.그런데 차우미가 아침을 다 차릴 때까지 참고 다 같이 앉고 나서야 먹기 시작했다.차우미는 어쨌든 아이니까 오래 굶으면 좋지 않아서 계란찜이 다 되고 나서 먼저 나예은을 먹이려고 했었다.그러나 어떻게 말해도 어른들과 같이 먹는다고 했다.“큰엄마, 예은이 먼저 먹어요!”나예은은 어린이용 의자에 앉아 숟가락을 들고 차우미에게 말하자 그녀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먹어.”“네!”말하고 나예은은 계란찜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는데, 차우미는 무슨 생각이 나서 서둘러 말렸다.“잠깐만.”계란찜은 이미 나예은의 입에 들어갔고, 입을 미처 닫기도 전에 차우미의 말을 듣고 그대로 동작을 멈추고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차우미는 입술은 벌리고 숟가락은 아직 입에서 나오지 못한 채로 멈춰버린 나예은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뜨거워, 불어서 먹어.”차우미는 나예은의 손에 있는 숟가락을 들고 계란찜을 식혀줬다.나예은이 입에 넣으려고 했던 계란찜이 그렇게 날아가 버렸고 나예은은 안달이 나서 눈이 빠질 정도로 계란찜만 쳐다보았다.차우미는 나예은이 배가 고픈 것을 알고 얼른 불어서 먹여주자, 한 큰술을 전부 받아먹었다.그리고 나예은의 만족스러운 얼굴이 보였다.“우와! 정말 맛있어요!”“큰엄마가 만든 계란찜이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고소해요!”손은 차우미의 손을 잡으면서 다리는 앞뒤로 흔들며 아주 즐거워 보였다.차우미는 웃으며 말했다.“큰엄마가 먹여줄게.”대뜸 고개를 끄덕였다.“네네!”혼자 먹을 수 있지만, 나예은이 먹다가 데일까 봐 먹여주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그렇게 차우미는 계란찜과 국수랑 옹심이를 오가며 나예은에게 먹여주고, 나예은도 아주 많이 행복해하며 먹었다.나상준은 맞은편에 앉아 차우미가 나예은을 먹여주는 모습을 보고 있었는데, 먹여주는 데에 집중해서 다른 건 눈에 들어가지도 않았다.차우미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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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안 된다.나상준은 그런 일을 해본 적이 없고 할 수도 없다.차우미는 남자와 여자는 선천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상준처럼 일에만 몰두하는 사람은 이렇게 섬세한 일을 할 줄 모른다.나상준은 말하지 않고 손을 차우미에게 내밀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나상준에게 주라는 말이다.말을 잇지 못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뜻을 눈치챘지만...“큰엄마, 큰아빠가 먹여주면 돼요. 큰엄마도 아직 아침을 못 드셨는데 좀 드세요.”“아침 안 먹으면 배고프실 거예요.”나예은은 딱 맞게 입을 열어 정적을 깨뜨렸다.차우미는 나예은의 말을 듣고 앞에 한 입도 먹지 않고 놓인 계란찜, 국수와 옹심이를 보았다.나상준이 차우미가 안 먹은 걸 보고 나예은에 먹여주러 온 건가?차우미는 맞은편 나상준의 그릇에 계란찜과 국수를 조금 먹은 흔적이 보였다.나상준은 좋은 의도였다.차우미는 생각해보다가 말했다.“내가 먹일게. 넌 아침 다 먹고 와서 예은이 먹여주는 게 어때?”나상준이 분명 동의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상의하는 말투로 물었다.나상준은 아직도 포기하지 않으려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내가 먹일게.”“...”차우미는 말을 하지 못했다.잠시 멈칫하더니 결국 나예은의 그릇을 나상준에게 주며 마음이 놓이지 않은 듯 말했다.“네가 일단 먹이고, 나 좀 먹고 바통 터치하자.”말을 마친 차우미는 젓가락을 들어 국수를 먹었다.아침에 세 가지 음식을 만들었는데, 인당 세 그릇이었고 차우미 그릇에는 양이 적었다.아침에 뭘 좀 먹어서 배가 별로 안 고팠기 때문이다.차우미가 지금 빨리 먹으면 나상준을 대신할 수 있었다.나상준보고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것은 그를 난감하게 만든다고 생각했다.“차우미, 내가 먹여본 적 없다고 해서 배우지 못하는 것도 아니야.”나상준의 담담한 한 마디가 차우미의 귀에 들어갔는데, 그녀의 마음을 읽은 것처럼 소름이 끼쳤다.차우미는 멍하니 나상준을 보았다.나상준은 차우미가 한 것처럼 국수를 떠서 나예은 입가에 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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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나간다고?”차우미는 의아해하며 나상준을 바라보았다.나예은이 대뜸 나타난 것도 설명이 안 되고, 서혜지와 나준우가 없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차우미가 원하는 답을 아직 듣지 못했는데 또 나간다고 한다.차우미는 이해하지 못했다.“네! 밖에 가서 놀아요!”나예은은 나상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차우미의 바지를 잡아당겨 흥분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큰엄마! 큰아빠가 저랑 밥 먹고 아쿠아리움도 가고 동물원도 가고 놀이공원도 가고 재미난 곳에 간다고 약속했어요!”‘약속했다고?’‘언제 한 약속이지?’‘그렇게 많은 곳을 가려면 하루로 모자랄 것 같은데.’순식간에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자신의 바지를 잡은 나예은을 보며 말했다.“놀러 간다고?”사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막상 말하려니 그냥 간단한 한 마디밖에 말하지 못했다.나상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응. 이틀.”“...”차우미는 입술을 절반 벌어놓고 말을 잇지 못했다.이틀이라니. 차우미는 원래 오늘 일정을 다 마치고 될수록 오늘 안으로 안평시로 돌아갈 계획이었다.그러나 나상준이 이틀이라고 말하니, 그럼 모레 안평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차우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그러나 차우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그릇과 젓가락을 떼어낸 다음 물티슈로 그녀의 손을 닦았다.차우미는 멈칫하다가 바로 손을 거두고 나상준의 손에 있는 물티슈를 보았다.어리둥절하더니 서둘러 말했다.“내가 할게.”나상준 손에 있던 물티슈를 가져와 손을 닦았다.“가자.”차우미는 가방을 가지고 멍하니 나상준을 바라보던 나예은의 손을 잡았다. 나예은은 두 눈을 껌벅거리면서 큰아빠와 큰엄마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그런데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다.잠시 생각하더니 나상준의 손을 잡고 신나게 말했다.“큰아빠, 가요!”나상준은 차우미의 가느다란 손이 떨어져 나가면서 뻣뻣하게 서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끝의 온기와 부드러움이 그의 손을 휘감아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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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차를 보자마자 나예은은 아주 신이 났다. 차우미와 나상준 가운데 서서 둘의 손을 잡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셋이 한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누가 봐도 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차에는 이미 카시트가 설치되어 있었고, 거실의 어린이용 식탁 의자도 나상준이 아침 일찍 사람을 시켜서 보내온 것이다.안전 문제는 장난이 아니다.차우미는 생각지도 못했다.아침에 왔을 때도 카시트가 없었는데, 지금 보니 차에 카시트가 설치되어 있었고 나상준의 세심함을 알 수 있었다.차우미는 마음이 더욱 놓였다.나상준은 아이랑 놀았던 적도 없고, 자식도 없는데 해야 할 일을 정말 세심하게 잘했다.그는 나예은을 카시트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매줬다.전에 서혜지랑 같이 나예은을 데리고 놀러 간 적이 있어서 카시트의 안전벨트를 어떻게 매는지 알고 차우미는 옆에서 어떻게 하는지를 알려주려고 했었다.나상준은 그들과 함께 놀러 간 적도 없는데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차우미가 말하기도 전에 나상준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안전벨트를 매줬다.차우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예전에 매본 적 있어?”나상준은 이 말을 듣고 눈동자를 약간 굴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준우가 하는 거 본 적 있어.”차우미는 그제야 이해했다.그래도 의외였다.평소대로라면 이런 사소한 일에 주의하지 않을 나상준이 이렇게까지 섬세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나상준은 아이를 가질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일에만 전념해서 그런 일에 신경 쓰지 않는 건 사실이다.지금 보니 똑똑한 사람은 한 번만 보고 기억해두는 것뿐만 아니라 할 줄도 아는 게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했다.신경 안 써도 한 번 보고는 기억해둔다.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차 안은 넓어서 뒷좌석에 3명이 여유롭게 탈 수 있었지만, 지금 아이에다가 카시트까지 설치하니 세 명이 앉기에 좀 비좁았다.그래서 차우미는 나예은 옆에 앉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차우미가 뒷좌석에 앉으면 나상준은 당연히 조수석에 앉게 된다.그러나 차우미가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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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차우미는 아직 어벙벙한 상태로 나상준 다리에 앉았는데, 엉덩이에서 그의 팽팽한 근육이 느껴지면서 불편했다.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건 차우미가 나상준 다리에 앉고 있는 거다.지진 못지않게 충격적인 일이라 순간 당황해서 일어나 나상준을 멀리하려고 했다.그러나 차우미의 허리가 나상준의 팔로 감겨 움직이기만 하면 다시 안겼다. 나상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속으로 들려왔다.“움직이지 마.”차우미는 나상준의 한 방에 다시 그의 품으로 돌아갔고, 등을 가슴에 기대면서 머리도 따라 그의 얼굴에 닿은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나상준이 말할 때의 호흡과 온기가 차우미의 머리카락에 뿜어져 나오면서 얼굴과 목까지 느껴졌다.순간 차우미를 소름 돋게 했다.목과 얼굴은 빠른 속도로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너... 너...”차우미는 당황하고 혼란스러워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나상준의 팔을 찾아 떼어내고 싶었고 그의 품에서 나오고 싶었으며 그의 다리에 앉고 싶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품에 안기고 있어 그녀의 몸 전체가 그와 붙어 있었다.차우미가 움직이자 바늘로 그의 가슴을 찌르는 것처럼 짜릿했다.마음속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예전에는 좋아하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달라졌다.나상준이 자신의 마음을 알고 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고 마음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차우미가 이러는데 나상준을 아주 못살게 굴었다.나상준은 지금 참고 싶지 않았고 참지도 못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팔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돌처럼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차우미는 점점 초조해졌고 몸부림도 따라 심해졌다.“나상준, 나... 나 좀 풀어줘...”“옆... 옆에 앉을게...”차우미는 지금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데 나상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죽을 맛이었다.그는 팔을 꽉 조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잠깐만.”말을 마치자 차가 방향전환으로 인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차 문 쪽으로 넘어졌다.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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