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32화

눈앞에서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 장면들이 차우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생각나며 그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끊임없이 알려줬다.

그러나 이때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주혜민이 아니라는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말은 순식간에 떨어진 돌처럼 차우미의 마음속에 높게 쌓여있던 장벽을 허물었다. 그녀가 3년 동안 굳게 믿고 있었던 인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확실한 줄로만 알았던 사실이 그의 가벼운 말 한마디에 뒤집혔고 그녀도 반박하지 못했다.

큰 타격을 받은 차우미는 자신이 아직도 그의 품에 안겨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로 너무 혼란스러워했다. 그는 차우미를 꼭 앉은 채 손을 풀지 않았다.

나상준은 당황스러워 어쩔줄 몰라하는 차우미의 눈을 바라봤다. 그녀는 깜짝 놀라 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마치 그녀가 줄곧 옳다고 생각했던 일이 갑자기 옳은 일이 아닌 게 되어버린 듯했다. 검은색이 검은색이 아니라 흰색이 된 것처럼 말이다.

지금, 이 순간 차우미는 정말 믿기 힘들었다.

그는 말없이 그녀를 꼭 껴안고 바라봤다. 젖어 있던 그의 옷의 물기가 그녀의 옷을 적셨고 그와 그녀는 서로의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호흡과 심장 소리가 들려왔고 그녀 몸의 부드러움도 함께 전해져왔다. 얌전히 있는 그녀를 보며 그는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만졌다. 시간은 소리 없이 서서히 흘러갔다.

도시의 차들도 서서히 적어졌고 늦은 밤이 되니 도로에는 차들이 간혹 보일 뿐이었다.

고요한 밤이 되니 한집 두집 불이 꺼져갔고 도시의 불빛만이 고요한 밤과 방안의 두 사람을 비추고 있었다.

이 시각 모든 것이 조용하고 평온했다.

그녀는 반응이 느린 사람이었고 천천히 뜨거워지는 사람이었다. 모든 게 다 느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똑똑히 알았다.

그녀는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급해 하지도 혼란스러워하지도 않고 침착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오늘 나상준이 한 말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