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10화

하성우가 나가자 회의실 분위기는 회복되었다. 나상준은 비서더러 차우미에게 펜을 가져다주게 하였다.

차우미는 비서한테서 펜을 받고는 메모를 하기 시작했으며 모두 계속 토론했다.

하성우가 서류를 복사하고 돌아왔어도 모두 잠시 머뭇거렸을 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계속 토론하였다.

차우미는 계속 필기하였다. 아까 기록하지 못한 부분을 보충했으며 또 토론 중 요점도 메모하였다.

차우미는 메모하는 데 열중하다 보니 하성우가 들어온 줄도 몰랐다.

하성우는 오른손에 복사한 새 문서를 들고는 원본을 하 교수님께 돌려준 후 자리에 앉아 맞은편의 나상준과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나상준은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예전처럼 긴장을 풀고는 사람들의 토론을 듣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항상 차우미의 손에 떨어졌다. 가늘고 예쁜 손가락이 중성 펜을 들고 서류에 청초한 글씨를 적었다.

일하는 차우미를 보면 나상준은 주위의 숨결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

평온하고 조용한 게 둘만의 공간처럼 느껴졌다.

이 장면을 보면서 하성우는 눈에 웃음꽃이 피어났고 그저 괜찮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는 두 사람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상준은 성격이 진중하고 타산이 있으며 조심스럽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기에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사람은 그와 같은 사람을 찾으면 피곤하여 힘들 수 있다.

하지만 차우미의 경우는 아주 합당하다. 성격이 조용하고 온순하며 일을 처리할 때 온화하고 반응이 굼뜨나 생각이 단순하고 착하다. 따지는 편이 아니며 한눈에 보기에도 단순했다.

온실 속의 꽃처럼 바깥의 험악함을 본 적이 없었으나 스스로 자신을 잘 보호하였다. 가정교육도 훌륭해 깨끗하고 단순하며 세속에 물들지 않았다.

이런 사람은 나상준과 천생배필이다.

복잡한 사람은 원래 간단한 사람과 함께 있어야만 편안해진다.

사업을 하다 보면 매일 서로 속고 속이며 조금만 조심하지 않으면 큰 손실을 보게 되므로 정신이 극도로 긴장되어있다.

이럴 때 집에 돌아온 후에도 계산하는 여자를 마주해야 하면 고생을 사서 하게 된다.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Latest chapter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