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차우미는 한 가지는 확실하게 알게 됐다.나상준과 주혜민은 사귀는 사이가 아니며 더우기는 주혜민이 말한 것처럼 그들은 결혼할 사이도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나상준이 그녀에게 협조해 달라고 말했던 것과 그녀가 발목을 뼜을 때 왜 나상준이 남녀유별 없이 직접 그녀를 보살펴줬는지 이해가 됐다. 그가 남녀유별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그와 주혜민 사이에는 아무런 감정도 존재하지 않았다.그는 정정당당했지만 주혜민은 나상준을 좋아하고 있었다. 차우미도 느낄 수 있었다. 그 소문을 들은 차우미는 나상준에게 묻지 않았다.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그녀는 주혜민의 말을 믿게 됐고 나중에는 나상준을 오해해 그를 배척하고 본의 아니게 그에게 상처를 주게 됐다.차우미는 많은 잘못을 저질렀지만 후회하지 않았다.누구든 천성적으로 다 아는 사람은 없고 틀린 게 있어야 맞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나상준과의 결혼 기간 동안, 그리고 이혼한 뒤에도 그녀는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그러나 이러한 잘못은 그녀에게 한가지 도리를 깨우쳐줬다.모르고 불확실한 일들은 자세히 물어보고 많이 소통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소통하지 않으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영원히 알 수 없으며 진실한 답이 뭔지도 알 수 없고 남도 해치고 자신도 해치는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일을 겪으면 지혜가 생긴다는 게 차우미가 지금 느끼고 있는 감정이었다.생각이 정리된 차우미는 더는 급하게 호텔로, 안평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었다.오해가 풀렸으니 예전처럼 행동하면 되었다. 그에게 맞춰주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잘해서 일을 더 이상 망치지 않으면 되었다.다행히도 지금은 모든 것을 만회할 기회가 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틀린 길로 갈 수 없었다.차우미는 침대맡에 놓여있는 보온병을 가져와 상위에 놓고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퇴원 절차를 마친 나상준은 다시 병실로 돌아왔다.그가 돌아왔을 때 차우미는 이미 아침을 다 먹은 뒤 뒷정리도 깔끔하게 끝내놓은 상태였다.나상준이 돌아오는 소리를
차우미는 멈칫거리며 계속 아침을 차렸다. 그녀는 젓가락을 나상준 앞에 놓아줬다.“먼저 먹어, 다 먹으면 돌아가자.”보온병을 한쪽 옆에 놓으며 차우미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녀는 더 이상 혼란스러워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나상준은 눈앞에 있는 아침을 바라봤다. 모락모락 뜨거운 김이 나는 게 아주 신선해 보였다.책상은 창가 쪽에 위치해 있었다. 이때 바깥의 빛이 비쳐 들어오며 음식들을 비췄다.눈앞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몇 달 전, 그녀가 집에서 아침을 준비할 때 아침 햇살이 비춰 들어오며 집안을 따뜻하게 비췄었다.지금은 햇빛도 있고 사람도 변하지 않았지만 모든 것이 달라져 있었다.나상준은 핸드폰을 상위에 올려놓고 젓가락을 집어 들고 아침을 먹기 시작했고 정리를 마친 차우미는 퇴원하기만을 기다렸다.나상준의 밥도 준비해줬고 핸드폰과 볼 책도 없었던 그녀는 마땅히 할 게 없었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소파에 가서 앉아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여러 가지 일에 대해서 생각했다.그녀는 한가할 때면 일들을 생각하곤 했다. 특히 자신이 잘못 한 일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분석했다. 그리고 고쳐나가면서 자신에게 다시는 같은 잘못을 범하지 말라고 되뇌었다.사람은 실수하기 마련이다. 잘못을 저지르는 것은 무서운 일이 아니다. 무서운 것은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것이다.그녀는 고쳐나가면서 더 나은 자신을 위해 힘썼다. 이것은 자신을 위한 일이지 남을 위한 일이 아니다.병실 안은 고요했다. 나상준은 조용히 밥을 먹었고 차우미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두 사람은 서로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의 호흡은 병실 안에서 소리 없이 융합되었다.시간은 아주 빨리 흘러갔다. 차우미와 나상준이 병원을 나설 때는 이미 점심 열한 시가 되어있었다.차우미는 정확한 시간을 몰랐다. 그녀가 병원을 나설 때 뜨거운 햇살이 그녀를 비췄고 그녀는 하늘 높이 떠 있는 태양을 바라보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음을 짐작했다.오후가 된
멈칫하던 차우미는 그의 표정을 보고 옆으로 이동했다.나상준은 그제야 차에 올라탔고 운전기사는 차 문을 닫았다.차는 이내 시동이 걸렸고 병원에서 멀어졌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상준이 돌아온 뒤로 두 사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말해야 할 것을 다 말한 것처럼 할 말이 없는 사람들처럼 말이다.차 안은 조용했다. 특히 이 좁은 차 안의 조용함은 병실에서의 조용함과는 또 달랐다. 사람을 긴장되게 만들었다.그러나 여기에서 운전기사만 긴장했다.차우미는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이 평온했다.일도 해결이 됐겠다 그녀가 걱정할만한 일이 없었다. 그러니 나쁜 감정들도 더는 생겨나지 않았다.나상준은 뒷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그의 담담한 표정에서 어떠한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호텔 앞에 도착했다.멀지 않은 거리여서 차로 십여 분이면 도착했다.차우미는 뒷좌석에 앉아 창밖의 풍경들을 보며 오후에 일할 내용을 생각하다가 차가 멈추는 것을 보고 생각을 정리하고 차 문을 열고 내렸다.토론하고 있는 진도로 보아 적어도 2~3일 안에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결과가 나오면 그들은 안평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그녀는 요 며칠 시간이 나면 안평 특산물을 서서 선배에게 보내주려 했다.말한 일은 반드시 지켜야 했기에 차우미는 잊지 않고 있었다.생각들을 정리하면서 차우미가 차에서 내리자 나상준도 따라내렷다. 그는 긴 다리로 성큼성큼 차우미보다 앞서 걸어 나가며 그녀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나상준을 보며 한 가지 일을 떠올렸다.그녀는 어젯밤에 나상준의 캐리어를 본 것 같았다. 그의 캐리어가 아직도 방에 있었다.돌이켜 생각해보던 차우미는 어젯밤에 자신이 아파서 잘못 본 게 아닌지 의심했다.그는 예전에 그녀를 돌봐주면서 그녀 방에 캐리어를 가져다 놨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자연히 그녀 방에 캐리어를 둘 필요가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잘못 본 거라 생각했
차우미가 남자를 볼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그 사람의 분위기였다. 그다음 얼굴을 봤다.눈앞에 있는 소년은 아주 깔끔한 느낌의 잘생긴 청년이었다.하지만 그녀는 이렇게 잘생긴 소년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첫 만남과 별반 다를 게 없었던 그녀의 반응에 전민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그녀가 좋았다.눈앞에 있는 누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달랐다.전민수가 다시 웃으며 입을 열었다.“로앤에서 만났었어요. 기억해요?”‘로앤?’차우미는 멍해졌다. 그러나 그녀의 눈앞에 금세 한 장면이 떠올랐다. 그날 밤 하성우가 그녀를 데리고 분위기 좋고 아담한 곳으로 갔었는데 그곳에 그녀를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이 있었다.차우미는 금세 기억이 났다.“혹시... 그날 밤 그 남자애 맞아요?”그녀를 누나라고 부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친척 중에서 그녀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많았지만 모두 그녀를 언니라고 불렀다. 그리고 회성에는 그녀의 친척들이 없었다.눈앞에 있는 남자애는 그날 밤 그 남자애였다. 그녀에게 한눈에 반했다고 말하던 남자애였다.차우미는 또렷하게 기억이 났다.순간 전민수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네, 저예요!”그는 마치 인정을 받은 아이처럼 아주 기뻐하며 우렁차게 말했다.차우미는 입술을 벌린 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남자애의 모습을 보아하니 그녀를 잊지 못한듯했다.여기에서 만난 것도 인연인지라 차우미는 한참 생각하다가 웃으며 입을 열었다.“여기에서 보게 될 줄은 몰랐네요.”말을 마친 차우미는 멈칫하다가 자신에게 일이 있어 먼저 가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하려 했다.그녀가 말을 하려는 찰나 전민수가 빠르게 입을 열었다.“저 여기서 누나 기다렸어요.”차우미는 멍했다.“절 기다렸다고요?”“네! 저...”“차우미.”무거운 목소리가 전민수의 말과 가벼운 분위기를 끊었다.주위의 모든 것이 고요해졌다. 편안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차가워졌고 로비의 온도도 눈에 띄게 차가워졌다.전민수는 멈칫
“누나, 저 누나에게 할 말 있어요.”전민수가 재빨리 말했다. 그는 차우미의 손목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어제 나상준의 뒤를 따라온 전민수는 혹시 차우미를 볼 수 있을까 호텔에서 기다렸다.그도 아주 낮은 확률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던 그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뭐라도 해보고 싶었다.그렇게 그는 진짜로 차우미와 만나게 되었고 아주 기뻐했다. 전례 없던 기쁨이었다.이런 상황에서 그가 어떻게 그렇게 쉽게 그녀를 놓아줄 수 있겠는가. 그는 자신의 마음속 말을 모두 하고 싶었다.전민수에게 손목이 잡힌 차우미는 멍해졌다.차우미는 남자애가 모르는 사람의 손목을 덥석 잡을 정도로 담력이 있을 줄 몰랐다.그녀는 재빨리 전민수에게서 벗어나려 했지만 전민수는 힘이 대단했다. 그녀는 한동안 전민수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차우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너...”“그 손 놔.”차우미가 전민수에게 자신을 놓아달라고 말하려 했지만 굵은 목소리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아무런 감정도 실려있지 않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위압감을 조성했다.로비는 조용해졌고 나상준의 목소리를 들은 차우미는 그를 돌아봤다.나상준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차우미에게 향했던 시선이 지금은 전민수에게로 향해 있었다.그의 눈빛은 마치 깊은 심연과도 같았다. 바라보기만 해도 깊은 심연에 빠질 것만 같은 눈빛이었다.나상준의 목소리를 들은 전민수는 나상준을 바라봤다. 나상준의 무서운 눈빛에 전민수는 무의식적으로 꽉 쥐고 있던 차우미의 손목을 놓아줬다.하지만 전민수는 뭔가 생각이 난 듯 다시 그녀의 팔을 꽉 잡았다. 조금 전보다 더 꽉 말이다.전민수는 턱을 치켜들고 두려움 없는 확고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당신은 누나의 남편도 아니잖아요. 저 다 알고 있어요. 당신은 상희 외삼촌이잖아요. 상희가 당신이 좋아하는 사람 사진을 우리에게 보여줬어요. 그 사진 속의 여자를 보면서 상희가 외숙모라고 했어요. 그 여자는 누나가 아니었어요. 당신
“임상희...”그의 묵직하고 느릿느릿한 목소리가 사람을 긴장시켰다.나상준의 목소리를 들은 전민수는 고개를 들었다.“네, 상희 맞아요. 당신이 상희 외삼촌이라고 상희가 알려줬어요. 당신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결혼 생활 3년 동안 아이도 갖지 않은 거라고 그랬어요. 당신은 줄곧 그녀를 사랑했다고 들었어요. 상희도 그 여자를 외숙모라고 불렀었고요.”“상희도 당신의 와이프가 아닌 당신이 사랑하는 그 여자를 외숙모로 생각한다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상희가 우리에게 당신이 사랑한다는 그 여자의 사진을 보여줬어요. 나도 봤어요. 그 사람은 누나가 아니었어요.”일반 사람이었다면 전민수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같은 남자로서 나상준에게서 위험을 느낀 전민수는 그가 들었던 사실을 얘기했다.이 얘기는 나상준에게 하는 말이 아닌 차우미가 들으라고 하는 말이었다.그도 나상준과 차우미의 관계를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날 밤 나상준이 차우미를 데려갈 때 전민수는 어딘가 이상함을 느꼈다.임상희가 전민수에게 외삼촌과 외숙모의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임상희가 그에게 외삼촌이 사랑하는 사람을 보여주지 않았더라면 그는 차우미가 나상준의 사랑이라 믿었을 것이다.하지만 사진을 보고 난 전민수는 안심했다.그 사진 속의 여자는 차우미가 아니었다.지금 다시 만난 나상준이 또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전에보다 더 강렬한 위험을 느낀 전민수는 반드시 똑똑하게 말을 해야만 했다.차우미는 전민수의 말을 들으며 멍해졌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소년의 견고한 표정을 보며 왠지 모르게 웃고 싶어졌다.그녀는 전민수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전민수가 이런 행동을 할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그들은 한 번밖에 본 적이 없었다. 전민수는 차우미의 이름도, 뭐 하는 사람인지도, 심지어 나이도 몰랐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말 다른 것 같았다.차우미의 눈에는 전민수가 아이로밖에 보이지 남았다. 잘생긴 동생이었다. 전민수와 그녀에게는 뛰어넘을 수 없는
“나도 사진 좀 보자.”평온하게 말하는 나상준의 목소리에서 어떠한 불쾌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평상시에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던 모습처럼 조금의 이상함도 없었다.눈앞에 있는 나상준이 평온하게 말하는 모습에 전민수는 멈칫했다. 그가 듣기에 나상준의 말투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전민수가 차우미의 손을 잡고 있었지만 신경도 쓰지 않는 듯한 나상준의 모습은 마치 차우미에게 관심이 없는 듯한 느낌을 줬다.전민수는 순간 당황스러웠다.왜냐하면 나상준의 모습은 차우미의 친척 같았기 때문이다. 윗사람으로서 차우미가 어디가 좋은지 전민수에게 묻는 것 같았다.전민수는 차우미의 손을 놓고 바로 핸드폰을 꺼낸 뒤 주혜민의 사진을 나상준에게 보여줬다.“봐보세요, 바로 이 사진이에요.”이 시각 전민수는 아주 협조적이었다. 그는 더 이상 차우미의 손을 잡지 않았다.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어도 차우미의 손을 놓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것을 까맣게 잊어버린 것 같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이렇게 물을 줄 알고 있었지만 평온한 목소리로 물을 줄은 몰랐다.주혜민이 나상준과 상관없는 사람들한테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다녔기에 나상준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똑똑히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방금 전민수에게서 외숙모에 대한 말과 나상준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차우미는 그 여자가 주혜민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만약 전민수가 임상희에게서 들은 말이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차우미도 확신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임상희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녀는 확신했다.나상준은 전민수의 폰을 건네받은 뒤 사진을 확인했다.정교한 화장, 대범해 보이는 얼굴, 계략과 이익으로 가득한 눈을 가진 주혜민이었다.사진을 보고 있는 나상준의 눈빛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마치 그와는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보고 있는 모습이었다.나상준이 입을 열었다.“주혜민...”나상준은 임상희 이름을 불렀을 때처럼 묵직한 목소리로 주혜민의 이름을 또박또박 말했다.‘주혜민? 사진 속 사람 이름이 주혜민이라고?
나상준은 전민수에게 핸드폰을 돌려준 뒤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전민수는 입술을 달싹였다. 그는 나상준과 자신에게서 점점 멀어져가는 차우미를 번갈아 보며 조급해했다.차우미와 나상준의 관계에 대해 확실하게 아는 게 없었던 전민수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막대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어렵게 차우미를 만나게 된 전민수는 차우미와 이대로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나게 될지 몰랐다.차우미는 전민수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고 진민수도 차우미에 대해 아는 게 없었기에 어떻게 찾을 방법도 없었다.전민수는 몹시 다급했다. 차우미를 쫓아가고 싶었지만 나상준이 그의 앞을 가로막은 채 압박감 가득한 무서운 눈동자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어찌할 바를 몰라하고 있을 때 차우미는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결국 진민수는 차우미를 쫓아가지 못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고 차우미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낙담한 진민수는 시선을 거두고 나상준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그날 밤 로앤에서요...”전민수는 그날 밤에 있었던 일들을 나상준에게 하나도 빠짐없이 말해줬다.숨기지도 않고 감추지도 않았다.마치 어른의 물음에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말하는 모습이었다.전민수의 말을 들은 나상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전민수의 말을 다 듣고 난 나상준이 묵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래.”대답을 마친 나상준이 뒤돌아 떠나가는 모습을 보며 전민수는 멍해졌다.‘가... 간다고? 이렇게 간다고? 그건 안되지!’전민수는 재빨리 나상준을 쫓아가 입을 열었다.“형...”‘형이라 부르는 거 이상한가?’나상준은 임상희의 외삼촌이다. 전민수와 임상희는 나이가 비슷했기에 그도 상희처럼 외삼촌이라고 불러야 했지만 임상희와 전민수는 친척 관계가 아니었기에 외삼촌이라고 부르는 것은 적합하지 않았다.예의는 차려야 했기에 진민수가 머뭇거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아저씨.”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가고 있던 나상준은 전민수의 부름 소리에 걸음을 멈추었다.이 순간 나상준 주위 공기가 고요해졌다.나상준이 멈춰 서는 것을 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