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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밤이 끝없이 내려앉아 도시 전체가 깊은 어둠에 덮였다. 마치 혼돈의 시작처럼, 모든 것이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호텔을 떠나 차는 약 20분 정도를 달려서 별장 앞에 멈췄다.

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려 짐을 내려놓고 별장 안으로 들어가, 짐을 나상준의 방에 옮겼다.

하지만 짐을 다 옮기고 나와 보니, 나상준은 계단 앞에 서서 불이 켜진 저택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의 눈빛은 깊고 고요했다.

운전기사는 호텔 앞에서 차우미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나상준의 모습을 보다가 앞으로 나아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대표님께서 저녁 식사를 안 하셨다고 사모님께서 말씀하시던데. 식사를 시킬까요? 아니면 사람을 불러 준비해 드릴까요?”

운전기사는 나상준을 오랫동안 모셨다. 차우미가 결혼하기 전부터 나상준을 모셨고 두 사람이 결혼하고 이혼하는 과정도 모두 지켜보았다.

운전기사의 눈에 두 사람은 그냥 평범한 부부였다. 서로 예의를 지키며, 다투지도 않고 특별히 달콤하거나 로맨틱한 순간도 없었다. 그저 평온하고 아주 평범한 부부 생활이었다.

다만 나상준이 차우미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운전기사는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나상준의 곁에 있으면서 그는 차우미 외에 다른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차우미가 이 집의 안주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두 사람이 이혼했어도 차우미는 낯선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나 오늘 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운전기사는 뭔가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 예전에도 얘기는 나누었지만 이렇게 작은 일로 오랫동안 논쟁을 벌인 적은 없었다. 특히 나상준은 이런 사소한 일에 집착하지 않았다.

물론, 운전기사는 남자로서 나상준이 무슨 말을 하고자 했는지 그 의미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예전의 나상준은 오늘 밤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단 한 번도 없었다.

이혼하기 전, 두 사람은 같이 차에 앉아도 거의 대화가 없었고, 말이 있어도 딱 필요한 말만 하고 금방 끝냈을 뿐 오늘처럼 오랫동안 다투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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