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날: Chapter 411 - Chapter 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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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1화

예를 들면, 사랑.사랑은 돈으로 살 수 없고 신분 지위가 있어도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사랑은 하늘에서 맺어주는 연분이기에 귀중하고 희귀하다.이제 나상준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고 한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도 알게 되어, 하성우는 진심으로 친구를 위해 기뻐했다.사랑을 위해 용기를 내는 것은 의미 깊은 일이다. 하여 친구의 행복한 생활을 위하여 무언가를 해줘야겠다고 다짐했다.회의는 5시에 끝났다. 얼마 되지 않아 하성우는 저녁을 같이 먹자고 요청했다.차우미는 자리에 앉자 동료들이 분분히 일어나는 것을 보고서야 펜을 놓고 서류를 덮었다.나성준은 그녀를 기다리지 않은 채 벌써 일어나 그들과 함께 밖으로 갔다.차우미는 그와 할 얘기가 생각나 서둘러 뒤를 따라 나갔다.하지만 나성준은 앞장서 걸었고 그 뒤로는 하 교수님과 진정국이 함께 하였기에 차우미는 입을 오므리며 마음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억누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그를 따라 다른 사람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으며 호텔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차는 이미 호텔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하나둘씩 차에 타기 시작했다. 차우미도 나상준을 따라 차에 올랐다. 그녀는 단독으로 할 얘기가 있었다.이때 나상준은 하상우의 스포츠카 대신 그의 차에 탔다.하성우는 나상준과 차우미가 한 차에 오르자 자신의 차를 몰지 않고 서둘러 따라와 조수석에 앉았다.재빨리 차 문이 닫히고 차가 줄지어 떠났다.차우미가 말을 하려고 할 때 앞쪽 조수석의 문이 열리며 하성우가 들어왔다.그녀가 하려고 하던 말이 이렇게 입술에 박혀 나오지 못했다.“형수님, 점심시간에 함께 있던 남자가 누구예요?”하성우는 안전벨트를 착용한 후 고개를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며 마치 그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는 듯이 웃으면서 물었다.해야 할 말을 중단한 차우미는 입술이 벌려져 있었다. 한동안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는데 그의 말을 듣고 차우미는 무의식중에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나상준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는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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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그는 진지하게 묻는 것 같았으나 함부로 묻지 않았다.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 하성우의 답안을 몹시 궁금해하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사람마다 우점과 결함을 가지고 있어 서로 비교할 수 없어.”“어...”“그건... 그래요...”하성우는 또 나상준을 바라보더니 빙그레 웃으며 또 물었다.“상준이 형은 어떤 장점이 있어요?”하성우는 농담하기를 좋아한다. 지금 그의 이런 모습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비록 우스개로 물었으나 차우미는 곰곰이 생각하고 나서야 대답했다.“가정을 돌보고 효심이 있고 책임감이 있으며 성숙하고 듬직해. 사람을 대하고 일을 처리하면서 진지하고 믿음다워.”나상준은 차에 오르자마자 눈을 감았다. 하성우와 차우미가 대화를 해도 눈을 뜨지 않았고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해도 그는 눈을 뜨지 않을 듯했다.그러나 차우미가 하성우의 두 번째 물음에 대답할 때 나상준은 눈을 떴다.그녀는 자신의 장점을 곰곰이 생각해 본 후 부드러운 목소리로 진지하게 얘기했다. 마치 곰곰이 사고하고 회억한 후에 말한 것 같았다.거짓도 과장도 없었다.그녀의 마음속에서 그는 그녀가 말한 것처럼 좋았다.마음속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생기더니 사르르 싹이 트고 미친 듯이 자라나며 뻗어갔다.하성우는 차우미가 나상준의 우점을 한꺼번에 이렇게 많이 말하는 것을 듣고 눈이 휘둥그레졌다.가정을 돌본다?그럴 리가!가정을 돌보는 사람이 늘 밖에서 자주 돌아가지도 않았을까?책임감은 분리해서 봐야 한다. 사업에 대한 책임감은 있으나 차우미에 대해서는 없었다.성숙하고 듬직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것도 사람 나름대로만 하는 것이다.믿음직스러우나 단지 주위 사람에게만 해당한다.하성우는 입을 벌린 채 다물지 못했다. 차우미가 말한 우점은 나상준과 거리가 멀었다.차우미가 말한 것처럼 훌륭하지 못하니 오히려 걱정되었다.무의식적으로 하성우는 나상준을 쳐다보았다. 감았던 눈을 떴으나 차우미를 보지 않은 채 조용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하성우는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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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차우미는 멍해졌다.나상준이 그녀의 손을 잡는 순간, 그녀는 몸이 굳어진 채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상준 씨... 그가... 나에게 묻다니...’차우미는 거기에 앉아 눈앞에 있는 사람을 보았는데 눈동자의 짙은 색깔과 그의 시선은 마치 아이를 원하는지, 몇 명 갖고 싶은지 묻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의견을 구했다.그리고 그녀가 승낙하면 마치 정말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차우미는 심장박동이 빨라지며 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그이는 잊었어? 우린 이미 이혼했고 그저 하성우 앞에서만 부부인 척하는 거야.’나상준은 충분히 화제를 돌릴 수 있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이가 왜 갑자기 이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의 손바닥의 힘이 전해왔다. 힘 있고 따스하고 싸여있는 온기가 전해져 차우미를 그의 세계에서 도망칠 수 없게 하였다.손가락이 반사적으로 움직이며 빠져나가려고 했으나 그럴수록 그는 힘을 주어 차우미의 손을 꽉 잡았다.차우미는 눈살을 찡그리고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온통 의문이 가득하였다.‘왜 이러지? 우리가 이혼한 것을 잊었어? 그리고 약혼녀도 있는데 이러면 안 돼.’이 순간 차우미는 하성우를 잊은 채 입술을 꼭 다물고는 손을 빼려고 버둥거렸다.‘이럴 수 없어, 이러면 안 돼.’그러나 그녀가 발버둥 칠수록 나상준의 힘은 더 팽팽해졌다. 나중에는 손바닥에 땀이 났지만 그래도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참다못해 차우미가 입을 열었다.“나상준, 너...”말하자마자 하성우를 보더니 말을 멈추었다.하성우는 마치 한편의 멋진 연극을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하게 그 둘을 지켜보면서 그 후의 멋진 전개를 기대하고 있었다.나상준은 하성우를 아랑곳하지 않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멍해졌다가 화를 내가다가 또 당황해하는 차우미를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낳기 싫어?”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는 더 말을 하지 않았다.“...”‘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왜 이렇게 물어봐?’‘이런 말을 하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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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참을 수 없었다. 차우미는 그를 보면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시선을 돌리고 의자에 기대더니 다시 눈을 감았다.마치 그녀가 무슨 얘기를 하든지 그를 말릴 수는 없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그는 그녀의 손을 잡아야 한다. 그녀는 반항할 수도 없이 그의 말을 들어야 했다.차우미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그는 하성우가 차에서 내리면 그와 대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차 안에서.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이러면 더욱 복잡해진다. 그녀는 일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생활을 하면서 예전처럼 살고 싶었다. 하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상준과 차우미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차 안은 아주 조용해졌다. 하지만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확연히 긴장된 분위기고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하지만 하성우는 달랐다.그는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히려 더욱 자유롭고 편안함을 느꼈다.그는 이 두 사람을 지켜보는 것을 재밌어했다.특히 차우미는 정말 재밌는 사람이었다.식사 장소가 약간 멀어서 차는 반 시간가량 움직였다.차가 멈춰서자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하성우도 차에서 내렸다.유독 차우미만 차에서 내리지 않고 차에 뿌리를 내린 것처럼 그대로 앉아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이때 나상준이 천천히 눈을 뜨고 몸을 움직였다.그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차우미의 손을 잡고 있었으며 같이 내리자는 눈짓을 보냈다.차우미는 움직이지 않고 차에서 내리는 하성우를 보면서 말했다.“우리 얘기 좀 해.”큰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나상준의 귀에는 또렷하게 들려왔다.나상준은 차 문을 연 상태로 차우미의 말을 듣고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발을 내디뎠다.“저녁에.”대충하는 대답이었다. 목소리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중후했고 감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말투였다. 마치 차우미의 목소리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사람처럼 말이다.차우미는 눈썹을 찡그리고 그를 쳐다보았다.그는 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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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발걸음을 멈춘 후 그는 핸드폰을 꺼냈다.진현.핸드폰에 떠 있는 그 입을 보면서 그는 시선을 들어 사람들과 함께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며 어느새 그의 시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사람을 주시했다. 그리고 바로 수신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고 입을 열었다.“여보세요.”“돌아왔어?”“응.”“저녁에 시간 돼? 양훈이랑 하성우도 불렀는데 너도 와야지.”“어딘데.”“로앤. 아홉 시.”“갈게.”“알겠어. 그럼 로앤에서 기다릴게.”진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예전과 똑같은 웃음소리였다.나상준은 짧게 대답한 후 핸드폰을 놓고 전화를 끊었다.이때 레스토랑에서는 사람들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핸드폰을 들고 계단을 걸어 올라가 레스토랑에 들어갔다.다들 평소처럼 룸을 찾아 들어갔다. 음식은 이미 예약해 놓았다. 사람들이 룸에 도착하자 음식이 하나, 둘 씩 나오기 시작했다.하성우는 나상준과 차우미를 기다리지 않고 먼저 룸으로 가서 자리를 다 안배해 주었다. 그리고 신경 써서 차우미와 나상준을 같이 앉게 했다.차우미가 들어오자 하성우는 바로 차우미를 끌고 자리에 앉혔다. 그리고 나상준이 들어오자 나상준더러 차우미 옆에 앉게 했다.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상준도 마찬가지였다.전의 불쾌함은 사라진 듯, 두 사람은 평소로 돌아와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고 있었다.어떤 일들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없다는 걸 차우미는 알고 있었다. 아무리 불만스러워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건 옳지 않은 일이다.하지만 관찰력이 좋은 사람이라면 두 사람의 사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마치 부부 싸움을 하고 온 것 같았지만 그렇게 큰 문제도 아니었다.어느새 사람들은 식사를 하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나상준은 평소처럼 차우미를 위해 음식을 짚어주었고 차우미도 거절하지 않고 다 먹었다.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그리고 다들 식사가 끝날 무렵, 하 교수가 내일의 일정과 업무 진척을 얘기해 주었다. 오늘 밤은 다들 자유롭게 활동하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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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그녀가 차에 앉자 운전기사가 차 문을 닫았고 빠르게 시동을 걸었다.나상준은 자리에 서서 차가 점점 멀어지다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확인하고 점점 어두워지는 하늘을 쳐다보았다.하성우는 전화로 양훈에게 언제 가겠느냐고 물어보았고 또 양훈에게 그들의 상황을 알린 후 전화를 끊었다.이때 차우미는 이미 떠난 후였다.하성우는 나상준을 보면서 말했다.“여자한테 그렇게 딱딱하게 굴면 안 돼.”차에서 그는 웃고 있었지만 예전과 사뭇 달라진 차우미의 고집을 확연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없었더라면 차우미는 당장 나상준과 싸웠을 것이다.흠, 하지만 ‘싸운다’라는 표현은 그리 적절하지 않았다. 두 사람 다 싸울 것 같은 성격은 아니었다.하여튼 상황은 좋지 않았다.그는 많은 여자와 접촉해 보았기에 여자에 대해서 잘 안다. 차우미는 고집불통인 스타일이니 절대로 똑같이 대하면 안된다.“로앤으로 가.”나상준은 시선을 돌리고 택시를 잡아 탔다.“...”‘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네? 됐어. 어디 한번 알아서 잘 해 보라지.”두 사람은 차에 올라탔다. 하성우는 또 다른 일이 떠올라 얘기했다.“진현이 모이자고 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나랑 양훈을 불러서 널 설득해서 주혜민을 그만 괴롭히라고 하려고? 아무래도 진현은 주혜민을 많이 신경 쓰니까.”그렇게 말한 하성우는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안타까운 말투로 얘기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 여전히 주혜민을 놓지 못하고 있다니. 정말 답 없다.”진현은 꽤 괜찮은 사람이다. 성격도 좋고 착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잘해주는. 하지만 그렇기에 주혜민 같은 사람에게 놀아나서 하마터면 인생을 망칠뻔한 사람이다.그는 진현이 아까웠다. 하지만 진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기에 하성우는 더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나상준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로 전방을 바라보면서 말했다.“가보면 알겠지.”하성우는 눈썹을 까딱이고 나상준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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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하성우와 나상준이 도착했을 때 양훈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진현만 아직 오지 않았다. 룸에 혼자 있었던 양훈이 이미 술과 네 명의 잔을 모두 준비해 두었다. 양훈을 본 하성우는 눈썹을 치켜뜨더니 이내 웃음을 띠며 들어왔다.“빨리 왔네? 너에게 전화했을 때 네가 바쁜 줄 알았어. 우리보다 늦게 올 줄 알았는데.”두 사람이 걸어들어오는 것을 본 양훈은 두 사람의 술잔에 술을 가득 따라주었다.“바쁠 수도 있고 바쁘지 않을 수도 있어.”그의 말을 들은 하성우는 양훈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감탄하는 표정을 지었다.“역시 넌 대단해.”나상준이 걸어 들어와 소파에 앉자 양훈은 그에게 술잔을 건네줬다. 하성우는 스스로 술을 가져다 한 모금 마시더니 눈을 번쩍이며 말했다.“이 술 괜찮은데? 로앤 술이 아니지?”좋은 술인지 아닌지 그들은 한 모금 마시면 알 수 있었다. 로앤의 술도 좋았지만, 와인바의 술보다는 못했다. 와인바의 술이야말로 진짜 술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로앤에는 즐거움이 많았다.그리고 로앤은 스스로 술을 가지고 갈 수 있었다. 그가 술을 한 모금 마시고는 로앤 술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린 것처럼 말이다.양훈이 대답했다.“진현이 여기에 두고 간 술이야.”하성우가 문득 웃기 시작했다.“진현이 돈 좀 쓴 것 같네.”그는 웃으며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양훈이 건넨 술을 받아 들고 술잔을 가볍게 흔들며 한 모금 마셨지만 술에 아무런 관심도 없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성우는 그런 나상준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우린 이미 도착했는데 진현은 언제 오는지 모르겠네.”말하면서 그는 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진현이 아홉 시에 온다고 했었지. 지금 7시 36분이네. 아직 한 시간 반이나 남았어. 우리 먼저 놀고 있을까?”술만 마시면서 그를 기다린다면 얼마나 재미가 없겠는가?양훈이 나성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상준아, 바둑 둔 지 오래됐는데 한판 둘래?”나상준은 고개를 들고 양훈을 바라봤다.“그래.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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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그래.”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진현의 확실한 대답을 들은 하성우는 지루했던 기분이 싹 달아났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난 양훈이 이긴다에 걸겠어.”진현은 깜짝 놀랐다. 나상준이 이길 확률이 높았기에 그는 하성우가 나상준에게 걸 줄 알았다.진현과의 내기에 나상준이 아닌 양훈에게 건 하성우는 더 이상 심심하지 않았다.“그럼 난 상준이 이긴다에 걸게.”“그래 그럼. 이기면 뭘 하고 지면 뭘 할까?”진현이 웃으며 말했다.“네가 정해.”하성우는 턱을 만지며 곰곰이 생각했다.“알았어. 생각해 볼게.”“그래.”작은 내기가 불러온 결과가 그들의 우정을 흔들 수는 없겠지만 다들 남자였기에 내기했다면 반드시 지켜야 했다.무엇을 말하든지 번복해서는 안 되었다.좋은 생각이 떠오른 하성우는 금세 웃으며 말했다.“만약 내가 이긴다면 내가 말한 일 해줘. 이 일은 네가 해낼 수 있는 일이야. 마찬가지로 네가 이긴다면 나도 네가 말한 일 한가지 할게.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해. 어때?”“그래.”“그래, 그럼. 이렇게 하는 거로 하자.”말을 마친 하성우는 즉시 전화를 끊고 술잔과 의자를 들고 바둑판 앞에 다가가 앉았다. 그는 바둑판을 보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파이팅! 너희 둘 중에 누가 이기는지 방금 진현과 내기했어.”하성우는 양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양훈, 나 너에게 걸었어. 내가 이기면 진현이 내가 말한 일 하나 들어주기로 했어. 이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라서 네가 꼭 이겨야 해.”그는 정말 무슨 중요한 일이라도 생각이 난 듯 정중하게 말했다.양훈이 하성우의 말을 무시한 채 흰 바둑알을 들고 바둑을 두자 하성우는 나상준을 보며 말했다.“상준아, 진현은 너에게 걸었어. 만약 네가 이기면 나도 진현이가 말한 일을 들어줘야 해. 네가 볼 때 진현이 무슨 일을 시킬 것 같아? 주혜민을 난처하게 하지 말라고 나에게 너를 설득하라고 할 것 같지 않아? 만약 그렇다면 난 정말 진현을 도와줄 수밖에 없어.”그는 나상준에게 이기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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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넌 형수를 그리워할지 몰라도 형수는 네 생각 하지 않을 수 있어. 오늘 형수가 손도 못 잡게 했었잖아. 만약 내가 없었다면 넌 손도 못 잡았을 수 있었어.”다급한 하성우는 모든 걸 잊어버린 듯 말했다.이 순간 분위기가 싸해졌고 바둑판을 응시하던 그의 눈동자가 하성우에게로 향했다.“...”하성우는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다물었다.마음이 다급했던 하성우는 그의 마음속에 비수를 꽂을 뻔했다.나상준은 바로 꼬리를 내리고 후회하는 하성우를 바라봤다. 어쩌겠는가, 그도 자기 자신이 통제가 안 되는 것을.나상준은 다시 고개를 돌려 바둑판을 바라봤다.이때 양훈이 바둑알을 들고 바둑을 두었다.나상준은 양훈이 놓은 흰 바둑알의 위치를 보며 검은 바둑알을 두며 말했다.“너 요즘 많이 한가한가 봐?”나상준이 별 생각 없이 한 말은 크게 이상한 점이 없었지만, 이 말을 들은 하성우는 심장을 벌렁거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나 요즘 바빠...”나상준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지만 하성우는 무의식적으로 부정했다.한가하다고 말하면 나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아 그는 바쁘다고 말했다.나상준은 더 이상 그에게 말을 하지 않았다. 방금 그 한마디는 혼잣말인 것 같았다. 하성우가 대답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 될 건 없었다.하성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상준을 보고 가슴을 졸이며 더욱 긴장했다. ‘이상해, 너무 이상해...’양훈은 시종일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바둑판에 집중하며 다른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나상준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양훈도 말을 하지 않았기에 룸은 다시 고요해 졌다.하성우만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상준을 쳐다보며 안절부절못했다.그는 분명히 나쁜 일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상준에게 무언가를 해주어 만회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상준이 자신을 귀찮게 하지 않도록 해야 했다.하지만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가 가만히 앉아서 쩔쩔매고 있을 때 그를 구해줄 사람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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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진현이 자신의 말을 끊는 것을 보며 하성우는 울뻔했다. 그러나 이때 진현의 뜻밖의 말이 귓가에 들려온 그는 조급함이 싹 사라졌다.그는 바둑판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떴다.“뭐라고? 양훈이 이기고 있다고?”아까까지만 해도 박빙이었는데 짧은 시간 안에 승부가 갈렸다.흰 바둑이 검은 바둑보다 우세하고 있었기에 승부는 이미 드러났다.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둑판을 바라보던 하성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상준아, 설마 내가 아까 한 말 때문에 영향을 받은 건 아니지? 그러지 마. 형수님은 여전히 네 생각 많이 해. 형수님이 널 얼마나 우수한 사람으로 보고 있는데. 네가 가정에 잘하지, 책임감 있지, 능력 있지, 교양있지, 일 처리 잘하지, 총명하지 얼마나 멋있는 사람인데.”“난 예전에 너에게 이런 장점이 있는 줄 몰랐어. 형수님이 말해서 너에게 이렇게 많은 장점이 있는 줄 알게 됐어. 너 멋있는 사람이야. 특히 형수님 눈에는 더 그렇고. 한 여자가 한 남자를 우수하다고 느끼면 그 남자는 그 여자 마음속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상준아, 형수 마음속에서 넌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야.”이 순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고 룸은 갑자기 조용해졌다.진현과 양훈이 바보를 보는 것처럼 동시에 하성우를 바라봤다.두 사람이 자신을 쳐다보자 하성우가 입을 열었다.“왜... 왜 그래?”“내가 뭐 틀린 말 했어?”그는 자신이 잘못 말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문제가 있었다.당황한 하성우는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손에 검은 바둑알을 들고 눈을 내리깐 채 가만히 있었다.그러나 검은 바둑알을 천천히 만지는 그의 모습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을 졸이게 했다.하성우는 침을 꼴깍 삼키고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가 말하기 전에 양훈이 입을 열었다.“너 정말 한가한가 보네.”“...”진현도 왔겠다 승부도 갈렸겠다, 그들은 더 이상 바둑을 두지 않고 소파에 앉아 술을 마셨다.나상준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을 알고 있던 하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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