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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401 - 챕터 410

956 챕터

제401화

"응, 늦어도 내일까지는 해결될 것 같아.”긍정의 말이 들려오자 하성우가 눈썹을 치켜올렸다."그렇게 확신해?”"응."그는 순간 웃었다. 그때 그는 전혀 화가 나지 않았다.그는 맞은편에서 묵묵히 식사하는 사람을 보면서 말했다."그런데, 정말 궁금한 것이 있어. 만약 정말 주혜민이 막 나온다면, 우리 이분은...""웅웅..."휴대전화가 갑자기 진동해 하성우의 말을 끊었다.그가 멈칫하면서 나상준이 탁자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을 보았다. 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진동 소리에 이어 익숙한 휴대전화 벨 소리가 들리자 양훈은 바둑돌을 든 손을 멈췄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물었다."나상준 돌아왔어?”하성우는 양훈에게 나상준이 돌아왔다는 말도, 지금 그와 함께 있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물음에 하성우는 그가 나상준의 휴대전화 소리를 들은 것을 알고 대답했다."그러니까, 상준이랑 함께 사람 뺏으러 갔는데 뺏지도 못하고 풀이 죽어 돌아왔어.”이 말은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것을 목격한 나상준을 비웃는 말이었다. 정말 쓸모없고 너무 답답했다.양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이 말을 듣고 마침내 그를 올려다보았는데 이 눈빛은 담담했지만 하성우는 순간적으로 떨었다.그는 흥분해서 빠르게 나상준을 가리키며 말했다."나를 노려보았어! 드디어!”"와! 오는 동안 얼마나 답답했는지!”"내가 도와준다고 했는데 싫다고 하고. 그럼 전에 그런 말을 해서 뭐해? 불쌍하기 짝이 없어서 나를 화나게 해! 먹을 것도 못 먹고 마실 것도 못 마셨지만 배가 불러.”하성우가 투덜거리면서 한바탕 떠들어대자 양훈은 이를 깨닫고 물었다."어디야?”"금안댁. 원래는... 뚜뚜뚜뚜...”이 소리를 들은 하성우는 당황했다.'끊겼다고? 그렇지 않으면, 왜 이러지?'나상준은 냅킨을 들고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닦았다. 그는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냅킨을 내려놓고 옆에 울리는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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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2화

허영우는 주혜민이 자기에게 했던 말을 나상준에게 그대로 전했다. 그는 다 전한 뒤 더 말하지 않고 나상준의 답을 기다렸다.나상준은 하성우를 의심스럽게 바라보았고 하성우가 패배를 인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선은 여전히 하성우에게 향해 있었다.그 순간 무언의 압력이 하성우를 감쌌고 심지어 룸 안을 분위기를 압도하는 것 같았다. 하성우는 식사를 하면서도 밥을 제대로 넘길 수가 없어 너무 고통스러웠다.고통으로 일그러진 하성우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상준은 입을 열었다.“공과 사는 분명하게 하자.”“알겠습니다.”허영우는 이 한마디만으로도 나상준의 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그의 마음속에 있던 추측을 확신으로 바꿨다.예전부터 나상준은 응답한 후 바로 전화를 끊었고 이번에도 그러려고 했다.나상준은 말을 마친 후 핸드폰을 끊으려고 했지만 이때 허영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나 대표님 그리고 말씀드리고 싶은 것이 한 가지 더 있습니다.”이 말을 듣자 종료 버튼을 누르려던 나상준은 손끝을 잠시 멈췄다가 다시 전화기를 집어 귀에 댔다.“무슨 일이야?”“그게 제가 회의하고 있을 때 혜민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에 응접실에 갔는데 우연히 혜민 아가씨께서 사모님 얘기를 하는 걸 들었습니다.”나상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바로 이때 하성우는 마침내 고개를 들어 시선을 살짝 낮추고서는 입을 열었다.“뭐라고 했는데?”“그때 제가 회의실 밖에서 혜민 아가씨가 말하는 걸 들었는데...”허영우는 자기가 회의실 밖에서 들은 주혜민의 말을 토씨 하나 빠트리지 않고 나상준에게 전했다. 모든 걸 전한 뒤 그는 한 마디를 덪붙였다.“혜민 아가씨 혼자서 오셨으니까 아마도 누군가와 전화로 나눈 얘기 같습니다.”“제가 듣고 아는 건 이게 전부입니다.”허영우는 나상준에게 상황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한 다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상준의 지시를 기다렸다.이때 나상준의 시선이 다시 하성우의 얼굴에 떨어졌지만 더 이상 압박감은 없었기에 하성우는 밥을 먹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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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3화

하성우는 더 이상 밥을 먹을 수가 없었다. 더 먹는다고 해도 체할 것만 같았다.그는 젓가락을 내려놓고서는 고개를 들어 불쌍한 표정으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상준아...”“다 먹었어?”그가 말하자마자 나상준이 그의 말을 잘랐다.‘왜 갑자기 아무 말도 못 하는 거지?’나상준은 순간적으로 굳어버린 하성우의 얼굴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다 먹었으면 호텔로 돌아가자.”말을 마친 뒤 나상준은 핸드폰을 들고 일어났다.하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건장한 체격의 나상준이 룸을 떠나자 하성우는 정말 울고 싶었다. ‘내가 밥을 제대로 못 먹었다고 말을 할 수나 있겠어?’나상준이 떠나자 하성우는 배가 텅 빈 것 같아도 다급하게 그의 뒤를 따랐다. 자기가 화나게 하면 안 되는 사람을 화나게 했으니 어쩔 수가 없었다.“상준아 무슨 일 있어? 제수씨에 관한 소식을 모두 너한테 보고해야 해?”두 사람은 레스토랑에서 나와 차에 탔다. 하성우는 나상준에게 물으며 차에 시동을 걸고 호텔로 떠났다.나상준은 때마침 핸드폰이 울려 그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띵 하는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도착했다.그는 눈을 내리깔고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핸드폰에 읽지 않은 메시지 알림과 동시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의 이름이 선명하게 표시되어 있었다.[차우미]세 글자에 그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갑자기 조용해지며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하성우는 나상준의 대답이 없자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나상준이 아까와는 다른 눈빛으로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하성우는 눈을 깜빡였다.‘왜 이러지?’그는 나상준을 바라보다가 앞을 바라보며 천천히 차를 운전했다가 나상준의 이상함에 그는 입을 열었다.“상준아?”나상준은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 메시지를 확인했다.차우미: [언제 시간 있어? 우리 얘기 좀 해.]짧은 문장은 3년 동안 질질 끌었던 일을 간단하게 정리했다. 그녀의 뜻은 아주 명확하게 그에게 더 이상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나상준은 눈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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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4화

온이샘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가방을 들어 차우미의 방까지 가져다주려 했다. 가방을 직접 옮기려고 했던 차우미는 온이샘의 손이 그렇게 빠를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잠시 멈칫하고 바라보다가 말했다.“괜찮아, 선배. 혼자서도 방까지 가져갈 수 있어. 이제 이른 시간이 아니야, 영소시까지 가면 밤이 될 텐데...”온이샘은 차우미가 이렇게 말할 줄 알았다는 듯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조금 더 있다 간다고 해도 별 차이 없을 거야. 짐은 내가 들어줄게.”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선배.”차우미는 온이샘의 말을 듣고 나서 어쩔 수 없이 잠시 후 그를 배웅한 뒤 회의실로 가기로 마음을 바꿨다.차우미가 허락하자, 온이샘의 얼굴에도 미소가 환하게 번졌다.두 사람은 방을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우미의 방에 도착했다.차우미의 방은 이전과 변함없이 깔끔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이전에 현관에 두었던 짐가방조차 옷장으로 옮겨져 바로 눈에 띄지 않았다. 분명 나상준이 떠난 후 누군가가 방을 정리한 것 같았다.이곳은 나상준이 떠난 후 모든 것이 원래대로 잘 정돈된 것 같았다.나상준을 잊고 있던 차우미는 문을 연 순간 그를 떠올렸고, 무의식적으로 현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현관에는 그의 캐리어가 없었다. 다시 욕실 쪽으로 눈길을 돌렸지만 아무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차우미는 시선을 거두고 온이샘을 안으로 안내했다.온이샘은 들고 온 짐들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차우미에게 말했다.“자, 회성에서 조심하고,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나한테 전화해. 절대 머뭇거리지 말고.”온이샘은 차우미를 진지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차우미가 정말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절대로 전화하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이는 온이샘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했다.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선배도 비행기 타고 나서, 그리고 영소시에 도착하고 나서 연락해 줘.”온이샘은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았지만, 그녀가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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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5화

이렇게 하면 나중에 생각이 나더라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다. 차우미는 한번 웃고는 호텔로 들어가 버렸다.택시 안.택시 뒷좌석에 앉아있던 온이샘은 호텔 앞에 서 있는 여자가 이쪽을 바라보는 것을 보고 가슴이 또 두근거렸다. 지금 이 순간 만큼은 그냥 차우미를 데리고 회성을 떠나고 싶었다. 그녀를 여기 혼자 남겨두는 것만은 하기가 싫었다.헤어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온이샘은 주먹을 꼭 쥐고 몸을 돌려 앉아서는 눈을 감았다.이 모든 건 생각일 뿐 온이샘은 그걸 실행에 옮길 수가 없었다. 온이샘에겐 그럴 자격도 없었고 차우미가 그를 따라올 리도 없었다.눈을 뜨고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차피 답이 정해진 인연에 이렇게 아등바등하는 자신이 웃겨 웃음이 나왔다.전에는 그저 제 마음만 알려주면 된다는 생각에 하루빨리 고백하고 싶었지만 영소시에 다녀온 후로는 그게 말처럼 쉬운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차우미는 한 번의 이혼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온이샘은 개의치 않는다지만 온이샘의 부모님은 반대하실 게 뻔했다. 온이샘도 어느 정도 나이가 있고 더 이상 갓 스물 넘은 어린 애가 아니니 세속적인 그런 면들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온이샘의 부모님은 좋은 분들이시다. 언제 한 번 온이샘이 싫어하는 걸 강요한 적도 없는 그런 분들이지만 자식의 결혼 문제에 있어서만은, 특히나 이혼한 여자와 결혼한다는 건 쉽게 허락하지 않으실 것 같다.그래서 이 모든 일은 부모님을 천천히 설득해 나가야만 해결할 수 있었다.온이샘은 이런 생각을 하자 몸에 점점 힘 차오르는 것 같아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온이샘은 꼭 부모님을 설득하고 그들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처리하고 차우미와 오래도록 함께할 것이라는 다짐을 했다.그때 호텔 7층 회의실에 도착한 차우미가 천천히 두 번 노크를 했다. 회의실 안에서는 다들 둘러앉아 무언가를 의논하고 있었는데 그 자리에는 하성우와 나상준도 있었다.두 사람은 돌아온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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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6화

하성우는 주춤거리는 것 없이 바로 문을 열었고 마침내 차우미의 인영이 드러났다.다들 차우미를 보고 얼굴에 웃음이 지어졌지만 하 교수가 유독 그러했다."우미 맞네."차우미는 노크를 두 번 하고는 꼭 누군가가 문을 열어줄 거란 걸 알기에 더 노크하지 않고 얌전히 기다렸는데 문이 열리는 순간 제 시야에 들어오는 게 하성우라 적잖이 놀랐었다.차우미는 하성우가 오후에는 나상준과 함께 경찰서로 갔기에 회의에는 참석하지 않을 줄 알았다.둘이 같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만 둘이 같이 나타났고 또 같이 사라지니 꼭 무슨 바쁜 일이 있다고 생각해 당연히 회의에 하성우는 없을 거라 생각했었다.그런데 이렇게 떡하니 서 있다니.그러자 차우미는 무언가 생각난 듯 회의실 안을 훑었고 하 교수님 옆쪽에 앉아있는 나상준을 발견했다.오후에 경찰서에서 봤던 셔츠에 단추는 몇 개 풀어져 있었고 소매를 올려 훤히 드러난 팔뚝에는 딱 봐도 비싸 보이는 명품 시계가 채워져 있었다.누가 왔는지도 모르는지 여전히 시선을 파일에 고정하고 있는 모습은 차갑고 도도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나상준까지 있는 것이 의외였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었다. 나상준은 늘 박물관을 재건축 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기에 시간이 있을 때 그 관계자들과 함께 하는 건 당연했다.차우미는 나상준에게 향했던 시선을 거두고 하 교수를 향해 웃어 보였다.하 교수가 차우미를 바라보는 얼굴에는 자애로움이 가득했다."우미야, 얼른 들어와. 다들 얘기 중이었어."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나상준을 뚫어져라 보고 있던 하성우는 문을 열고 차우미를 마주했을 때 바로 나상준을 보았지만 여전히 똑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정말 포커페이스 유지하는 것 하나는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그래요, 형수님 얼른 들어와요. 다들 기다리고 있었어요."하성우는 빨리 말하며 차우미를 들어오라 하고 회의실 문을 다시 닫았다.회의실에는 늘 차우미를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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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7화

선배를 배웅한 후 일 생각을 하느라 그녀는 곧장 회의실로 향했는데 노트를 가지고 가는 걸 깜박했다. 회의실 앞에 도착해서야 다른 사람들이 노트 얘기를 하는 걸 듣고서야 깜박했다는 것이 생각났다.하지만 지금은 돌아서서 가지러 갈 수 없었다. 어차피 두 시간이니 머릿속으로 열심히 기억했다가 돌아가서 정리해도 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차우미는 곧 모든 신경을 사람들과의 토론에 쏟았다.나상준은 자리에 앉아 손에 든 서류를 보고 있는데 차우미가 옆에 다가가 앉아도 아무런 기색이 없었다.몇백억에 달하는 계약을 보느라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하성우는 자리에 앉은 뒤 맞은편 두 사람을 쳐다보고는 사람들이 토론하는 걸 들으며 그 두 사람을 힐끔거렸다.그러다가 곧 웃음이 터져버렸다..선남선녀 같은 두 사람이 함께 앉으니 눈 호강하는 것 같았다.하지만... 별로 안 친한 듯싶었다...이 두 사람은 차가운 분위기를 띠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다가가기 힘들 것 같았고, 다른 한 사람은 열심히 토론을 들으며 옆 사람에게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잡념 하나 없는 듯한 모습이 마치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3년 동안 살아온 전남편이 아닌 낯선 사람 같았다.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각자 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서로 관련이 없고, 연루된 것이 없는듯했다. 결혼하고 이혼한 사이라는 걸 몰랐다면 누가 봐도 남남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리고 그는 두 사람의 이런 모습, 특히 나상준이 그 서류를 한 시간 가까이 보고 있는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하지만 지금은 웃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에 하성우는 고개를 숙인 채 서류를 들었다. 아무리 눌러도 올라가는 입꼬리 때문에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애썼다.절대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신경 쓰는 사람 때문에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면 안 된다.나상준은 눈을 살짝 치켜뜨고 하성우를 바라보았다.하성우는 순간 자신의 위로 떨어지는 시선을 느끼고 웃음을 멈췄다."쿨럭!"가볍게 두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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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형수, 혹시 자료 까먹은 거 아니야?”하성우는 차우미 앞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담소를 나누던 사람들도 그제야 차우미 앞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차우미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네.”하성우는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다.“그러면 상준이 거 써. 상준이는 내 거 쓰면 되고 나는 다시 프린트해서 오면 되니까.”하성우는 재빨리 자신의 자료를 나상준에게 건넸다.나상준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팔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그렇게 하성우의 자료는 나상준에게 넘겨지고, 나상준은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자료를 차우미에게 건넸다.차우미가 멈칫하더니 말했다.“감사해요.”차우미는 아주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며 자료를 받았다.하지만 나상준이 손에서 자료를 놓지 않으려고 하자 차우미는 멈칫하면서 고개를 쳐들어 옆에 앉아있는 그를 쳐다보았다.어느샌가 진지해진 나상준의 표정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그와 눈이 마주친 차우미는 그제야 방금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감사해요”라는 말이 부부 사이로 보이지 않을 만큼 얼마나 형식적이었던지 느끼게 되었다.이 한마디는 회의실에 앉아있는 사람들한테 두 사람의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을 선포하는 것과도 같았다.당황한 차우미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내가 말실수했네.’비록 나상준과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일부러 이런 말로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그저 깜빡하고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을 뿐이다.하지만 이미 입 밖에 낸 말은 아무리 되돌려 보려고 해도 이미 수습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차우미는 얼굴이 발그레해진 상태로 긴장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면서 나상준을 쳐다볼 뿐이다.모두 다 지켜보는 와중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나상준은 그녀가 미안함과 자책으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입밖에 낸 말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긴장해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결국 이렇게 대답했다.“별말씀을.”그러면서 시선을 거두고 하성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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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9화

그런 즐거움을 공유할 만한 사람은 양훈뿐이었다.하성우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양훈에게 전화했다.“여보세요.”전화 연결음이 울리고, 전화기 너머에서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하성우는 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양훈의 목소리가 반가워 웃으면서 말했다.“있잖아, 아까...”그렇게 방금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양훈에게 전하고는 다시 또 벽을 붙잡고 박장대소 짓기 시작했다.“두 사람 정말 웃기지 않아? 아이고, 배야.”“...”전화기 너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하성우는 웃다 말고 통화가 끊겼는지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왜 말을 안 하지?’“여보세요?”하성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핸드폰을 귓가에 댔다.“양훈!”“응.”하성우는 순간 불쾌했다.“왜 말을 안 해? 넌 안 웃겨? 상준이가 차우미한테 완전히 잡혀 살잖아. 쟤가 언제 저러는 거 봤어?”그리고선 무언가 생각났는지 배시시하면서 말했다.“그런데 차우미를 다시 자기 여자로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아. 이래서 언제 자기 여자로 만들겠어.”말로는 안타까워하면서 속으로는 오히려 깨 고소했다.하성우는 나상준이 잡혀 사는 모습이 좋았다.“쉽지 않지.”양훈이 드디어 대답했다.하성우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너도 쉽지 않다고 생각해?”양훈마저도 쉽지 않다고 했으니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성우가 곧바로 질문했다.“빨리 말해봐. 왜 쉽지 않은데?”그는 늘 사리에 밝고 똑똑한 양훈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큰 노력을 해야 할 거야.”하성우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노력?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신혼생활 3년 동안 차우미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꽃 같은 청춘을 낭비해 버렸잖아. 인과응보인 거지! 만약 내 딸이 이런 대접을 받았다면 아주 혼쭐을 내줬을 거야!”“...”양훈은 또다시 말이 없었다.하성우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불쾌해하면서 물었다.“바빠? 빨리 말해봐. 나 또 회의 들어가 봐야 한다고. 시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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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0화

하성우가 나가자 회의실 분위기는 회복되었다. 나상준은 비서더러 차우미에게 펜을 가져다주게 하였다. 차우미는 비서한테서 펜을 받고는 메모를 하기 시작했으며 모두 계속 토론했다.하성우가 서류를 복사하고 돌아왔어도 모두 잠시 머뭇거렸을 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계속 토론하였다.차우미는 계속 필기하였다. 아까 기록하지 못한 부분을 보충했으며 또 토론 중 요점도 메모하였다.차우미는 메모하는 데 열중하다 보니 하성우가 들어온 줄도 몰랐다.하성우는 오른손에 복사한 새 문서를 들고는 원본을 하 교수님께 돌려준 후 자리에 앉아 맞은편의 나상준과 차우미를 바라보았다.나상준은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예전처럼 긴장을 풀고는 사람들의 토론을 듣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항상 차우미의 손에 떨어졌다. 가늘고 예쁜 손가락이 중성 펜을 들고 서류에 청초한 글씨를 적었다.일하는 차우미를 보면 나상준은 주위의 숨결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평온하고 조용한 게 둘만의 공간처럼 느껴졌다.이 장면을 보면서 하성우는 눈에 웃음꽃이 피어났고 그저 괜찮다고 생각했다.사실 그는 두 사람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상준은 성격이 진중하고 타산이 있으며 조심스럽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기에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사람은 그와 같은 사람을 찾으면 피곤하여 힘들 수 있다.하지만 차우미의 경우는 아주 합당하다. 성격이 조용하고 온순하며 일을 처리할 때 온화하고 반응이 굼뜨나 생각이 단순하고 착하다. 따지는 편이 아니며 한눈에 보기에도 단순했다.온실 속의 꽃처럼 바깥의 험악함을 본 적이 없었으나 스스로 자신을 잘 보호하였다. 가정교육도 훌륭해 깨끗하고 단순하며 세속에 물들지 않았다.이런 사람은 나상준과 천생배필이다.복잡한 사람은 원래 간단한 사람과 함께 있어야만 편안해진다.사업을 하다 보면 매일 서로 속고 속이며 조금만 조심하지 않으면 큰 손실을 보게 되므로 정신이 극도로 긴장되어있다.이럴 때 집에 돌아온 후에도 계산하는 여자를 마주해야 하면 고생을 사서 하게 된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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