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소리는 어딘가 익숙하고 친근하면서도, 약간의 의문과 불확실함이 섞여 있었다. 그 소리에 차우미는 카트를 밀던 걸음을 멈췄다.차우미는 자신을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그 목소리는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았지만, 당장 기억이 나지 않았다.차우미는 조금 어리둥절해하며 무의식적으로 돌아보았다.그리고 그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앞쪽, 한 줄로 늘어선 진열대 끝에 있는 긴 통로 앞에 최신형 에르메스 가방을 들고 수수하고 깔끔한 분위기의 롱스커트에 굽이 낮은 뾰족한 단화를 신은 진문숙이 서있었던 것이다. 머리는 특별히 손질한 듯했고 얼굴에는 화장을 하고 있어 전혀 40, 50대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30대처럼 어려 보였다.이런 진문숙의 모습은 차우미가 영소에서 봤던 진문숙과는 완전히 달랐다. 말 그대로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차우미는 진문숙을 기억하고 있었다. 비록 지금의 차림새는 영소 병원에서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르지만 차우미는 한눈에 시선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봤다.이 얼굴은 온이샘과 닮았고, 이전에 잠깐 만났을 뿐인데도 그녀에게 매우 친절하고 잘 대해준 사람이었기에 차우미는 기억이 또렷했다.하지만 이렇게 빨리 온이샘의 어머니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것도 청주에 온 지 이틀 만에 말이다.이건 정말 뜻밖이고 갑작스러운 일이었다.청주는 큰 도시로, 경제가 발전한 만큼 인구도 많았다. 이런 대도시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그런데 하필 차우미는 쇼핑몰에서, 그것도 이렇게 큰 생활용품 매장에서 진문숙을 만난 것이다.게다가 진문숙이 먼저 그녀를 불러 세웠다.이건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차우미는 이곳에서 진문숙을 만난 것이 너무 갑작스러워 한동안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지만, 진문숙은 반응이 빨랐다. 차우미가 몸을 돌리는 순간, 그녀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얼굴이 진문숙의 시야에 들어오자, 진문숙의 눈이 반짝였다.“정말 너구나, 우미야!”진문숙은 여기서 차우미를 만날 줄은 정
차우미는 진문숙이 이렇게 말할 거라는 걸 예상하였기에 전혀 놀랍지 않았다. 온이샘의 어머니는 정말 좋은 분이고, 매우 열정적이었다. 안 만나면 모를까, 만난 이상 빠져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아주머니, 그게 아니라, 사실 저는 회성에서 일을 막 끝냈고, 부모님께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이틀 정도 금방 처리하고 돌아간다고 말씀드렸어요.”“이번 출장은 시간이 길어서 오랫동안 집에 가지 못했으니, 이틀만 일을 마치고 바로 돌아갈 생각이에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청주에 와서 찾아뵐게요.”차우미는 진문숙의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상황상 그러는 게 맞았다. 그녀와 온이샘은 지금 단순한 친구 사이일 뿐이었고, 설령 연인 관계라 해도 이렇게 청주에 머물러 있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상냥하고 진심 어린 차우미의 대답에 진문숙은 순간적으로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표정이 부드러워졌다.“회성에서 일을 그렇게 오래 한 거야?”차우미가 대답할 틈도 없이 진문숙이 말을 이어갔다.“내가 이렇게 넓은 청주에서 널 만난 것도 참 드문 일 아니겠니? 넌 안평 사람이고 그동안 회성에서 출장 중이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만났다는 건 진짜 인연이 아니겠어?”“우미야, 아줌마 말 들어. 청주에서 며칠 더 머물러. 네 일이 다 끝나면 아줌마가 청주 구경도 시켜 줄게.”“너 청주에 처음 와봤지? 우리 청주는 정말 좋아. 발전도 잘 되고, 환경도 좋고, 역사도 풍부하거든. 너 조각하는 걸 좋아하니까 아줌마가 청주의 옛날 장소들을 구경시켜 줄게. 너 분명히 좋아할 거야.”진문숙은 어떻게든 차우미를 붙잡아 두고 싶었다. 물론 차우미가 머물러 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만날 기회도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말을 마친 후, 문득 떠오른 게 있는 듯, 진문숙은 재빨리 차우미의 손을 꼭 잡으며 빠르게 말했다.“우미야, 네가 청주에 온 걸 이샘은 아예 아줌마한테 말하지 않았어. 우리 완전 우연히 만난 거야, 절대 계획한 게 아니야.”“이 점은 꼭 믿어줘야
묻고 난 뒤, 진문숙은 서둘러 말했다.“오해하지 말아. 아줌마가 이렇게 묻는 건 네 일이 얼마나 복잡한지, 해결할 수 있는지 궁금해서야. 만약 어려운 일이면 아줌마한테 말해. 아줌마가 도와줄게.”“청주에서 웬만한 일은 아줌마가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진문숙도 방금 전의 화제에 집착하지 않고, 곧바로 화제를 돌려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방향을 바꾸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었다.차우미는 진문숙이 자신에게 무슨 일을 처리하러 왔냐고 묻는 게 약간 뜻밖이었다. 보통 사적인 일이라면 물어보지 않으니까.하지만 진문숙의 뒤따르는 설명에 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다. 그러고는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사실 별거 아니에요. 예전에 친구 아이에게 뭘 만들어 주기로 약속했는데 지난 몇 달 동안 일이 많아서 자꾸 미뤄지다 보니 결국 못 해줬거든요. 애가 자꾸 졸라대서 이번에 일이 끝난 김에 그 약속을 지키러 왔어요.”차미우는 숨기지 않고 사실대로 말했다.그녀와 나상준는 이혼했지만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덕분에 서혜지와는 여전히 대화를 잘 나누는 친구 사이였다.“아, 그런 일이었구나. 알았어.”“그렇다면 별로 복잡한 일이 아니네, 간단한 일이잖아.”말하면서 진문숙은 차우미의 손을 잡고 카트 안의 물건을 바라보며 물었다.“그럼 지금... 아이한테 줄 걸 사는 중이구나? 뭘 만드는 거니? 장난감인가?”진문숙은 외동아들인 온이샘밖에 없어서 아직 할머니가 되지 않았지만, 가족 중 다른 어린아이들은 그녀를 할머니라고 불렀기 때문에 그녀에게 있어서, 아이는 곧 장난감을 좋아하는 존재였다.차우미는 진문숙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었다. 지금 진문숙이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 의도는 분명 그녀가 남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녀의 상황을 파악하고, 어떻게든 설득하려는 것이었다.차우미는 잠깐 속눈썹을 떨더니 이내 말했다.“장난감이 아니라 간식이에요. 제가 만든 간식을 그 아이가 좋아해요.”“간식?”진문숙의 눈에 놀라움이 스쳐 갔다.“우미는 간식도 만들 줄 알
전화가 연결되자 진문숙은 상대방이 말도 꺼내기 전에 다급하게 말했다. 이에 상대방은 어이없어 웃음을 터뜨렸다.“아니, 오늘 오후에 무슨 일 있는지 까먹었어?”‘일’이라는 말을 듣고 나서야 진문숙은 오후에 해야 할 일을 기억해 냈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우미 쪽을 바라보던 시선도 거둬들였다.진문숙은 휴대폰을 내려 시간을 확인한 후 다시 차우미를 바라봤다.차우미는 쇼핑카트 앞에 서서 손으로 카트를 잡고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서 있었다. 마치 뭔가를 생각하는 듯, 얼굴에는 깊은 고민이 드러나 있었다.그 모습을 보자 진문숙의 조급했던 마음이 조금씩 가라앉았다.‘이 아이는 예의도 바르고, 상황 파악도 잘해. 지금, 이 아이와 이샘의 관계로 봐서는 아마 이샘에게 청주에 온 것을 말하지도 않았을 거야.’이런 생각에 진문숙은 더 이상 조급해하지 않았다.아무래도 아들에게 전화해야 할 것 같았다.자기 혼자만으로는 차우미를 붙잡아 둘 수 없으니, 아들이 나서야 했다.그렇게 마음을 정한 진문숙은 전화기 너머로 말했다.“난...”“여보세요? 왜 말이 없어? 듣고 있어?”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바로 물으며 진문숙의 말을 끊어버렸다.하지만 진문숙이 말을 꺼내자, 전화기 너머 사람은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고, 바로 물었다.“갑자기 급한 일이라도 생긴 거야? 목소리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응. 조금. 며느리를 붙잡아 둬야 하거든.”“뭐? 며느리?”“이따가 보자, 일단 끊어.”진문숙은 더 말하지 않고 전화를 바로 끊고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는 진문숙 쪽을 보지 않고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겨 조용히 서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진문숙의 눈에는 애정과 칭찬이 가득했다.차우미는 분명하고 똑똑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며, 철저한 원칙을 가지고 있었다.진문숙은 웃었다.원칙 있는 아이를 그녀는 무엇보다도 좋아했다.전화를 내려놓고, 진문숙
이 사람은 어떻게든 청주에 남겨야 한다.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녀는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물론 그녀는 이번 기회에 아들 일을 확실히 마무리 지을 생각이었다. 더 이상 이렇게 느긋하게 기다릴 수는 없었다.이렇게 계속 느긋하게 굴다가는 언제나 손자를 보겠는가.아들은 급하지 않아도, 그녀는 급했다.진문숙은 전화를 걸며 아들을 어떻게 도울지 많은 생각을 굴렸다.한편, 안평에서 온이샘은 방금 수업을 마치고 교재를 들고 사무실로 돌아가고 있었다.그는 사무실로 가는 길에 휴대폰을 꺼내서 무음 모드를 해제하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막 무음을 해제하자마자 진문숙의 전화가 걸려 왔다.화면에 뜬 전화번호를 본 온이샘은 걸음을 멈췄다. 그는 핸드폰에 뜬 시간을 보고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이내 전화를 받았다.“엄마.”온이샘의 목소리를 듣자, 진문숙의 얼굴에 즉시 미소가 번졌다.매우 만족스러웠다.그녀의 마음속에서 자기 아들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아들로 그 누구도 비교할 수 없었다.이제 아들이 드디어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났으니, 그녀는 아들을 위해 더 힘을 내야 할 것이다.“이샘아, 지금 바빠?”진문숙은 웃으며 물었고, 목소리는 밝고 명쾌했다. 딱 들어도 좋은 소식이 있는 듯했다.그녀의 웃음소리를 듣자 온이샘의 마음이 놓였다.그는 어머니가 무슨 급한 일이 있는 줄 알았다. 특히 외할머니와 관련된 일일 거라고 생각했다.외할머니는 아직 병원에 계시지만, 상태는 이미 많이 좋아졌다. 매일 전문 간호사가 돌보고 있었고 또 집안 어른들도 교대로 곁을 지키고 있었다.물론 다들 고생이긴 하지만, 외할머니가 안정을 찾으니 모두 긴장을 풀 수 있었고 예전만큼 불안해하지는 않았다.하지만 나이가 많으신 만큼 혹시라도 상태가 악화될까 걱정은 되었다. 그래서 온이샘은 진문숙의 전화를 보자 살짝 긴장했다.하지만 어머니의 안정된 목소리를 듣고 온이샘은 안심했다.“방금 수업 끝났어요. 무슨 일이신데요?”진문숙은 보통 일이 있을 때만 아들에게 전화를 걸 뿐 별일 없으면
거의 확신에 찬 어머니의 말이 귀에 들어오자, 온이샘은 눈살을 찌푸렸다.“청주요?”“우미가... 청주에 있다고요?”온이샘은 휴대폰을 꽉 움켜쥔 채 머릿속으로 진문숙이 방금 한 말을 계속해서 반복했다.그는 잘못 듣지 않았다. 어머니는 청주에서 차우미를 봤다고 했다.그렇다면 차우미는 정말 청주에 있는 것이다.청주에 있다면...이 순간 온이샘의 머릿속에 부드러운 목소리가 떠올랐다.“선배, 나 이쪽에서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 아마도 하루 이틀 정도 더 걸릴 것 같은데 정확히 언제 돌아갈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아.”어제 그녀와 통화를 했을 때, 그녀는 처리할 일이 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저 업무상의 일이거나 사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도 꼬치꼬치 캐묻기가 그래서 묻지 않았다.하지만, 그 일이 청주와 관련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게다가... 나상준과 관련이 있을 줄은 더더욱 생각지도 못했다.온이샘의 마음이 조여왔고 위기감이 밀려왔다.나상준에 대해, 그는 무의식적으로 위기감을 느꼈다.차우미가 이혼 후 나상준과 다시 만나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자 그의 위기감은 순식간에 나타났다.주체할 수 없었다.이혼했으니 원래는 마음을 놓아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이혼 후 다시 마주한 순간 결혼 생활 때보다도 더 불안해졌다.마치 그들이 다시 함께할 것만 같은 불안감과 두려움이 그를 사로잡았던 것이다.이 순간 차우미가 청주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이러한 감정은 빠르게 드러나 그를 완전히 압도하여 억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온이샘의 마음은 한없이 불안해졌다.진문숙은 아들이 차우미가 청주에 있는 것을 모른다고 거의 백 퍼센트 확신했다. 차우미처럼 예의를 아는 아이는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청주에 간다고 아들에게 말하면 아들은 분명 그녀와 이야기할 게 뻔하니까.그래서 차우미는 아들에게 알리지 않았을 것이다.다만, 진문숙은 아들이 반응을 보일 거라는 걸 알
온이샘은 전화를 끊고 창밖의 햇살을 바라보았다.여름이 한창이었기에 뜨거운 기운이 가득 차서 모든 것이 밝고 눈부시게 보였다.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의 말소리, 농구하는 소리, 웃고 떠드는 소리, 그리고 매미 소리가 귀에 들어와 그의 마음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다.봄이 지나 어느새 여름이 왔다. 소리 없이 찾아온 이 여름은 그의 눈에 그 어느 때보다도 눈부시게 피어 있었다.온이샘은 손에 들린 휴대폰을 꽉 쥐고, 뜨거운 눈빛으로 시선을 돌린 뒤, 발걸음을 재촉해 사무실로 향했다.오늘은 금요일, 이보다 더 좋은 타이밍은 없었다.한편, 진문숙은 온이샘의 감정이 평소와 다름을 느끼고 모든 이야기를 아들에게 털어놓은 뒤, 속을 태우며 아들의 답을 기다렸다.그런데, 아들은 몇 마디만 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녀에게 반응할 시간조차 주지 않은 채 말이다.아들이 이렇게 빨리 전화를 끊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 그녀는 몹시 당황했다.더 놀라운 건 아들이 청주로 돌아오겠다고 하며 꽤 흥분한 듯 보였다는 점이다.진문숙은 차 안에서 휴대폰을 들고 아들이 했던 말을 계속 떠올렸다.아들의 말투와 감정을 천천히 떠올리며 그가 어떤 표정으로 말했을지 상상하던 순간, 진문숙은 미소를 지었다.아들은 차우미가 그녀 때문에 놀라 도망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하하하...진문숙은 마음이 순식간에 즐거워져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문제는 전혀 없었다. 단지 아들이 그 아가씨를 너무 신경 쓰다 보니 청주에 있다는 말에 덜컥 놀랐을 것이다.아들은 자신을 잘 알고 있었고, 당연히 차우미도 잘 알고 있었다.자신의 열정이 차우미를 정말로 놀라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진문숙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웃었다.그러나 동시에 머릿속에서는 이후의 계획을 생각하기 시작했다.원래는 아들에게 전화해서 돌아오게 할 생각이었는데, 아들은 그녀가 말하기도 전에 먼저 돌아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뒷부분의 계획은 반드시 필요했다.그녀는 이번에는 반드시 차우미를 며느리로 확
차우미는 아직 배가 고프지 않아서 자료를 찾고 메모하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휴대전화가 울리자 차우미는 잠시 멈칫하다가 휴대전화를 들었다.화면에 읽지 않은 메시지를 확인하는데 발신자는 다름 아닌 나상준이었다.차우미는 속눈썹을 깜빡거리며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나상준의 일이 이제 끝난 것 같다.차우미가 메시지를 확인했다.【내려와.】내려오라는 말에 차우미는 약간 어리둥절해 하며 무언가 떠올랐다.【호텔 앞에 있어?】메시지를 보내고 시간을 보니 어느덧 5시가 넘었다.창밖은 아직 밝지만, 곧 어두워질 것이다.나상준이 아마 방금 일을 끝내고 왔을 것이다.이 시간에 차우미 보고 내려오라고 한 것은 나예은을 보러 가는 건가?떡을 만드는 데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게 아니라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떡을 다 하고 나예은에 찾아가면 벌써 자고 있을 것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지금 자기보고 나상준 집에 가서 떡을 만들라고 한 게 아니라 다른 일이 있다고 생각했다.왜냐하면, 떡을 만들고 왔다 갔다 하면 시간이 아주 늦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자신의 추측일 뿐 확실하지 않아서 무슨 일인지 물어봐야 한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무슨 일로 왔는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우리 지금 상준 씨 집에 가서 떡 만들러 가? 근데 떡 만들려면 2시간도 넘게 걸리는데 너무 늦을 거 같은데.】차우미는 메시지를 보내고 나상준의 답장을 기다렸다.방금 그녀가 보낸 메시지에 나상준은 답하지 않았다.차우미는 책상 위의 자료와 노트를 닫았다.그녀는 휴대전화를 한쪽에 놓고 책상을 정리했다.정리를 다 하고 휴대전화가 땡 하고 메시지가 왔다. 차우미는 휴대전화를 들어 나상준이 보낸 메시지를 확인했다.【아니.】차우미가 익히 잘 알고 있는 군말 없는 짧은 두 글자의 답장이었다.그녀는 웃으며 가방과 키를 챙기고 방을 떠났다.호텔 입구에 검은 벤츠 한 대가 소리 없이 서 있었다. 마치 그곳이 자기 자리이고, 아무도 감히 다가갈 수 없는 느낌이 들었다.차우미는 호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