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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나상준은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하성우의 손에서 핸드폰을 가져가며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천만 원은 꽃값이야.”

사진을 달란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하성우는 입을 벌린 채 차갑게 돌아서서 가는 남자를 바라봤다. 그는 한참 뒤에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다.

나상준은 사진을 달라고 할 생각이 없었다.

왜냐하면 사진의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하성우는 후회막심했다.

나상준은 확실히 사진이 갖고 싶었다. 그는 꽃값도 그에게 확실히 줄 사람이었고 하성우도 그가 자신에게 준 꽃값을 받을 사람이었다.

하성우가 비록 나상준이 산 거라고 말하며 그녀에게 꽃을 줬지만 꽃값은 반드시 줘야 했고 반드시 받아야 했다.

그러나 사진은 달랐다. 나상준은 사진이 갖고 싶었지만 돈으로 사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성우도 그에게서 진짜로 돈을 받을 생각은 없었다.

그가 찍은 사진이었기에 그는 나상준에게 바로 사진을 줄 수도 있었고 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사진을 주는 과정이 그저 순조롭지만은 않았을 거지만 하성우는 아마 나상준에게 사진을 줬을 거다. 나상준에게서 조금의 혜택을 받든지 아니면 그를 실컷 놀려준 뒤 사진을 줬을 거다.

이런 기회는 많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하성우는 나상준이 어떤 성격인지 어떤 사람인지 잠시 잊고 있었다.

나상준은 위협받는 것과 놀림당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하지만 하성우는 그가 싫어하는 짓거리만 골라서 해대다가 이번에는 자기 발등을 찍은 셈이었다.

하성우는 몹시 후회했다.

‘양훈아, 넌 왜 병원에 함께 오지 않은 거야. 네가 옆에서 나 좀 말려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시각 하성우는 후회의 눈물을 흘렸지만 어디에 말할 곳도 없었다.

몸을 돌려 떠난 나상준은 병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는 모퉁이를 돌아 몇 발자국 가지 않아 걸음을 멈추었다.

그의 시선은 간호사 앞에 서 있는 여인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부드러운 긴 생머리를 풀어헤친 채 머리카락을 귀 귀로 넘기고 있었다.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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