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미야."온이샘의 부드러운 소리가 바람처럼 귓속을 파고들었다.차우미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온이샘이 핸드폰을 들고 학교에서 나왔다.온이샘은 미소를 머금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선배."진장혁은 온이샘을 발견하고 놀라서 말했다. "우리 학교에서 새로 온 온 교수님 아니세요?"온이샘은 사실 수업이 끝나자마자 나오기 위해 짐을 정리했다. 그러던 중 학생들이 질문을 해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발이 묶여 그녀에게 늦어진다는 문자를 보냈다.사실 그는 마음이 초조했다.특히 그녀가 알겠다고 답장을 한 것을 확인하고 마음이 더욱 달아올랐다.그러나 그녀가 입구에서 웬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줄 몰랐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질투심이 차올랐다.마치 그가 조금만 주의를 시키지 않으면, 언제든지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부드러운 눈빛을 감출 수 없었다.언제부터 인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여자 때문에 전전긍긍 마음을 앓는 것은 그와 거리가 멀었다.진장혁의 말에 온이샘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지만, 진장혁에 대해 알지 못했다.차우미가 두 사람을 소개했다. "선배, 여긴 고등학교 때, 우리 반 반장."진장혁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온 교수님, 저희 동료죠? 전 진장혁이라고 합니다."온이샘은 그제야 진장혁이 안평 대학교의 교수라는 것을 알았다. 그는 손을 잡으며 말했다. "온이샘이라고 합니다."진장혁도 눈치가 없는 편이 아니었다. "아직 할 일이 있어서 가볼게. 나중에 다시 얘기해."두 사람에게 가볍게 손 인사를 한 진장혁은 홀연히 떠났다.온이샘은 멀어지는 진장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선을 돌렸다. "동창이 내 동료일 줄이야."파고들었다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예상치 못했어."맑은 눈웃음을 바라보며 온이샘의 마음도 잔잔해졌다."나한테 주는 거야?" 그녀의 손에 들린 쇼핑백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도시락통을 다시 넣은 뒤 온이샘은 시간을 확인했다."오후에 다른 일 없지? 나랑 같이 가야 할 곳 있어."그는 어젯밤 오늘 그녀와 어디로 가는 게 좋을지 고민했다. 자기의 마음을 그녀에게 말할 때가 된 것 같았다.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그녀를 빼앗길까 봐 두려웠다.차우미가 미안한 듯 말했다. "선배, 나 오후에 회성가야 해.""응?"온이샘이 물었다. "갑자기? 3일 뒤에 간다고 하지 않았어?"차우미가 어쩔 수 없다는듯이 말 했다. "갑자기 앞당겨진 거라, 어쩔 수 없어."온이샘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언제쯤 돌아와? 일찍 오는 거야?"차우미가 고개를 저었다. "확실하지 않아. 돌아올 때 미리 연락할게."약간 실망한 기색이 있었지만, 그녀가 다시 연락하겠다는 말에 그는 다시 당황했다. "데리러 갈게."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일하느라 바쁠 텐데, 택시 타고 오면 돼."그녀는 그를 거절하는 게 아니었다. 단지 온이샘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다.그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돌아올 때, 나도 안 바쁘면 그때는 데리러 갈게. 그래도 되지?"차우미는 그가 진심인 것을 알았다."우미야, 이샘 선배는 널 정말로 좋아해. 그러니까 한 번 만나봐. 안 만나보고 어떻게 알아."순간 여가현이 했던 말이 머리에 떠올랐다. 마음이 살짝 흔들린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그녀는 온이샘과 친구처럼 지내고 있었다. 점점 서로가 친구로만 남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끝까지 갈 수 있는지 의문이었다.두 사람에게 좋은 일이었다."몇 시에 떠나는 거야?" 온이샘은 쇼핑백을 들고 그녀에게 물었다.차우미가 답했다. "5시 10분."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한시간 미리 집으로 가서 준비하고 다시 공항까지 가면 되었다.그녀와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학교에 계속 있을 수 없었다."가자, 바래다줄게.""응,고마워."두 사람은 함께 학교를 나섰다. 온이샘은 차우미를 차까지 데려다 주었
긴 곱슬머리에 밝은 이목구비, 정교한 화장, 특히 붉은 입술은 카리스마가 있는여자였다.그녀는 오프시룩을 입고 있었다. 손에는 루이비통 백을 들고 있었고 높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좋은 가문을 타고난 그녀는, 뼛속까지 재벌가의 딸이었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한 눈에 보아도 쉽게 넘볼 수 없는 아우라가 넘쳤다.주혜민이었다.차우미는 이런 곳에서 그녀와 마주칠 줄 몰랐다. 나상준이 여기 있는 마당에, 그녀를 마주친 게 의외는 아니었다.시선을 돌려 핸드폰을 바라보았다.그녀가 단톡방에 들어간 이후로 톡방은 매우 폭발적이었다. 문자가 끊이지 않고 왔다. 다행히 진장혁이 그녀를 대신해, 차우미가 바쁘다고 했기에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다.차우미는 단톡방 안의 문자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바빴다.인제야 단톡방에 들어가 문자를 확인했다. 대부분 그녀의 현황이나 고등학교 시절 추억 얘기를 하고 있었다.하지만 여가현은 말이 없었다. 여가현도 최근 들어 일이 많았다. 사건을 접수하고 자료를 조사하고 당사자를 찾아가 재판에 참석하고 있었다. 차바퀴처럼 바쁘게 휘몰아쳤다.게다가 두 사람은 연락도 자주 하지 않았다.짧은 통화를 한 뒤에 황급히 끊기 일쑤였다. 그녀가 이렇게 바쁜 것을 보며 차우미는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안심이 되었다. 그날 밤 부가별과 강서흔에게 그런 말을 한 뒤에, 강서흔이 여가현에게 갔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강서흔과 통화를 하면서 그녀에게 알렸다. 여가현은 그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안심시켰다. 그 무엇도 돈을 벌어서 가지는 즐거움보다 못했다.여가흔의 말에 차우미도 미소를 지었다. 만약 둘이 기분이 상해 영원히 갈라서는 것보다, 이렇게 끊임없이 부딪치면서 앞으로 나아가길 바랐다.좋아하고 사랑하고 필요하다고 해서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이성적인 판단이 중요했다.여가현은 이게 좋았다.단톡방에서 동창회에 대해 의논하기 시작했다.차우미는 진장혁이 동창회를 계획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아직 단 한 번도 고등학교 동창회를
물론, 그녀는 그를 잊지 않았다. 그녀는 줄곧 그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고, 그가 귀국해서 안평시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하던 일을 멈추고 함께 귀국한 것이다. 안평시를 떠난 후 지금까지, 그녀는 2주동안 그를 만나지 못했다.그러던 중, 이렇게 마주치게 될 줄 몰랐다.서프라이즈였다.그녀는 이런 서프라이즈가 좋았다.주혜민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누가 봐도 기분 좋은 게 보였다.운전기사는 캐리어를 내려서 나상준의 옆으로 가져갔다. 나상준은 주혜민을 무심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를 바라보는 나상준의 눈에는 어떤 미동도 없었다. 그는 시선을 돌려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들어갔다.주혜민은 움직이지 않고 서서 그가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주혜민이 이렇게 다가왔으니, 이젠 그가 다가올 차례다.나상준은 주혜민의 앞까지 다가와 걸음을 멈추었다. "왜 왔어?"평소처럼 무심한 표정은 그가 어떤 기분인지 전혀 알아챌 수 없었다.주혜민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네가 여기 있는데, 내가 어떻게 안 와?""음."주혜민은 눈썹을 찌푸리고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에 보는 데, 이렇게 대할 거야?"그녀는 순간, 나상준의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을 간파했다.나상준은 주혜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 있으면 주진수한테 연락해."주영그룹과 NS 그룹은 이미 협력 중이었고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자연스레 접촉도 잦았다. 하지만 나상준은 이 프로젝트에 관여하지 않았고 부하에게 맡겼다. 프로젝트는 주진수가 담당했다.주혜민이 이곳에 온 것은 양측의 협력 프로젝트 때문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주진수를 찾아야 했다.그를 찾을 필요가 없었다.주혜민은 나상준이 한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는 의도적으로 그녀와 거리를 두었다. 그녀에게 자기 마음을 상기시켰다.3년 전과 지금 많은 것이 변했다.주혜민은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나상준만큼 매정한 사람이 없었다.그는 한 번 마음을 정하면 절대로 번복하지 않는다.하지만 주혜민은 원하는 것을
여가현이다.스크린에 찍힌 이름 석 자를 확인한 차우미가 미소를 지었다.그녀가 단톡방에 들어온 것을 보고 전화를 한 모양이다.전화를 받자마자 차우미가 말했다. "가현아.""어떻게 된 거야? 단톡방에 네가 왜 있어? 시끌벅적한 거 싫어하지 않아?”과연 전화를 받자마자, 여가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사실 차우미는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설령 단톡방에 들어가더라도, 그녀는 말 한마디 하지 않았다. 여가현이 그녀를 단톡방에 초대하지 않은 이유도, 차우미가 시끄럽고 복잡한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차우미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녀는 그간 있었던 일을 여가현에게 알렸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은 여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구나, 정말 인연인가 보네. 반장이랑 선배가 같은 학교 동료일 줄이야."차우미는 그녀의 말에 오히려 당황했다. 여가현이 단톡방에 있는 이상, 그녀가 모르는 소식은 없었을 거다.하지만 그녀의 말투로 보아, 정말 모르는 눈치 같았다.차우미가 물었다. "너도 몰랐어?""당연하지!""반장이 단톡방을 만들자마자, 그냥 일상적인 얘기나 하자고 공지를 올렸거든. 서로 사적인 이야기나 시기 질투가 오가는 얘기는 이 단톡방에서만큼은 하지 말자고 그랬거든."여가현의 말을 들은 차우미는 웃음이 터졌다. "그랬어? 나도 확인해봐야겠네."바로 그때, 공항 안내음이 들렸고 여가현이 눈썹을 찌푸렸다. "공항이야?"여가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잠시 오른쪽을 바라보았다.나상준이 왔는지 안 왔는지 살피는 중이다.순간, 나상준과 마주 선 주혜민의 모습이 보였다.공항에 사람들이 오가는 가운데 두 사람이 함께 마주 서 있었다. 주혜민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나상준은 여느 때처럼 무표정했다.그러나 둘의 훤칠한 기럭지에 보기 좋았다.선남선녀 커플이 따로 없었다."야? 어디 갔어?"여가현의 목소리가 핸드폰으로 들려왔다.차우미는 그제야 시선을 다시 핸드폰으로 돌렸다. "공항이야.""공항에는 왜 간 거야? 누구
온이샘이 하던 말과 달랐다.온이샘은 그녀에게 분명 나상준과 차우미가 함께 간다고 말했다.그녀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녀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곰곰이 떠올려 볼 겨를이 없었다.여가현이 뭐라고 말하려고 할 때즘, 누군가 전화를 걸어왔고 여가현은 눈썹을 찌푸리며 차우미에게 말했다. "나 전화 들어온다, 이따가 밤에 연락할게."차우미는 갑자기 조용해진 여가현 때문에 살짝 긴장했다. 그러다가 전화를 끊어야 한다는 여가현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가현이 계속해서 추궁하면 다른 거짓말을 해야 했던 그녀는 난감했다."그래, 알겠어.'여가현이 전화를 끊자, 차우미의 긴장된 가슴도 다시 평온해졌다.여가현이 나중에 다시 묻는다면 그녀는 또다시 다른 거짓말로 거짓말을 덮어야 했다.그러던 중, 길고긴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차우미는 넋을 잃고 고개를 들었다.길고 곧게 뻗은 그의 다리가 드러났다. 셔츠 밑단이 정장 바지에 들어가 있었다. 가죽 끈을 묶은 신발과 넓은 어깨, 역삼각형 허리가 뚜렷했다. 소매를 약간 걷은 셔츠 사이로 그의 팔뚝이 드러나 있었다. 셔츠 윗단추 두 개가 약간 풀려 있었고 그 사이로 그의 쇄골이 은은하게 드러나 있었다.섹시한 목젖과 뚜렷한 이목구비, 그리고 심연 같은 그윽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차우미는 순간 머리가 멍했다. 살짝 벌어진 입술로 그들이 아까 함께 있던 그곳을 바라보며 물었다. "얘기 다 끝났어?"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섰다.주혜민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여기서 헤어진 것 같았다.둘 다 한가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이해가 되었다.다만...그녀는 자기가 해서는 안 될 이야기를 한 것 같았다.적어도 그녀가 묻지 말아야 했다. 나상준과 무슨 사이가 되는 양 물었다.그러나 나상준은 일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차우미는 더 이상 나상준과 아무런 관계도 아니었다. 만약 주혜민이 둘의 대화를 들었다면, 분명 오해했을 거다.차우미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가자."
”따라와.”손을 꼬옥 잡고 나상준은 캐리어를 들고 앞으로 걸어갔다.차우미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어찌할 바라를 몰랐으나 나상준의 아무렇지 않는 저음의 목소리를 듣고 그제야 평정심을 찾았다.이건 사고였고 차우미가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님을 그는 안다. 때문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없다.앞에서 걸어가는 키 큰 사람을 보고 그녀는 마음을 놓고 따라갔다.차우미는 여전히 나상준과 한 걸음의 거리를 유지하고 그 거리를 넘어서지도 벗어나지도 않았다.딱 적당한 한 걸음이다.티켓팅을 하고 짐을 부치고 다섯 시가 거의 되자 두 사람은 비행기에 올랐다.비행기를 비즈니스석을 구매했고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았다. 차우미는 창문 쪽에 앉고 그 옆에 나상준이 앉았다.이때 이미 다섯 시가 가까워졌으나 하늘은 여전히 밝았고 전혀 어두워지려고 하지 않았다.차우미는 자리에 앉고 안전벨트를 하고 바로 하선주에게 전화를 걸어 비행기에 탔다고 말해줬다. 하선주는 차우미에게 비행기에서 내리면 시름 놓을 수 있게 문자를 남기고 몸 건강을 주의하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차우미도 응했다. 통화가 끝나고 비행기도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차우미가 시간을 확인하고 온이샘에게 톡을 보냈다.비행기에 오르면 그에게 문자 하기로 약속했다.이때 안평 대학교의 교실에서 온이샘은 수업을 하고 있다. 교탁 위에 놓은 핸드폰의 화면이 밝아졌다.온이샘은 똑똑히 보이는 차우미의 문자를 확인했다.차우미 [선배, 나 비행기에 탔어.]몇 글자를 보면서 온이샘은 입가에 미소가 띠였다.비행기는 5시 10분에 이륙했고 차우미는 핸드폰을 끄고 창밖의 풍경을 보고 있었다.안평 시가 조금씩 작아지고 있었으나 한눈에 보였다. 예전에 후진 도시가 이제는 새로운 센터시티가 되어 높은 빌딩들이 가득 생기고 번화하고 열기가 가득하다.이곳은 그녀의 고향이라 너무 좋았다.나상준은 비행기에 오른 후 바로 옆에 있던 잡지를 봤고 이륙하면 서도 잡지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실례합니다. 지금 저녁 식사시간인데 뭘 준비해 드릴까요?”스
나상준은 잘난 남자들 중에서도 최고라 그녀들은 한눈에 찜했다.스튜어디스는 실망스럽게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포기해, 옆에 여자분이 일행이셔.”“일행? 에이 설마.”“에이, 우리가 지켜봤는데 두 분 비행기 타고서 아무 교류 없었고 여자분은 저 남자분 모르는 것처럼 창밖만 보고 있었어. 남자분도 여자분 보지 않고 잡지만 봤는데 아무리 봐도 모르는 사이지 어떻게 일행이야?”“그래, 나도 봤는데 두 분 정말 아무 교류 없는 모르는 사이 같았어. 네가 잘 못 안거 아니야?”스튜어디스는 두 동료의 말을 듣고 방금 전 상황을 설명했고 동료들도 듣고 실망했다.“정말 아는 사이라니.”“몰랐어,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세 사람은 조심스럽게 커튼을 열고 비즈니스석을 봤다. 차우미와 나상준은 또 방금 전 상태로 돌아갔고 한 명은 창밖을 보고 한 명은 잡지를 봤으며 누구도 두 사람을 일행이라 생각하기 어렵다.“안돼,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내가 시도해 봐야겠어.”“어떻게 시도할 건데?”“두고 봐.”차우미는 스튜어디스들이 나상준을 눈여겨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창밖만 보고 있다. 창밖이 하얀 구름, 비행기의 높고 낮음에 따라 도시가 점점 작아지더니 사라졌고 노을과 구름이 함께 엮여 한눈에 들어왔다.그녀는 보느라 넋을 잃었다.“식사를 준비해 드리겠습니다.”스튜어디스의 목소리가 귀에 들리자 차우미도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돌렸다.스튜어디스는 나상준 옆에 멈췄고 나상준은 잡지를 보고 반응이 없었다. 차우미가 적극적으로 식탁을 내려놓았다. 스튜어디스는 나상준 앞의 식탁을 놓아 주려고 했으나 차우미의 행동을 보고 멈췄다.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차우미이 손을 보고 있었다.손을 보고 스튜어디스가 깜짝 놀랐다.전에는 주의하지 못했으나 지금 차우미 손에 딱지를 발견했다. 딱지는 균일하지 않았고 군데군데 있었고 전에 상한 것이 확실했다. 일부 딱지가 벗겨졌고 일부는 벗겨지지 않았다.딱지가 벗겨진 곳에 새로운 살이 자라 매끈했고 약간 붉어지고 흉터는 보이지 않았다.스튜어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