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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111 - 챕터 120

956 챕터

제111화

확대된 얼굴이 눈에 들어왔고, 또렷한 이목구비가 시선을 끌었다.그는 바로 그녀 곁에서, 아주 가까이 다가갔다. 조금만 더 다가가면 그의 얼굴에 키스할 수 있을 것 같았다.정적이면서도 암울한 눈빛으로 한참 멍해 있던 차우미가 천천히 시선을 옮겼다. 자신이 그의 어깨에 기대어 잤다는 사실을 깨닫고 황급히 사과했다. "미안해."말을 마친 그녀는 차 문쪽으로 가서 그와 거리를 두고 창 밖의 경치를 보았다.모퉁이만 돌면 아파트 단지였다.그녀는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스크린이 켜지고 확인하지 못한 메시지들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도착했어?]벌써 11시 42분이었다, 12시가 다 되도록 그녀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걱정이 된 것 같았다. 그녀는 아주 빠르게 문자에 답장했다.[아파트 아래층이야.]평소라면 차우미가 그에게 문자를 하겠다고 한 뒤, 온이샘은 먼저 그녀에게 문자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고, 여태 집에 돌아오지 않은 그녀가 걱정되어 먼저 문자를 한 것이다.온이샘도 그녀가 보내온 문자를 확인하고 안도했다."다행이네, 일찍 쉬어. 내일 봐."차우미가 온이샘에게 답장을 할 때 즈음, 차는 아파트 단지에 들어섰다. 온이샘이 보내온 문자를 확인한 차우미는 알겠다고 답장을 한 뒤 핸드폰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차가 평온하게 멈추고 차우미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말했다. "내일 티켓을 예약하면 나한테 알려줘."부드럽고 은은한 향기가 흩어졌고 나상준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차우미는 어두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점점 심연처럼 어두워지는 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었던 그녀는 차 문을 열고 내렸다.플래시 등이 전방을 환히 비춘 덕분에 그녀는 가방을 고쳐 매고 어두컴컴한 복도까지 무사히 걸었다. 이내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나상준이 입을 열었다. "출발해.""예."운전기사가 핸들을 돌렸고 차는 커브를 돌아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왔다.나상준은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차우미의 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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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그래, 재밌게 놀아."하 교수도 차우미에게 회성에 가서 잘 놀라고 했다. 나상준은 차우미를 데리고 회성으로 향했다.젊은 사람들끼리 여유롭게 즐기면서 노는 것도 일종의 재미였다.전화를 끊은 차우미는 곧 채소가게에 가서 채소를 사서 찌개를 끓였다. 점심에 직접 요리를 해 온이샘에게 가져갈 생각이다. 그간 너무 많은 고생을 한 온이샘의 기력을 보충해줄 계획이다.아침을 먹을 때 차우미는 부모님에게 오늘 회성에 가는 일을 말하였다. 차동수와 하선주는 놀라지 않았다, 회성에 간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틀이 앞당겨 졌을 뿐, 변하는 것은 없었다.하선주는 차우미의 손이 걱정되어 그녀를 도와 짐을 싸주었다. 그리고 차우미가 채소를 사서 들어올 때쯤, 하선주도 그녀의 캐리어를 정리했다."회성 연해는 일교차가 심해, 외투 두벌 넣었으니까 추우면 입어. 네가 좋아하는 음식도 캐리어에 넣었어." 하선주는 그녀의 캐리어를 거실로 옮겼다."엄마, 고마워."차우미가 채소를 사서 들어오자, 하선주는 궁금하다는 듯 재료를 살펴봤다. 안에는 고기와 채소가 많이 있었다.하선주가 얼른 물건을 받아들며 말했다. "엄마가 도울게.""음."차우미는 하선주와 함께 부엌으로 들어갔다.차우미는 온이샘을 위한 요리를 한다고 하선주에게 알렸다. 부모님은 극도로 찬성했다.다만 차우미가 손에 물을 묻히는 일은 하지 못하게 했다.그래서 하선주가 그녀가 사온 채소를 들고 싱크대로 향했다."엄마가 씻을 테니까, 넌 칼질만 해. 어때?"하지만 온이샘을 위한 요리였고 자기가 직접 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한 차우미가 말했다."아니야, 여기 장갑도 있어.안 도와줘도 돼. 내 걱정하지도 말고." 하선주는 젊었을 때 제약공장에 다녔다. 20여 년을 다녔다. 그 후 1년 동안 갑자기 몸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고 갑자기 뼈가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나이가 들면서 직업병이 생겼고, 젊은 사람보다 회복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게다가 애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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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나상준이 문자를 보냈다. [5시 10분.]짤막하게 용건만 보냈다.곧 5월이었고 저녁 5시라 할지라도 여전히 밝을 것이다. 그녀는 부모님과 저녁을 먹고 공항에 갈 생각이었다. 때마침 그가 저녁에 회성에 도착한다는 문자를 보내왔고 차우미는 오후 세시쯤 공항으로 향했다.차우미는 그에게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녀는 하선주에게 연락해, 요리를 다 했으니 식사하러 오라고 했다.통화를 마친 그녀는 도시락통이 든 쇼핑백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시내로 차를 몰았다.시내까지 갔다가 다시 공항으로 가면 그가 도착하는 시간과 얼추 겹칠 것 같았다. 빠듯하지도,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이었다.온이샘은 학교의 주소를 차우미에게 보냈다. 평성 대학교는 청주 대학교보다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국내 순위 10위권에 드는 명문대였다그녀는 안평 주민은 그녀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한 시간 뒤, 안평 대학교 밖에 주차한 그녀가 온이샘에게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쇼핑백을 들고 입구에 가서 기다렸다.마침 12시였고 수업이 끝난 학생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삼삼오오 떠들면서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차우미는 옆으로 비켜서 온이샘이 나오길 기다렸다."지잉- 지잉"휴대폰이 짧게 진동했고, 문자가 왔다.차우미가 문자를 확인했다."조금만 더 기다려줘."이미 수업은 끝났을 것이다. 아무래도 중간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차우미가 알겠다고 문자를 한 뒤 계속해서 그가 나오길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누군가 다가왔다. "차... 우미?"차우미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학교 입구에는 피부가 가무잡잡한 각진 얼굴의 남자가 있었다. 건장한 체격과 짙은 눈썹, 커다란 눈을 가진 남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차우미가 남자를 뚫어지라 바라볼 때쯤,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진짜 차우미네!"환한 미소를 지은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그녀의 앞에 섰다. 차우미는 상대에게 왠지 모를 익숙한 기분이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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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진장혁은 그녀가 손에 든 쇼핑백을 슬쩍 들여다보더니 물었다. "친구 기다리는 거야?""응, 친구 기다려."진장혁은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상대가 남자인지 여지인지 알 리 없었기에 다른 주제로 전환했다. "나 아직 네 연락처도 없어.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연락처 좀 알려줘. 안 그래도 동창회 하려고 애들한테 연락 돌리고 있었어."'동창회라니?'차우미는 이런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다. 꼭 필요한 모임이 아니면 굳이 참석하지 않았다.만약 그녀의 곁에 여가현이 없었다면 아마 많은 사람이 그녀의 상황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진장혁의 질문에,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기 연락처를 그의 핸드폰에 찍었다.진장혁은 그녀의 연락처를 저장하며 말했다. "카톡도 이 번호지?""응.""친구 추가 요청 보냈어. 이따가 우리 단톡방에 넣어줄게. 여가현도 거기 있어.""요즘 바쁜지 톡방에서 잠잠하더라고, 예전에는 가현이가 제일 말 많았는데."차우미가 입꼬리를 올리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요즘 걔가 많이 바빠, 변호사잖아. 우리가 이해해야지.""그렇지, 친구 추가 요청 보냈어."친구 추가 요청 목록에 진장혁의 프로필이 기재되었다. 하지만 친구 추가 요청 목록에 그만 있는 게 아니었다.살짝 당황하던 그녀는 상대의 프로필을 확인한 뒤 움찔했다.한 명은 진장혁이고, 다른 한 명은 나상준이었다.3년간, 차우미와 나상준은 어떤 전화나 문자를 한 적 없는 사이였다. 오로지 얼굴만 보는 사이였다.따로 연락할 방법도 없었고 연락할 일도 없었다.그런데 지금, 나상준이 먼저 친구 추가 요청을 보내왔다.언제 요청을 보낸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진장혁이 친구를 추가하자고 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다. 그녀의 카톡은 대부분 온이샘과 톡방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이다."왜 그래?못 받았다고?” 차우미가 미동이 없자, 진장혁이 물었다."아니야, 봤어."그녀는 진장혁의 친구 추가 요청을 승낙했다. 그녀는 다시 나상준의 프로필 사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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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우미야."온이샘의 부드러운 소리가 바람처럼 귓속을 파고들었다.차우미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온이샘이 핸드폰을 들고 학교에서 나왔다.온이샘은 미소를 머금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선배."진장혁은 온이샘을 발견하고 놀라서 말했다. "우리 학교에서 새로 온 온 교수님 아니세요?"온이샘은 사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오기 위해 짐을 정리했다. 그러던 중 학생들이 질문을 해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여 그녀에게 늦어진다는 문자를 보냈다.사실 그는 마음이 초조했다.특히 그녀가 알겠다고 답장을 한 것을 확인하고 마음이 더욱 달아올랐다.그러나 그녀가 입구에서 웬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줄 몰랐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질투심이 차올랐다.마치 그가 조금만 주의를 시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부드러운 눈빛을 감출 수 없었다.언제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여자 때문에 전전긍긍 마음을 앓는 것은 그와 거리가 멀었다.진장혁의 말에 온이샘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지만, 진장혁에 대해 알지 못했다.차우미가 두 사람을 소개했다. "선배, 여긴 고등학교 때, 우리 반 반장."진장혁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온 교수님, 저희 동료죠? 전 진장혁이라고 합니다."온이샘은 그제야 진장혁이 안평 대학교의 교수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온이샘이라고 합니다."진장혁도 눈치가 없는 편이 아니었다. "아직 할 일이 있어서 가볼게. 나중에 다시 얘기해."두 사람에게 가볍게 손 인사를 한 진장혁은 홀연히 떠났다.온이샘은 멀어지는 진장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선을 돌렸다. "동창이 내 동료일 줄이야."파고들었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예상치 못했어."맑은 눈웃음을 바라보며 온이샘의 마음도 잔잔해졌다."나한테 주는 거야?" 그녀의 손에 들린 쇼핑백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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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도시락통을 다시 넣은 뒤 온이샘은 시간을 확인했다."오후에 다른 일 없지? 나랑 같이 가야 할 곳 있어."그는 어젯밤 오늘 그녀와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자기의 마음을 그녀에게 말할 때가 된 것 같았다.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그녀를 빼앗길까 봐 두려웠다.차우미가 미안한 듯 말했다. "선배, 나 오후에 회성가야 해.""응?"온이샘이 물었다. "갑자기? 3일 뒤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차우미가 어쩔 수 없다는듯이 말 했다. "갑자기 앞당겨진 거라, 어쩔 수 없어."온이샘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언제쯤 돌아와? 일찍 오는 거야?"차우미가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 않아. 돌아올 때 미리 연락할게."약간 실망한 기색이 있었지만, 그녀가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에 그는 다시 당황했다. "데리러 갈게."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일하느라 바쁠 텐데, 택시 타고 오면 돼."그녀는 그를 거절하는 게 아니었다. 단지 온이샘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돌아올 때, 나도 안 바쁘면 그때는 데리러 갈게. 그래도 되지?"차우미는 그가 진심인 것을 알았다."우미야, 이샘 선배는 널 정말로 좋아해. 그러니까 한 번 만나봐. 안 만나보고 어떻게 알아."순간 여가현이 했던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마음이 살짝 흔들린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그녀는 온이샘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었다. 점점 서로가 친구로만 남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끝까지 갈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두 사람에게 좋은 일이었다."몇 시에 떠나는 거야?" 온이샘은 쇼핑백을 들고 그녀에게 물었다.차우미가 답했다. "5시 10분."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한시간 미리 집으로 가서 준비하고 다시 공항까지 가면 되었다.그녀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학교에 계속 있을 수 없었다."가자, 바래다줄게.""응,고마워."두 사람은 함께 학교를 나섰다. 온이샘은 차우미를 차까지 데려다 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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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긴 곱슬머리에 밝은 이목구비, 정교한 화장, 특히 붉은 입술은 카리스마가 있는여자였다.그녀는 오프시룩을 입고 있었다. 손에는 루이비통 백을 들고 있었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좋은 가문을 타고난 그녀는, 뼛속까지 재벌가의 딸이었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한 눈에 보아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아우라가 넘쳤다.주혜민이었다.차우미는 이런 곳에서 그녀와 마주칠 줄 몰랐다. 나상준이 여기 있는 마당에, 그녀를 마주친 게 의외는 아니었다.시선을 돌려 핸드폰을 바라보았다.그녀가 단톡방에 들어간 이후로 톡방은 매우 폭발적이었다. 문자가 끊이지 않고 왔다. 다행히 진장혁이 그녀를 대신해, 차우미가 바쁘다고 했기에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차우미는 단톡방 안의 문자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바빴다.인제야 단톡방에 들어가 문자를 확인했다. 대부분 그녀의 현황이나 고등학교 시절 추억 얘기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여가현은 말이 없었다. 여가현도 최근 들어 일이 많았다. 사건을 접수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당사자를 찾아가 재판에 참석하고 있었다. 차바퀴처럼 바쁘게 휘몰아쳤다.게다가 두 사람은 연락도 자주 하지 않았다.짧은 통화를 한 뒤에 황급히 끊기 일쑤였다. 그녀가 이렇게 바쁜 것을 보며 차우미는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었다. 그날 밤 부가별과 강서흔에게 그런 말을 한 뒤에, 강서흔이 여가현에게 갔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강서흔과 통화를 하면서 그녀에게 알렸다. 여가현은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안심시켰다. 그 무엇도 돈을 벌어서 가지는 즐거움보다 못했다.여가흔의 말에 차우미도 미소를 지었다. 만약 둘이 기분이 상해 영원히 갈라서는 것보다, 이렇게 끊임없이 부딪치면서 앞으로 나아가길 바랐다.좋아하고 사랑하고 필요하다고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이성적인 판단이 중요했다.여가현은 이게 좋았다.단톡방에서 동창회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차우미는 진장혁이 동창회를 계획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직 단 한 번도 고등학교 동창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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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물론, 그녀는 그를 잊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그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고, 그가 귀국해서 안평시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하던 일을 멈추고 함께 귀국한 것이다. 안평시를 떠난 후 지금까지, 그녀는 2주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다.그러던 중, 이렇게 마주치게 될 줄 몰랐다.서프라이즈였다.그녀는 이런 서프라이즈가 좋았다.주혜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누가 봐도 기분 좋은 게 보였다.운전기사는 캐리어를 내려서 나상준의 옆으로 가져갔다. 나상준은 주혜민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나상준의 눈에는 어떤 미동도 없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들어갔다.주혜민은 움직이지 않고 서서 그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주혜민이 이렇게 다가왔으니, 이젠 그가 다가올 차례다.나상준은 주혜민의 앞까지 다가와 걸음을 멈추었다. "왜 왔어?"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은 그가 어떤 기분인지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주혜민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네가 여기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안 와?""음."주혜민은 눈썹을 찌푸리고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보는 데, 이렇게 대할 거야?"그녀는 순간, 나상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간파했다.나상준은 주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 있으면 주진수한테 연락해."주영그룹과 NS 그룹은 이미 협력 중이었고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자연스레 접촉도 잦았다. 하지만 나상준은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았고 부하에게 맡겼다. 프로젝트는 주진수가 담당했다.주혜민이 이곳에 온 것은 양측의 협력 프로젝트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주진수를 찾아야 했다.그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주혜민은 나상준이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의도적으로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 그녀에게 자기 마음을 상기시켰다.3년 전과 지금 많은 것이 변했다.주혜민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나상준만큼 매정한 사람이 없었다.그는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절대로 번복하지 않는다.하지만 주혜민은 원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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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여가현이다.스크린에 찍힌 이름 석 자를 확인한 차우미가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단톡방에 들어온 것을 보고 전화를 한 모양이다.전화를 받자마자 차우미가 말했다. "가현아.""어떻게 된 거야? 단톡방에 네가 왜 있어? 시끌벅적한 거 싫어하지 않아?”과연 전화를 받자마자, 여가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실 차우미는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설령 단톡방에 들어가더라도,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여가현이 그녀를 단톡방에 초대하지 않은 이유도, 차우미가 시끄럽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차우미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그간 있었던 일을 여가현에게 알렸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여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정말 인연인가 보네. 반장이랑 선배가 같은 학교 동료일 줄이야."차우미는 그녀의 말에 오히려 당황했다. 여가현이 단톡방에 있는 이상, 그녀가 모르는 소식은 없었을 거다.하지만 그녀의 말투로 보아, 정말 모르는 눈치 같았다.차우미가 물었다. "너도 몰랐어?""당연하지!""반장이 단톡방을 만들자마자, 그냥 일상적인 얘기나 하자고 공지를 올렸거든. 서로 사적인 이야기나 시기 질투가 오가는 얘기는 이 단톡방에서만큼은 하지 말자고 그랬거든."여가현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웃음이 터졌다. "그랬어? 나도 확인해봐야겠네."바로 그때, 공항 안내음이 들렸고 여가현이 눈썹을 찌푸렸다. "공항이야?"여가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잠시 오른쪽을 바라보았다.나상준이 왔는지 안 왔는지 살피는 중이다.순간, 나상준과 마주 선 주혜민의 모습이 보였다.공항에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두 사람이 함께 마주 서 있었다. 주혜민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나상준은 여느 때처럼 무표정했다.그러나 둘의 훤칠한 기럭지에 보기 좋았다.선남선녀 커플이 따로 없었다."야? 어디 갔어?"여가현의 목소리가 핸드폰으로 들려왔다.차우미는 그제야 시선을 다시 핸드폰으로 돌렸다. "공항이야.""공항에는 왜 간 거야?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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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온이샘이 하던 말과 달랐다.온이샘은 그녀에게 분명 나상준과 차우미가 함께 간다고 말했다.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곰곰이 떠올려 볼 겨를이 없었다.여가현이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즘, 누군가 전화를 걸어왔고 여가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차우미에게 말했다. "나 전화 들어온다, 이따가 밤에 연락할게."차우미는 갑자기 조용해진 여가현 때문에 살짝 긴장했다. 그러다가 전화를 끊어야 한다는 여가현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가현이 계속해서 추궁하면 다른 거짓말을 해야 했던 그녀는 난감했다."그래, 알겠어.'여가현이 전화를 끊자, 차우미의 긴장된 가슴도 다시 평온해졌다.여가현이 나중에 다시 묻는다면 그녀는 또다시 다른 거짓말로 거짓말을 덮어야 했다.그러던 중, 길고긴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차우미는 넋을 잃고 고개를 들었다.길고 곧게 뻗은 그의 다리가 드러났다. 셔츠 밑단이 정장 바지에 들어가 있었다. 가죽 끈을 묶은 신발과 넓은 어깨, 역삼각형 허리가 뚜렷했다. 소매를 약간 걷은 셔츠 사이로 그의 팔뚝이 드러나 있었다. 셔츠 윗단추 두 개가 약간 풀려 있었고 그 사이로 그의 쇄골이 은은하게 드러나 있었다.섹시한 목젖과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심연 같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차우미는 순간 머리가 멍했다. 살짝 벌어진 입술로 그들이 아까 함께 있던 그곳을 바라보며 물었다. "얘기 다 끝났어?"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주혜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여기서 헤어진 것 같았다.둘 다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해가 되었다.다만...그녀는 자기가 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적어도 그녀가 묻지 말아야 했다. 나상준과 무슨 사이가 되는 양 물었다.그러나 나상준은 일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차우미는 더 이상 나상준과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다. 만약 주혜민이 둘의 대화를 들었다면, 분명 오해했을 거다.차우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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