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봄날 / 제7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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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작가: 유리
거의 열한 시이다.

그녀가 이렇게 오래 자는 건 드문 일이었다.

차우미는 휴대폰에 읽지 않은 메시지나 부재중 전화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휴대폰을 침대 머리맡 협탁에 놓은 뒤 일어나 씻고 준비를 했다.

나상준은 막 청주로 돌아왔으니 당연히 일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그에게 먼저 연락하기가 좀 그랬다.

그녀는 그가 먼저 연락해 주길 기다렸다.

하지만 차우미는 이미 마음을 정했다. 그녀는 이따가 준비를 마치고 나가서 점심을 먹고, 제과를 만들 재료를 살 생각이었다. 그러다가 나상준이 그녀에게 연락해 시간을 확정하면, 그녀는 그 재료를 들고 그의 집에 가서 만들어 놓고, 바로 나예은을 보러 갈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차우미는 금세 세수와 단장을 끝냈고, 가방과 휴대폰을 챙긴 후 시간을 한 번 더 확인하고 호텔을 나섰다.

청주는 남쪽에 위치해 있어서 기후가 안평과 비슷했다. 모두 정상적인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있고 큰 일교차는 없었다.

다만 청주는 해안가에 가까워서 여름철에는 안평보다 해가 더 일찍 뜨고 더 일찍 졌다.

그리고 청주는 발달한 도시로 도시의 모습이나 지리적 환경 모두 자연적인 이점을 가지고 있어 이곳의 발전은 안평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차우미는 청주를 떠난 지 몇 달 되었지만, 몇 달이라는 시간이 이곳을 변하게 할 수는 없었다. 이곳은 여전히 그녀가 익숙한 청주였다.

그래서 차우미가 호텔을 나서자 익숙한 공기가 그녀를 맞이하였고,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고 눈을 가늘게 뜨고 이 햇빛 아래 만개한 풍경을 바라보았다.

어젯밤 청주에 도착했을 때, 차에 앉아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그녀는 마음속에 낯선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햇빛 아래 서서 밤의 어둠이 걷히고 흐릿했던 풍경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을 보며 그 낯선 느낌이 어느새 사라진 것을 느꼈다.

완전히 사라졌다.

차우미는 눈앞에 펼쳐진 익숙한 거리와 햇살에 반짝이는 상점들, 지나가는 차들을 보며 드물게 감회에 잠겼다.

청주에 다시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 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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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725화

    그 목소리는 어딘가 익숙하고 친근하면서도, 약간의 의문과 불확실함이 섞여 있었다. 그 소리에 차우미는 카트를 밀던 걸음을 멈췄다.차우미는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목소리는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았지만, 당장 기억이 나지 않았다.차우미는 조금 어리둥절해하며 무의식적으로 돌아보았다.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앞쪽, 한 줄로 늘어선 진열대 끝에 있는 긴 통로 앞에 최신형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수수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롱스커트에 굽이 낮은 뾰족한 단화를 신은 진문숙이 서있었던 것이다. 머리는 특별히 손질한 듯했고 얼굴에는 화장을 하고 있어 전혀 40, 50대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30대처럼 어려 보였다.이런 진문숙의 모습은 차우미가 영소에서 봤던 진문숙과는 완전히 달랐다.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차우미는 진문숙을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의 차림새는 영소 병원에서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르지만 차우미는 한눈에 시선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봤다.이 얼굴은 온이샘과 닮았고, 이전에 잠깐 만났을 뿐인데도 그녀에게 매우 친절하고 잘 대해준 사람이었기에 차우미는 기억이 또렷했다.하지만 이렇게 빨리 온이샘의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청주에 온 지 이틀 만에 말이다.이건 정말 뜻밖이고 갑작스러운 일이었다.청주는 큰 도시로, 경제가 발전한 만큼 인구도 많았다. 이런 대도시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그런데 하필 차우미는 쇼핑몰에서, 그것도 이렇게 큰 생활용품 매장에서 진문숙을 만난 것이다.게다가 진문숙이 먼저 그녀를 불러 세웠다.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차우미는 이곳에서 진문숙을 만난 것이 너무 갑작스러워 한동안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지만, 진문숙은 반응이 빨랐다. 차우미가 몸을 돌리는 순간, 그녀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얼굴이 진문숙의 시야에 들어오자, 진문숙의 눈이 반짝였다.“정말 너구나, 우미야!”진문숙은 여기서 차우미를 만날 줄은 정

  • 봄날   제726화

    차우미는 진문숙이 이렇게 말할 거라는 걸 예상하였기에 전혀 놀랍지 않았다. 온이샘의 어머니는 정말 좋은 분이고, 매우 열정적이었다. 안 만나면 모를까, 만난 이상 빠져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아주머니, 그게 아니라, 사실 저는 회성에서 일을 막 끝냈고, 부모님께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이틀 정도 금방 처리하고 돌아간다고 말씀드렸어요.”“이번 출장은 시간이 길어서 오랫동안 집에 가지 못했으니, 이틀만 일을 마치고 바로 돌아갈 생각이에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청주에 와서 찾아뵐게요.”차우미는 진문숙의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상 그러는 게 맞았다. 그녀와 온이샘은 지금 단순한 친구 사이일 뿐이었고, 설령 연인 관계라 해도 이렇게 청주에 머물러 있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상냥하고 진심 어린 차우미의 대답에 진문숙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표정이 부드러워졌다.“회성에서 일을 그렇게 오래 한 거야?”차우미가 대답할 틈도 없이 진문숙이 말을 이어갔다.“내가 이렇게 넓은 청주에서 널 만난 것도 참 드문 일 아니겠니? 넌 안평 사람이고 그동안 회성에서 출장 중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만났다는 건 진짜 인연이 아니겠어?”“우미야, 아줌마 말 들어. 청주에서 며칠 더 머물러. 네 일이 다 끝나면 아줌마가 청주 구경도 시켜 줄게.”“너 청주에 처음 와봤지? 우리 청주는 정말 좋아. 발전도 잘 되고, 환경도 좋고, 역사도 풍부하거든. 너 조각하는 걸 좋아하니까 아줌마가 청주의 옛날 장소들을 구경시켜 줄게. 너 분명히 좋아할 거야.”진문숙은 어떻게든 차우미를 붙잡아 두고 싶었다. 물론 차우미가 머물러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만날 기회도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말을 마친 후, 문득 떠오른 게 있는 듯, 진문숙은 재빨리 차우미의 손을 꼭 잡으며 빠르게 말했다.“우미야, 네가 청주에 온 걸 이샘은 아예 아줌마한테 말하지 않았어. 우리 완전 우연히 만난 거야, 절대 계획한 게 아니야.”“이 점은 꼭 믿어줘야

  • 봄날   제727화

    묻고 난 뒤, 진문숙은 서둘러 말했다.“오해하지 말아. 아줌마가 이렇게 묻는 건 네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 해결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야. 만약 어려운 일이면 아줌마한테 말해. 아줌마가 도와줄게.”“청주에서 웬만한 일은 아줌마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진문숙도 방금 전의 화제에 집착하지 않고, 곧바로 화제를 돌려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방향을 바꾸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차우미는 진문숙이 자신에게 무슨 일을 처리하러 왔냐고 묻는 게 약간 뜻밖이었다. 보통 사적인 일이라면 물어보지 않으니까.하지만 진문숙의 뒤따르는 설명에 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그러고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사실 별거 아니에요. 예전에 친구 아이에게 뭘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는데 지난 몇 달 동안 일이 많아서 자꾸 미뤄지다 보니 결국 못 해줬거든요. 애가 자꾸 졸라대서 이번에 일이 끝난 김에 그 약속을 지키러 왔어요.”차미우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그녀와 나상준는 이혼했지만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덕분에 서혜지와는 여전히 대화를 잘 나누는 친구 사이였다.“아, 그런 일이었구나. 알았어.”“그렇다면 별로 복잡한 일이 아니네, 간단한 일이잖아.”말하면서 진문숙은 차우미의 손을 잡고 카트 안의 물건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지금... 아이한테 줄 걸 사는 중이구나? 뭘 만드는 거니? 장난감인가?”진문숙은 외동아들인 온이샘밖에 없어서 아직 할머니가 되지 않았지만, 가족 중 다른 어린아이들은 그녀를 할머니라고 불렀기 때문에 그녀에게 있어서, 아이는 곧 장난감을 좋아하는 존재였다.차우미는 진문숙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지금 진문숙이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 의도는 분명 그녀가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녀의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든 설득하려는 것이었다.차우미는 잠깐 속눈썹을 떨더니 이내 말했다.“장난감이 아니라 간식이에요. 제가 만든 간식을 그 아이가 좋아해요.”“간식?”진문숙의 눈에 놀라움이 스쳐 갔다.“우미는 간식도 만들 줄 알

  • 봄날   제728화

    전화가 연결되자 진문숙은 상대방이 말도 꺼내기 전에 다급하게 말했다. 이에 상대방은 어이없어 웃음을 터뜨렸다.“아니, 오늘 오후에 무슨 일 있는지 까먹었어?”‘일’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진문숙은 오후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해 냈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우미 쪽을 바라보던 시선도 거둬들였다.진문숙은 휴대폰을 내려 시간을 확인한 후 다시 차우미를 바라봤다.차우미는 쇼핑카트 앞에 서서 손으로 카트를 잡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서 있었다. 마치 뭔가를 생각하는 듯, 얼굴에는 깊은 고민이 드러나 있었다.그 모습을 보자 진문숙의 조급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이 아이는 예의도 바르고, 상황 파악도 잘해. 지금, 이 아이와 이샘의 관계로 봐서는 아마 이샘에게 청주에 온 것을 말하지도 않았을 거야.’이런 생각에 진문숙은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았다.아무래도 아들에게 전화해야 할 것 같았다.자기 혼자만으로는 차우미를 붙잡아 둘 수 없으니, 아들이 나서야 했다.그렇게 마음을 정한 진문숙은 전화기 너머로 말했다.“난...”“여보세요? 왜 말이 없어? 듣고 있어?”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바로 물으며 진문숙의 말을 끊어버렸다.하지만 진문숙이 말을 꺼내자, 전화기 너머 사람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고, 바로 물었다.“갑자기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거야? 목소리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응. 조금. 며느리를 붙잡아 둬야 하거든.”“뭐? 며느리?”“이따가 보자, 일단 끊어.”진문숙은 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바로 끊고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는 진문숙 쪽을 보지 않고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조용히 서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진문숙의 눈에는 애정과 칭찬이 가득했다.차우미는 분명하고 똑똑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며, 철저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진문숙은 웃었다.원칙 있는 아이를 그녀는 무엇보다도 좋아했다.전화를 내려놓고, 진문숙

  • 봄날   제729화

    이 사람은 어떻게든 청주에 남겨야 한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녀는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물론 그녀는 이번 기회에 아들 일을 확실히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더 이상 이렇게 느긋하게 기다릴 수는 없었다.이렇게 계속 느긋하게 굴다가는 언제나 손자를 보겠는가.아들은 급하지 않아도, 그녀는 급했다.진문숙은 전화를 걸며 아들을 어떻게 도울지 많은 생각을 굴렸다.한편, 안평에서 온이샘은 방금 수업을 마치고 교재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그는 사무실로 가는 길에 휴대폰을 꺼내서 무음 모드를 해제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막 무음을 해제하자마자 진문숙의 전화가 걸려 왔다.화면에 뜬 전화번호를 본 온이샘은 걸음을 멈췄다. 그는 핸드폰에 뜬 시간을 보고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이내 전화를 받았다.“엄마.”온이샘의 목소리를 듣자, 진문숙의 얼굴에 즉시 미소가 번졌다.매우 만족스러웠다.그녀의 마음속에서 자기 아들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아들로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었다.이제 아들이 드디어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으니, 그녀는 아들을 위해 더 힘을 내야 할 것이다.“이샘아, 지금 바빠?”진문숙은 웃으며 물었고, 목소리는 밝고 명쾌했다. 딱 들어도 좋은 소식이 있는 듯했다.그녀의 웃음소리를 듣자 온이샘의 마음이 놓였다.그는 어머니가 무슨 급한 일이 있는 줄 알았다. 특히 외할머니와 관련된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외할머니는 아직 병원에 계시지만, 상태는 이미 많이 좋아졌다. 매일 전문 간호사가 돌보고 있었고 또 집안 어른들도 교대로 곁을 지키고 있었다.물론 다들 고생이긴 하지만, 외할머니가 안정을 찾으니 모두 긴장을 풀 수 있었고 예전만큼 불안해하지는 않았다.하지만 나이가 많으신 만큼 혹시라도 상태가 악화될까 걱정은 되었다. 그래서 온이샘은 진문숙의 전화를 보자 살짝 긴장했다.하지만 어머니의 안정된 목소리를 듣고 온이샘은 안심했다.“방금 수업 끝났어요. 무슨 일이신데요?”진문숙은 보통 일이 있을 때만 아들에게 전화를 걸 뿐 별일 없으면

  • 봄날   제730화

    거의 확신에 찬 어머니의 말이 귀에 들어오자, 온이샘은 눈살을 찌푸렸다.“청주요?”“우미가... 청주에 있다고요?”온이샘은 휴대폰을 꽉 움켜쥔 채 머릿속으로 진문숙이 방금 한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그는 잘못 듣지 않았다. 어머니는 청주에서 차우미를 봤다고 했다.그렇다면 차우미는 정말 청주에 있는 것이다.청주에 있다면...이 순간 온이샘의 머릿속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떠올랐다.“선배, 나 이쪽에서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 아마도 하루 이틀 정도 더 걸릴 것 같은데 정확히 언제 돌아갈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어제 그녀와 통화를 했을 때, 그녀는 처리할 일이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저 업무상의 일이거나 사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도 꼬치꼬치 캐묻기가 그래서 묻지 않았다.하지만, 그 일이 청주와 관련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나상준과 관련이 있을 줄은 더더욱 생각지도 못했다.온이샘의 마음이 조여왔고 위기감이 밀려왔다.나상준에 대해, 그는 무의식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차우미가 이혼 후 나상준과 다시 만나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자 그의 위기감은 순식간에 나타났다.주체할 수 없었다.이혼했으니 원래는 마음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이혼 후 다시 마주한 순간 결혼 생활 때보다도 더 불안해졌다.마치 그들이 다시 함께할 것만 같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그를 사로잡았던 것이다.이 순간 차우미가 청주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러한 감정은 빠르게 드러나 그를 완전히 압도하여 억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온이샘의 마음은 한없이 불안해졌다.진문숙은 아들이 차우미가 청주에 있는 것을 모른다고 거의 백 퍼센트 확신했다. 차우미처럼 예의를 아는 아이는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청주에 간다고 아들에게 말하면 아들은 분명 그녀와 이야기할 게 뻔하니까.그래서 차우미는 아들에게 알리지 않았을 것이다.다만, 진문숙은 아들이 반응을 보일 거라는 걸 알

  • 봄날   제731화

    온이샘은 전화를 끊고 창밖의 햇살을 바라보았다.여름이 한창이었기에 뜨거운 기운이 가득 차서 모든 것이 밝고 눈부시게 보였다.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의 말소리, 농구하는 소리, 웃고 떠드는 소리, 그리고 매미 소리가 귀에 들어와 그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봄이 지나 어느새 여름이 왔다. 소리 없이 찾아온 이 여름은 그의 눈에 그 어느 때보다도 눈부시게 피어 있었다.온이샘은 손에 들린 휴대폰을 꽉 쥐고, 뜨거운 눈빛으로 시선을 돌린 뒤, 발걸음을 재촉해 사무실로 향했다.오늘은 금요일, 이보다 더 좋은 타이밍은 없었다.한편, 진문숙은 온이샘의 감정이 평소와 다름을 느끼고 모든 이야기를 아들에게 털어놓은 뒤, 속을 태우며 아들의 답을 기다렸다.그런데, 아들은 몇 마디만 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에게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말이다.아들이 이렇게 빨리 전화를 끊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녀는 몹시 당황했다.더 놀라운 건 아들이 청주로 돌아오겠다고 하며 꽤 흥분한 듯 보였다는 점이다.진문숙은 차 안에서 휴대폰을 들고 아들이 했던 말을 계속 떠올렸다.아들의 말투와 감정을 천천히 떠올리며 그가 어떤 표정으로 말했을지 상상하던 순간, 진문숙은 미소를 지었다.아들은 차우미가 그녀 때문에 놀라 도망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하하하...진문숙은 마음이 순식간에 즐거워져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문제는 전혀 없었다. 단지 아들이 그 아가씨를 너무 신경 쓰다 보니 청주에 있다는 말에 덜컥 놀랐을 것이다.아들은 자신을 잘 알고 있었고, 당연히 차우미도 잘 알고 있었다.자신의 열정이 차우미를 정말로 놀라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진문숙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웃었다.그러나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이후의 계획을 생각하기 시작했다.원래는 아들에게 전화해서 돌아오게 할 생각이었는데, 아들은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돌아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뒷부분의 계획은 반드시 필요했다.그녀는 이번에는 반드시 차우미를 며느리로 확

  • 봄날   제732화

    차우미는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서 자료를 찾고 메모하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휴대전화가 울리자 차우미는 잠시 멈칫하다가 휴대전화를 들었다.화면에 읽지 않은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발신자는 다름 아닌 나상준이었다.차우미는 속눈썹을 깜빡거리며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나상준의 일이 이제 끝난 것 같다.차우미가 메시지를 확인했다.【내려와.】내려오라는 말에 차우미는 약간 어리둥절해 하며 무언가 떠올랐다.【호텔 앞에 있어?】메시지를 보내고 시간을 보니 어느덧 5시가 넘었다.창밖은 아직 밝지만, 곧 어두워질 것이다.나상준이 아마 방금 일을 끝내고 왔을 것이다.이 시간에 차우미 보고 내려오라고 한 것은 나예은을 보러 가는 건가?떡을 만드는 데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떡을 다 하고 나예은에 찾아가면 벌써 자고 있을 것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지금 자기보고 나상준 집에 가서 떡을 만들라고 한 게 아니라 다른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왜냐하면, 떡을 만들고 왔다 갔다 하면 시간이 아주 늦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자신의 추측일 뿐 확실하지 않아서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 한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무슨 일로 왔는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우리 지금 상준 씨 집에 가서 떡 만들러 가? 근데 떡 만들려면 2시간도 넘게 걸리는데 너무 늦을 거 같은데.】차우미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상준의 답장을 기다렸다.방금 그녀가 보낸 메시지에 나상준은 답하지 않았다.차우미는 책상 위의 자료와 노트를 닫았다.그녀는 휴대전화를 한쪽에 놓고 책상을 정리했다.정리를 다 하고 휴대전화가 땡 하고 메시지가 왔다. 차우미는 휴대전화를 들어 나상준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아니.】차우미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군말 없는 짧은 두 글자의 답장이었다.그녀는 웃으며 가방과 키를 챙기고 방을 떠났다.호텔 입구에 검은 벤츠 한 대가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마치 그곳이 자기 자리이고, 아무도 감히 다가갈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차우미는 호텔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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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956화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 봄날   제955화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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