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녀는 나상준을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진짜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조금씩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차우미는 그제야 추운 것이 느껴졌다. 차우미는 몸을 흠칫 떨며 눈을 뜨고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옷과 바지가 모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녀가 선반형 샤워기의 뜨거운 물을 떠나 차가운 유리에 기대어 있었기에 한기가 그녀의 몸을 감쌌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렇게 있다간 감기에 걸릴 것만 같았다.코끝이 쨍해 난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연신 기침을 해댔다.“에취! 에취! 에취!”연속 세 번 기침해댄 차우미는 머리가 아파왔다.그녀는 코를 가리고 미간을 찌푸리며 기침의 여운을 완화했다.얼마 안 가 그녀는 선반형 샤워기로 돌아가 옷을 벗고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그녀는 감기에 걸릴까 봐 무서워 재빨리 샤워를 마치고 감기약을 먹으려 했다.예전에 나상준이 감기에 걸렸을 때 그를 걱정하며 사놓은 약이 있었다. 그녀는 잠시 뒤에 나가서 먹으려 했다.차우미는 재빨리 움직였다.이 시각, 방안.나상준은 떠나가지 않고 허리에 손을 얹은 채 불빛 아래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이 시각 그의 주위의 공기는 무거웠다.이때 차우미의 기침 소리가 밖의 고요함을 깨트렸다.그는 눈을 떴다. 눈에는 무서운 어둠으로 가득했다. 마치 어두운 심연처럼 어떤 위험을 감추고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그러나 그 어두움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의 눈앞에는 그녀가 기침할 때의 창백해진 얼굴이 떠올랐다. 그는 고개를 돌려 밖을 바라보다가 상위에 놓여 있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그는 문 앞으로 걸어가서 문을 열었다. 찬 바람이 엄습해왔다. 옷들이 모두 젖어 있었기에 더욱 추웠다.그는 걸어 나가서 문을 닫았다.차우미는 샤워를 마치고 샤워 가운을 입고 욕실에서 나왔다.방은 조용했고 나상준의 그림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술을 깬 그가 자신의 행동을 깨닫고 떠난 거라 생각했다.차우미는 완전히 마음이 놓였다. 그녀는 드레스룸으로 걸어가 잠옷으로 갈
손에 약을 든 나상준이 차에서 내려 호텔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탄 그는 얼마 안 가 바로 방에 도착했다.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렸다. 방안은 불이 꺼져있었지만 창가를 통해서 들어오는 가로등 불빛에 그는 침대에 누워 잠들어있는 그녀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그녀는 깊게 잠들었는지 문이 열리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그는 조용히 문을 닫고 발소리를 내지 않고 걸어들어왔다.방 안에 있던 센서 등이 켜지며 어두운 방안을 비췄다.그는 약을 가볍게 상위에 놓은 뒤 침대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침대 앞에 앉아 큰 창가 침대에서 돌아누워 자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그녀는 긴 머리를 풀어헤친 채 자고 있었다. 검고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불빛에 반짝였다. 눈을 감은 채 잠들어있는 그녀의 얼굴은 전처럼 창백하지 않고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특히 볼이 빨개진 게 선명히 보였다. 그녀는 잠을 잘 자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아니면 무슨 안 좋은 꿈이라도 꾸는 것인지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전에처럼 잘 자지 못했다. 자세히 들으면 그녀의 호흡도 예전과 같지 않고 거칠었다. 특히 그녀의 이마에 맺힌 땀이 그녀의 잔머리를 적셨다.나상준은 땀에 젖어 있는 그녀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어두워진 그의 미간이 더욱 깊게 패였다. 그는 손을 들어 차우미의 이마에 가져다 댔다.순간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뜨거운 그녀의 열기가 그의 손에 전해졌다. 너무 뜨거웠다.열이 나는 것 같았다.그는 어두워진 눈빛으로 이불을 걷어내고 차우미를 안았다. 이불을 걷어낸 순간 뜨거운 열기가 그를 감쌌다. 이와 동시에 그녀를 안은 그의 손에도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며 그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그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그녀를 안고 성큼성큼 걸어갔다.이불을 걷어내자 주위의 차가운 공기가 차우미를 감쌌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흠칫 떨었다.나상준은 걸음을 멈추고 품에 안겨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찌푸린 미간이 더욱 깊게 파여있었고 입술을 벌린 채 힘들어하고 있었다.그는 그
그는 그녀를 더 이상 구속하고 싶지 않았다.눈에는 무거운 어둠이 일렁였다. 마음속에 있던 긴장이 풀리며 깊은 어둠 속에 감춰 두었던 늑대가 마침내 튀어나와 자신의 사냥 감에게로 향했다.그는 센 힘으로 그녀를 밀어냈고 그녀는 그의 품에서 멀어졌다.하지만 그가 그녀를 밀어내는 그 순간 열기에서 멀어진 그녀는 빠르게 반응했다. 그녀는 그의 품에 기댄 채 손으로 그의 셔츠를 꼭 잡고 끊임없이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차우미는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단 한 번도 없었다.온이쌤에게도 이런 적이 없었다.조금 열려있던 그의 마음이 그녀가 주동적으로 다가가자 점점 크게 열리며 안에 가둬놨던 어둠이 밀려 나왔다. 오랜 시간 동안 묻혀있었던 어둠이 맹수처럼 튀어나와 그의 몸을 휘젓고 다녔다.그는 손가락을 벌린 채 그녀의 몸에서 손을 뗐다. 그녀의 허리를 잡지도 않았고 그녀에게서 떨어지며 멀어지려 했다.그가 멀어지려 하면 할수록 그녀는 그에게로 점점 다가갔고 그가 그녀를 놓으려 하자 그녀가 그를 꼭 잡았다.그가 강압적으로 그녀를 구속하지 않자 그녀는 주동적으로 그에게로 다가갔다.지금, 이 순간 나상준은 완전히 그녀에게서 손을 뗀 채 앞을 바라봤다. 어두운 밤, 그의 마음속에 있던 맹수들이 날뛰었다.‘나상준 미쳤네.’그는 미친 것 같았다.한 시가 넘은 회성 밤거리는 차들이 얼마 없었다. 신호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순조롭게 달렸다. 십여 분 뒤에 차는 병원 앞에 멈춰 섰다.짧은 십여 분의 시간이었지만 나상준에게는 한 세기만큼 길게 느껴졌다.미리 의사에게 연락해 놓은 터라 의사는 간호사와 함께 병원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차가 도착하는 것을 보고는 구급 침대를 밀고 왔다.나상준은 품에 안겨있는 여자를 보았다. 그녀는 그의 품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그녀의 호흡이 그의 가슴에 닿자 뜨거운 열기가 그의 가슴을 끊임없이 태웠다.그는 고개를 들고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차에서 내렸다.이 순간 그의 눈에 있던 무서운 어둠은 사라지고 없었다. 마음속에 있던 마가 사
차우미는 가끔 작은 병에 걸렸을 뿐 건강에는 큰 문제는 없었기에 의사는 약을 먹으면 나아질 거라고 말하며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하지만 이번에 걸린 감기는 전에 걸렸던 것과는 다른 것 같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차우미는 이번에 걸린 감기가 전보다 엄중하게 느껴졌고 열도 다른 때에 비해서 많이 나는 것 같았다. 다음날 눈을 뜬 그녀는 몸에서 물이 다 빠져나간 것처럼 몸에 힘이 풀렸다.눈을 뜬 그녀의 눈에는 커튼에 가려져 비스듬히 비쳐 들어오는 태양 빛이 보였다. 한눈에 날이 밝았음을 알 수 있었다.그렇다. 길고 길었던 밤이 드디어 지나가고 새로운 아침이 밝았다.차우미는 깨어났지만 여전히 머리가 혼란스럽고 의식이 뚜렷하지 않았다.눈을 뜬 그녀의 눈에 낯선 병실이 눈에 들어왔고 코를 찌르는 소독수 냄새도 함께 풍겨왔다.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렸다. 기억들이 서서히 돌아오기 시작했다.기억이 돌아오고 있을 때 무거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회의를 오후로 안배해.”목소리를 들은 차우미는 굳은 채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높은 창가 옆에 서서 통화를 하고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나상준은 큰 키에 비율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특히 곧고 긴 다리가 눈에 확 띄었다.차우미의 누워있는 각도에서 보았을 때 그의 긴 다리는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비스듬히 젖혀진 커튼 사이로 밖의 빛이 비쳐 들어왔고 그는 한 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은 채 핸드폰을 쥐고 통화를 하고 있었다. 큰 키와 건장한 체격의 그는 마치 만화 속의 남자주인공처럼 멋있었다.그녀는 그에게 한눈에 반했다. 그는 외모뿐만 아니라 내면도 우수했다. 그는 침착하고 내성적이며 잘난체하지 않고 영원히 이성적이었다. 그가 해결 못 하는 일은 없었고 하늘이 무너진다고 해도 그는 그녀 앞에 서서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그녀에게 안정감과 믿음을 줬다.이런 사람은 아마 세상에 둘도 없을 것이다.아파서인지 반응도 느렸다. 마음속에 있던 경계심도 누그러들었다. 차우미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다시
차우미는 걸어들어오는 하성우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이때 통화를 하고 있던 나상준도 하성우의 말소리에 몸을 돌려 차우미를 바라봤다.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한 표정으로 걸어들어오는 남자를 보고 있었다.금방 깨어난 그녀가 갑자기 걸어들어오는 하성우를 보고 놀란 게 틀림없었다.나상준이 입을 열었다.“그럼 이렇게 하는 거로 하지.”그는 전화를 끊고 걸어왔다.그가 걸어오는 것도 모른 채 차우미의 시선은 온통 하성우에게 쏠려있었다.‘성우 씨가 왜 왔지? 상준 씨가 성우 씨에게 내가 아프다고 말했나?’한참 생각하던 그녀는 서서히 알 것 같았다.그렇다. 지금은 출근 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다. 그녀가 아파서 병원에 있기 때문에 하 교수가 걱정하지 않게 나상준이 하성우에게 말했던 것이다.하성우는 그녀를 보러 이곳에 온 거였다.나상준과의 관계로 보나 하 교수와의 관계로 보나 하성우는 올 수밖에 없었다.차우미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미안. 내가 감기에 걸려서 출근을 못 했어.”그녀는 회성에 온 뒤로 발목을 삐지 않으면 친구가 아팠고 주혜민과의 갈등이 해결되니 이젠 감기에 걸렸다.그녀는 회성에 오지 말았어야 했던 것 같다. 회성에 온 뒤로 되는 일이 없었다.흰 장미꽃다발을 안고 보온병을 들고 들어온 하성우는 차우미의 말을 듣고 순식간에 미간을 찌푸렸다.“에이, 형수 그런 말 하지 마. 네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눈을 깜빡거리던 하성우는 큰 창문 아래 앉아있는 나상준을 보고 관심하며 물었다.“상준아,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어제저녁 밥 먹을 때까지만 해도 형수 아프지 않았잖아. 왜 갑자기 감기에 걸려서 병원까지 오게 된 거야?”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몰랐던 하성우는 전에 차우미가 발을 다쳤을 때처럼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나상준에게 물었다.그러나 그의 말투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특히 그의 눈빛은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는 눈빛이었다.마치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인지 다 알고 있으면서 나상준의 입에
흰 장미꽃은 매우 신선했다. 자세히 보면 꽃잎에 맺힌 영롱하고 투명한 이슬이 보일 정도였다. 그가 그녀에게 꽃을 내밀자 은은한 꽃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기분 좋은 향이었다.여자들은 꽃을 좋아한다. 차우미도 마찬가지였다.하지만 그녀는 꽃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결혼 생활 3년 동안 나상준은 그녀에게 꽃을 한 번도 사준 적이 없었고 그녀도 사달라고 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꽃과 풀들을 좋아했기에 집에서 꽃과 풀을 심어 가꾸었다. 다른 사람에게서 받는 것과 자신이 심어서 기르는 게 똑 같은 거라 생각했다.하성우가 흰 장미꽃다발을 그녀에게 건네주며 나상준이 산 거라고 말하자 차우미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나상준이 꽃을 샀다고? 그것도 날 주려고?’그녀는 하늘에서 새빨간 색의 비가 내린다는 말보다 나상준이 꽃을 샀다는 말이 더 믿기 어려웠다.차우미는 입술을 달싹이며 코앞까지 바짝 다가온 꽃다발을 보며 멍해졌다.있을 수 없는 사실을 말하는 하성우를 보며 그녀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당황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차우미를 본 하성우는 눈을 깜빡이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형수, 왜 안 받아? 설마 상준이가 꽃을 샀다는 말을 믿지 않는 거야?”말을 마친 그는 갑자기 마음이 아파왔다. 그는 급하게 입을 열었다.“형수, 상준이가 보기에는 무뚝뚝하고 낭만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상준이에게도 마음이라는 게 있어. 형수가 이렇게 사람이 좋고, 상준이도 잘 챙겨 주는데 상준이도 자연스럽게 형수를 생각하는 거지. 지금 형수가 아파서 즐거워하지 않으니까 상준이가 이렇게 꽃을 사서 형수 기쁘게 해주려고 하는 거잖아.”“형수, 상준이가 부드럽지도 않고 무뚝뚝할 수 있어. 하지만 상준이가 형수 사랑하는 마음만은 진심이야.”하성우가 격앙된 목소리로 진지하게 말했다. 차우미는 그가 말한 사랑이라는 단어에 반응했다.온몸에 닭살이 돋았다.그녀는 자신이 이 꽃다발을 받지 않으면 하성우가 또 어떤 무서운 말을 꺼낼지 몰랐다.“고마워.”하성우에
그녀가 상상했던 무게가 아니었다.그녀는 놀란 눈으로 장미꽃을 바라봤다. 새하얀 꽃잎에는 다른 잡색은 없었다. 새벽에 피지 않은 꽃봉오리들이 막 피려 하고 있었다. 이슬을 머금은 금방 딴것 같은 꽃들이 엄청 예뻤다. 은은한 꽃향기와 이슬들이 어우러져서 상쾌하면서도 은은한 기분 좋은 향을 풍기고 있었다.차우미는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장미꽃을 받아봤다. 부드러운 꽃잎에서 풍기는 은은한 향에 병원에서 나는 소독수 냄새가 묻혔다. 방안 가득 찬 장미꽃 향기에 그녀는 장미꽃밭에 있는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나상준은 침대 끝에 서서 고개를 숙이고 꽃을 보고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그녀는 씻지 않은 상태였지만 뽀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묶지 않은 검은 머리카락들이 그녀 등 뒤에 자연스럽게 풀어져 있었다. 금방 일어나서 머리카락이 흐트러져 있었지만 그녀의 미모에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다만 묶지 않은 머리카락들이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앞으로 기울며 작은 그녀의 얼굴을 반쯤 가렸다.그녀가 웃고 있었다. 평소에는 담담했던 눈매가 웃음으로 물들어있었다. 진심으로 웃고 있던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얼굴에 정말 좋아한다고 쓰여 있었다.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품에 있는 꽃을 너무나도 좋아했다.나상준은 마음이 뛰었다. 그녀가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던 그의 눈에 변화가 생겼다.“찰칵.”울려 퍼지는 소리에 차우미는 멈칫하며 고개를 들고 소리가 난 곳을 바라봤다.나상준도 자신의 뒤에서 사진을 찍고 있던 남자를 바라봤다.하성우는 카메라에 차우미를 담고 있었다. 차우미가 고개를 들자 그가 급하게 입을 열었다.“옳지, 지금 딱 좋아.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그리고는 이내 핸드폰 카메라에 차우미를 담았다. 꽃을 들고 있던 차우미의 의아한 표정이 고스란히 하성우의 핸드폰에 찍혔다.얼마 안 가 정신을 차린 차우미는 말을 하려다 말고 무언가 생각이 난 듯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은 침대 끝에 서서
“지금 분위기도 좋고 하니 내가 한 장 찍어줄게.”하성우는 차우미의 사진을 보며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나상준에게 말하고는 나상준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를 끌어 침대 옆에 앉히고는 그의 팔을 차우미의 허리에 올려놨다.차우미는 빳빳이 굳었다.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하성우의 손에 이끌려온 나상준이 그녀의 허리를 껴안았다.그의 손이 차우미의 허리에 닿자 얇은 잠옷 위로 그의 체온이 느껴졌고 빠르게 그녀의 마음속에 닿았다. 그녀는 나무토막처럼 몸이 빳빳이 굳었다. 마치 어제저녁처럼 말이다.차우미는 하성우가 아닌 자신의 옆에 앉아있는 나상준을 바라봤다‘이... 그는 지금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찰칵거리는 소리가 차우미의 생각을 멈추게 만들었다.차우미는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녀는 하성우를 바라보며 제지했다.“성우 씨, 그만 찍어...”하성우에게 있어서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함께 사진을 찍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그들에게 있어서는 이렇게 사진을 찍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 아니었다.마땅한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그녀는 찍지 말라고만 말했다.하지만 하성우는 그녀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며 핸드폰을 들고 계속 사진을 찍어댔다.차우미는 깜짝 놀랐다.‘뭐야, 성우 씨 내 말 듣지 못한 건가?’마음이 급해 난 차우미는 하성우와 나상준을 번갈아 쳐다봤다.나상준은 그녀의 옆에 앉아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었다. 카메라를 피하지도 않았고 기분 나빠하지도 않았으며 말리지도 않았다. 그는 마치 하성우에게 찍으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 했다.‘우리가 지금 어떤 상황이고 무슨 관계인지 모르는 건가?’“형수, 미간 찌푸리지 말고 웃어요, 웃어. 조금 전에 환하게 웃을 때 아주 예뻤단 말이야.”카메라에 담긴 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나상준을 보고 있었다. 그래서 하성우가 말을 꺼낸 거였다. 마치 전문적인 사진사가 손님들에게 요구하는 것처럼 말이다.그의 말을 들은 차우미의 이마의 주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