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날: Chapter 431 - Chapter 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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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1화

그들은 낮에 이야기를 했어야 했다.낮에 이야기하자 하지 않고 밤에 이야기하자고 한 그녀의 생각이 짧았다.하지만 인제 와서 후회해도 방법이 없었다.지금, 이 상황에서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나상준은 당황하여 어찌할 줄 몰라하는 그녀를 보며 더욱 힘주어 끌어안았다. 그녀는 바로 그와 더 가까워졌고 그의 몸에 완전히 밀착되었다.그가 입을 열었다.“알려줘, 차우미. 내가 누굴 사랑하는지.”나상준이 갑작스럽게 힘을 주자 차우미는 몸이 그에게 완전히 밀착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의 몸의 뜨거운 열기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열기는 마치 불처럼 그녀를 태우려 했다. 특히 뜨거운 열기 속에는 쿵쿵거리는 그의 심장 소리도 포함되어 있었다.힘 있고 거세게 뛰고 있었다.이 순간 나상준이 무서운 일이라도 할 것 같아 매우 두려웠던 차우미는 그의 셔츠를 꼭 잡은 채 눈을 감고 말했다.“주혜민. 네가 사랑하는 사람은 주혜민이잖아. 너도 알면서 왜 나에게 물어보는 거야?”사람은 핍박을 받아서 궁지에 몰리게 되면 오히려 다 털어놓는 것 같다.차우미는 눈을 뜨고 나상준을 바라봤다. 그녀는 왜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다 알고 있으면서 왜 계속 그녀에게 물어보는 걸까? 한 번도 아니고 그녀에게 거듭 물으며 왜 그녀의 입에서 답을 얻으려 했던 걸까?도대체 왜?나상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달싹거렸다. 창백해진 얼굴이 무서웠지만 그녀는 그를 빤히 쳐다보면서 손으로 그의 셔츠를 더욱 세게 움켜잡았다.나상준의 눈에서 일렁거리던 어둠이 점차 사라졌다. 차우미의 대답과 함께 그녀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던 그의 눈빛이 점점 예전으로 돌아가 평온해졌다.어떠한 일렁거림도 없이 해면처럼 평온했다. 아무런 위험도 없어 보였다.마치 조금 전의 무서웠던 사람이 그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강하게 나왔던 사람도 그가 아닌 듯했다.“주혜민...”“나는 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주혜민인 걸 몰랐을까?”담담하게 말을 내뱉는 그의 목소리가 조금 전과는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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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눈앞에서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 장면들이 차우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생각나며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끊임없이 알려줬다.그러나 이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주혜민이 아니라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의 말은 순식간에 떨어진 돌처럼 차우미의 마음속에 높게 쌓여있던 장벽을 허물었다. 그녀가 3년 동안 굳게 믿고 있었던 인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웠다.확실한 줄로만 알았던 사실이 그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뒤집혔고 그녀도 반박하지 못했다.큰 타격을 받은 차우미는 자신이 아직도 그의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너무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차우미를 꼭 앉은 채 손을 풀지 않았다.나상준은 당황스러워 어쩔줄 몰라하는 차우미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는 깜짝 놀라 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마치 그녀가 줄곧 옳다고 생각했던 일이 갑자기 옳은 일이 아닌 게 되어버린 듯했다. 검은색이 검은색이 아니라 흰색이 된 것처럼 말이다.지금, 이 순간 차우미는 정말 믿기 힘들었다.그는 말없이 그녀를 꼭 껴안고 바라봤다. 젖어 있던 그의 옷의 물기가 그녀의 옷을 적셨고 그와 그녀는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호흡과 심장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 몸의 부드러움도 함께 전해져왔다. 얌전히 있는 그녀를 보며 그는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만졌다. 시간은 소리 없이 서서히 흘러갔다.도시의 차들도 서서히 적어졌고 늦은 밤이 되니 도로에는 차들이 간혹 보일 뿐이었다.고요한 밤이 되니 한집 두집 불이 꺼져갔고 도시의 불빛만이 고요한 밤과 방안의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이 시각 모든 것이 조용하고 평온했다.그녀는 반응이 느린 사람이었고 천천히 뜨거워지는 사람이었다. 모든 게 다 느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똑똑히 알았다.그녀는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급해 하지도 혼란스러워하지도 않고 침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하지만 오늘 나상준이 한 말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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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이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3년 동안 들었던 말들과 주혜민이 병실에 찾아와서 밝혔던 그들 사이도 가짜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 차우미와 주혜민이 동시에 다쳤을 때 나상준은 주혜민을 데리고 떠났었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은 주혜민이라고 행동으로 보여줬었다.그 전의 불확실했던 모든 일이 그 일 하나로 확실해 졌고 분명하게 그의 생각과 그의 마음을 그녀에게 전달했다.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나상준이 사랑하는 사람이 주혜민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입에서 나온 말은 거짓일 수 있지만 행동은 그럴 수 없었기 때문이다.나상준은 정서가 밖으로 드러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사랑도 그에게는 너무나도 먼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행동이 그의 마음을 대표하는 게 아니겠는가.그는 주혜민을 사랑한다.그가 오늘 밤에 내뱉은 의미심장한 말은 그가 취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라면 그가 주혜민과 싸웠기 때문에 이런 말을 내뱉은 걸 수도 있었다.이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됐다.마음이 놓인 차우미는 눈이 점점 맑아지며 이성을 되찾아갔다.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을 꼭 껴안은 채 놓아주지 않은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그녀를 꼭 껴안은 채 큰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문지르고 있었다.순간 차우미는 몸이 굳으며 긴장됐다.아직은 안전하지 않았기에 그녀는 얼른 그를 떠나야 했다.하지만 취한 그에게 강하게 나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차우미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대책을 생각하기도 전에 그가 그녀의 턱을 잡고 치켜들었다. 나상준은 그녀와 눈을 맞추며 말했다.“무슨 생각해?”나상준은 그녀의 모든 표정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당황해하지도 않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지도 않았다. 이해한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나상준의 생각과는 달랐다.깊은 그의 두 눈이 더는 평온하지 않고 위험하게 변했다. 두 눈에 차우미가 무서워하는 어두움이 일렁였다.한눈에 알아본 차우미는 나상준이 무슨 일이라도 할까 봐 무서웠다. 이 순간 사라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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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멍해진 차우미는 움직이지 않고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나상준에게서 벗어나서인지 아니면 공포가 또 다른 공포를 낳은 것인지 그녀는 더는 무서워하지 않고 선반형 샤워기 아래에서 뜨거운 물을 맞으며 멍하니 아무런 생각 없이 서 있었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앞에 서서 뜨거운 물을 맞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멍하니 선반형 샤워기 아래에 서서 눈을 뜨고 나무처럼 아무런 미동도 없이 있었다.그의 눈에 어두움이 일렁였다. 차우미는 그의 얼굴에 무서운 표정이 잠깐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만약 차우미가 눈앞이 잘 보여서 지금 나상준의 눈빛을 보았더라면 무서워서 당장 도망쳤을 것이다.하지만 뜨거운 물이 끊임없이 그녀의 머리 위로 떨어졌고 그녀의 몸을 적시며 그녀의 눈 앞을 가렸기에 그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나상준도 정상적인 남자였기에 눈앞에 있는 여자를 보며 무언가를 하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을 알고 난 뒤로 그는 전에 없었던 감정과 마음이 생겨났다.이 순간 그런 감정과 마음이 미친 듯이 생겨나며 언제든지 터질 것만 같았다.하지만 지금 그에게는 다른 감정이 더 많았다. 그는 화가 났다.그녀는 그의 마음을 느끼지 못하고 믿지 못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였다.그녀가 그를 대하는 태도는 온이쌤을 대하는 태도와는 완전히 달랐다. 부드럽지도 않았고 자상하지도 않았다.그는 질투했다. 미친 듯이 질투가 났다.그는 자신이 어느 날 갑자기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될 줄 생각지도 못했다. 주먹을 꽉 쥔 모습이 아주 무서웠다. 얼굴도 창백해졌다. 겁에 질린 채 두려워하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그에게서 그녀가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똑똑히 알려줬다.그녀는 그를 떠나고 싶어했다. 그에게서 멀어지고 싶어했다.그가 그녀에게 다가가면 갈수록 그녀는 그에게서 멀어지려 했다.“상준아, 차우미를 강압적으로 대해서는 안 돼. 차우미에게 강하게 나가서는 안 된다고. 부드럽게 차우미의 마음에 천천히 들어가야 해. 그래야만 오래갈 수 있어. 오늘 차에서 네가 차우미에게 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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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그러나 그녀는 나상준을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진짜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차우미는 그제야 추운 것이 느껴졌다. 차우미는 몸을 흠칫 떨며 눈을 뜨고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옷과 바지가 모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녀가 선반형 샤워기의 뜨거운 물을 떠나 차가운 유리에 기대어 있었기에 한기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있다간 감기에 걸릴 것만 같았다.코끝이 쨍해 난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연신 기침을 해댔다.“에취! 에취! 에취!”연속 세 번 기침해댄 차우미는 머리가 아파왔다.그녀는 코를 가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기침의 여운을 완화했다.얼마 안 가 그녀는 선반형 샤워기로 돌아가 옷을 벗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그녀는 감기에 걸릴까 봐 무서워 재빨리 샤워를 마치고 감기약을 먹으려 했다.예전에 나상준이 감기에 걸렸을 때 그를 걱정하며 사놓은 약이 있었다. 그녀는 잠시 뒤에 나가서 먹으려 했다.차우미는 재빨리 움직였다.이 시각, 방안.나상준은 떠나가지 않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불빛 아래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이 시각 그의 주위의 공기는 무거웠다.이때 차우미의 기침 소리가 밖의 고요함을 깨트렸다.그는 눈을 떴다. 눈에는 무서운 어둠으로 가득했다. 마치 어두운 심연처럼 어떤 위험을 감추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그러나 그 어두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의 눈앞에는 그녀가 기침할 때의 창백해진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보다가 상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그는 문 앞으로 걸어가서 문을 열었다. 찬 바람이 엄습해왔다. 옷들이 모두 젖어 있었기에 더욱 추웠다.그는 걸어 나가서 문을 닫았다.차우미는 샤워를 마치고 샤워 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나왔다.방은 조용했고 나상준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술을 깬 그가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떠난 거라 생각했다.차우미는 완전히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드레스룸으로 걸어가 잠옷으로 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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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손에 약을 든 나상준이 차에서 내려 호텔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탄 그는 얼마 안 가 바로 방에 도착했다.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방안은 불이 꺼져있었지만 창가를 통해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그는 침대에 누워 잠들어있는 그녀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녀는 깊게 잠들었는지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그는 조용히 문을 닫고 발소리를 내지 않고 걸어들어왔다.방 안에 있던 센서 등이 켜지며 어두운 방안을 비췄다.그는 약을 가볍게 상위에 놓은 뒤 침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침대 앞에 앉아 큰 창가 침대에서 돌아누워 자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그녀는 긴 머리를 풀어헤친 채 자고 있었다. 검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불빛에 반짝였다. 눈을 감은 채 잠들어있는 그녀의 얼굴은 전처럼 창백하지 않고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특히 볼이 빨개진 게 선명히 보였다. 그녀는 잠을 잘 자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아니면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꾸는 것인지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전에처럼 잘 자지 못했다. 자세히 들으면 그녀의 호흡도 예전과 같지 않고 거칠었다. 특히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이 그녀의 잔머리를 적셨다.나상준은 땀에 젖어 있는 그녀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두워진 그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패였다. 그는 손을 들어 차우미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순간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뜨거운 그녀의 열기가 그의 손에 전해졌다. 너무 뜨거웠다.열이 나는 것 같았다.그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이불을 걷어내고 차우미를 안았다. 이불을 걷어낸 순간 뜨거운 열기가 그를 감쌌다. 이와 동시에 그녀를 안은 그의 손에도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며 그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그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그녀를 안고 성큼성큼 걸어갔다.이불을 걷어내자 주위의 차가운 공기가 차우미를 감쌌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흠칫 떨었다.나상준은 걸음을 멈추고 품에 안겨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찌푸린 미간이 더욱 깊게 파여있었고 입술을 벌린 채 힘들어하고 있었다.그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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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그는 그녀를 더 이상 구속하고 싶지 않았다.눈에는 무거운 어둠이 일렁였다. 마음속에 있던 긴장이 풀리며 깊은 어둠 속에 감춰 두었던 늑대가 마침내 튀어나와 자신의 사냥 감에게로 향했다.그는 센 힘으로 그녀를 밀어냈고 그녀는 그의 품에서 멀어졌다.하지만 그가 그녀를 밀어내는 그 순간 열기에서 멀어진 그녀는 빠르게 반응했다. 그녀는 그의 품에 기댄 채 손으로 그의 셔츠를 꼭 잡고 끊임없이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차우미는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단 한 번도 없었다.온이쌤에게도 이런 적이 없었다.조금 열려있던 그의 마음이 그녀가 주동적으로 다가가자 점점 크게 열리며 안에 가둬놨던 어둠이 밀려 나왔다. 오랜 시간 동안 묻혀있었던 어둠이 맹수처럼 튀어나와 그의 몸을 휘젓고 다녔다.그는 손가락을 벌린 채 그녀의 몸에서 손을 뗐다. 그녀의 허리를 잡지도 않았고 그녀에게서 떨어지며 멀어지려 했다.그가 멀어지려 하면 할수록 그녀는 그에게로 점점 다가갔고 그가 그녀를 놓으려 하자 그녀가 그를 꼭 잡았다.그가 강압적으로 그녀를 구속하지 않자 그녀는 주동적으로 그에게로 다가갔다.지금, 이 순간 나상준은 완전히 그녀에게서 손을 뗀 채 앞을 바라봤다. 어두운 밤, 그의 마음속에 있던 맹수들이 날뛰었다.‘나상준 미쳤네.’그는 미친 것 같았다.한 시가 넘은 회성 밤거리는 차들이 얼마 없었다. 신호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순조롭게 달렸다. 십여 분 뒤에 차는 병원 앞에 멈춰 섰다.짧은 십여 분의 시간이었지만 나상준에게는 한 세기만큼 길게 느껴졌다.미리 의사에게 연락해 놓은 터라 의사는 간호사와 함께 병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는 구급 침대를 밀고 왔다.나상준은 품에 안겨있는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녀의 호흡이 그의 가슴에 닿자 뜨거운 열기가 그의 가슴을 끊임없이 태웠다.그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차에서 내렸다.이 순간 그의 눈에 있던 무서운 어둠은 사라지고 없었다. 마음속에 있던 마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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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차우미는 가끔 작은 병에 걸렸을 뿐 건강에는 큰 문제는 없었기에 의사는 약을 먹으면 나아질 거라고 말하며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번에 걸린 감기는 전에 걸렸던 것과는 다른 것 같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차우미는 이번에 걸린 감기가 전보다 엄중하게 느껴졌고 열도 다른 때에 비해서 많이 나는 것 같았다. 다음날 눈을 뜬 그녀는 몸에서 물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몸에 힘이 풀렸다.눈을 뜬 그녀의 눈에는 커튼에 가려져 비스듬히 비쳐 들어오는 태양 빛이 보였다. 한눈에 날이 밝았음을 알 수 있었다.그렇다. 길고 길었던 밤이 드디어 지나가고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차우미는 깨어났지만 여전히 머리가 혼란스럽고 의식이 뚜렷하지 않았다.눈을 뜬 그녀의 눈에 낯선 병실이 눈에 들어왔고 코를 찌르는 소독수 냄새도 함께 풍겨왔다.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기억들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기억이 돌아오고 있을 때 무거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회의를 오후로 안배해.”목소리를 들은 차우미는 굳은 채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높은 창가 옆에 서서 통화를 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나상준은 큰 키에 비율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곧고 긴 다리가 눈에 확 띄었다.차우미의 누워있는 각도에서 보았을 때 그의 긴 다리는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비스듬히 젖혀진 커튼 사이로 밖의 빛이 비쳐 들어왔고 그는 한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핸드폰을 쥐고 통화를 하고 있었다. 큰 키와 건장한 체격의 그는 마치 만화 속의 남자주인공처럼 멋있었다.그녀는 그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는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도 우수했다. 그는 침착하고 내성적이며 잘난체하지 않고 영원히 이성적이었다. 그가 해결 못 하는 일은 없었고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그는 그녀 앞에 서서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그녀에게 안정감과 믿음을 줬다.이런 사람은 아마 세상에 둘도 없을 것이다.아파서인지 반응도 느렸다. 마음속에 있던 경계심도 누그러들었다. 차우미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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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차우미는 걸어들어오는 하성우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이때 통화를 하고 있던 나상준도 하성우의 말소리에 몸을 돌려 차우미를 바라봤다.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한 표정으로 걸어들어오는 남자를 보고 있었다.금방 깨어난 그녀가 갑자기 걸어들어오는 하성우를 보고 놀란 게 틀림없었다.나상준이 입을 열었다.“그럼 이렇게 하는 거로 하지.”그는 전화를 끊고 걸어왔다.그가 걸어오는 것도 모른 채 차우미의 시선은 온통 하성우에게 쏠려있었다.‘성우 씨가 왜 왔지? 상준 씨가 성우 씨에게 내가 아프다고 말했나?’한참 생각하던 그녀는 서서히 알 것 같았다.그렇다. 지금은 출근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다. 그녀가 아파서 병원에 있기 때문에 하 교수가 걱정하지 않게 나상준이 하성우에게 말했던 것이다.하성우는 그녀를 보러 이곳에 온 거였다.나상준과의 관계로 보나 하 교수와의 관계로 보나 하성우는 올 수밖에 없었다.차우미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미안. 내가 감기에 걸려서 출근을 못 했어.”그녀는 회성에 온 뒤로 발목을 삐지 않으면 친구가 아팠고 주혜민과의 갈등이 해결되니 이젠 감기에 걸렸다.그녀는 회성에 오지 말았어야 했던 것 같다. 회성에 온 뒤로 되는 일이 없었다.흰 장미꽃다발을 안고 보온병을 들고 들어온 하성우는 차우미의 말을 듣고 순식간에 미간을 찌푸렸다.“에이, 형수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눈을 깜빡거리던 하성우는 큰 창문 아래 앉아있는 나상준을 보고 관심하며 물었다.“상준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어제저녁 밥 먹을 때까지만 해도 형수 아프지 않았잖아. 왜 갑자기 감기에 걸려서 병원까지 오게 된 거야?”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몰랐던 하성우는 전에 차우미가 발을 다쳤을 때처럼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상준에게 물었다.그러나 그의 말투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특히 그의 눈빛은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는 눈빛이었다.마치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지 다 알고 있으면서 나상준의 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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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흰 장미꽃은 매우 신선했다. 자세히 보면 꽃잎에 맺힌 영롱하고 투명한 이슬이 보일 정도였다. 그가 그녀에게 꽃을 내밀자 은은한 꽃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기분 좋은 향이었다.여자들은 꽃을 좋아한다. 차우미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그녀는 꽃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결혼 생활 3년 동안 나상준은 그녀에게 꽃을 한 번도 사준 적이 없었고 그녀도 사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꽃과 풀들을 좋아했기에 집에서 꽃과 풀을 심어 가꾸었다.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 것과 자신이 심어서 기르는 게 똑 같은 거라 생각했다.하성우가 흰 장미꽃다발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나상준이 산 거라고 말하자 차우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나상준이 꽃을 샀다고? 그것도 날 주려고?’그녀는 하늘에서 새빨간 색의 비가 내린다는 말보다 나상준이 꽃을 샀다는 말이 더 믿기 어려웠다.차우미는 입술을 달싹이며 코앞까지 바짝 다가온 꽃다발을 보며 멍해졌다.있을 수 없는 사실을 말하는 하성우를 보며 그녀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당황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차우미를 본 하성우는 눈을 깜빡이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형수, 왜 안 받아? 설마 상준이가 꽃을 샀다는 말을 믿지 않는 거야?”말을 마친 그는 갑자기 마음이 아파왔다. 그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형수, 상준이가 보기에는 무뚝뚝하고 낭만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상준이에게도 마음이라는 게 있어. 형수가 이렇게 사람이 좋고, 상준이도 잘 챙겨 주는데 상준이도 자연스럽게 형수를 생각하는 거지. 지금 형수가 아파서 즐거워하지 않으니까 상준이가 이렇게 꽃을 사서 형수 기쁘게 해주려고 하는 거잖아.”“형수, 상준이가 부드럽지도 않고 무뚝뚝할 수 있어. 하지만 상준이가 형수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심이야.”하성우가 격앙된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 차우미는 그가 말한 사랑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다.온몸에 닭살이 돋았다.그녀는 자신이 이 꽃다발을 받지 않으면 하성우가 또 어떤 무서운 말을 꺼낼지 몰랐다.“고마워.”하성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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