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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작가: 유리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1-09 19:00:00
"그래, 재밌게 놀아."

하 교수도 차우미에게 회성에 가서 잘 놀라고 했다.

나상준은 차우미를 데리고 회성으로 향했다.

젊은 사람들끼리 여유롭게 즐기면서 노는 것도 일종의 재미였다.

전화를 끊은 차우미는 곧 채소가게에 가서 채소를 사서 찌개를 끓였다. 점심에 직접 요리를 해 온이샘에게 가져갈 생각이다.

그간 너무 많은 고생을 한 온이샘의 기력을 보충해줄 계획이다.

아침을 먹을 때 차우미는 부모님에게 오늘 회성에 가는 일을 말하였다. 차동수와 하선주는 놀라지 않았다, 회성에 간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고 이틀이 앞당겨 졌을 뿐, 변하는 것은 없었다.

하선주는 차우미의 손이 걱정되어 그녀를 도와 짐을 싸주었다.

그리고 차우미가 채소를 사서 들어올 때쯤, 하선주도 그녀의 캐리어를 정리했다.

"회성 연해는 일교차가 심해, 외투 두벌 넣었으니까 추우면 입어. 네가 좋아하는 음식도 캐리어에 넣었어."

하선주는 그녀의 캐리어를 거실로 옮겼다.

"엄마, 고마워."

차우미가 채소를 사서 들어오자, 하선주는 궁금하다는 듯 재료를 살펴봤다. 안에는 고기와 채소가 많이 있었다.

하선주가 얼른 물건을 받아들며 말했다.

"엄마가 도울게."

"음."

차우미는 하선주와 함께 부엌으로 들어갔다.

차우미는 온이샘을 위한 요리를 한다고 하선주에게 알렸다.

부모님은 극도로 찬성했다.

다만 차우미가 손에 물을 묻히는 일은 하지 못하게 했다.

그래서 하선주가 그녀가 사온 채소를 들고 싱크대로 향했다.

"엄마가 씻을 테니까, 넌 칼질만 해. 어때?"

하지만 온이샘을 위한 요리였고 자기가 직접 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고 판단한 차우미가 말했다.

"아니야, 여기 장갑도 있어.

안 도와줘도 돼. 내 걱정하지도 말고."

하선주는 젊었을 때 제약공장에 다녔다. 20여 년을 다녔다.

그 후 1년 동안 갑자기 몸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았고 갑자기 뼈가 튀어나온 것을 발견했다. 나이가 들면서 직업병이 생겼고, 젊은 사람보다 회복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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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상준이 문자를 보냈다. [5시 10분.]짤막하게 용건만 보냈다.곧 5월이었고 저녁 5시라 할지라도 여전히 밝을 것이다. 그녀는 부모님과 저녁을 먹고 공항에 갈 생각이었다. 때마침 그가 저녁에 회성에 도착한다는 문자를 보내왔고 차우미는 오후 세시쯤 공항으로 향했다.차우미는 그에게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다. 그녀는 하선주에게 연락해, 요리를 다 했으니 식사하러 오라고 했다.통화를 마친 그녀는 도시락통이 든 쇼핑백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 시내로 차를 몰았다.시내까지 갔다가 다시 공항으로 가면 그가 도착하는 시간과 얼추 겹칠 것 같았다. 빠듯하지도, 그렇다고 넉넉하지도 않은 적당한 시간이었다.온이샘은 학교의 주소를 차우미에게 보냈다. 평성 대학교는 청주 대학교보다 유명하지는 않았지만, 국내 순위 10위권에 드는 명문대였다그녀는 안평 주민은 그녀는 이곳을 잘 알고 있었다한 시간 뒤, 안평 대학교 밖에 주차한 그녀가 온이샘에게 도착했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쇼핑백을 들고 입구에 가서 기다렸다.마침 12시였고 수업이 끝난 학생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삼삼오오 떠들면서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차우미는 옆으로 비켜서 온이샘이 나오길 기다렸다."지잉- 지잉"휴대폰이 짧게 진동했고, 문자가 왔다.차우미가 문자를 확인했다."조금만 더 기다려줘."이미 수업은 끝났을 것이다. 아무래도 중간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았다.차우미가 알겠다고 문자를 한 뒤 계속해서 그가 나오길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누군가 다가왔다. "차... 우미?"차우미는 인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학교 입구에는 피부가 가무잡잡한 각진 얼굴의 남자가 있었다. 건장한 체격과 짙은 눈썹, 커다란 눈을 가진 남자가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차우미가 남자를 뚫어지라 바라볼 때쯤, 남자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진짜 차우미네!"환한 미소를 지은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그녀의 앞에 섰다. 차우미는 상대에게 왠지 모를 익숙한 기분이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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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1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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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116화

    도시락통을 다시 넣은 뒤 온이샘은 시간을 확인했다."오후에 다른 일 없지? 나랑 같이 가야 할 곳 있어."그는 어젯밤 오늘 그녀와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자기의 마음을 그녀에게 말할 때가 된 것 같았다.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그녀를 빼앗길까 봐 두려웠다.차우미가 미안한 듯 말했다. "선배, 나 오후에 회성가야 해.""응?"온이샘이 물었다. "갑자기? 3일 뒤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차우미가 어쩔 수 없다는듯이 말 했다. "갑자기 앞당겨진 거라, 어쩔 수 없어."온이샘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언제쯤 돌아와? 일찍 오는 거야?"차우미가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 않아. 돌아올 때 미리 연락할게."약간 실망한 기색이 있었지만, 그녀가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에 그는 다시 당황했다. "데리러 갈게."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일하느라 바쁠 텐데, 택시 타고 오면 돼."그녀는 그를 거절하는 게 아니었다. 단지 온이샘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돌아올 때, 나도 안 바쁘면 그때는 데리러 갈게. 그래도 되지?"차우미는 그가 진심인 것을 알았다."우미야, 이샘 선배는 널 정말로 좋아해. 그러니까 한 번 만나봐. 안 만나보고 어떻게 알아."순간 여가현이 했던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마음이 살짝 흔들린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그녀는 온이샘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었다. 점점 서로가 친구로만 남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끝까지 갈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두 사람에게 좋은 일이었다."몇 시에 떠나는 거야?" 온이샘은 쇼핑백을 들고 그녀에게 물었다.차우미가 답했다. "5시 10분."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한시간 미리 집으로 가서 준비하고 다시 공항까지 가면 되었다.그녀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학교에 계속 있을 수 없었다."가자, 바래다줄게.""응,고마워."두 사람은 함께 학교를 나섰다. 온이샘은 차우미를 차까지 데려다 주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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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117화

    긴 곱슬머리에 밝은 이목구비, 정교한 화장, 특히 붉은 입술은 카리스마가 있는여자였다.그녀는 오프시룩을 입고 있었다. 손에는 루이비통 백을 들고 있었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좋은 가문을 타고난 그녀는, 뼛속까지 재벌가의 딸이었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한 눈에 보아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아우라가 넘쳤다.주혜민이었다.차우미는 이런 곳에서 그녀와 마주칠 줄 몰랐다. 나상준이 여기 있는 마당에, 그녀를 마주친 게 의외는 아니었다.시선을 돌려 핸드폰을 바라보았다.그녀가 단톡방에 들어간 이후로 톡방은 매우 폭발적이었다. 문자가 끊이지 않고 왔다. 다행히 진장혁이 그녀를 대신해, 차우미가 바쁘다고 했기에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차우미는 단톡방 안의 문자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바빴다.인제야 단톡방에 들어가 문자를 확인했다. 대부분 그녀의 현황이나 고등학교 시절 추억 얘기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여가현은 말이 없었다. 여가현도 최근 들어 일이 많았다. 사건을 접수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당사자를 찾아가 재판에 참석하고 있었다. 차바퀴처럼 바쁘게 휘몰아쳤다.게다가 두 사람은 연락도 자주 하지 않았다.짧은 통화를 한 뒤에 황급히 끊기 일쑤였다. 그녀가 이렇게 바쁜 것을 보며 차우미는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었다. 그날 밤 부가별과 강서흔에게 그런 말을 한 뒤에, 강서흔이 여가현에게 갔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강서흔과 통화를 하면서 그녀에게 알렸다. 여가현은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안심시켰다. 그 무엇도 돈을 벌어서 가지는 즐거움보다 못했다.여가흔의 말에 차우미도 미소를 지었다. 만약 둘이 기분이 상해 영원히 갈라서는 것보다, 이렇게 끊임없이 부딪치면서 앞으로 나아가길 바랐다.좋아하고 사랑하고 필요하다고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이성적인 판단이 중요했다.여가현은 이게 좋았다.단톡방에서 동창회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차우미는 진장혁이 동창회를 계획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직 단 한 번도 고등학교 동창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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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118화

    물론, 그녀는 그를 잊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그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고, 그가 귀국해서 안평시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하던 일을 멈추고 함께 귀국한 것이다. 안평시를 떠난 후 지금까지, 그녀는 2주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다.그러던 중, 이렇게 마주치게 될 줄 몰랐다.서프라이즈였다.그녀는 이런 서프라이즈가 좋았다.주혜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누가 봐도 기분 좋은 게 보였다.운전기사는 캐리어를 내려서 나상준의 옆으로 가져갔다. 나상준은 주혜민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나상준의 눈에는 어떤 미동도 없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들어갔다.주혜민은 움직이지 않고 서서 그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주혜민이 이렇게 다가왔으니, 이젠 그가 다가올 차례다.나상준은 주혜민의 앞까지 다가와 걸음을 멈추었다. "왜 왔어?"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은 그가 어떤 기분인지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주혜민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네가 여기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안 와?""음."주혜민은 눈썹을 찌푸리고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보는 데, 이렇게 대할 거야?"그녀는 순간, 나상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간파했다.나상준은 주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 있으면 주진수한테 연락해."주영그룹과 NS 그룹은 이미 협력 중이었고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자연스레 접촉도 잦았다. 하지만 나상준은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았고 부하에게 맡겼다. 프로젝트는 주진수가 담당했다.주혜민이 이곳에 온 것은 양측의 협력 프로젝트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주진수를 찾아야 했다.그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주혜민은 나상준이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의도적으로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 그녀에게 자기 마음을 상기시켰다.3년 전과 지금 많은 것이 변했다.주혜민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나상준만큼 매정한 사람이 없었다.그는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절대로 번복하지 않는다.하지만 주혜민은 원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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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119화

    여가현이다.스크린에 찍힌 이름 석 자를 확인한 차우미가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단톡방에 들어온 것을 보고 전화를 한 모양이다.전화를 받자마자 차우미가 말했다. "가현아.""어떻게 된 거야? 단톡방에 네가 왜 있어? 시끌벅적한 거 싫어하지 않아?”과연 전화를 받자마자, 여가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실 차우미는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설령 단톡방에 들어가더라도,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여가현이 그녀를 단톡방에 초대하지 않은 이유도, 차우미가 시끄럽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차우미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그간 있었던 일을 여가현에게 알렸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여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정말 인연인가 보네. 반장이랑 선배가 같은 학교 동료일 줄이야."차우미는 그녀의 말에 오히려 당황했다. 여가현이 단톡방에 있는 이상, 그녀가 모르는 소식은 없었을 거다.하지만 그녀의 말투로 보아, 정말 모르는 눈치 같았다.차우미가 물었다. "너도 몰랐어?""당연하지!""반장이 단톡방을 만들자마자, 그냥 일상적인 얘기나 하자고 공지를 올렸거든. 서로 사적인 이야기나 시기 질투가 오가는 얘기는 이 단톡방에서만큼은 하지 말자고 그랬거든."여가현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웃음이 터졌다. "그랬어? 나도 확인해봐야겠네."바로 그때, 공항 안내음이 들렸고 여가현이 눈썹을 찌푸렸다. "공항이야?"여가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잠시 오른쪽을 바라보았다.나상준이 왔는지 안 왔는지 살피는 중이다.순간, 나상준과 마주 선 주혜민의 모습이 보였다.공항에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두 사람이 함께 마주 서 있었다. 주혜민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나상준은 여느 때처럼 무표정했다.그러나 둘의 훤칠한 기럭지에 보기 좋았다.선남선녀 커플이 따로 없었다."야? 어디 갔어?"여가현의 목소리가 핸드폰으로 들려왔다.차우미는 그제야 시선을 다시 핸드폰으로 돌렸다. "공항이야.""공항에는 왜 간 거야?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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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1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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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챕터

  • 봄날   제896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온이샘이 눈을 뜨고 있었다.그는 자기 품 안에 있는 사람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는데 분명 그녀의 눈에서 걱정과 불안함을 보았고 또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자기의 모습도 명확히 볼 수 있었다.너무 선명하고 유일무이했다.온이샘의 심장은 북을 두드리는 것처럼 진동이 심했다.차우미는 맑은 샘물에 빠진 것 같았는데 샘이 어찌나 맑은지 그 안에 있는 수초, 돌덩이, 작은 물고기들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그녀는 온이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마음속의 깊은 사랑이 모두 보였는데 그 모든 것이 모두 그녀의 심장을 강타했고 그녀를 향해 솟구쳤다.차우미의 심장이 더 빨리 뛰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온이샘의 두 눈을 보지 않으려고 시선을 돌렸다. 온이샘의 두 눈에 그녀가 받을 수 없고 받아서도 안 되는 무언가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시선을 돌리면서 주변의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고 색다른 기운에 의식도 되찾았다. 그때 서야 그녀는 자기가 아직도 온이샘의 품에 있고 온이샘의 팔이 자기의 허리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차우미는 현재 상황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의식적으로 온이샘을 밀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차우미가 움직이려고 할 때 뒤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온이샘?”그 목소리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찼는데 그 외 예상치 못한 충격도 포함되어 있었다.차우미가 돌아서서 뒤에 있는 여자를 봤는데 나이는 자기보다 조금 많아 30대로 보이고 어깨까지오는 생머리에 옅은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는데 소년 같은 외모를 가진 소탈한 성격의 소녀 같았다.순식간에 차우미의 머릿속에 조금 전 온이샘의 이야기 속에 있던 친구 유리라는 이름이 떠올랐다.여인은 차우미가 돌아서는 것을 보고 온이샘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차우미를 바라보더니 마지막에는 그녀의 허리를 감싼 온이샘의 팔에 시선을 멈췄다.그러더니 활짝 미소를 지었다.차우미는 여인이 웃는 모습을 보는 순간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고 서둘러 온이샘을 밀어냈다.그제야 온이샘은

  • 봄날   제895화

    차우미는 이런 인간미가 넘치는 거리는 오랜만이라 너무나도 활기차고 북적이는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안전하게 미끄러운 골목을 벗어나자, 그때에야 손을 거두었다.그때 그녀가 멍해 있는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온이샘은 차우미만 옆에 있으면 웃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는데 너무 평온하고 행복했다그는 너무 행복했고 지금 순간에 만족했다.“어때? 이런 곳은 오랜만이지?”시끌벅적한 분위기에서 온이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귀에 들렸다.“그러게,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여기에는 와 본 적이 없어.”결혼 생활 3년 동안 그녀는 혼자서도 많이 다녔을 뿐만 아니라 가끔은 여가현과 같이 또 가끔은 서혜지와 같이 돌아다녔지만, 이곳에는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다.특히 이렇게 인간미가 넘치고 너무나도 평범한 백성들이 사는 곳은 정말 처음이다.“잘됐네. 네가 와 봤다면 재미없을 거잖아.”온이샘은 차우미가 가보지 못한 곳을 데려가고 싶었다.“아침 식사 가게가 저기 앞에 있으니 얼른 가자.”“알았어.”온이샘은 앞에서 걸으며 길을 안내했고 차우미는 여전히 양산을 쓰고 뒤를 따라갔다.다만 미끄러운 골목길을 나오자, 그녀는 더 이상 고개를 숙여 길에만 주의하지 않고 양쪽의 가게들을 구경하며 온이샘이 말한 아침 식사 가게가 어디일지 생각했다.차우미는 세월의 흔적이 가득 묻어 있는 나무 간판을 봤는데 그 위에는 주가반점이라고 씌여 있었다.차우미가 말했다.“혹시 저기 주가반...”그녀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발이 미끄러지면서 양산도 따라 기울었다.온이샘은 비록 앞에서 걷고 있었지만 줄곧 차우미를 주시하고 있었기에 그녀가 넘어질 무렵 신속하게 손을 뻗어 안아주었다.“조심해!”그는 차우미의 허리를 감싸며 그녀를 품에 끌어안았다.그러자 차우미가 손에 들고 있던 양산도 온이샘 쪽으로 기울렀는데 순간 양산이 바깥쪽으로 넘어가더니 우산 뼈의 끝이 순식간에 온이샘의 이마를 찔렀고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까지 감았다.차우미는

  • 봄날   제894화

    온이샘은 차우미의 표정을 보고 잠시 멈칫하더니 그녀가 이제야 자기가 누군가와 싸웠다는 걸 믿어주는 것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차우미는 자기의 질문이 어디가 잘못돼서 온이샘이 웃는지 생각하며 의아해했다.온이샘은 그녀의 멍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 더 사랑스러웠다.그가 싸웠다는 말에 이토록 진지한 표정을 보일 줄은 생각도 못 했다.온이샘은 그런 차우미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그래. 같은 반 친구를 도와야 해서 싸운 거야.”차우미는 입을 살짝 벌리며 말했다.“선배도 싸울 줄 아네.”차우미의 눈에 온이샘은 아주 세련되고 우아하며 이성을 가지고 말로 사람을 설득하지 절대 싸우는 스타일이 아니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온이샘은 차우미가 놀라는 모습을 즐기며 말했다.“왜, 놀랐어?”차우미가 고개를 저었다.“놀란 건 아니고 조금 의외여서. 나는 선배가 절대 싸움질 하는 사람 같지 않았거든.”온이샘이 웃었다.“그때는 어렸고 지금과는 상황도 다르잖아. 그리고 주변 친구들이 모두 뛰어갔고 게다가 상대가 모두 우리보다 커서 친구를 구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어.”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 상황이었구나.”“그래, 상황이 상황인 것만큼 그런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어.”온이샘의 설명을 듣고 차우미는 그때의 상황이 얼마나 긴급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게다가 그때 당시 모두 나이가 어렸고 청소년이니 많은 걸 생각할 겨를도 없었을 것이다.차우미는 계속해서 고개를 숙이고 길을 살피며 걸어갔다.“그다음은 어떻게 됐어?”온이샘은 차우미가 평정심을 회복하자 눈을 지그시 뜨고 뒤를 따랐는데 여전히 조금 전과 같이 팔을 벌려서 차우미를 보호하며 걸었다.“혈기 왕성했던 우리가 미세한 차이로 이겼어. 비록 모두 부상을 입었지만, 결과적으로 모두 기뻐하며 골목에 앉아 같이 웃었어. 우리가 도와준 친구의 이름이 유리였는데 그녀의 외할아버지가 골목길 맨 끝에서 아침 식사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거든. 유리는 우리를 거기로 데리고 가서 상처를 처리

  • 봄날   제893화

    차우미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양쪽의 건물과 도로 표지판, 그리고 낯설면서도 익숙한 주변을 구경하였고 온이샘은 예전에 이곳에 놀러 왔던 이야기들을 했다.그는 예전에 친구들과 같이 여기에 와서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고 했다.차우미는 차 안에 있을 때처럼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흥미진진하게 온이샘의 이야기를 들었다.그렇게 두 사람은 무후문을 지나 조금 더 걷다가 작은 골목으로 들어갔다.골목거리는 매우 외진 곳이었는데 거의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었고 양쪽에는 엄청나게 오래된 성벽이었는데 도색도 되지 않아 벽 모서리의 가장자리에는 이끼층이 선명하게 보였다.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것 같았는데 낮에는 괜찮아도 밤에 다니기에는 위험할 것 같았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약간 놀라고 의아해하는 모습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여기에는 와 본 적이 없지?”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여기는 사람들이 많이 오는 곳이 아닌 것 같아.”발 아래 길은 청색 돌길이었는데 어젯밤에 내린 비에 돌판들이 아직도 젖어 있었다.골목길은 구불구불하고 좁아서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하기 때문에 계속 습했던 것이다.차우미는 넘어질까 봐 고개를 숙이고 길을 보며 조심조심 걸었다.이런 길에서는 미끄러져 넘어지기 쉽다.온이샘은 차우미가 걷는 모습마저 너무 귀여워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맞아. 여기는 아는 사람이 적어서 많이들 오지 않아. 여기 주변에 사는 사람과 나와 같은 극소수의 아는 사람들만 다니는 곳이야.”온이샘은 말하면서 슬그머니 차우미의 가까이로 가더니 그녀의 뒤에서 손을 벌리고 넘어지려고 할 때 바로 부축할 수 있게 준비했다.사실 온이샘은 어젯밤에 비가 내린 줄도 몰랐고 이 길이 이렇게 습해서 미끄러울 줄은 더더욱 몰랐다.그가 차우미를 여기로 데리고 온 것은 다름 아니라 자기가 걸었던 길을 그녀와 함께 걷고 싶어서였다.하지만 온이샘도 도착해서 이렇게 미끄러운 것을 알았기에 가능한 차우미가 넘어지지 않게 보호하려고 신경을 썼다.차우미는 온이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

  • 봄날   제892화

    시간은 어느새 9시가 되어 태양이 점점 더 뜨거워졌는데 양산이 차우미의 머리 위를 가리는 순간 햇빛과 단절되어 약간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건 양산의 공로라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온이샘의 공로였다.온이샘은 차우미의 아주 가까운 곳에 서 있었는데 여름 바람이 살살 불면서 그의 몸에서 풍기는 치자꽃 향기가 그녀의 코끝을 감쌌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나는 괜찮아.”“그냥 해.”온이샘은 양산 손잡이를 꼭 잡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는데 새하얀 피부에 버들잎 같은 눈썹을 보자마자 시선을 거둘 수 없었다.양산은 태양의 뜨거움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햇빛도 막아서 차우미 눈 밑에 있는 다크서클마저 잘 보였다.온이샘이 마음아파하며 물었다.“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했어?”“왜?”차우미는 온이샘의 난데없는 질문에 의아했다.온이샘은 그녀의 다크서클이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다.“눈 아래에 다크서클이 심해서 잠을 잘 자지 못한 것 같아.”차우미도 아침에 씻고 거울을 볼 때 봤었다.그녀는 밤에 늦게 자고 수면 시간이 짧기만 하면 다음 날에 곧바로 다크서클이 나왔는데 컨디션이 좋으면 그나마 조금은 괜찮았었다.지금 컨디션도 좋고 졸리지도 않아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온이샘의 눈을 속이지 못했다.차우미는 눈을 만지며 말했다.“어젯밤에 늦게 자서 그래. 혜지 씨가 관강동 별장에 예은이 데리러 왔는데 그때가 밤 10시였거든, 그리고 상준 씨와 얘기를 조금 하느라 호텔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12시가 넘은 시간이었어.”차우미는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하나도 속이지 않고 온이샘에게 이야기했다.온이샘은 그녀가 어젯밤에 있었던 일들을 속이지 않고 담담하게 말하는 모습에 가슴이 두근거렸고 그녀의 선명한 눈빛을 바라보며 마음이 따뜻했다.온이샘의 눈에는 온통 차우미로 가득 찼다.“그럼, 아침 먹고 호텔로 데려다 줄 거니까 한잠 자. 점심때 되면 연락할 테니 같이 식사하고 오후에 안평으로 가자.”온이샘은 차우미의 일이 끝나서 이제 나상준과 더 이상 엮일 일이 없으니 마음

  • 봄날   제891화

    “왜 그래? 무슨 일 있어?”조금 전에 호텔 앞에서 봤던 표정인데 그때는 햇빛 때문에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지금은 차 안이어서 무언가를 고민하는 것이 그대로 눈에 보였다.순간 온이샘은 무의식적으로 마음이 조여왔는데 마치 뭔가 안 좋은 일이 발생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그는 자기도 모르게 핸들을 꽉 잡았는데 얼굴에 가득하던 미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차우미는 고개를 저으며 눈웃음을 지었다.“선배, 여기서 일은 다 끝났어?”차우미는 아무것도 생각한 적이 없다는 듯 표정을 회복했다.온이샘은 차우미의 안색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는데 조금 전의 표정이 보이지 않자 억지로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고 말했다.“응, 어젯밤까지 다 처리했어.”온이샘은 정말 일했다는 것을 강조하듯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그의 대답은 차우미가 미리 예상했었는데 그녀는 온이샘이 정말로 일이 있었고 자기를 속이지 않았다고 믿고 싶었다.그때 차우미는 입꼬리를 치켜올리고 앞을 바라보며 웃었다.“선배, 우리 어디 가서 아침 먹는 거야?”온이샘은 차우미의 목소리에서 평소와 다름없는 편안함을 들었다.그는 차우미에게 무슨 일이 있지만 별로 심각한 것 같지 않아 한시름 놓았다.“무후문으로 갈 건데 혹시 들어봤어?”차우미는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거기가 옛날 건물들이 있는 곳이지?”온이샘은 차우미가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무후문은 청주에서 오래된 건물들이 많은 거리에 있는데 이 도시에서 3년 동안 생활한 차우미가 모를 리가 없었다.무후문은 소문이 많이 나서 청주에 여행 오는 사람들 거의 모두 반드시 다녀가는 곳이기도 하다.외부에서 여행으로 잠깐 오는 사람들도 아는 곳을 청주에서 생활했던 차우미가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하지만 온이샘은 자기가 지금 차우미를 데리고 가려는 그곳은 절대 모를 거라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거기는 아주 외진 곳이기 때문이다.온이샘이 흐뭇해하며 웃었다.“거기는 아침 먹기에 조금 불편해. 내가 지금 가려는 곳은 그 옆

  • 봄날   제890화

    온이샘은 차우미 앞에 부드럽게 차를 멈추고 문을 열고 나왔다.자기 앞에 서 있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그는 진정으로 차우미가 자기 손이 닿는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이 실감 났다.온이샘은 빠른 걸음으로 차우미의 앞으로 갔는데 그녀는 그를 보는 순간 잠깐 멍해 있었다.햇빛이 강렬한 관계로 그녀는 눈을 찌푸려서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하지만 온이샘도 차우미의 이런 표정은 처음으로 보았는데 조금은 귀엽고, 또 조금은 매혹적이었다.온이샘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차우미의 귀에 들어갔는데 그제야 눈썹을 흠칫하며 온이샘이 자기 앞에서 부드러움으로 가득 찬 눈으로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차우미는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고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선배, 아침 먹었어? 안 먹었으면 내가 살게.”차우미가 그를 보자마자 첫마디가 그에게 아침 사준다는 말에 그는 고개를 숙이고 웃었다.온이샘이 웃는 것을 본 차우미는 왜 웃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을 본 온이샘은 더 크게 웃었다.그러다가 헛기침하며 웃음을 꾹 참았는데 입꼬리는 여전히 참지 못하고 치켜올라갔다.“우미야, 여기는 청주이니 내가 살게.”그의 진지한 표정에 차우미가 웃었다.“알았어. 안평으로 돌아가면 내가 살게.”“약속한 거야?”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당연하지.”“나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거니까 아침 사주기로 한 거 까먹으면 안 돼.”온이샘은 특별히 차우미가 이번에 아침을 사주기로 한 것과 기존에 밥 사기로 한 것을 구분해서 강조했다.전에 약속한 것과 지금 약속한 것을 반드시 별도로 해야 했는데 같이 있을 수 있는 차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차우미가 대답했다.“알았어.”“가자. 내가 먹어 본 중에서 아침을 제일 잘하는 집이 있는데 거기로 가자.”“좋아.”온이샘은 조수석의 차 문을 열어주었고 차우미가 올라타자, 본인도 즉시 운전석에 타고 출발했는데 교통 체증은 여전했다.“오래 기다렸어?”교통 체증 때문에 천천히 달리는 차에서 차

  • 봄날   제889화

    나상준이 만약 아무 일도 없으면 자기와 같이 안평으로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메시지를 보냈다.그녀가 메시지를 보내자마자 흰색 BMW 차 한 대가 멈춰 섰다.차가 브레이크 밟는 소리를 내며 앞에 멈춰서자, 차우미는 고개를 들었는데 운전석의 문이 열리며 흰색 셔츠에 회색 캐주얼 바지를 입은 온이샘이 내려왔다.시간은 8시가 넘어서 햇빛이 적당하여 너무 덥지 않았지만 사람들의 몸 전체를 짱짱하게 따뜻하게 내리 비춰주었다.온이샘이 차에서 내리자 밝은 햇빛이 즉시 그를 감쌌는데 얼굴도 더욱 맑고 우아해졌다. 그는 햇빛 때문에 눈을 지그시 뜨더니 입꼬리를 치켜올리고 미소를 아끼지 않으며 차우미를 보고 있었다.그건 만족의 눈빛이었다.차우미는 온이샘의 그런 모습에 마음이 살짝 흔들리는 것 같았다.사람으로서 가장 거부할 수 없는 것이 진심이라고 하는 데 진심은 분명히 통하게 된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자기를 대하는 것이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는데 여가현이 노골적으로 얘기한 이후로는 그 마음이 더 잘 보였다.온이샘은 차우미를 각별히 챙기고 돌봐주었는데 모든 면에서 온이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온이샘은 연인으로도 남편으로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다.처음에 차우미는 그냥 한 번 시도해 보려고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피치 못 할 일이 생길 거라는 생각에 이제 더 이상 시도하고 싶지 않았다.온이샘은 남자로서 훌륭하고 심지어 나상준보다도 더 좋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차우미는 만약 이혼한 경력만 없었으면 아무 고민 없이 온이샘과 함께했겠지만, 본인의 상황이 온이샘 인생에 흠집이 될까 봐 걱정되었다.그녀는 본인은 자격이 없기에 온이샘은 자기보다 더 좋은 여자를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왜 그래?”온이샘은 주차장을 나오자마자 차우미의 호텔을 향해 달렸는데 아마 평생 처음으로 이렇게 빨리 운전했을 것이다.청주의 7~8시는 모두가 출근하는 시간이기에 자전거, 스쿠터, 자동차로 이동하는 사람들로 붐볐다.어쩔

  • 봄날   제888화

    휴대폰 화면에 나상준의 이름이 나타났다.온이샘이 아닌 것을 보고 차우미는 잠깐 멈칫했다가 메시지를 클릭했다.[일 끝나면 연락해.]너무 간결한 한 마디였지만 뜻은 분명했는데 동시에 차우미의 머릿속에는 나상준이 어젯밤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일 끝나면 연락해. 너랑 같이 안평으로 갈 거니까.”어제저녁부터 나상준은 차우미와 같이 안평으로 가려고 했는데 그녀가 처리할 일이 있어서 미룬 것이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정말로 일이 있고 타임이 맞아서 같이 안평으로 가는 줄 알았는데 그냥 쉽게 미루니까 급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어젯밤에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가 순식간에 차에 올라타면서 대화가 끊어져 버렸다.그 후 집중해서 운전하느라 그 일은 완전히 잊었다.지금 차우미는 나상준의 메시지를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정말 나와 같이 안평으로 가겠다는 건가?’차우미는 나상준과 같이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메시지를 확인하고 잠시 생각하다가 답변했다.[오늘 나와 같이 안평으로 가겠다는 거야?]메시지를 보내고 차우미는 나상준이 메시지를 보낸 시간을 보고 엘리베이터로 갔다.그녀는 아까 연락한 시간에서 20분 정도 지났기에 온이샘이 이제 곧 도착할 것 같아서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기로 했다.같은 시각, 관강동 별장에서 나상준은 차우미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욕실로 들어갔다.그는 어젯밤에 회사에서 밤을 새우고 방금 집에 왔는데 샤워하고 식사를 한 다음 곧바로 다시 회사로 나가야 했다.나상준이 욕실로 들어가자마자 물소리가 들렸는데 침대 머릿장에 올려놓은 휴대폰에서 그때 메시지 도착 음이 울렸다.휴대폰은 짧게 두 번 울리고 곧바로 침실에 정적이 흘렀다.별장 전체가 차우미와 나예은이 떠나면서 고요함은 더욱 짙어졌다.욕실의 물소리가 아무리 크게 들려도 별장 내의 고요함과 차가운 느낌은 가려지지 않았다.나상준은 시원하게 씻고 머리를 닦으며 나와서 곧바로 머릿장으로 가서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화면이 켜지면서 읽지 않은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는데 발신자 이름을 보고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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