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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작가: 유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5-22 19:00:00
손에 약을 든 나상준이 차에서 내려 호텔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탄 그는 얼마 안 가 바로 방에 도착했다.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방안은 불이 꺼져있었지만 창가를 통해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그는 침대에 누워 잠들어있는 그녀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녀는 깊게 잠들었는지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는 조용히 문을 닫고 발소리를 내지 않고 걸어들어왔다.

방 안에 있던 센서 등이 켜지며 어두운 방안을 비췄다.

그는 약을 가볍게 상위에 놓은 뒤 침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침대 앞에 앉아 큰 창가 침대에서 돌아누워 자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는 긴 머리를 풀어헤친 채 자고 있었다. 검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불빛에 반짝였다. 눈을 감은 채 잠들어있는 그녀의 얼굴은 전처럼 창백하지 않고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특히 볼이 빨개진 게 선명히 보였다. 그녀는 잠을 잘 자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아니면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꾸는 것인지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전에처럼 잘 자지 못했다. 자세히 들으면 그녀의 호흡도 예전과 같지 않고 거칠었다.

특히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이 그녀의 잔머리를 적셨다.

나상준은 땀에 젖어 있는 그녀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두워진 그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패였다. 그는 손을 들어 차우미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

순간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뜨거운 그녀의 열기가 그의 손에 전해졌다. 너무 뜨거웠다.

열이 나는 것 같았다.

그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이불을 걷어내고 차우미를 안았다. 이불을 걷어낸 순간 뜨거운 열기가 그를 감쌌다. 이와 동시에 그녀를 안은 그의 손에도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며 그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그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그녀를 안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불을 걷어내자 주위의 차가운 공기가 차우미를 감쌌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흠칫 떨었다.

나상준은 걸음을 멈추고 품에 안겨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찌푸린 미간이 더욱 깊게 파여있었고 입술을 벌린 채 힘들어하고 있었다.

그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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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 장미꽃은 매우 신선했다. 자세히 보면 꽃잎에 맺힌 영롱하고 투명한 이슬이 보일 정도였다. 그가 그녀에게 꽃을 내밀자 은은한 꽃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기분 좋은 향이었다.여자들은 꽃을 좋아한다. 차우미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그녀는 꽃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결혼 생활 3년 동안 나상준은 그녀에게 꽃을 한 번도 사준 적이 없었고 그녀도 사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꽃과 풀들을 좋아했기에 집에서 꽃과 풀을 심어 가꾸었다.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 것과 자신이 심어서 기르는 게 똑 같은 거라 생각했다.하성우가 흰 장미꽃다발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나상준이 산 거라고 말하자 차우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나상준이 꽃을 샀다고? 그것도 날 주려고?’그녀는 하늘에서 새빨간 색의 비가 내린다는 말보다 나상준이 꽃을 샀다는 말이 더 믿기 어려웠다.차우미는 입술을 달싹이며 코앞까지 바짝 다가온 꽃다발을 보며 멍해졌다.있을 수 없는 사실을 말하는 하성우를 보며 그녀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당황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차우미를 본 하성우는 눈을 깜빡이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형수, 왜 안 받아? 설마 상준이가 꽃을 샀다는 말을 믿지 않는 거야?”말을 마친 그는 갑자기 마음이 아파왔다. 그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형수, 상준이가 보기에는 무뚝뚝하고 낭만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상준이에게도 마음이라는 게 있어. 형수가 이렇게 사람이 좋고, 상준이도 잘 챙겨 주는데 상준이도 자연스럽게 형수를 생각하는 거지. 지금 형수가 아파서 즐거워하지 않으니까 상준이가 이렇게 꽃을 사서 형수 기쁘게 해주려고 하는 거잖아.”“형수, 상준이가 부드럽지도 않고 무뚝뚝할 수 있어. 하지만 상준이가 형수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심이야.”하성우가 격앙된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 차우미는 그가 말한 사랑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다.온몸에 닭살이 돋았다.그녀는 자신이 이 꽃다발을 받지 않으면 하성우가 또 어떤 무서운 말을 꺼낼지 몰랐다.“고마워.”하성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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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441화

    그녀가 상상했던 무게가 아니었다.그녀는 놀란 눈으로 장미꽃을 바라봤다. 새하얀 꽃잎에는 다른 잡색은 없었다. 새벽에 피지 않은 꽃봉오리들이 막 피려 하고 있었다. 이슬을 머금은 금방 딴것 같은 꽃들이 엄청 예뻤다. 은은한 꽃향기와 이슬들이 어우러져서 상쾌하면서도 은은한 기분 좋은 향을 풍기고 있었다.차우미는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장미꽃을 받아봤다. 부드러운 꽃잎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에 병원에서 나는 소독수 냄새가 묻혔다. 방안 가득 찬 장미꽃 향기에 그녀는 장미꽃밭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나상준은 침대 끝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꽃을 보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는 씻지 않은 상태였지만 뽀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묶지 않은 검은 머리카락들이 그녀 등 뒤에 자연스럽게 풀어져 있었다. 금방 일어나서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었지만 그녀의 미모에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다만 묶지 않은 머리카락들이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앞으로 기울며 작은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렸다.그녀가 웃고 있었다. 평소에는 담담했던 눈매가 웃음으로 물들어있었다. 진심으로 웃고 있던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얼굴에 정말 좋아한다고 쓰여 있었다.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품에 있는 꽃을 너무나도 좋아했다.나상준은 마음이 뛰었다. 그녀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그의 눈에 변화가 생겼다.“찰칵.”울려 퍼지는 소리에 차우미는 멈칫하며 고개를 들고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나상준도 자신의 뒤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남자를 바라봤다.하성우는 카메라에 차우미를 담고 있었다. 차우미가 고개를 들자 그가 급하게 입을 열었다.“옳지, 지금 딱 좋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그리고는 이내 핸드폰 카메라에 차우미를 담았다. 꽃을 들고 있던 차우미의 의아한 표정이 고스란히 하성우의 핸드폰에 찍혔다.얼마 안 가 정신을 차린 차우미는 말을 하려다 말고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침대 끝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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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442화

    “지금 분위기도 좋고 하니 내가 한 장 찍어줄게.”하성우는 차우미의 사진을 보며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나상준에게 말하고는 나상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를 끌어 침대 옆에 앉히고는 그의 팔을 차우미의 허리에 올려놨다.차우미는 빳빳이 굳었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하성우의 손에 이끌려온 나상준이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그의 손이 차우미의 허리에 닿자 얇은 잠옷 위로 그의 체온이 느껴졌고 빠르게 그녀의 마음속에 닿았다. 그녀는 나무토막처럼 몸이 빳빳이 굳었다. 마치 어제저녁처럼 말이다.차우미는 하성우가 아닌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나상준을 바라봤다‘이... 그는 지금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찰칵거리는 소리가 차우미의 생각을 멈추게 만들었다.차우미는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녀는 하성우를 바라보며 제지했다.“성우 씨, 그만 찍어...”하성우에게 있어서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이렇게 사진을 찍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마땅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그녀는 찍지 말라고만 말했다.하지만 하성우는 그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며 핸드폰을 들고 계속 사진을 찍어댔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뭐야, 성우 씨 내 말 듣지 못한 건가?’마음이 급해 난 차우미는 하성우와 나상준을 번갈아 쳐다봤다.나상준은 그녀의 옆에 앉아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피하지도 않았고 기분 나빠하지도 않았으며 말리지도 않았다. 그는 마치 하성우에게 찍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 했다.‘우리가 지금 어떤 상황이고 무슨 관계인지 모르는 건가?’“형수, 미간 찌푸리지 말고 웃어요, 웃어. 조금 전에 환하게 웃을 때 아주 예뻤단 말이야.”카메라에 담긴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나상준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하성우가 말을 꺼낸 거였다. 마치 전문적인 사진사가 손님들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그의 말을 들은 차우미의 이마의 주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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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각, 차우미는 이해할 수 없었다.나상준은 그녀의 맑은 두 눈에 어린 의문과 거절 그리고 배척을 보며 그녀를 더욱 꼭 껴안고 말했다.“몇 장 더 찍어.”그의 낮은 목소리에는 따뜻함이 묻어났다.그는 더 이상 차우미가 알던 나상준이 아니었다. 완전히 모르는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시각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달싹였다. 그녀의 눈빛이 혼란스러움에 흔들렸다.나상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우리 일은 나중에 얘기하자.”그의 목소리는 아까보다 더 낮았고 그녀를 달래는 것처럼 들렸다.차우미는 가슴이 뛰었다. 아까보다 더 낮아진 나상준의 목소리 때문이 아니라 그의 말 때문이었다.‘나중에 말하자고? 이렇게 행동한 게 무슨 다른 이유가 있는 건가?’차우미는 눈앞에 있는 남자를 자세히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더 없이 이성적이었다.그가 이렇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고 그녀의 협조가 필요했다.그리고 이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그렇지 않다면 그는 이렇게 말하지도 이렇게 행동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차우미는 점차 마음이 안정되었다.하지만...차우미는 하성우를 바라봤다. 하성우는 서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그녀가 그를 보는 순간 그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아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뀌어있었다.그는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도저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을 맞춰주고 싶지 않았다. 이건 그녀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그의 말과 태도, 그리고 하성우의 모습을 본 그녀는 주저했다.나상준도 재촉하지 않았고 하성우도 가만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몇 장만 더 찍자. 내가 몸이 별로 안 좋아서.”하성우는 차우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녀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녀의 표정에 다 드러나 있었다.그녀는 지금 찍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나상준의 방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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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444화

    마성 같은 그의 목소리는 깊숙한 곳에서부터 나오는 것 같았다. 그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긴장했다.차우미는 즉시 고개를 들었다.그윽한 그의 눈빛에 차우미는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마치 누군가 손을 뻗어 그녀를 그의 눈 속에 집어넣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가슴이 떨려왔다. 이 순간, 그녀는 그의 눈을 피하고 싶었지만 움직여지지 않았다.“찰칵찰칵찰칵.”연속 사진을 찍는 소리에 차우미는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그녀는 재빨리 그의 눈길을 피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사진을 찍고 있는 하성우를 바라보며 지금의 상황을 의식했다.“됐... 됐지? 나 쉬어야겠어.”그녀는 나상준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몸을 움직였다.하성우는 그런 차우미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사실 차우미를 달래는 건 진짜 쉬웠다.부드럽게 말만 하면 됐었다.“응, 됐어. 형수 그럼 상준이와 함께 쉬고 있어. 난 일 있어서 먼저 가볼게. 너희들 푹 쉬어.”말을 마친 하성우는 재빨리 병실을 빠져나갔다.분위기가 달아오른 것을 보고 자리를 비켜준 거였다.이내 병실 문이 닫기고 찰칵 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문도 닫기고 하성우도 떠나갔다. 요란한 소음도 함께 사라졌기에 병실은 고요했다. 하지만 차우미는 여전히 안심할 수가 없었다.사람을 긴장시키는 분위기가 병실에 맴돌았다.나상준이 풍기고 있는 분위기라는 걸 차우미는 느낄 수 있었다. 주위의 모든 것이 고요하게 느껴졌다.그는 아직도 여기에 있었다.“상준 씨도 가서 일 봐. 나 혼자 있을 수 있어. 걱정하지마.”그녀가 감기에 걸린 게 그와도 상관이 있었다. 어젯밤에 그가 축축한 옷을 입고 그녀를 안았었기에 그의 몸에 있던 한기가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간 거였다. 그리고 그녀가 욕실에 들어가서도 한참 차가운 유리에 기대어 서 있었기에 한기가 그녀의 몸에 들어간 탓도 있었다.그녀가 감기에 걸린 것은 의외가 아니었다.그가 어떻게 자신을 병원에 데려오게 된 건지 알 수도 없었고 이미 다 지나간 일이었기에 그녀는 더 이상 따지지 않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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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 봄날   제955화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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