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미는 가끔 작은 병에 걸렸을 뿐 건강에는 큰 문제는 없었기에 의사는 약을 먹으면 나아질 거라고 말하며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번에 걸린 감기는 전에 걸렸던 것과는 다른 것 같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차우미는 이번에 걸린 감기가 전보다 엄중하게 느껴졌고 열도 다른 때에 비해서 많이 나는 것 같았다. 다음날 눈을 뜬 그녀는 몸에서 물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몸에 힘이 풀렸다.눈을 뜬 그녀의 눈에는 커튼에 가려져 비스듬히 비쳐 들어오는 태양 빛이 보였다. 한눈에 날이 밝았음을 알 수 있었다.그렇다. 길고 길었던 밤이 드디어 지나가고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차우미는 깨어났지만 여전히 머리가 혼란스럽고 의식이 뚜렷하지 않았다.눈을 뜬 그녀의 눈에 낯선 병실이 눈에 들어왔고 코를 찌르는 소독수 냄새도 함께 풍겨왔다.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기억들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기억이 돌아오고 있을 때 무거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회의를 오후로 안배해.”목소리를 들은 차우미는 굳은 채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높은 창가 옆에 서서 통화를 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나상준은 큰 키에 비율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곧고 긴 다리가 눈에 확 띄었다.차우미의 누워있는 각도에서 보았을 때 그의 긴 다리는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비스듬히 젖혀진 커튼 사이로 밖의 빛이 비쳐 들어왔고 그는 한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핸드폰을 쥐고 통화를 하고 있었다. 큰 키와 건장한 체격의 그는 마치 만화 속의 남자주인공처럼 멋있었다.그녀는 그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는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도 우수했다. 그는 침착하고 내성적이며 잘난체하지 않고 영원히 이성적이었다. 그가 해결 못 하는 일은 없었고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그는 그녀 앞에 서서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그녀에게 안정감과 믿음을 줬다.이런 사람은 아마 세상에 둘도 없을 것이다.아파서인지 반응도 느렸다. 마음속에 있던 경계심도 누그러들었다. 차우미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다시
차우미는 걸어들어오는 하성우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이때 통화를 하고 있던 나상준도 하성우의 말소리에 몸을 돌려 차우미를 바라봤다.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한 표정으로 걸어들어오는 남자를 보고 있었다.금방 깨어난 그녀가 갑자기 걸어들어오는 하성우를 보고 놀란 게 틀림없었다.나상준이 입을 열었다.“그럼 이렇게 하는 거로 하지.”그는 전화를 끊고 걸어왔다.그가 걸어오는 것도 모른 채 차우미의 시선은 온통 하성우에게 쏠려있었다.‘성우 씨가 왜 왔지? 상준 씨가 성우 씨에게 내가 아프다고 말했나?’한참 생각하던 그녀는 서서히 알 것 같았다.그렇다. 지금은 출근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다. 그녀가 아파서 병원에 있기 때문에 하 교수가 걱정하지 않게 나상준이 하성우에게 말했던 것이다.하성우는 그녀를 보러 이곳에 온 거였다.나상준과의 관계로 보나 하 교수와의 관계로 보나 하성우는 올 수밖에 없었다.차우미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미안. 내가 감기에 걸려서 출근을 못 했어.”그녀는 회성에 온 뒤로 발목을 삐지 않으면 친구가 아팠고 주혜민과의 갈등이 해결되니 이젠 감기에 걸렸다.그녀는 회성에 오지 말았어야 했던 것 같다. 회성에 온 뒤로 되는 일이 없었다.흰 장미꽃다발을 안고 보온병을 들고 들어온 하성우는 차우미의 말을 듣고 순식간에 미간을 찌푸렸다.“에이, 형수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눈을 깜빡거리던 하성우는 큰 창문 아래 앉아있는 나상준을 보고 관심하며 물었다.“상준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어제저녁 밥 먹을 때까지만 해도 형수 아프지 않았잖아. 왜 갑자기 감기에 걸려서 병원까지 오게 된 거야?”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몰랐던 하성우는 전에 차우미가 발을 다쳤을 때처럼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상준에게 물었다.그러나 그의 말투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특히 그의 눈빛은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는 눈빛이었다.마치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지 다 알고 있으면서 나상준의 입에
흰 장미꽃은 매우 신선했다. 자세히 보면 꽃잎에 맺힌 영롱하고 투명한 이슬이 보일 정도였다. 그가 그녀에게 꽃을 내밀자 은은한 꽃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기분 좋은 향이었다.여자들은 꽃을 좋아한다. 차우미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그녀는 꽃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결혼 생활 3년 동안 나상준은 그녀에게 꽃을 한 번도 사준 적이 없었고 그녀도 사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꽃과 풀들을 좋아했기에 집에서 꽃과 풀을 심어 가꾸었다.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 것과 자신이 심어서 기르는 게 똑 같은 거라 생각했다.하성우가 흰 장미꽃다발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나상준이 산 거라고 말하자 차우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나상준이 꽃을 샀다고? 그것도 날 주려고?’그녀는 하늘에서 새빨간 색의 비가 내린다는 말보다 나상준이 꽃을 샀다는 말이 더 믿기 어려웠다.차우미는 입술을 달싹이며 코앞까지 바짝 다가온 꽃다발을 보며 멍해졌다.있을 수 없는 사실을 말하는 하성우를 보며 그녀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당황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차우미를 본 하성우는 눈을 깜빡이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형수, 왜 안 받아? 설마 상준이가 꽃을 샀다는 말을 믿지 않는 거야?”말을 마친 그는 갑자기 마음이 아파왔다. 그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형수, 상준이가 보기에는 무뚝뚝하고 낭만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상준이에게도 마음이라는 게 있어. 형수가 이렇게 사람이 좋고, 상준이도 잘 챙겨 주는데 상준이도 자연스럽게 형수를 생각하는 거지. 지금 형수가 아파서 즐거워하지 않으니까 상준이가 이렇게 꽃을 사서 형수 기쁘게 해주려고 하는 거잖아.”“형수, 상준이가 부드럽지도 않고 무뚝뚝할 수 있어. 하지만 상준이가 형수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심이야.”하성우가 격앙된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 차우미는 그가 말한 사랑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다.온몸에 닭살이 돋았다.그녀는 자신이 이 꽃다발을 받지 않으면 하성우가 또 어떤 무서운 말을 꺼낼지 몰랐다.“고마워.”하성우에
그녀가 상상했던 무게가 아니었다.그녀는 놀란 눈으로 장미꽃을 바라봤다. 새하얀 꽃잎에는 다른 잡색은 없었다. 새벽에 피지 않은 꽃봉오리들이 막 피려 하고 있었다. 이슬을 머금은 금방 딴것 같은 꽃들이 엄청 예뻤다. 은은한 꽃향기와 이슬들이 어우러져서 상쾌하면서도 은은한 기분 좋은 향을 풍기고 있었다.차우미는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장미꽃을 받아봤다. 부드러운 꽃잎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에 병원에서 나는 소독수 냄새가 묻혔다. 방안 가득 찬 장미꽃 향기에 그녀는 장미꽃밭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나상준은 침대 끝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꽃을 보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는 씻지 않은 상태였지만 뽀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묶지 않은 검은 머리카락들이 그녀 등 뒤에 자연스럽게 풀어져 있었다. 금방 일어나서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었지만 그녀의 미모에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다만 묶지 않은 머리카락들이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앞으로 기울며 작은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렸다.그녀가 웃고 있었다. 평소에는 담담했던 눈매가 웃음으로 물들어있었다. 진심으로 웃고 있던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얼굴에 정말 좋아한다고 쓰여 있었다.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품에 있는 꽃을 너무나도 좋아했다.나상준은 마음이 뛰었다. 그녀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그의 눈에 변화가 생겼다.“찰칵.”울려 퍼지는 소리에 차우미는 멈칫하며 고개를 들고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나상준도 자신의 뒤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남자를 바라봤다.하성우는 카메라에 차우미를 담고 있었다. 차우미가 고개를 들자 그가 급하게 입을 열었다.“옳지, 지금 딱 좋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그리고는 이내 핸드폰 카메라에 차우미를 담았다. 꽃을 들고 있던 차우미의 의아한 표정이 고스란히 하성우의 핸드폰에 찍혔다.얼마 안 가 정신을 차린 차우미는 말을 하려다 말고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침대 끝에 서서
“지금 분위기도 좋고 하니 내가 한 장 찍어줄게.”하성우는 차우미의 사진을 보며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나상준에게 말하고는 나상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를 끌어 침대 옆에 앉히고는 그의 팔을 차우미의 허리에 올려놨다.차우미는 빳빳이 굳었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하성우의 손에 이끌려온 나상준이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그의 손이 차우미의 허리에 닿자 얇은 잠옷 위로 그의 체온이 느껴졌고 빠르게 그녀의 마음속에 닿았다. 그녀는 나무토막처럼 몸이 빳빳이 굳었다. 마치 어제저녁처럼 말이다.차우미는 하성우가 아닌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나상준을 바라봤다‘이... 그는 지금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찰칵거리는 소리가 차우미의 생각을 멈추게 만들었다.차우미는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녀는 하성우를 바라보며 제지했다.“성우 씨, 그만 찍어...”하성우에게 있어서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이렇게 사진을 찍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마땅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그녀는 찍지 말라고만 말했다.하지만 하성우는 그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며 핸드폰을 들고 계속 사진을 찍어댔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뭐야, 성우 씨 내 말 듣지 못한 건가?’마음이 급해 난 차우미는 하성우와 나상준을 번갈아 쳐다봤다.나상준은 그녀의 옆에 앉아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피하지도 않았고 기분 나빠하지도 않았으며 말리지도 않았다. 그는 마치 하성우에게 찍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 했다.‘우리가 지금 어떤 상황이고 무슨 관계인지 모르는 건가?’“형수, 미간 찌푸리지 말고 웃어요, 웃어. 조금 전에 환하게 웃을 때 아주 예뻤단 말이야.”카메라에 담긴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나상준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하성우가 말을 꺼낸 거였다. 마치 전문적인 사진사가 손님들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그의 말을 들은 차우미의 이마의 주름
이 시각, 차우미는 이해할 수 없었다.나상준은 그녀의 맑은 두 눈에 어린 의문과 거절 그리고 배척을 보며 그녀를 더욱 꼭 껴안고 말했다.“몇 장 더 찍어.”그의 낮은 목소리에는 따뜻함이 묻어났다.그는 더 이상 차우미가 알던 나상준이 아니었다. 완전히 모르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시각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달싹였다. 그녀의 눈빛이 혼란스러움에 흔들렸다.나상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우리 일은 나중에 얘기하자.”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낮았고 그녀를 달래는 것처럼 들렸다.차우미는 가슴이 뛰었다. 아까보다 더 낮아진 나상준의 목소리 때문이 아니라 그의 말 때문이었다.‘나중에 말하자고? 이렇게 행동한 게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차우미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자세히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더 없이 이성적이었다.그가 이렇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고 그녀의 협조가 필요했다.그리고 이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그렇지 않다면 그는 이렇게 말하지도 이렇게 행동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차우미는 점차 마음이 안정되었다.하지만...차우미는 하성우를 바라봤다. 하성우는 서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보는 순간 그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아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뀌어있었다.그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을 맞춰주고 싶지 않았다. 이건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과 태도, 그리고 하성우의 모습을 본 그녀는 주저했다.나상준도 재촉하지 않았고 하성우도 가만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몇 장만 더 찍자. 내가 몸이 별로 안 좋아서.”하성우는 차우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녀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표정에 다 드러나 있었다.그녀는 지금 찍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나상준의 방금
마성 같은 그의 목소리는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 그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긴장했다.차우미는 즉시 고개를 들었다.그윽한 그의 눈빛에 차우미는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마치 누군가 손을 뻗어 그녀를 그의 눈 속에 집어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가슴이 떨려왔다. 이 순간, 그녀는 그의 눈을 피하고 싶었지만 움직여지지 않았다.“찰칵찰칵찰칵.”연속 사진을 찍는 소리에 차우미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그녀는 재빨리 그의 눈길을 피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 하성우를 바라보며 지금의 상황을 의식했다.“됐... 됐지? 나 쉬어야겠어.”그녀는 나상준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움직였다.하성우는 그런 차우미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사실 차우미를 달래는 건 진짜 쉬웠다.부드럽게 말만 하면 됐었다.“응, 됐어. 형수 그럼 상준이와 함께 쉬고 있어. 난 일 있어서 먼저 가볼게. 너희들 푹 쉬어.”말을 마친 하성우는 재빨리 병실을 빠져나갔다.분위기가 달아오른 것을 보고 자리를 비켜준 거였다.이내 병실 문이 닫기고 찰칵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문도 닫기고 하성우도 떠나갔다. 요란한 소음도 함께 사라졌기에 병실은 고요했다. 하지만 차우미는 여전히 안심할 수가 없었다.사람을 긴장시키는 분위기가 병실에 맴돌았다.나상준이 풍기고 있는 분위기라는 걸 차우미는 느낄 수 있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고요하게 느껴졌다.그는 아직도 여기에 있었다.“상준 씨도 가서 일 봐. 나 혼자 있을 수 있어. 걱정하지마.”그녀가 감기에 걸린 게 그와도 상관이 있었다. 어젯밤에 그가 축축한 옷을 입고 그녀를 안았었기에 그의 몸에 있던 한기가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간 거였다. 그리고 그녀가 욕실에 들어가서도 한참 차가운 유리에 기대어 서 있었기에 한기가 그녀의 몸에 들어간 탓도 있었다.그녀가 감기에 걸린 것은 의외가 아니었다.그가 어떻게 자신을 병원에 데려오게 된 건지 알 수도 없었고 이미 다 지나간 일이었기에 그녀는 더 이상 따지지 않으려 했다.
“딸깍.”문이 닫히자 병실은 고요했다.그제야 마음이 놓인 차우미는 눈을 떴다. 꽃다발을 꼭 안고 있던 손도 그제야 풀렸다.조금 전까지 긴장했던 마음이 빠르게 뛰고 있었다.차우미는 손을 들어 혼란스럽게 뛰고 있는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고 싶었지만 손이 움직여 지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순결한 장미꽃을 내려다봤다. 그녀는 그제서야 자신이 꽃다발을 아직도 품에 꼭 껴안고 있음을 알아차렸다.혼란스러워하고 긴장했던 그녀는 이 아름다운 꽃을 보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마음이 점차 평온해진 그녀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꽃을 침대 머리맡에 놓고는 창가에 다가가서 커튼을 젖혔다.“촤락.” 하는 소리와 함께 빛이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뜨거운 열기가 차가웠던 그녀의 몸과 마음을 감쌌다. 그녀는 마음이 편안해졌다.나상준은 어딘가 크게 달라진 듯했다. 그의 마지막 말이 모든 의혹을 풀어줄 것 같았다.그녀는 그와 이런 식으로 만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혼란스러운 마음에 냉정함을 잃었었다.이건 그녀의 문제지 그와는 무관했다.하지만 조금 전에 있었던 그 일로 그녀는 그와 말을 할 필요를 못 느꼈다.예전에는 그와 분명하게 말을 해보고 싶었지만 어젯밤과 조금 전의 일로 그녀는 얘기를 나누지 않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그녀는 다시 안평시로 돌아가 그와 멀어져야겠다고 생각했다.이런 행동이 좋지 않다는 걸 알지만 한시라도 주저할 수가 없었다. 주저할수록 귀찮은 일들이 생겨났기에 그녀는 더 이상 이렇게 지내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녀는 이따가 변호사에게 전화해 주혜민의 태도에 대해서 확인해보려 했다. 그리고 변호사에게 자신이 오늘 안평시로 돌아간다고 말하고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말하려 했다.그녀가 나중에 회성시로 돌아와 주혜민의 일을 처리할 수도 있었다.지금 그녀는 나상준을 떠나려 했다.속으로 결정을 내린 차우미는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아직은 밝은 하늘을 보고 돌아서서 핸드폰을 가지러 갔다.‘상준 씨가 날 병원에 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