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미는 멍해졌다.나상준이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그녀는 몸이 굳어진 채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상준 씨... 그가... 나에게 묻다니...’차우미는 거기에 앉아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았는데 눈동자의 짙은 색깔과 그의 시선은 마치 아이를 원하는지, 몇 명 갖고 싶은지 묻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의견을 구했다.그리고 그녀가 승낙하면 마치 정말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차우미는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그이는 잊었어? 우린 이미 이혼했고 그저 하성우 앞에서만 부부인 척하는 거야.’나상준은 충분히 화제를 돌릴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이가 왜 갑자기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의 손바닥의 힘이 전해왔다. 힘 있고 따스하고 싸여있는 온기가 전해져 차우미를 그의 세계에서 도망칠 수 없게 하였다.손가락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그럴수록 그는 힘을 주어 차우미의 손을 꽉 잡았다.차우미는 눈살을 찡그리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온통 의문이 가득하였다.‘왜 이러지? 우리가 이혼한 것을 잊었어? 그리고 약혼녀도 있는데 이러면 안 돼.’이 순간 차우미는 하성우를 잊은 채 입술을 꼭 다물고는 손을 빼려고 버둥거렸다.‘이럴 수 없어, 이러면 안 돼.’그러나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나상준의 힘은 더 팽팽해졌다. 나중에는 손바닥에 땀이 났지만 그래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참다못해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나상준, 너...”말하자마자 하성우를 보더니 말을 멈추었다.하성우는 마치 한편의 멋진 연극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그 둘을 지켜보면서 그 후의 멋진 전개를 기대하고 있었다.나상준은 하성우를 아랑곳하지 않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멍해졌다가 화를 내가다가 또 당황해하는 차우미를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낳기 싫어?”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왜 이렇게 물어봐?’‘이런 말을 하지 말
참을 수 없었다. 차우미는 그를 보면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시선을 돌리고 의자에 기대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마치 그녀가 무슨 얘기를 하든지 그를 말릴 수는 없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야 한다. 그녀는 반항할 수도 없이 그의 말을 들어야 했다.차우미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그는 하성우가 차에서 내리면 그와 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차 안에서.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이러면 더욱 복잡해진다. 그녀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생활을 하면서 예전처럼 살고 싶었다. 하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상준과 차우미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차 안은 아주 조용해졌다. 하지만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확연히 긴장된 분위기고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하성우는 달랐다.그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더욱 자유롭고 편안함을 느꼈다.그는 이 두 사람을 지켜보는 것을 재밌어했다.특히 차우미는 정말 재밌는 사람이었다.식사 장소가 약간 멀어서 차는 반 시간가량 움직였다.차가 멈춰서자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하성우도 차에서 내렸다.유독 차우미만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그대로 앉아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이때 나상준이 천천히 눈을 뜨고 몸을 움직였다.그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차우미의 손을 잡고 있었으며 같이 내리자는 눈짓을 보냈다.차우미는 움직이지 않고 차에서 내리는 하성우를 보면서 말했다.“우리 얘기 좀 해.”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나상준의 귀에는 또렷하게 들려왔다.나상준은 차 문을 연 상태로 차우미의 말을 듣고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발을 내디뎠다.“저녁에.”대충하는 대답이었다.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중후했고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말투였다. 마치 차우미의 목소리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처럼 말이다.차우미는 눈썹을 찡그리고 그를 쳐다보았다.그는 차에
발걸음을 멈춘 후 그는 핸드폰을 꺼냈다.진현.핸드폰에 떠 있는 그 입을 보면서 그는 시선을 들어 사람들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며 어느새 그의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사람을 주시했다. 그리고 바로 수신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고 입을 열었다.“여보세요.”“돌아왔어?”“응.”“저녁에 시간 돼? 양훈이랑 하성우도 불렀는데 너도 와야지.”“어딘데.”“로앤. 아홉 시.”“갈게.”“알겠어. 그럼 로앤에서 기다릴게.”진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예전과 똑같은 웃음소리였다.나상준은 짧게 대답한 후 핸드폰을 놓고 전화를 끊었다.이때 레스토랑에서는 사람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핸드폰을 들고 계단을 걸어 올라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다들 평소처럼 룸을 찾아 들어갔다. 음식은 이미 예약해 놓았다. 사람들이 룸에 도착하자 음식이 하나, 둘 씩 나오기 시작했다.하성우는 나상준과 차우미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룸으로 가서 자리를 다 안배해 주었다. 그리고 신경 써서 차우미와 나상준을 같이 앉게 했다.차우미가 들어오자 하성우는 바로 차우미를 끌고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나상준이 들어오자 나상준더러 차우미 옆에 앉게 했다.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상준도 마찬가지였다.전의 불쾌함은 사라진 듯, 두 사람은 평소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다는 걸 차우미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불만스러워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하지만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두 사람의 사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마치 부부 싸움을 하고 온 것 같았지만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니었다.어느새 사람들은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나상준은 평소처럼 차우미를 위해 음식을 짚어주었고 차우미도 거절하지 않고 다 먹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그리고 다들 식사가 끝날 무렵, 하 교수가 내일의 일정과 업무 진척을 얘기해 주었다. 오늘 밤은 다들 자유롭게 활동하고 일
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녀가 차에 앉자 운전기사가 차 문을 닫았고 빠르게 시동을 걸었다.나상준은 자리에 서서 차가 점점 멀어지다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쳐다보았다.하성우는 전화로 양훈에게 언제 가겠느냐고 물어보았고 또 양훈에게 그들의 상황을 알린 후 전화를 끊었다.이때 차우미는 이미 떠난 후였다.하성우는 나상준을 보면서 말했다.“여자한테 그렇게 딱딱하게 굴면 안 돼.”차에서 그는 웃고 있었지만 예전과 사뭇 달라진 차우미의 고집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없었더라면 차우미는 당장 나상준과 싸웠을 것이다.흠, 하지만 ‘싸운다’라는 표현은 그리 적절하지 않았다. 두 사람 다 싸울 것 같은 성격은 아니었다.하여튼 상황은 좋지 않았다.그는 많은 여자와 접촉해 보았기에 여자에 대해서 잘 안다. 차우미는 고집불통인 스타일이니 절대로 똑같이 대하면 안된다.“로앤으로 가.”나상준은 시선을 돌리고 택시를 잡아 탔다.“...”‘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네? 됐어. 어디 한번 알아서 잘 해 보라지.”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하성우는 또 다른 일이 떠올라 얘기했다.“진현이 모이자고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나랑 양훈을 불러서 널 설득해서 주혜민을 그만 괴롭히라고 하려고? 아무래도 진현은 주혜민을 많이 신경 쓰니까.”그렇게 말한 하성우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말투로 얘기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 여전히 주혜민을 놓지 못하고 있다니. 정말 답 없다.”진현은 꽤 괜찮은 사람이다. 성격도 좋고 착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주는. 하지만 그렇기에 주혜민 같은 사람에게 놀아나서 하마터면 인생을 망칠뻔한 사람이다.그는 진현이 아까웠다. 하지만 진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에 하성우는 더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나상준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로 전방을 바라보면서 말했다.“가보면 알겠지.”하성우는 눈썹을 까딱이고 나상준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하성우와 나상준이 도착했을 때 양훈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진현만 아직 오지 않았다. 룸에 혼자 있었던 양훈이 이미 술과 네 명의 잔을 모두 준비해 두었다. 양훈을 본 하성우는 눈썹을 치켜뜨더니 이내 웃음을 띠며 들어왔다.“빨리 왔네? 너에게 전화했을 때 네가 바쁜 줄 알았어. 우리보다 늦게 올 줄 알았는데.”두 사람이 걸어들어오는 것을 본 양훈은 두 사람의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주었다.“바쁠 수도 있고 바쁘지 않을 수도 있어.”그의 말을 들은 하성우는 양훈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역시 넌 대단해.”나상준이 걸어 들어와 소파에 앉자 양훈은 그에게 술잔을 건네줬다. 하성우는 스스로 술을 가져다 한 모금 마시더니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이 술 괜찮은데? 로앤 술이 아니지?”좋은 술인지 아닌지 그들은 한 모금 마시면 알 수 있었다. 로앤의 술도 좋았지만, 와인바의 술보다는 못했다. 와인바의 술이야말로 진짜 술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로앤에는 즐거움이 많았다.그리고 로앤은 스스로 술을 가지고 갈 수 있었다. 그가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로앤 술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것처럼 말이다.양훈이 대답했다.“진현이 여기에 두고 간 술이야.”하성우가 문득 웃기 시작했다.“진현이 돈 좀 쓴 것 같네.”그는 웃으며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양훈이 건넨 술을 받아 들고 술잔을 가볍게 흔들며 한 모금 마셨지만 술에 아무런 관심도 없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성우는 그런 나상준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우린 이미 도착했는데 진현은 언제 오는지 모르겠네.”말하면서 그는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진현이 아홉 시에 온다고 했었지. 지금 7시 36분이네. 아직 한 시간 반이나 남았어. 우리 먼저 놀고 있을까?”술만 마시면서 그를 기다린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겠는가?양훈이 나성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상준아, 바둑 둔 지 오래됐는데 한판 둘래?”나상준은 고개를 들고 양훈을 바라봤다.“그래. 그럼.”
“그래.”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진현의 확실한 대답을 들은 하성우는 지루했던 기분이 싹 달아났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난 양훈이 이긴다에 걸겠어.”진현은 깜짝 놀랐다. 나상준이 이길 확률이 높았기에 그는 하성우가 나상준에게 걸 줄 알았다.진현과의 내기에 나상준이 아닌 양훈에게 건 하성우는 더 이상 심심하지 않았다.“그럼 난 상준이 이긴다에 걸게.”“그래 그럼. 이기면 뭘 하고 지면 뭘 할까?”진현이 웃으며 말했다.“네가 정해.”하성우는 턱을 만지며 곰곰이 생각했다.“알았어. 생각해 볼게.”“그래.”작은 내기가 불러온 결과가 그들의 우정을 흔들 수는 없겠지만 다들 남자였기에 내기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했다.무엇을 말하든지 번복해서는 안 되었다.좋은 생각이 떠오른 하성우는 금세 웃으며 말했다.“만약 내가 이긴다면 내가 말한 일 해줘. 이 일은 네가 해낼 수 있는 일이야. 마찬가지로 네가 이긴다면 나도 네가 말한 일 한가지 할게.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해. 어때?”“그래.”“그래, 그럼. 이렇게 하는 거로 하자.”말을 마친 하성우는 즉시 전화를 끊고 술잔과 의자를 들고 바둑판 앞에 다가가 앉았다. 그는 바둑판을 보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파이팅! 너희 둘 중에 누가 이기는지 방금 진현과 내기했어.”하성우는 양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양훈, 나 너에게 걸었어. 내가 이기면 진현이 내가 말한 일 하나 들어주기로 했어. 이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 네가 꼭 이겨야 해.”그는 정말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생각이 난 듯 정중하게 말했다.양훈이 하성우의 말을 무시한 채 흰 바둑알을 들고 바둑을 두자 하성우는 나상준을 보며 말했다.“상준아, 진현은 너에게 걸었어. 만약 네가 이기면 나도 진현이가 말한 일을 들어줘야 해. 네가 볼 때 진현이 무슨 일을 시킬 것 같아? 주혜민을 난처하게 하지 말라고 나에게 너를 설득하라고 할 것 같지 않아? 만약 그렇다면 난 정말 진현을 도와줄 수밖에 없어.”그는 나상준에게 이기지 말
“넌 형수를 그리워할지 몰라도 형수는 네 생각 하지 않을 수 있어. 오늘 형수가 손도 못 잡게 했었잖아. 만약 내가 없었다면 넌 손도 못 잡았을 수 있었어.”다급한 하성우는 모든 걸 잊어버린 듯 말했다.이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고 바둑판을 응시하던 그의 눈동자가 하성우에게로 향했다.“...”하성우는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마음이 다급했던 하성우는 그의 마음속에 비수를 꽂을 뻔했다.나상준은 바로 꼬리를 내리고 후회하는 하성우를 바라봤다. 어쩌겠는가, 그도 자기 자신이 통제가 안 되는 것을.나상준은 다시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바라봤다.이때 양훈이 바둑알을 들고 바둑을 두었다.나상준은 양훈이 놓은 흰 바둑알의 위치를 보며 검은 바둑알을 두며 말했다.“너 요즘 많이 한가한가 봐?”나상준이 별 생각 없이 한 말은 크게 이상한 점이 없었지만, 이 말을 들은 하성우는 심장을 벌렁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요즘 바빠...”나상준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하성우는 무의식적으로 부정했다.한가하다고 말하면 나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그는 바쁘다고 말했다.나상준은 더 이상 그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방금 그 한마디는 혼잣말인 것 같았다. 하성우가 대답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하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상준을 보고 가슴을 졸이며 더욱 긴장했다. ‘이상해, 너무 이상해...’양훈은 시종일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바둑판에 집중하며 다른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나상준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양훈도 말을 하지 않았기에 룸은 다시 고요해 졌다.하성우만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상준을 쳐다보며 안절부절못했다.그는 분명히 나쁜 일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상준에게 무언가를 해주어 만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상준이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하지만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가 가만히 앉아서 쩔쩔매고 있을 때 그를 구해줄 사람이 나
진현이 자신의 말을 끊는 것을 보며 하성우는 울뻔했다. 그러나 이때 진현의 뜻밖의 말이 귓가에 들려온 그는 조급함이 싹 사라졌다.그는 바둑판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뭐라고? 양훈이 이기고 있다고?”아까까지만 해도 박빙이었는데 짧은 시간 안에 승부가 갈렸다.흰 바둑이 검은 바둑보다 우세하고 있었기에 승부는 이미 드러났다.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둑판을 바라보던 하성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상준아, 설마 내가 아까 한 말 때문에 영향을 받은 건 아니지? 그러지 마. 형수님은 여전히 네 생각 많이 해. 형수님이 널 얼마나 우수한 사람으로 보고 있는데. 네가 가정에 잘하지, 책임감 있지, 능력 있지, 교양있지, 일 처리 잘하지, 총명하지 얼마나 멋있는 사람인데.”“난 예전에 너에게 이런 장점이 있는 줄 몰랐어. 형수님이 말해서 너에게 이렇게 많은 장점이 있는 줄 알게 됐어. 너 멋있는 사람이야. 특히 형수님 눈에는 더 그렇고.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우수하다고 느끼면 그 남자는 그 여자 마음속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상준아, 형수 마음속에서 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야.”이 순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고 룸은 갑자기 조용해졌다.진현과 양훈이 바보를 보는 것처럼 동시에 하성우를 바라봤다.두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자 하성우가 입을 열었다.“왜... 왜 그래?”“내가 뭐 틀린 말 했어?”그는 자신이 잘못 말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문제가 있었다.당황한 하성우는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손에 검은 바둑알을 들고 눈을 내리깐 채 가만히 있었다.그러나 검은 바둑알을 천천히 만지는 그의 모습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졸이게 했다.하성우는 침을 꼴깍 삼키고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가 말하기 전에 양훈이 입을 열었다.“너 정말 한가한가 보네.”“...”진현도 왔겠다 승부도 갈렸겠다, 그들은 더 이상 바둑을 두지 않고 소파에 앉아 술을 마셨다.나상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을 알고 있던 하성우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알았어요.”가정부는 거실의 유선 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던 주혜민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주 사장님, 사모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에 돌아올 수 없다고 해요.”주혜민은 눈 밑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많이 바쁘시군요. 오늘은 제가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왔으니 방법이 없죠. 다음에는 사전에 약속을 잡고 다시 올게요.”말하면서 주혜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저는 이만 갈게요.”가정부가 고개를 끄덕였다.주혜민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가방을 들고 가정부에게 미소를 지으며 거실을 나와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별정을 빠져나가 가정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정부는 계단에 서 있다가 차가 보이지 않자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다시 거실에 있는 유선 전화기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문지영의 담담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리자, 가정부가 말했다.“사모님, 주 사장은 갔어요.”“알았어. 다음에 또 오면 나한테 전화할 필요 없이 그냥 내가 없다고 해.”“네, 알겠습니다.”문지영은 전화를 끊었다.옆에 있던 서혜란은 문지영이 휴대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왜? 누구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서혜란은 최근에 늘 문지영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가끔은 그럼 전시회로 가고 또 가끔은 연극, 뮤지컬을 보고 또 SPA 하러도 다녔다.그야말로 엄청나게 가깝게 지냈다.오늘 문지영과 서혜란은 어느 브랜드사의 요청을 받고 자선 만찬에 참석했는데 오늘 밤 경매의 수익금은 모두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 교육을 위해 기부될 거라고 한다.기부에 참여하기 위해 문지영과 서혜란은 각각 물품 두 개씩 샀다.이제 경매가 끝나 두 사람은 연회장의 소파에 앉아서 디저트를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이 전화 받을 때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문지영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
나예은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두 눈도 깜빡거렸다.“말하지 말라고? 왜? 그런데 예은이는 분명 큰아빠가 큰엄마를 무릎에 앉힌 걸 봤어. 그리고 큰엄마는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어.”나예은은 손으로 흉내까지 내면서 서혜지에게 그때 상황을 재연하려고 했다.“...”서혜지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나예은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서혜지는 자기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부끄러워하는 것도 아나 싶었다.나예은은 서혜지가 자기를 믿지 않으니 매우 진지하고 열심히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는데 심지어 나상준이 차우미를 보며 했던 행동과 말까지 모두 표현했다.서혜지는 나예은의 다채로운 연기를 듣고 지켜보며 그때의 상황을 재현하는 모습에 마음속으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서혜지는 분명 자신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어린 나이에 알면 안 되는 것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반성했다.하지만 나예은이 이틀 동안 나상준과 차우미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듣고는 100% 나상준이 차우미에 대한 마음이 진지하다고 확신했다.그렇다, 지금 나상준은 자신의 사업을 대하듯 진지했는데 심지어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그녀는 나상준이 무언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 확실하고 신속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 그의 행동이 또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나상준은 차우미를 원하고 있고 차우미는 절대로 나상준의 공세를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이제 남은 건 시간뿐이다.서혜지는 갑자기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나예은의 눈을 보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예은아, 오늘 엄마한테 한 말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그리고 큰아빠와 큰엄마 함께 놀았다는 것도 절대 말하면 안 돼. 이건 예은이와 엄마, 아빠, 그리고 큰아빠, 큰엄마와의 비밀이야. 알겠지?”“왜? 왜 그래야 하는데?”나예은은 왜 말하면 안 된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고 물었다.“왜냐하면...”서혜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
비행기는 정확하게 6시 5분에 출발했다.휴대폰을 끄기 전에 차우미는 하선주에게 비행기가 곧 이륙할 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비행기가 이륙해서 하늘에 높이 솟아오르자, 밤을 맞은 청주시는 아주 작게 변했고 차우미는 눈을 감았다.한잠을 자고 나면 집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나상준은 옆에 앉아서 창문 쪽에 기대어 눈을 감고 고요히 잠이 든 차우미를 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본인도 눈을 감았다.불이 서서히 꺼지면서 비행기 내에도 밤을 맞이했다....유엔 빌리지.청주시는 밤을 맞이하여 불빛들이 밝아졌다.서혜지와 나예은은 저녁 식사 후 산책하러 나갔다.나준우가 오늘은 너무 바빠서 저녁식사를 함께 못해서 서혜지는 송 할머니더러 나준우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워낙 서혜지가 직접 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나예은과 놀고 싶고 또 나상준과 차우미의 상황을 알아볼 생각이었다.때문에 예전처럼 나예은과 같이 직접 나준우에게 저녁밥을 가져가지 않고 집에서 나예은과 둘이 식사를 마치고 산책하러 나왔다.서혜지가 나예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예은아, 지난 주말에 큰아빠, 큰엄마와 같이 놀 때 큰아빠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았어?”사실 진작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젯밤에 나예은을 데리러 갔을 때 이미 곤히 자고 있어서 하지 못했다.그리고 오늘은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야 해서 그럴 시간이 없었서 하교하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또 나상준과 차우미와 전화를 한 내용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느라 이제야 주말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게 되었다.나예은은 나상준이 나중에 또 같이 놀아준다는 얘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퐁퐁 뛰면서 노래도 부르고 나비처럼 춤도 췄다.서혜지의 질문을 듣고 나예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있어. 큰아빠는 예은이와 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어.”서혜지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다고? 예은아, 큰아빠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야.”나상준은 나씨 가문 사람 중에서 이혜정보다도 말이 더 없었다
차우미가 원하지 않는다는 건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모르는 체하고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차우미는 어찌 됐든 나상준과 이혼한 이후 서로의 생각이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은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차우미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으니, 그때도 아마 바쁠 거라고 생각하면서 차우미는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탑승 시간인 것을 보고 잠시 휴식하면서 업무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휴식 구는 점차 조용해지더니 나중에는 적막이 퍼졌다.나상준은 휴대폰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차우미를 보았는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눈빛이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지?’그런 그녀의 모습은 회성 회의실에서 일할 때와 같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다고 다시 휴대폰으로 안평의 관광 명소들을 검색했다.그는 자기와 멀어지려고 하는 차우미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시간은 어느덧 5시가 되어 나상준과 차우미는 비행기에 탑승했다.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하더니 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온이샘에게 탑승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곧바로 온이샘이 답장을 보냈다.[알았어. 나도 지금 탑승하고 있어.]퍼스트 클래스는 이코노미석보다 조금 더 일찍 탑승한 것이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시간을 보더니 이어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하늘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청주는 안평보다 더 일찍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이제야 차우미의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다.청주에 있는 며칠 동안은 몇 년인 것처럼 오래 느껴져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는데 이제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고향에 돌아가서 다시는 여기로 오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몸의 긴장을 풀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고 얼굴에는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갑자기 무슨 물건이 그녀의 몸 위에 떨어져서 놀라며 내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