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준은 담담한 표정으로 하성우를 바라보고 있었다.하성우의 물음에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주위의 공기마저 뚜렷하게 달라졌다.조금 전에 비해 고요해졌다.하성우도 느꼈지만 그는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고 더욱 환하게 웃었다. 나상준의 변화에 그가 더욱 득의양양하게 웃는 것 같았다.“꽃은 얼마 안 해. 200 정도밖에 안 돼. 하지만 조금 전 그 사진은...”하성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상준은 핸드폰을 꺼내 잠금을 풀었다.하성우는 나상준이 하는 행동을 조용히 지켜봤다.얼마 되지 않아 하성우의 핸드폰이 울렸다.하성우는 눈을 반짝이며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나상준이 그에게 2천만 원을 입금한 거였다.그렇다. 2천만 원이다.하성우는 생각지도 못했다.나상준은 인색한 사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돈을 망탕 허비하는 사람은 또 아니었다.‘200만 원짜리 장미라고 했는데 2천만 원이나 이체를 해줬다고? 너무 많이 준거 아니야?’그러나 이내 하성우는 자신의 생각을 부정했다.왜냐하면 이 돈은 장미꽃 값이 아니라 방금 그가 찍어준 사진에 대한 돈이기 때문이다.그는 방금 간다고 했지만 진짜로 간 게 아니라 병실 앞에서 자신이 찍어준 사진을 보고 있었다.하성우는 노는 걸 좋아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했고 서핑, 암벽, 등반과 같은 각종 종목도 좋아했다. 그는 사진 찍는 기술도 엄청 훌륭했다.두 사람을 아주 잘 찍어줬다. 그의 눈에는 분위기, 눈빛, 각도 모든 것이 완벽했다.다만 그는 나상준이 재빠르게 자신의 뒤를 따라 나올 줄은 몰랐다.그렇다, 아주 빠르게 쫓아 나온 것이다.그는 둘이 뭘 좀 할 줄 알았지 이렇게 빨리 따라 나올 줄 몰랐다.하지만 차우미가 그를 거절하는 모습을 생각한 그는 그가 이렇게 빨리 나온 게 이해가 됐다.나상준은 하성우를 힐끔 쳐다보고는 자리를 떠났다.그가 뭘 할지 궁금해진 하성우는 그렇게 나상준의 뒤를 따라갔고 모퉁이를 돌자 멈춰서는 그를 보며 그가 뭘 할지 알게 된 거였다
나상준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하성우의 손에서 핸드폰을 가져가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이천만 원은 꽃값이야.”사진을 달란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하성우는 입을 벌린 채 차갑게 돌아서서 가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한참 뒤에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나상준은 사진을 달라고 할 생각이 없었다.왜냐하면 사진의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지금 이 순간, 하성우는 후회막심했다.나상준은 확실히 사진이 갖고 싶었다. 그는 꽃값도 그에게 확실히 줄 사람이었고 하성우도 그가 자신에게 준 꽃값을 받을 사람이었다.하성우가 비록 나상준이 산 거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꽃을 줬지만 꽃값은 반드시 줘야 했고 반드시 받아야 했다.그러나 사진은 달랐다. 나상준은 사진이 갖고 싶었지만 돈으로 사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하성우도 그에게서 진짜로 돈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그가 찍은 사진이었기에 그는 나상준에게 바로 사진을 줄 수도 있었고 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사진을 주는 과정이 그저 순조롭지만은 않았을 거지만 하성우는 아마 나상준에게 사진을 줬을 거다. 나상준에게서 조금의 혜택을 받든지 아니면 그를 실컷 놀려준 뒤 사진을 줬을 거다.이런 기회는 많지 않을 테니까.그러나 하성우는 나상준이 어떤 성격인지 어떤 사람인지 잠시 잊고 있었다.나상준은 위협받는 것과 놀림당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하지만 하성우는 그가 싫어하는 짓거리만 골라서 해대다가 이번에는 자기 발등을 찍은 셈이었다.하성우는 몹시 후회했다.‘양훈아, 넌 왜 병원에 함께 오지 않은 거야. 네가 옆에서 나 좀 말려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이 시각 하성우는 후회의 눈물을 흘렸지만 어디에 말할 곳도 없었다.몸을 돌려 떠난 나상준은 병실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모퉁이를 돌아 몇 발자국 가지 않아 걸음을 멈추었다.그의 시선은 간호사 앞에 서 있는 여인에게로 향했다.그녀는 부드러운 긴 생머리를 풀어헤친 채 머리카락을 귀 귀로 넘기고 있었다. 그녀
차우미는 나상준이 떠난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가 아직 병원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고 이렇게 공교롭게 만나게 될 줄도 몰랐다.이렇게 만나게 되니 그녀는 몇 마디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원래 퇴원 절차를 밟고 호텔로 돌아가서 회성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사려 했다.하지만 이렇게 그와 만나게 된 이상 얘기를 나누지 않으면 떠나기 어려울 것 같았다.나상준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을 보며 그는 손가락으로 핸드폰을 터치했다. 이 시각, 나상준의 눈빛에서 어떠한 이상한 점도 발견할 수 없었다.그는 그녀에게 다가가지 않고 그녀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오전의 병원은 매우 시끌벅적했다. 병문안하러 온 친척과 친구들, 다른 가족과 교대하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 복도는 오고 가는 사람들로 매우 시끄러웠다.그러나 이런 시끄러움은 두 사람과 무관한 것 같았다. 그들은 사람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 담담해 보였다.마치 병원 사람들과 그들은 다른 세계에 있는 듯했다.차우미는 맑은 눈빛으로 나상준을 빤히 바라보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그윽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나상준을 보며 입을 열었다.“방금 간호사에게 물어봤는데 나 이제 퇴원해도 된대. 그러니까 상준 씨도 나 걱정하지 말고 가서 일 봐도 돼.”그녀는 방금 간호사에게 몇 시인지 물어봤기에 지금 아홉 시가 넘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상준도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았었기에 더는 병원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나상준은 그녀의 말을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담담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얘기 좀 해.”차우미는 멈칫했다.‘얘기? 얘기를 나누자고?’차우미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는 듯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말을 마친 나상준은 시선을 거두고 병실을 향해 걸어갔다.그는 얘기를 나누자고 했으면 진짜로 얘기를 나누는 사람이었다.그는 거짓말과 농담을 할 줄 몰랐다.차우미는 차가운 분위기로 성큼성큼 병실을 향해 걸어가는 남자를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거리다가 이내 그의
순간 차우미는 굳었다.그녀는 긴 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의 무서운 분위기에 눌린 그녀는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어... 어제 취하지 않은 건가?’‘아니면... 취했지만 어젯밤 일을 똑똑하게 기억하는 건가?’차우미는 갑자기 심장이 콩닥거렸다. 이 시각, 그녀는 나상준의 눈빛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의 눈빛을 피했다.그녀는 그에게서 시선을 거둔 채 고개를 숙이고 서서히 미간을 찌푸렸다. 의아함, 놀람, 당황스러움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차분했던 차우미는 나상준의 한마디 질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나상준은 담담하게 그런 차우미의 표정을 빤히 쳐다봤다. 차우미는 그의 매서운 눈길을 감히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차우미, 대답해.”나상준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투는 전과는 별반 다름이 없었지만 기분 탓인지 차우미는 그의 말투가 평소와는 다르게 느껴졌다.차우미의 미간이 더욱 찌푸려졌다.나상준의 말투는 어제와는 확연히 달랐다. 아이처럼 집요하게 묻는 게 아니라 정신이 멀쩡한 성인이 묻는 것이었다.차우미에게 오해를 받은 그는 그녀의 대답이 듣고 싶었다.정확한 대답 말이다.지금의 그는 차분하고 이성적이었다.차분하고 이성적인 그의 물음에 차우미는 머릿속이 복잡해졌다.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주혜민의 이름을 말했고 차가운 말투로 그녀에게 질문했다.마치 주혜민은 자신과는 아무런 관계도 아니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더욱 아니라는 것처럼 말이다.차우미가 아무리 반응이 느린 사람이라고 해도 부정하는 말뜻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어젯밤에 그가 했던 말처럼 말이다.“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주혜민이라는걸 나는 왜 모르고 있었을까?”이 말을 들었을 때 차우미는 긴장이 됐다.어젯밤에 그가 술에 취했었기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내뱉었을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똑똑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녀가 인정한 사실을 거듭 부인하며 말이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가 되
“주혜민.”곰곰이 생각한 뒤 그녀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그녀는 줄곧 그의 마음속에 있던 사람이 주혜민이라고 생각했다.3년 동안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 여기저기서 떠도는 소문을 들은 그녀는 일찌감치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주혜민이라고 인식했다.그리고 이혼한 뒤에 주혜민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자기 생각이 옳았음을 더욱 확실하게 알게 됐다.나상준은 눈앞에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의아함을 비롯한 그녀의 생각이 찌푸린 미간에 담겨있었다. 이 시각 그의 눈빛이 더욱 어두워졌다.그녀의 대답을 들은 그의 눈빛이 비웃음으로 바뀌었다.“걔가 그렇게 말했다고 넌 그 말을 믿어?”차우미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나상준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차우미는 설명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뭘 설명해?’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주혜민의 말을 뒷받침 해주는 많은 일이 있었기에 그녀는 주혜민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그를 오해하고 있었다.3년 동안 그녀는 줄곧 그를 오해했던 것 같았다.차우미는 입술을 달싹였다. 눈에는 당황스러움이 가득했다. 그녀는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몰라했다.나상준은 그런 차우미의 모습을 보며 눈가에 웃음을 띠었다. 차우미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웃음이었다. 하지만 이 웃음을 본 차우미는 마음이 철렁했다.“상준 씨, 나...”“차우미, 여자들이 너한테 가서 나상준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이라고 하기만 하면 넌 그 말 믿는 거 아니야?”차우미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나상준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 그녀는 입술을 벌린 채 담담하게 말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마치 차우미가 착각이라도 한 것처럼 그의 눈에는 웃음기가 없었다.지금의 그는 차갑기 그지없었고 조용한 모습이 무서웠다.“아니야, 난...”“네 맘속에 있는 나는 어떤 사람이야? 집에 마누라 두고 바람이나 피는 그런 남자야?”차우미의 말은 다시 한번 그에 의해 끊겼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랐다.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더욱 미안한 마
그가 말을 하지 않자 병실은 고요했다. 그의 몸에 감돌던 압박감도 서서히 사라져갔다.차우미도 서서히 긴장을 풀었다. 그녀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녀는 결정을 내린 듯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우리는 결혼 생활을 3년 했었지. 그 기간 안에 나는 상준 씨와 주혜민에 관한 소문을 들었어.”나상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의 눈빛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그는 눈앞에 있는 여자를 바라봤다. 그는 그녀의 확고한 눈빛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소문?”“응.”차우미는 원래 이 말을 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불필요한 말이었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이딴 말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그녀는 그를 강요하기도 싫었고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기도 싫었다.그래서 그녀는 결혼 생활하면서도 꺼내지 않았던 얘기를 이혼하고 나서 더욱 하고 싶지 않았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녀가 그를 오해하고 그에게 상처를 줬기에 말을 꺼내기로 한 거였다.왜냐하면 자신이 얘기하지 않으면 이 사실을 모르는 그가 계속 상처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특히 언젠가 나상준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는데 그 여자도 자신처럼 이런 소문을 듣고 슬퍼한다면 그들 사이에 영향을 줄 게 분명했다.비록 그들은 이혼했지만 그녀는 진심으로 그가 행복하길 바랐다.그녀의 눈에 그는 좋은 사람이었다.좋은 사람은 행복해져야 한다.이 시각 차우미는 서서히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 갔고 그녀의 눈빛도 안정을 찾아갔다.“다른 사람들이 상준 씨와 주혜민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말하는 걸 들었어. 둘은 오랜 시간 함께 했었고 서로 아주 많이 사랑했었다면서. 그런데 할머니 때문에 상준 씨가 나와 결혼했다고 그러더라고.”“상준 씨도 효도를 중요시하는 사람이고 할머니도 지혜로운 사람이니까 상준 씨가 할머니 말 듣고 사랑을 포기하고 나와 결혼했다고 했어.”여기까지 말한 차우미는 잠시 멈추고 입술을 달싹거리면서 망설였다. 짧은 망설임이었지만 나상준은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그녀
차우미가 꺼낸 얘기를 처음으로 들은 나상준은 3년 넘게 끼고 있었던 결혼반지를 더 이상 만지작거리지 않았다.그는 그녀의 맑은 두 눈을 바라봤다.3년 동안 그녀는 그에게 이런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그도 자신이 그녀 옆에 없는 시간 동안에 이렇게 무수한 소문이 그녀의 귓가에 들렸을 줄 몰랐다.그녀도 그 앞에서 억울해한다거나 불안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지금 이 순간 나상준은 심장이 바늘에 찔린듯했다. 한 개의 바늘이 두 개가 됐고 두 개에서 세 개로 변해가다가 나중에는 무수히 많은 바늘이 심장에 촘촘하게 꽂혔다.차우미는 진지하게 사과를 해야만 했다.나상준의 말은 그녀로 하여금 한 가지 사실을 똑똑하게 알게 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진실이 진실이 아니었다. 주혜민이 한 말들과 자신이 보고 들은 게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비록 차우미는 나상준이 주혜민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웠지만 나상준과 3년 동안 결혼 생활을 하면서 그녀는 그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는 앞과 뒤가 다른 남자가 아니었다.그가 이렇게 말한다면 그건 틀림없이 사실일 거다.소문과 몇 번 만나본 적 없는 주혜민보다는 그녀는 나상준을 더 믿었다.많은 부분이 설명되지 않았지만 지금 이 시각 차우미는 자신이 나상준을 오해해 그에게 상처를 줬음을 알게 됐다.그녀는 반드시 사과를 해야 했다. 이 사과가 그에게 준 상처를 아물게 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사과는 해야 했다.그러나 차우미가 입을 열자 그는 차우미의 말을 끊고 또 그녀에게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왜 말하지 않았냐고?’차우미는 의아한 표정으로 나상준을 바라봤다. 그의 말뜻을 이해를 못 해서인지 아니면 그의 질문이 너무 갑작스러워서인지 그녀는 입술을 벌린 채 멍하니 있었다.결혼 기간 그는 모든 정력을 사업에 쏟았다. 일도 많이 바빴다. 그가 말하지 않아도 그녀는 그가 사업을 얼마나 중요시 생각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차우미는 성격이 세지 않고 유유한 편이었다. 가정교육 관계도 있었겠지만 그녀
문자가 한 통 또 한 통 계속 이어 왔다.계속 울려 퍼지는 문자 알림이 병실의 고요함을 깼다.정신을 차린 차우미는 나상준이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그의 핸드폰은 계속 울려댔다. 많이 바쁜듯했다.입술을 달싹거리던 차우미는 말하고 싶었지만 조금 전 나상준이 했던 질문에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나상준의 손에 들려져 있던 핸드폰의 진동 소리에 그의 손이 움직였다.그는 눈앞에 있는 여인을 바라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미안함과 망설임, 그리고 의아함과 많은 표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 모든 표정은 그녀가 난감해하고 있음을 말해줬다.나상준이 입을 열었다.“아침 먹어. 내가 가서 퇴원 절차 밟을게.”말을 마친 그는 핸드폰을 들고 일어서서 병실을 나가려 했다.차우미는 멈칫하며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봤다.그는 무거운 걸음으로 성큼성큼 걸어서 병실을 나갔고 이내 차우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그가 떠난 병실은 고요했다. 병실 안은 더는 긴장감이 감돌지 않았고 편안함으로 바뀌었다.차우미는 입을 벌린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머릿속에는 많은 장면이 떠올랐다. 모두 3년 동안 있었던 일들이었다.결혼은 모르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옆에서 아무리 말해도 자신이 결혼 생활을 해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다.그녀는 비관적이지 않고 그저 평범한 일상을 좋아했다. 또 이 세상의 모든 것에 아름다움을 느꼈다.그녀는 바라는 게 많지 않지 않았다. 그녀가 바라는 건 평온하고 평범한 거였다.이게 그녀가 원하는 삶이었다.그래서 그녀는 평온함이 깨질까 봐 두려워 많은 일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로 이런 그녀의 생각들이 우환을 불러오게 되었다.결혼이 처음이었던 그녀는 어떻게 경영해야 하는지 몰랐기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했었다. 가능한 모든 것을 잘하려 노력했지만 그녀와 나상준은 결국 이혼했다.그녀는 처음에는 둘이 잘 맞지 않아서 이혼했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오늘, 그의 말을 들은 그녀는 전혀 의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