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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전화가 연결되자 진문숙은 상대방이 말도 꺼내기 전에 다급하게 말했다. 이에 상대방은 어이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 오늘 오후에 무슨 일 있는지 까먹었어?”

‘일’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진문숙은 오후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해 냈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우미 쪽을 바라보던 시선도 거둬들였다.

진문숙은 휴대폰을 내려 시간을 확인한 후 다시 차우미를 바라봤다.

차우미는 쇼핑카트 앞에 서서 손으로 카트를 잡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서 있었다. 마치 뭔가를 생각하는 듯, 얼굴에는 깊은 고민이 드러나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진문숙의 조급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

‘이 아이는 예의도 바르고, 상황 파악도 잘해. 지금, 이 아이와 이샘의 관계로 봐서는 아마 이샘에게 청주에 온 것을 말하지도 않았을 거야.’

이런 생각에 진문숙은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들에게 전화해야 할 것 같았다.

자기 혼자만으로는 차우미를 붙잡아 둘 수 없으니, 아들이 나서야 했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진문숙은 전화기 너머로 말했다.

“난...”

“여보세요? 왜 말이 없어? 듣고 있어?”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바로 물으며 진문숙의 말을 끊어버렸다.

하지만 진문숙이 말을 꺼내자, 전화기 너머 사람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고, 바로 물었다.

“갑자기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거야? 목소리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응. 조금. 며느리를 붙잡아 둬야 하거든.”

“뭐? 며느리?”

“이따가 보자, 일단 끊어.”

진문숙은 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바로 끊고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차우미는 진문숙 쪽을 보지 않고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조용히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진문숙의 눈에는 애정과 칭찬이 가득했다.

차우미는 분명하고 똑똑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며, 철저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

진문숙은 웃었다.

원칙 있는 아이를 그녀는 무엇보다도 좋아했다.

전화를 내려놓고, 진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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