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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하지만 어떤 일은 아무리 해도 바꿀 수 없는 게 있다. 안 되는 건 정말 안 되는 거다.

차우미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나상준도 아무 대답이 없었다. 차 안은 순간적으로 너무 조용해서, 바늘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것 같았고 숨소리마저 크게 들리는 것 같아 듣는 사람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차우미는 시선을 돌려 창밖으로 빠르게 스쳐 가는 풍경을 바라봤다.

불과 몇 달 전에 이 도시를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3년 동안 살았던 곳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처음 온 것처럼 낯설었다.

어느새 차우미의 마음속엔 묘한 감정이 피어올랐고, 머릿속엔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

그 장면들은 모두 그녀가 청주에서의 기억들이었다.

청주를 떠나면서 그 기억들도 봉인되었는데, 오늘 그녀가 돌아오자 조용히 풀려나듯 다시 떠올랐다.

차우미의 생각은 점점 멀어졌고,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그리고 나상준과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도 잊어버렸다.

시간은 소리 없이 흘렀지만, 이곳은 정지된 것 같았다. 마치 일시 정지 버튼이 눌러진 것처럼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옆 사람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소.”

차우미는 잠시 멈칫하고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나상준은 이미 눈을 떴고, 앞의 짙은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의 깊은 눈은 마치 끝없는 바다 같아서, 보는 사람의 마음을 떨리게 했다.

차우미는 마음을 가다듬고 휴대폰을 꺼내 자신이 예약한 호텔을 찾으며 말했다.

“금난 호텔이야.”

나상준이 입을 열었다.

“금난 호텔로 가주세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곧이어, 운전기사는 방향 지시등을 켜고 다른 길로 들어섰다.

차우미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옆의 남자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고마워.”

그가 자신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결국 그녀의 뜻을 존중해줬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다.

차우미의 눈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다른 사람들보다 차가운 성격이었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인 사람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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