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간다고?”차우미는 의아해하며 나상준을 바라보았다.나예은이 대뜸 나타난 것도 설명이 안 되고, 서혜지와 나준우가 없는 것도 말이 안 되고, 차우미가 원하는 답을 아직 듣지 못했는데 또 나간다고 한다.차우미는 이해하지 못했다.“네! 밖에 가서 놀아요!”나예은은 나상준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차우미의 바지를 잡아당겨 흥분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큰엄마! 큰아빠가 저랑 밥 먹고 아쿠아리움도 가고 동물원도 가고 놀이공원도 가고 재미난 곳에 간다고 약속했어요!”‘약속했다고?’‘언제 한 약속이지?’‘그렇게 많은 곳을 가려면 하루로 모자랄 것 같은데.’순식간에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았고 자신의 바지를 잡은 나예은을 보며 말했다.“놀러 간다고?”사실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막상 말하려니 그냥 간단한 한 마디밖에 말하지 못했다.나상준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응. 이틀.”“...”차우미는 입술을 절반 벌어놓고 말을 잇지 못했다.이틀이라니. 차우미는 원래 오늘 일정을 다 마치고 될수록 오늘 안으로 안평시로 돌아갈 계획이었다.그러나 나상준이 이틀이라고 말하니, 그럼 모레 안평시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인가.차우미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받아들이기 힘들었다.그러나 차우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손에 들고 있던 그릇과 젓가락을 떼어낸 다음 물티슈로 그녀의 손을 닦았다.차우미는 멈칫하다가 바로 손을 거두고 나상준의 손에 있는 물티슈를 보았다.어리둥절하더니 서둘러 말했다.“내가 할게.”나상준 손에 있던 물티슈를 가져와 손을 닦았다.“가자.”차우미는 가방을 가지고 멍하니 나상준을 바라보던 나예은의 손을 잡았다. 나예은은 두 눈을 껌벅거리면서 큰아빠와 큰엄마가 좀 이상하다고 느꼈다.그런데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다.잠시 생각하더니 나상준의 손을 잡고 신나게 말했다.“큰아빠, 가요!”나상준은 차우미의 가느다란 손이 떨어져 나가면서 뻣뻣하게 서 있었다. 그러나 그녀의 손끝의 온기와 부드러움이 그의 손을 휘감아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차를 보자마자 나예은은 아주 신이 났다. 차우미와 나상준 가운데 서서 둘의 손을 잡고 있는데, 모르는 사람이 보면 셋이 한 가족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누가 봐도 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차에는 이미 카시트가 설치되어 있었고, 거실의 어린이용 식탁 의자도 나상준이 아침 일찍 사람을 시켜서 보내온 것이다.안전 문제는 장난이 아니다.차우미는 생각지도 못했다.아침에 왔을 때도 카시트가 없었는데, 지금 보니 차에 카시트가 설치되어 있었고 나상준의 세심함을 알 수 있었다.차우미는 마음이 더욱 놓였다.나상준은 아이랑 놀았던 적도 없고, 자식도 없는데 해야 할 일을 정말 세심하게 잘했다.그는 나예은을 카시트에 앉히고 안전벨트를 매줬다.전에 서혜지랑 같이 나예은을 데리고 놀러 간 적이 있어서 카시트의 안전벨트를 어떻게 매는지 알고 차우미는 옆에서 어떻게 하는지를 알려주려고 했었다.나상준은 그들과 함께 놀러 간 적도 없는데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차우미가 말하기도 전에 나상준은 누구의 도움도 없이 안전벨트를 매줬다.차우미는 의아해하며 물었다.“예전에 매본 적 있어?”나상준은 이 말을 듣고 눈동자를 약간 굴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준우가 하는 거 본 적 있어.”차우미는 그제야 이해했다.그래도 의외였다.평소대로라면 이런 사소한 일에 주의하지 않을 나상준이 이렇게까지 섬세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나상준은 아이를 가질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일에만 전념해서 그런 일에 신경 쓰지 않는 건 사실이다.지금 보니 똑똑한 사람은 한 번만 보고 기억해두는 것뿐만 아니라 할 줄도 아는 게 정말 똑똑하다고 생각했다.신경 안 써도 한 번 보고는 기억해둔다.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차 안은 넓어서 뒷좌석에 3명이 여유롭게 탈 수 있었지만, 지금 아이에다가 카시트까지 설치하니 세 명이 앉기에 좀 비좁았다.그래서 차우미는 나예은 옆에 앉고 문을 닫으려고 했다.차우미가 뒷좌석에 앉으면 나상준은 당연히 조수석에 앉게 된다.그러나 차우미가 막
차우미는 아직 어벙벙한 상태로 나상준 다리에 앉았는데, 엉덩이에서 그의 팽팽한 근육이 느껴지면서 불편했다.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중요한 건 차우미가 나상준 다리에 앉고 있는 거다.지진 못지않게 충격적인 일이라 순간 당황해서 일어나 나상준을 멀리하려고 했다.그러나 차우미의 허리가 나상준의 팔로 감겨 움직이기만 하면 다시 안겼다. 나상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귓속으로 들려왔다.“움직이지 마.”차우미는 나상준의 한 방에 다시 그의 품으로 돌아갔고, 등을 가슴에 기대면서 머리도 따라 그의 얼굴에 닿은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나상준이 말할 때의 호흡과 온기가 차우미의 머리카락에 뿜어져 나오면서 얼굴과 목까지 느껴졌다.순간 차우미를 소름 돋게 했다.목과 얼굴은 빠른 속도로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너... 너...”차우미는 당황하고 혼란스러워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그리고 무의식적으로 나상준의 팔을 찾아 떼어내고 싶었고 그의 품에서 나오고 싶었으며 그의 다리에 앉고 싶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품에 안기고 있어 그녀의 몸 전체가 그와 붙어 있었다.차우미가 움직이자 바늘로 그의 가슴을 찌르는 것처럼 짜릿했다.마음속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예전에는 좋아하지도 않고 사랑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달라졌다.나상준이 자신의 마음을 알고 나면서 완전히 달라졌다.예전처럼 아무 생각 없고 마음도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지금 차우미가 이러는데 나상준을 아주 못살게 굴었다.나상준은 지금 참고 싶지 않았고 참지도 못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팔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돌처럼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차우미는 점점 초조해졌고 몸부림도 따라 심해졌다.“나상준, 나... 나 좀 풀어줘...”“옆... 옆에 앉을게...”차우미는 지금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있는데 나상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죽을 맛이었다.그는 팔을 꽉 조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잠깐만.”말을 마치자 차가 방향전환으로 인해 중심을 잡지 못하고 차 문 쪽으로 넘어졌다.나상
차우미는 나상준의 다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고, 나상준도 차우미를 껴안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두 사람은 굳은 것처럼 아무런 기척도 없었다.옆에 카시트에 앉은 나예은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을 가리고 있었지만, 손가락은 벌어져 있었고 두 눈을 드러내면서 호기심 가득한 채로 바라보고 있었다.차우미는 나예은이 보는 줄도 몰랐고, 진서원이 백미러로 수시로 보는 줄도 몰랐고, 나상준의 모습도 몰랐다.차우미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침착함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진정하고 나서 그녀의 눈은 평소로 돌아와 청명함을 되찾았고 앞을 바라보았다.차는 이미 별장 구역을 벗어나 스무스하게 달리고 있다.아마 안정되었을 것이다.“차... 차 안정된 거 같은데, 나... 나 내려줘. 옆에 앉을게.”차우미는 시선을 돌려 옆자리를 살짝 쳐다보더니 나상준을 쳐다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두 사람의 지금 이런 상황에 그를 쳐다보기가 난감했다.나상준은 방금 차가 방향전환을 할 때, 순간, 차우미를 그 자리에서 어떻게 하려는 생각이 들었다.절실하고 갈망했다.그러나 결국 참았다.차는 점점 안정되었고 차우미도 움직이지 않으면서 나상준의 욕망도 따라 눌러져 나오지 못하게 했다.나상준의 긴장한 목소리가 귓속으로 들어오면서 그의 욕망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그러나 나상준은 더는 차우미를 잡지 않았다.나상준은 손가락을 움직이고 팔에 힘을 뺐다.차우미는 그가 힘을 빼고 있는 것을 느꼈고,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앞 좌석의 손잡이를 잡고는 조심스럽게 나예은 옆에 비좁은 자리로 앉았다.반드시 다시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특히 나상준의 품에 안기는 건 더욱 조심해야 했다.나상준의 팔은 힘이 풀렸지만, 여전히 차우미의 허리 쪽에 있었다. 단지 그녀가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공간을 주었을 뿐, 차우미가 안정적이게 앉고 나서야 팔을 거뒀다.차우미도 나상준의 움직임을 느꼈다.그가 정말 세심하다고 느꼈다.방금은 확실히 자기가 혼란스러웠던 것이었다.차우미는 자기가 문제라고
반 시간 가까이 달리고 청주에 있는 한 놀이동산에 도착했다.셋이 간 놀이동산은 아주 크고 놀이기구도 많았다. 특히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것이 많았다.차우미는 이혼하기 전 직업이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이 되려고 특별히 어린이에 관한 것들도 다 노는 곳까지 찾아보곤 했었다.그래서 여기도 혼자서 오 본 적이 있었다. 혼자서 아이들이 타는 놀이기구들을 타고, 여기 온 부모와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도 좋아했다.차우미는 여기로 온 것을 보고 하나도 놀라지 않았다.그저 마음속으로 나상준을 다시 보게 되었다. 그의 섬세함과 책임감을 더욱 깊이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한 신뢰도 더욱 높아졌다.나상준은 차우미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똑똑하고 대단했다.“와! 도착했다! 예은이 회전목마 타러 가고 싶어요! 공주 하고 싶어요!”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나상준은 나예은의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차에서 내려줬다. 나예은은 신이 나서 그의 손을 잡고 깡충깡충 뛰는데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뛰어 들어가 회전목마를 탈 작정이었다.차우미는 가방을 들고 나예은 곁으로 다가와 그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말했다.“티켓 사러 가자.”“네! 티겟 사고 빨리 들어가서 놀고 싶어요!”그러고 매표소로 향해 걸어가는데, 정장 차림의 한 젊은이가 와서 나상준에게 티켓“나 대표님, 여기 티켓입니다.”“응.”나상준이 티켓을 받자 젊은이는 떠났다.차우미와 나예은은 거기 서서 나상준이 가지고 있는 티켓을 보고 어리둥절해 했다.오자마자 티켓팅도 필요 없이 입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습이다.잠시 망설이다가 차우미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채고 눈웃음을 지었다.일하려면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하는 게 바로 나상준이다.차우미는 오늘 나상준의 다른 모습을 여러 번 보았다.오히려 나예은의 작은 얼굴이 놀라서 나상준 손에 있는 티켓을 보며 말했다.“큰아빠, 왜 저 아저씨가 우리한테 티켓을 주는 거예요?”“예전에 엄마 아빠랑 왔을 때는 아무도 우리한테 티켓을
차우미는 무의식적으로 뒤를 바라보는데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마주쳤다.순간 가슴이 탁 막히면서 바로 돌아섰다.나상준이 그들을 따라오지 않을 거로 생각했었다.어쨌든 다 큰 어른이고 그들을 따라 놀이기구를 타지 않을 거로 생각했지만 뜻밖에도 계속 그녀들을 따라다녔다.차우미는 마음속으로 약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어디가 이상한지 몰랐다.하지만 곧 타야 할 타이밍이어서 별생각이 없었다.“예은이 회전목마 타고 스윙 베어도 타고 싶어요!”나예은은 타고 싶은 놀이기구들을 하염없이 말했다.차우미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리 하나씩 다 타자.”“네!”차우미는 나예은과 함께 회전목마에 탔고 뒤에 앉아 그를 안고 있었다.나예은은 목마에 올라타자마자 기뻐하며 다리를 흔들고 소리쳤다.“우와!”차우미는 나예은이 그렇게 움직이다 넘어질까 봐 뒤에서 힘을 쥐면서 그를 안았다.그런데 갑자기 나예은이 무슨 생각이 나서 옆을 보는데, 차우미 옆에 앉아 있는 나상준이 보였다. 순간, 나예은은 눈을 깜박거리면서 신기하게 말했다.“큰아빠, 정말 키가 크시군요.”나예은의 말에 차우미도 나상준에게 관심을 주었다. 이렇게 보니 정말 나예은의 말대로 아주 컸다.원래 키가 커서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난데, 지금 회전목마를 타고 있는 그의 팔다리에 비해서 목마가 작아 보였고, 사람이 유독 커 보이면서 자칫하면 천장까지 닿을 것 같았다.차우미는 회전목마가 나상준에게 짓눌릴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가 넘어질 것만 같았다.무의식적으로 차우미가 물었다.“괜찮아? 안 불편해?”나상준은 나예은의 대답도 하기 전에 차우미의 관심 어린 말이 귓속에 들어오면서 눈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맑은 눈동자에서 자신에 관한 관심이 가득했다.“별로.”별로라는 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이다.그러나 놀이기구를 타는 게 나상준을 난감하게 만든다고 차우미는 생각했다.나예은이 놀자고 한다는 건 반드시 셋이서 같이 놀자고 한다는 거여서 어쩔 수 없이 따라 같이 놀아야 한다는 것으로
나상준은 연락처를 눌러 전화를 걸려고 하는데, 갑자기 들려온 벨 소리가 그의 동작을 멈추었다.그는 고개를 들어 테이블 위에 놓인 가방을 바라보았다.벨 소리는 차우미의 가방에서 흘러나왔고 누군가 차우미에게 전화를 걸었다.나상준은 그 가방을 보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벨 소리는 계속 울리고 있고 전화를 받기를 계속 기다리는 듯했다.그러고 계속 받지 않자 벨 소리가 멈추었다.그런데 잠시 후 휴대전화가 띵 하는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왔다.전화를 받지 않자 그 사람이 메시지를 보낸 모양이다.그 이후 휴대전화는 조용해졌고 차우미의 가방에서 더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나상준은 휴대전화를 들고 가방을 한참이나 보다가 시선을 돌려 차우미가 사라진 쪽으로 바라보다가 전화를 걸었다.“큰엄마, 오후에는 아쿠아리움에 가요!”화장실에서 차우미가 나예은의 손을 씻겨주고 휴지로 손을 닦아주자 나예은의 흥분된 목소리가 귓속으로 떨어졌다.차우미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지었다.“그러자.”나예은이랑 놀려고 왔으니 당연히 그를 따르고 즐겁게 해줘야 한다.하지만, 무슨 생각이 나서 물었다.“예은아, 엄마 아빠가 정말 큰아빠 집에 이틀 동안 있으라고 했어?”차우미는 지금까지 나상준에게 물어볼 시간도 없고 서혜지에게 전화할 시간도 없었다.그래서 지금까지도 나예은이 갑자기 나상준의 집에 나타나는 것에 대해 이해 가지 못하고 있다.나예은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아요!”“예은이 오랜만에 큰엄마 보는데, 이번에 큰엄마랑 잘 놀아야겠어요!”나예은은 아무것도 모르고 단지 차우미를 좋아하고 보고 싶어 하며 같이 놀고 싶어 한다. 지금 차우미와 이틀이나 같이 놀 수 있다고 해서 아주 많이 신났다.차우미는 나예은의 말을 듣고 그녀의 흥분된 상태를 보며 몸을 웅크리고 나예은의 손을 잡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오늘 아침에 언제 왔어?”“큰엄마 아무것도 모르시구나.”“아침 일찍 왔어요. 일찍 일어나서 엄마 아빠랑 같이 큰아빠 집에 왔어요.”“집에 오니까 큰엄
“이샘아, 방금 우미한테 전화했지? 엄마 속이는 건 아니지?”진문숙이 소파에서 사과를 깎으며 방금 전화를 받고 들어온 사람을 보며 말했다.온이샘은 전화를 끊으면서 방금 차우미에게 보낸 메시지를 들여다봤다.아직도 답장하지 않았다.진문숙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온이샘은 잠시 시간을 보다가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전화도 했고 문자도 보냈는데 바쁜가 봐. 답장이 안 왔어.”진문숙은 이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못 믿겠지?”온이샘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엄마, 우미 지금 볼일이 있어서 청주에 온 거야. 놀러 온 게 아니야.”“엄마도 알아!”“근데 아무리 바빠도 점심시간에는 쉬지 않을까?”“점심에 밥이라도 먹어야 하잖아.”식사 얘기가 나오자 진문숙은 더욱 언짢았다.“그러니까 내가 우미한테 전화하자고 했잖아. 전화해서 집에 와서 같이 밥 먹자고 하려고 했는데 네가 죽어도 안 된다고 해서 안 했잖아. 봐봐, 지금 연락도 안 되잖아.”“네 말 안 듣고 전화할 걸 그랬다.”진문숙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가서 손에 반쯤 깎은 사과와 칼을 쟁반에 담고 물티슈를 손에 들고 손을 닦으며 말했다.“엄마 지금 당장 전화 걸게. 점심도 못 먹었는데 저녁은 미리 약속을 잡아놔야지.”“네 말을 듣지 말았어야 했어. 네 말 듣다가 저녁도 못 먹고 가겠다.”진문숙은 말을 하면서 휴대전화를 들어 차우미에게 전화를 걸었고, 온이샘이 말리려 해도 막을 수 없었다.그리고 진문숙은 온이샘이 자신의 휴대전화를 뺏으러 올까 봐 전화를 걸고 나서 온이샘을 멀리했다.“말리지 마. 전화 이미 걸었어. 갑자기 끊으면 우미가 걱정할 수 있어.”온이샘은 앉아서 휴대전화를 들고 멀리하는 사람을 보며 어이없어했다.엄마가 정말 차우미에 전화하려고 하면 정말 막으려고 해고 막을 수 없다. 그러나 온이샘은 차우미가 받지 않을 것을 알고 있다.차우미의 성격으로 집에 와서 밥 먹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매우 확실했다.그래서 걱정하지 않았다.진문숙은 휴대전화를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