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몇 살이야?”멈칫하던 전민수의 눈에 한 줄기 희망이 스쳐 지나갔다.“저 올해 만 스물입니다. 이년 뒤에 결혼할 수 있어요.”나상준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스무 살이라고? 정말 젊네...’전민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긴장했다. 그는 자신이 어리기 때문에 차우미와 차우미 가족들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한참 생각하던 전민수가 입을 열었다.“제가 어려서 아저씨가 걱정하시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저 한결같은 사람입니다. 변함없이 한 사람만 영원히 좋아할 수 있어요. 누나와 함께하기로 했다면 헤어지지 않고 쭉 함께할게요. 누나가 원하는 건 모든 해드릴 자신 있어요. 누나가 밤하늘의 별을 원한다면 최대한 따려고 노력할게요. 최선을 다해서 누나와 누나 가족분들의 요구를 들어드리겠습니다. 아저씨, 저와 저희 전씨 가문을 믿어주세요.”전민수가 매우 확고하고 진지하며 자신 있게 말했다. 그가 방금 한 말은 절대로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그는 내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전민수는 자신이 있었다.나상준은 전민수의 말을 들으며 팔에 걸친 정장 외투를 꽉 잡았다. 그는 온몸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있는 전민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전씨 가문이라...”전민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이 조금 전보다 더 반짝거렸다.“네, 전씨 가문이요. 제가 전 씨...”“내가 너에게 차우미가 결혼했다고 이미 말했을 텐데.”나상준이 전민수의 말을 가차 없이 잘랐고 전민수의 얼굴에 있던 희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전민수가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제... 제 기억에... 하지만...”“전요한과 장미애가 하나밖에 없는 자기 아들이 이미 결혼한 여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안다면, 네가 봤을 때 그들이 어떻게 할 것 같아?”나상준이 부모님의 이름을 말하자 전민수의 눈이 순간 동그래졌다.“아저씨... 우리 부모님과 아는 사이세요?”나상준은 예전에 자신의 촌수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전민수에게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며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들을 보았다.김온과 이영진 변호사에게서 온 것들이었다.아마 주혜민에 관한 일로 이 변호사가 그녀에게 전화했지만 그녀가 연락되지 않아 김온에게 연락을 넣은 것 같았다.차우미는 바로 핸드폰 잠금을 열고 부재중 전화가 걸려온 시간을 확인한 뒤 김온이 보내온 문자를 확인했다.[차우미, 바빠? 이 변호사가 그러는데 주혜민 쪽 변호사에게서 연락이 왔대. 오늘 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혜민 쪽 변호사가 온다는데 너 언제쯤 시간 돼? 이 변호사가 경찰서에서 너 기다리고 있어.]차우미가 시간을 보니 아홉 시 십 분에 보내온 문자였다.그녀가 조금 전에 부재중 전화를 확인해 봤을 때 이영진 변호사에게서 여덟 시 반에 두통, 아홉 시에 두통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김온게서는 아홉 시 칠 분에 부재중 전화가 한 통 와있었다. 그녀가 전화를 받지 않으니 문자를 남긴 거였다. 그녀의 추측과 같았다.차우미는 바로 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건 뒤 김온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그녀에게서 답장이 없자 김온이 열한 시에 그녀에게 다시 문자를 보냈다.[차우미, 문자 보면 연락줘.]차우미가 일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김온은 그녀에게 한 통의 전화와 두 통의 문자메시지만 보냈다.그녀가 바쁜 일을 다 해결하면 자신에게 답장하리라는걸 김온은 알고 있었다.차우미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은 열한 시 삼십오 분이었다.그녀는 김온에게 답장을 보냈다. 이와 동시에 핸드폰에서는 전화 연결음이 선명하게 들려왔다.그녀가 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 변호사는 받지 않았다.차우미가 메시지를 전송하려는 찰나 이 변호사가 전화를 받았다.“차우미 씨.”차우미는 핸드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는 전화기를 귀 옆에 가져다 댔다.“이 변호사님, 죄송해요. 오늘 오전에 일이 좀 있었는데 핸드폰을 챙기지 않아서 이제야 이 변호사님과 온이샘에게서 온 연락들을 확인했어요.”“괜찮아요. 제가 그쪽에 차우미 씨의 연락을 기다려야 된다고 답하니 그쪽에서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핸드폰을 바라봤다.김온에게서 온 문자였다.[알았어. 그럼 나도 한시름 놓을게.]그녀는 김온에게 상황을 대충 설명해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었다. 지금 김온에게서 온 문자를 본 차우미는 웃으며 그에게 답장을 해준 뒤 옷을 갈아입으러 드레스룸으로 향했다.차우미는 옷을 갈아입고 머리를 묶은 뒤 깔끔한 모습으로 드레스룸에서 나갔다.차우미가 나오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핸드폰을 바라봤다. 김온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그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전화를 받았다.“온이샘.”차우미는 통화를 하면서 가방을 가지러 갔다. 가방 안을 살펴보니 필요한 증명서가 모두 들어있었다.“오늘 바빴어?”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온화한 목소리에 마음이 편안해 졌다.가방 검사를 끝낸 차우미는 가방을 메고 밖으로 나갔다.준비를 마친 그녀는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응. 요 며칠 좀 바쁠 거야.”김온이 걱정할까 봐 병원에 입원했던 사실은 말하지 않고 그녀는 그저 바쁘다고만 했다.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예전과 별반 다름없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그녀의 웃음소리에 김온도 별로 의심하지 않고 한시름 놓았다.“아무리 바빠도 건강 챙겨. 건강이 제일 중요해.”“알았어. 온이샘도 건강 챙겨.”차우미는 김온의 외할머니가 생각났다.“온이샘. 외할머니는 좀 어때? 괜찮아?”문에 다다른 차우미는 문을 열려 했다.그녀가 문손잡이에 손을 가져다 댔을 때 문이 열렸고 그녀는 순간 멈칫하며 뒷걸음질을 쳤다.문밖에 있던 사람의 모습이 이내 시야에 들어왔다.큰 키의 나상준이 어제 옷차림을 한 채 팔목에는 정장 외투를 걸치고 문밖에 서 있었다.문이 열리자 나상준이 안으로 들어오려 했지만 그는 차우미를 보고는 걸음을 멈추었다.그는 통화를 하고 있는 차우미를 보며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문밖에 서 있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돌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방금 옷을 갈아입을 때도 경찰서에 갈 준비로
열한 시가 넘어서 차우미의 연락을 받은 김온은 한 시름 놨다.연락이 되지 않는 차우미를 걱정하지 않는 건 불가능했다.만약 온종일 그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면 김온은 바로 회성으로 달려왔을 거다. 하지만 반나절 동안 연락이 되지 않는 건 기다릴 수 있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온의 마음은 불안하기만 했다.그녀의 문자를 받은 그 순간 김온은 한시름 놓으며 바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녀가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하고 있다는 연결음이 들려왔다. 그는 차우미가 이 변호사와 통화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지금은 그녀가 주혜민의 사건을 처리하러 경찰서로 가는 길일 거라 짐작했다.귓가에 온이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우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응. 지금 가는 길이야. 일이 좀 있어서 나중에 다시 통화해.”온이샘은 멈칫하며 그녀의 목소리가 달라진 걸 알아차리고는 말했다.“그래.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응.”그녀는 전화를 끊고 고개 들어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전화를 받고 있어서인지 무엇 때문인지 그는 아리송한 표정에 차가운 눈초리를 하고 있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신과 온이샘 사이를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한참 생각하던 차우미는 입을 열었다.“나와 온이샘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결혼 기간 3년 동안 나와 온이샘은 연락을 해 본 적이 없어. 우리가 이혼하고 나서 연락하는 거야.”예전에 차우미는 그에게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었다. 이미 이혼을 했기에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아침 그와 대화를 나눈 뒤로 차우미는 그에게 설명해야겠다고 느꼈다.김온을 오해하지 않기를 바랐다.자신을 오해하는 건 상관이 없지만 김온은 떳떳했다. 자신 때문에 오해를 받는 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자신은 상관없었지만 온이샘의 명성에 문제가 생기는 건 참을 수 없었다.나상준의 검은 눈이 더욱 어두워졌다. 차가운 분위기마저 더욱 차가워졌
그건 책상위에 놓여있는 약봉투였다.그렇다. 그약은 그녀가 산적이 없는 약들이었다.멈칫하던 차우미는 약봉투에서 약들을 꺼냈다. 모두 감기약들이 었는데 처방약도 있었다.처방약은 병원에서만 살수 있었다. 약방에서는 살수 없는 약이었다.차우미는 흔들리는 마음으로 닫혀 있는 욕실 문을 바라봤다.약을 사서 이곳에 놓을 사람은 나상준밖에 없었다.어젯밤 차우미가 기침하는 것을 본 나상준이 약을 사러 병원까지 다녀왔었다.그녀는 그가 돌아간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아니었다.그는 그녀의 약을 사러 갔던 거였다. 그래서 약을 사가지고 돌아온 그가 그녀를 데리고 병원에 갔었다.물어보지 않아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수 있었다.그는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간 뒤에도 계속 그녀의 옆을 지키고 있었기에 지금까지 옷을 갈아입지 못한거였다.이 순간 차우미의 마음이 약해졌다.어느새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일들이 머리속에 떠올랐다.그녀와 나상준이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다. 그녀는 보름도 안되는 사이에 감기에 걸리고 토하고 설사를 하면서 괴로운 나날을 보냈었다.나상준은 그때 보름정도 출장을 떠나 있었고 돌아왔을 때에 그녀의 상태는 많이 좋아졌지만 그녀의 상태가 예전과 다르다는 걸 나상준은 느낄 수 있었다.그는 그녀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돌아온 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의사가 왔다.그때 그녀는 의사를 보고 깜짝 놀랐었다. 의사가 왜 왔는지 알수 없었던 그녀느 나상준에게 어디가 아픈지 물었었고 나상준은 그녀때문에 의사를 부른거라고 답했다.차우미는 그때의 느낌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했다.의외였고 믿기 어려웠으며 놀라우면서도 기뻤다.그랬다. 기뻤다.두 사람은 결혼전에 만나보고 결혼을 한거였지만 만남이 아주 적었다. 두 사람은 만나서 밥만 몇 번 먹은 게 다였다.그녀는 그와 매번 짧은 만남을 가졌다. 그가 바쁜것을 알고 있었기에 어디가고 싶은 곳은 없는지 물으면 그녀는 매번 괜찮다고만 말했었다.그는 돌려 말하는 스타일도
그는 강요하지도 않고 그녀를 난감하게 하지도 않았으며 그녀의 결정을 존중해줬다.차우미는 나상준에게 첫눈에 반했었지만 첫 만남 이후로 그에게 실망했다. 한 번밖에 만나지 않았었기에 감정도 별로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별로 아쉬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그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그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나상준이 일 때문에 갑자기 자리를 떠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고 한동안 바빠서 연락이 안 되는 것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녀는 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나상준은 그럼 만나보자고 말했고 그 둘은 그렇게 반년을 만났다.반년을 만나는 동안 나상준은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서 그녀를 보러 왔었고 그녀와 함께 밥을 먹었다. 그는 매번 안평으로 직접 그녀를 데리러 왔었고 예의 바르게 그녀 가족들의 선물도 챙겨왔다.그렇게 그녀는 점차 그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됐다.그는 입에 발린 말을 할 줄 몰랐고 예쁘게 말하는 것도 몰랐으며 자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다른 남자에게는 없는 것들이 있었다.진지하고 예의 바르며 남을 존중할 줄 아는 훌륭한 가정교육과 인품을 갖추고 있었다.그는 한번 정한 것은 자신의 방식대로 앞으로 밀고 나아갔다.다른 사람들의 방식대로 하지 않았다. 그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았고 속에 숫자가 있었으며 침착하고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는 모습으로 그녀를 안심시켰다.나상준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느끼지 못한 차우미는 그가 자신과 결혼하자고 할 줄 몰랐다. 하지만 그의 말에 그녀는 속으로 기뻐하며 승낙했다.차우미는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 것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건 기적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게 된 차우미는 매우 기뻐했다.그녀는 바라는 게 많지 않았다. 나상준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그녀는 그저 나상준과 결혼 전처럼 평범하게 지내면서 서로 존중하며 한평생을 보내도 좋을 것 같았다.그녀는 매우 만족했다.하지만 결혼 한 뒤에도 나
차우미의 머릿속에 만약 그때 그런 소문이 없었다면, 만약 그때 자신이 물어봤다면 지금 이혼을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다.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금세 사라졌다.차우미의 눈빛이 유감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그들은 여전히 이혼을 했을 거다.나상준이 주혜민과 관계가 없다고 해도 차우미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3년 동안 그녀를 건드리지 않았기에 그녀는 나씨 가문 아이를 낳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없는 결혼생활은 오래갈 수 없다.주혜민이 아니었다고 해고 나상준의 어머니와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그들처럼 유명무실한 부부들은 언젠가 이혼을 하기 마련이다.머릿속에 떠올랐던 수만 가지의 생각들이 그녀의 웃음 속에서 사라졌다.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이혼을 했다고 하더라고 차우미는 그가 행복하기를 바랐다.차우미는 약 봉투를 내려놓고 뜨거운 물과 약을 준비해 놓은 뒤 핸드폰과 가방을 들고 떠났다.만약 이혼을 하지 않았다면 나상준보다 중요한 일은 없었겠지만 지금은 이혼을 한 상태이기에 선을 넘지 말아야 했다.나상준은 해바라기 샤워기 아래에 서서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그녀는 바로 떠나가지 않고 떠나기 전 몇 가지 일들을 하고 떠났다.딸깍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선명하게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그는 일렁이는 검은 두 눈을 감았다.3년 동안 그녀와 결혼생활을 했던 그는 그녀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꼼꼼하고 예의 바르며 효심이 깊고 조용하고 부드러운 성격이었으며 평범한 걸 좋아했다.세상에 많은 사람이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진정한 평범은 극히 적고 드물다.일생을 평온하게 보내는 사람은 더욱 드물 것이다.그리고 무수한 일들을 겪고 난 뒤에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차우미가 바라는 게 보기에는 큰걸 바라는 거 같지 않지만 사실은 엄청 큰 걸 바라고 있다고 할 수 있다.그녀는 자신만의 표준이 있었고 만약 거기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망설임 없이 떠나갔다. 그녀는 융통성이 없었다. 나상
그녀는 떠나갈 때도 소리 없이 조용히 떠나갔다.그의 마음을 가지고 말이다.마음을 빼앗긴 나상준이 어떻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는가?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김온이 도화선이었다. 모든 사실을 들추어낸 도화선 말이다.습관도 아니고 중요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나상준은 그저 자신의 마음을 모르고 있었을 뿐이었다.그녀와 결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은 그녀가 적합해서였다. 하지만 왜 다른 사람이 아닌 그녀가 적합한지에 대해서 그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여자를 만나보지 못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없었다.차우미를 만난 그는 차우미와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할머니께서 여자애가 한 명 있는데 사람이 아주 좋다고 말씀하셨다. 성격 좋고 조용하며 부드럽고 얌전한 데다 가정교육도 잘 받아서 효심이 깊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식과 교양이 있고 예절이 밝은 집에서 자란 아이라며 한번 만나보라고 하셨지만 강요는 하지 않았다.만약 여자아이가 괜찮다면 쭉 만나보라고 하시면서 결혼까지도 생각해보라고 하셨었다.할머니는 명문 규수인 신씨 가문의 딸이었는데 만약 집안 사정이 어려워지지 않았다면 할아버지와 결혼을 하지 않았을 거다. 그러나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결혼을 한 뒤 자식들과 손주 손녀들을 정성껏 가르쳤다. 지금 나씨 가문이 방대해진 것도 다 할머니 덕이었다.할머니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나상준은 차우미를 만나보기로 결정했다.오랜 시간 사업을 해왔던 나상준은 날카로운 눈썰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첫눈에 차우미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봤다. 그는 한눈에 그녀가 결혼하기에 적합하다고 확신했다.하지만 인생의 중대한 결정을 한 번만 보고 결정할 수는 없었다.나씨 가문 며느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그는 그녀와 한 번의 만남을 가진 뒤로 계속 그녀와의 만남을 이어갔다.그녀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처럼 간단하고 침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확신한 뒤 그녀와 결혼하려 했다.나상준이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