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수, 혹시 자료 까먹은 거 아니야?”하성우는 차우미 앞에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담소를 나누던 사람들도 그제야 차우미 앞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눈치챘다.차우미가 멈칫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네.”하성우는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다.“그러면 상준이 거 써. 상준이는 내 거 쓰면 되고 나는 다시 프린트해서 오면 되니까.”하성우는 재빨리 자신의 자료를 나상준에게 건넸다.나상준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팔만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그렇게 하성우의 자료는 나상준에게 넘겨지고, 나상준은 아무 말도 없이 자신의 자료를 차우미에게 건넸다.차우미가 멈칫하더니 말했다.“감사해요.”차우미는 아주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며 자료를 받았다.하지만 나상준이 손에서 자료를 놓지 않으려고 하자 차우미는 멈칫하면서 고개를 쳐들어 옆에 앉아있는 그를 쳐다보았다.어느샌가 진지해진 나상준의 표정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그와 눈이 마주친 차우미는 그제야 방금 아무 생각 없이 말한 “감사해요”라는 말이 부부 사이로 보이지 않을 만큼 얼마나 형식적이었던지 느끼게 되었다.이 한마디는 회의실에 앉아있는 사람들한테 두 사람의 사이가 안 좋다는 것을 선포하는 것과도 같았다.당황한 차우미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내가 말실수했네.’비록 나상준과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싶었지만 일부러 이런 말로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받고 싶지는 않았다.그저 깜빡하고 형식적인 인사를 건넸을 뿐이다.하지만 이미 입 밖에 낸 말은 아무리 되돌려 보려고 해도 이미 수습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차우미는 얼굴이 발그레해진 상태로 긴장한 마음에 입술을 깨물면서 나상준을 쳐다볼 뿐이다.모두 다 지켜보는 와중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나상준은 그녀가 미안함과 자책으로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미 입밖에 낸 말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몰라 긴장해 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결국 이렇게 대답했다.“별말씀을.”그러면서 시선을 거두고 하성우가
그런 즐거움을 공유할 만한 사람은 양훈뿐이었다.하성우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양훈에게 전화했다.“여보세요.”전화 연결음이 울리고, 전화기 너머에서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하성우는 이를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양훈의 목소리가 반가워 웃으면서 말했다.“있잖아, 아까...”그렇게 방금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양훈에게 전하고는 다시 또 벽을 붙잡고 박장대소 짓기 시작했다.“두 사람 정말 웃기지 않아? 아이고, 배야.”“...”전화기 너머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하성우는 웃다 말고 통화가 끊겼는지 핸드폰 화면을 확인했다.‘왜 말을 안 하지?’“여보세요?”하성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핸드폰을 귓가에 댔다.“양훈!”“응.”하성우는 순간 불쾌했다.“왜 말을 안 해? 넌 안 웃겨? 상준이가 차우미한테 완전히 잡혀 살잖아. 쟤가 언제 저러는 거 봤어?”그리고선 무언가 생각났는지 배시시하면서 말했다.“그런데 차우미를 다시 자기 여자로 만들기 어려울 것 같아. 이래서 언제 자기 여자로 만들겠어.”말로는 안타까워하면서 속으로는 오히려 깨 고소했다.하성우는 나상준이 잡혀 사는 모습이 좋았다.“쉽지 않지.”양훈이 드디어 대답했다.하성우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너도 쉽지 않다고 생각해?”양훈마저도 쉽지 않다고 했으니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성우가 곧바로 질문했다.“빨리 말해봐. 왜 쉽지 않은데?”그는 늘 사리에 밝고 똑똑한 양훈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큰 노력을 해야 할 거야.”하성우가 여전히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노력?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신혼생활 3년 동안 차우미를 보는 체도 하지 않고 꽃 같은 청춘을 낭비해 버렸잖아. 인과응보인 거지! 만약 내 딸이 이런 대접을 받았다면 아주 혼쭐을 내줬을 거야!”“...”양훈은 또다시 말이 없었다.하성우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불쾌해하면서 물었다.“바빠? 빨리 말해봐. 나 또 회의 들어가 봐야 한다고. 시간 없어.”
하성우가 나가자 회의실 분위기는 회복되었다. 나상준은 비서더러 차우미에게 펜을 가져다주게 하였다. 차우미는 비서한테서 펜을 받고는 메모를 하기 시작했으며 모두 계속 토론했다.하성우가 서류를 복사하고 돌아왔어도 모두 잠시 머뭇거렸을 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고 계속 토론하였다.차우미는 계속 필기하였다. 아까 기록하지 못한 부분을 보충했으며 또 토론 중 요점도 메모하였다.차우미는 메모하는 데 열중하다 보니 하성우가 들어온 줄도 몰랐다.하성우는 오른손에 복사한 새 문서를 들고는 원본을 하 교수님께 돌려준 후 자리에 앉아 맞은편의 나상준과 차우미를 바라보았다.나상준은 의자에 앉아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예전처럼 긴장을 풀고는 사람들의 토론을 듣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항상 차우미의 손에 떨어졌다. 가늘고 예쁜 손가락이 중성 펜을 들고 서류에 청초한 글씨를 적었다.일하는 차우미를 보면 나상준은 주위의 숨결이 가라앉은 것 같았다.평온하고 조용한 게 둘만의 공간처럼 느껴졌다.이 장면을 보면서 하성우는 눈에 웃음꽃이 피어났고 그저 괜찮다고 생각했다.사실 그는 두 사람이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나상준은 성격이 진중하고 타산이 있으며 조심스럽고 조용한 것을 좋아하기에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사람은 그와 같은 사람을 찾으면 피곤하여 힘들 수 있다.하지만 차우미의 경우는 아주 합당하다. 성격이 조용하고 온순하며 일을 처리할 때 온화하고 반응이 굼뜨나 생각이 단순하고 착하다. 따지는 편이 아니며 한눈에 보기에도 단순했다.온실 속의 꽃처럼 바깥의 험악함을 본 적이 없었으나 스스로 자신을 잘 보호하였다. 가정교육도 훌륭해 깨끗하고 단순하며 세속에 물들지 않았다.이런 사람은 나상준과 천생배필이다.복잡한 사람은 원래 간단한 사람과 함께 있어야만 편안해진다.사업을 하다 보면 매일 서로 속고 속이며 조금만 조심하지 않으면 큰 손실을 보게 되므로 정신이 극도로 긴장되어있다.이럴 때 집에 돌아온 후에도 계산하는 여자를 마주해야 하면 고생을 사서 하게 된다.그
예를 들면, 사랑.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고 신분 지위가 있어도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사랑은 하늘에서 맺어주는 연분이기에 귀중하고 희귀하다.이제 나상준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도 알게 되어, 하성우는 진심으로 친구를 위해 기뻐했다.사랑을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은 의미 깊은 일이다. 하여 친구의 행복한 생활을 위하여 무언가를 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회의는 5시에 끝났다. 얼마 되지 않아 하성우는 저녁을 같이 먹자고 요청했다.차우미는 자리에 앉자 동료들이 분분히 일어나는 것을 보고서야 펜을 놓고 서류를 덮었다.나성준은 그녀를 기다리지 않은 채 벌써 일어나 그들과 함께 밖으로 갔다.차우미는 그와 할 얘기가 생각나 서둘러 뒤를 따라 나갔다.하지만 나성준은 앞장서 걸었고 그 뒤로는 하 교수님과 진정국이 함께 하였기에 차우미는 입을 오므리며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억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그를 따라 다른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으며 호텔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차는 이미 호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하나둘씩 차에 타기 시작했다. 차우미도 나상준을 따라 차에 올랐다. 그녀는 단독으로 할 얘기가 있었다.이때 나상준은 하상우의 스포츠카 대신 그의 차에 탔다.하성우는 나상준과 차우미가 한 차에 오르자 자신의 차를 몰지 않고 서둘러 따라와 조수석에 앉았다.재빨리 차 문이 닫히고 차가 줄지어 떠났다.차우미가 말을 하려고 할 때 앞쪽 조수석의 문이 열리며 하성우가 들어왔다.그녀가 하려고 하던 말이 이렇게 입술에 박혀 나오지 못했다.“형수님, 점심시간에 함께 있던 남자가 누구예요?”하성우는 안전벨트를 착용한 후 고개를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며 마치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듯이 웃으면서 물었다.해야 할 말을 중단한 차우미는 입술이 벌려져 있었다. 한동안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는데 그의 말을 듣고 차우미는 무의식중에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나상준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눈을
그는 진지하게 묻는 것 같았으나 함부로 묻지 않았다.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 하성우의 답안을 몹시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사람마다 우점과 결함을 가지고 있어 서로 비교할 수 없어.”“어...”“그건... 그래요...”하성우는 또 나상준을 바라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또 물었다.“상준이 형은 어떤 장점이 있어요?”하성우는 농담하기를 좋아한다. 지금 그의 이런 모습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비록 우스개로 물었으나 차우미는 곰곰이 생각하고 나서야 대답했다.“가정을 돌보고 효심이 있고 책임감이 있으며 성숙하고 듬직해. 사람을 대하고 일을 처리하면서 진지하고 믿음다워.”나상준은 차에 오르자마자 눈을 감았다. 하성우와 차우미가 대화를 해도 눈을 뜨지 않았고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그는 눈을 뜨지 않을 듯했다.그러나 차우미가 하성우의 두 번째 물음에 대답할 때 나상준은 눈을 떴다.그녀는 자신의 장점을 곰곰이 생각해 본 후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지하게 얘기했다. 마치 곰곰이 사고하고 회억한 후에 말한 것 같았다.거짓도 과장도 없었다.그녀의 마음속에서 그는 그녀가 말한 것처럼 좋았다.마음속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생기더니 사르르 싹이 트고 미친 듯이 자라나며 뻗어갔다.하성우는 차우미가 나상준의 우점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말하는 것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가정을 돌본다?그럴 리가!가정을 돌보는 사람이 늘 밖에서 자주 돌아가지도 않았을까?책임감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 사업에 대한 책임감은 있으나 차우미에 대해서는 없었다.성숙하고 듬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도 사람 나름대로만 하는 것이다.믿음직스러우나 단지 주위 사람에게만 해당한다.하성우는 입을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차우미가 말한 우점은 나상준과 거리가 멀었다.차우미가 말한 것처럼 훌륭하지 못하니 오히려 걱정되었다.무의식적으로 하성우는 나상준을 쳐다보았다. 감았던 눈을 떴으나 차우미를 보지 않은 채 조용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성우는 눈을
차우미는 멍해졌다.나상준이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그녀는 몸이 굳어진 채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상준 씨... 그가... 나에게 묻다니...’차우미는 거기에 앉아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았는데 눈동자의 짙은 색깔과 그의 시선은 마치 아이를 원하는지, 몇 명 갖고 싶은지 묻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의견을 구했다.그리고 그녀가 승낙하면 마치 정말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차우미는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그이는 잊었어? 우린 이미 이혼했고 그저 하성우 앞에서만 부부인 척하는 거야.’나상준은 충분히 화제를 돌릴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이가 왜 갑자기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의 손바닥의 힘이 전해왔다. 힘 있고 따스하고 싸여있는 온기가 전해져 차우미를 그의 세계에서 도망칠 수 없게 하였다.손가락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그럴수록 그는 힘을 주어 차우미의 손을 꽉 잡았다.차우미는 눈살을 찡그리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온통 의문이 가득하였다.‘왜 이러지? 우리가 이혼한 것을 잊었어? 그리고 약혼녀도 있는데 이러면 안 돼.’이 순간 차우미는 하성우를 잊은 채 입술을 꼭 다물고는 손을 빼려고 버둥거렸다.‘이럴 수 없어, 이러면 안 돼.’그러나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나상준의 힘은 더 팽팽해졌다. 나중에는 손바닥에 땀이 났지만 그래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참다못해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나상준, 너...”말하자마자 하성우를 보더니 말을 멈추었다.하성우는 마치 한편의 멋진 연극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그 둘을 지켜보면서 그 후의 멋진 전개를 기대하고 있었다.나상준은 하성우를 아랑곳하지 않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멍해졌다가 화를 내가다가 또 당황해하는 차우미를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낳기 싫어?”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왜 이렇게 물어봐?’‘이런 말을 하지 말
참을 수 없었다. 차우미는 그를 보면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시선을 돌리고 의자에 기대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마치 그녀가 무슨 얘기를 하든지 그를 말릴 수는 없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야 한다. 그녀는 반항할 수도 없이 그의 말을 들어야 했다.차우미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그는 하성우가 차에서 내리면 그와 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차 안에서.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이러면 더욱 복잡해진다. 그녀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생활을 하면서 예전처럼 살고 싶었다. 하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상준과 차우미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차 안은 아주 조용해졌다. 하지만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확연히 긴장된 분위기고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하성우는 달랐다.그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더욱 자유롭고 편안함을 느꼈다.그는 이 두 사람을 지켜보는 것을 재밌어했다.특히 차우미는 정말 재밌는 사람이었다.식사 장소가 약간 멀어서 차는 반 시간가량 움직였다.차가 멈춰서자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하성우도 차에서 내렸다.유독 차우미만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그대로 앉아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이때 나상준이 천천히 눈을 뜨고 몸을 움직였다.그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차우미의 손을 잡고 있었으며 같이 내리자는 눈짓을 보냈다.차우미는 움직이지 않고 차에서 내리는 하성우를 보면서 말했다.“우리 얘기 좀 해.”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나상준의 귀에는 또렷하게 들려왔다.나상준은 차 문을 연 상태로 차우미의 말을 듣고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발을 내디뎠다.“저녁에.”대충하는 대답이었다.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중후했고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말투였다. 마치 차우미의 목소리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처럼 말이다.차우미는 눈썹을 찡그리고 그를 쳐다보았다.그는 차에
발걸음을 멈춘 후 그는 핸드폰을 꺼냈다.진현.핸드폰에 떠 있는 그 입을 보면서 그는 시선을 들어 사람들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며 어느새 그의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사람을 주시했다. 그리고 바로 수신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고 입을 열었다.“여보세요.”“돌아왔어?”“응.”“저녁에 시간 돼? 양훈이랑 하성우도 불렀는데 너도 와야지.”“어딘데.”“로앤. 아홉 시.”“갈게.”“알겠어. 그럼 로앤에서 기다릴게.”진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예전과 똑같은 웃음소리였다.나상준은 짧게 대답한 후 핸드폰을 놓고 전화를 끊었다.이때 레스토랑에서는 사람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핸드폰을 들고 계단을 걸어 올라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다들 평소처럼 룸을 찾아 들어갔다. 음식은 이미 예약해 놓았다. 사람들이 룸에 도착하자 음식이 하나, 둘 씩 나오기 시작했다.하성우는 나상준과 차우미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룸으로 가서 자리를 다 안배해 주었다. 그리고 신경 써서 차우미와 나상준을 같이 앉게 했다.차우미가 들어오자 하성우는 바로 차우미를 끌고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나상준이 들어오자 나상준더러 차우미 옆에 앉게 했다.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상준도 마찬가지였다.전의 불쾌함은 사라진 듯, 두 사람은 평소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다는 걸 차우미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불만스러워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하지만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두 사람의 사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마치 부부 싸움을 하고 온 것 같았지만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니었다.어느새 사람들은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나상준은 평소처럼 차우미를 위해 음식을 짚어주었고 차우미도 거절하지 않고 다 먹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그리고 다들 식사가 끝날 무렵, 하 교수가 내일의 일정과 업무 진척을 얘기해 주었다. 오늘 밤은 다들 자유롭게 활동하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