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201 - 챕터 210

1206 챕터

제201화

각자 업무에 복귀한 후, 심윤아는 성실하게 업무에 임했다. 위층으로 올라가기 전, 두 사람은 내일 할머니를 데리고 병원으로 가기로 약속했다. 저녁에 퇴근해서 할머니한테 말씀드리기로 했는데 이혼에 대해서는 두 사람 모두 입도 뻥끗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지난번, 화가 난 두 사람은 아침 일찍부터 법원에 갔었지만 할머니의 수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이혼을 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할머니가 수술을 마치고 회복이 잘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혼할 생각이었다.의외의 일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고 진수현도 그녀와 같은 생각이었다. 점심때가 되자, 심윤아는 여느 때처럼 죽을 사러 내려갔다. 오늘은 다른 야채 죽을 한번 먹어볼 생각이다. 근데 아래층으로 내려와 주문하려는 찰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 확인해 보니 이선우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고 심윤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며칠 전에 알게 된 그 주차 공간을 쳐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낯익은 차 한 대가 마침 그 자리에 주차되어 있었다. 그녀가 고개가 돌리자 차창이 서서히 내리면서 이선우의 잘생긴 옆모습이 드러났다. 그가 핸드폰을 든 채 심윤아를 향해 손을 흔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서 그를 보게 되니 심윤아는 의외였다. 그녀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를 향해 걸어갔다. “여긴 웬일이야?”그가 핸드폰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이 근처에 잠깐 볼일이 있어서. 이렇게 널 만날 줄은 몰랐네. 운이 좋은데.”“이런 우연이 다 있다고?”사실 심윤아는 그의 말에 의심을 품었다. 그가 이 부근에 볼일이 있어 왔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마침 이곳에 차를 주차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어떻게 마침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전화를 걸 수 있겠는가?하지만 여전히 자신이 선물한 넥타이핀을 하고 있는 그를 보고 심윤아는 기분이 조금 가라앉았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이선우는 눈썹을 치켜올렸다.“안 믿어?”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을 뿐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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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그들이 가자마자 이선우는 심윤아에게 차 문을 열어줬다.“타, 땅꼬맹이.”그 말에 그녀는 차에 타지 않고 이선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더 이상 그렇게 안 부르기로 했잖아.”예전에는 나이가 어렸고 친구로서 이선우가 그렇게 불러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지금 이 나이에 그런 소리를 들으니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럼 공주?”심윤아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것도 안 돼.”“왜? 공주라고 부르면 그 사람이 생각나는 거야?”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만약 그런 거라면 더 들어야지.”그녀가 계속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이선우는 그녀의 이마를 살짝 두드렸다.“안 타고 뭐 해? 타라고 할 때까지 기다릴 거야?”그제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차에 올라탔다. 차에 오른 뒤, 심윤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진짜 나 그렇게 부르지 마. 지금 내 신분에는 맞지 않는 거야.”“지금 네 신분이 뭔데?”이선우는 차에 시동을 걸며 담담하게 웃었다.“송별회 때, 다들 너랑 진수현 가짜 결혼이라고 떠벌리고 있었어.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네가 진수현의 와이프 자리를 탐내서 차지하고 있다고 하던데.”정곡을 찌른 그의 말에 심윤아는 반박조차 하지 못하였고 그저 입술만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뾰로통한 그녀의 모습을 보고 이선우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화났어?”“아니, 네 말이 사실이야.”“화나지 않았으면 됐어. 지금 네 상황은 마음 단단히 먹어야 할 거야. 안 그러면 쉽게 곤경에 빠지게 될 거니까.”“알아.”사실 그녀는 전에 하마터면 곤경에 빠질 뻔했었다. 다행히 워낙 낙관적이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그렇지 않았다면...차는 회사 입구를 떠나 차들이 빽빽이 늘어선 거리로 들어섰다. 이선우는 거리의 상황을 살피며 물었다.“소영이의 상처는 어떻게 됐어? 그날 심하게 부딪힌 것 같던데. 흉터라도 남는 거 아니야?”“그럴 거야.”그녀는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그럼 진수현은? 요 며칠 계속 병원에서 소영이를 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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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3화

차 안에서는 침묵이 흘렀고 이선우의 시선은 주위를 훑었지만 전에 화제를 이어가지 않았고 그녀에게 뭘 먹고 싶은지 물었다.심윤아는 고기가 별로 댕기지 않아 점심엔 죽만 먹고 싶었다.하지만 그날 밤 이미 이선우더러 자신과 함께 죽을 먹게 했다 때문에 오늘도 또 죽을 먹자고 제안하는 건 적합하지 않은 듯했다.결국 그녀가 말했다.“네가 정해.”이선우는 그녀의 결정에 의아한 듯 멈칫했다.“확실해? 난 너무 오래 동안 해외에 있었어.”심윤아는 침착하게 대답했다.“괜찮아.”어쨌든 그녀는 많이 먹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상관없었다.그녀는 무언가 생각난 듯 한 마디 보탰다.“네가 뭘 먹든 내가 살게.”“그래?”이선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럼 잘 선택해야겠네.”결국 이선우는 한 중식당을 선택했다.심윤아는 차에서 내릴 때 특별히 식당의 인테리어를 눈여겨봤는데 아주 고급스러웠다.심씨 가문이 파산하기 전에 그녀는 친구들과 이런 식당에 자주 와서 식사했었다. 그러나 심씨 가문이 파산한 후… 친구들은 더 이상 모이지 않았다.그녀의 곁에 남은 사람은 주현아밖에 없었다.예전에는 심윤아가 주현아를 데리고 음식점에 다녔었는데 파산 후에는 주현아가 심윤아를 데리고 레스토랑이나 비교적 싼 가격의 음식점에 다녔다.처음 갔을 때 주현아는 그녀를 조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심윤아, 비록 내가 지금은 너를 데리고 이런 식당밖에 올 수 없지만 걱정 마, 내가 이제 돈을 많이 벌게 되면 제일 먼저 너한테 거하게 한턱 쏠게.”옛 기억을 떠올리자 심윤아는 웃음이 새어 나올 것 같았다.비록 나중에 그녀는 다시는 이런 고급 레스토랑에 다니지 않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예전보다 더 따뜻했다.그리고 사람은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모든 것을 더 정확히 보는 법이다.이것도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무슨 생각해?”이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심윤아는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참지 못하고 웃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별 거 아니야. 그냥 재밌는 일이 생각났어.”그 말을 듣고 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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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4화

“여기 과일 주스 먼저 올려 주세요.”“네, 알겠습니다, 손님.”그 말을 듣고 심운은 멈칫했다.“어떻게 알았어?”“잊었어? 환송회 날 저녁 너 혼자 과일 주스 두 잔이나 마셨잖아. 그런데 오늘은 많이 주문 안 하고 한 잔이면 충분하지?”심윤아는 원래 주스를 주문할 생각이 없었다. 심지어 메뉴를 제대로 보지도 않았는데 이선우가 신경 써 줄 줄은 몰랐다.“고마워.”“고맙긴. 네가 계산할 건데 뭐.”“…”하마터면 잊을 뻔했다. 오늘은 심윤아가 그에게 밥 한 끼를 사주기로 했었다. 그런데 이런 고급스러운 식당에서 먹는 한 끼는 아마 적지 않은 돈을 써야 할 것이다.예전의 심윤아에게 그 정도의 돈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지금 그녀의 월급으로 이 정도 식당에서 한 끼쯤이야 당연히 살 수 있지만... 그녀가 이제 아기를 낳으면 돈을 써야 할 일이 많다.의식주행, 그리고 나중에 공부할 때 드는 돈까지 하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그녀는 미리 돈을 모아야 했다.생각만 해도 심윤아는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그녀는 재혼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아마 앞으로 혼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만약 아이에게 좋은 생활과 학습 조건을 주려면 지금 하는 일로는 부족할 것이다.“왜? 이렇게 비싼 식당에 와서 후회 돼?”그녀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이선우가 물었다.심윤아는 정신 차리고 고개를 들자 이선우의 웃는 듯 마는 듯한 눈과 마주쳤다.“진씨 그룹의 월급을 받으면서 나한테 점심 한 끼 사주는 걸로 그렇게 고민되지는 않을 텐데.”심윤아는 그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그럴 리가?”이선우는 테이블 위의 찻잔을 들어 입에 갖다 대고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말했다.“우리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정을 봐서, 만약 진씨 그룹에서 주는 월급이 너무 적으면 우리 회사로 와도 돼.”“지금 인재를 빼앗으려는 거야?”“빼앗다니?”그 말에 이선우는 당황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것 때문에 부정하지도 않았다.그는 확실히 인재를 자기 회사로 데려갈 생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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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5화

조금 있다가 심윤아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화장실에 다녀왔다.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 복도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심윤아는 걸음을 멈추고 앞에 있는 슬픈 표정의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지난번에 병원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그 여자아이는 임진숙의 딸, 조보아였다.심윤아는 애를 떼려고 병원에 갔을 때 임진숙을 만났었다. 만약 딸의 일이 알려질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면 임진숙은 아마 심윤아의 일을 소문냈을 것이다.이 여자아이를 보자 심윤아는 병원에 있을 때 그녀가 임진숙에게 단호하게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나 그 사람 좋아해.”그 아이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고 그 앞에 키 크고 마른 잘생긴 남자도 함께 있었다.그 남자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어깨를 잡고 뭔가 부탁하는 듯 말했다.“보아야, 내가 부탁할게. 우리 아이를 포기하자. 너 아직 젊은데 지금 학교를 그만두고 아이를 낳을 순 없잖아. 게다가 나도 아빠 될 준비가 안 됐어. 나한테 시간 좀만 더 주고 나중에 다시 아이를 갖자, 응?”심윤아는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어이가 없어 그 남자를 힐끗 쳐다봤다.그러나 그 두 사람은 자신들의 대화에 집중해 주위 사람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너 전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 너... 우리 아이가 생기면 결혼하자며? 너 나 안 좋아해? 좀 일찍 아빠가 되는 게 뭐 어때서?”“보아야, 나 너 좋아해. 그런데 네 어머니 아버지가 날 안 좋아하잖아. 그래서 우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 생각해 봐. 네가 지금 아이를 낳으면 네 부모님은 나를 더 싫어하실 거야. 그럼 우리 앞으로도 같이 있을 수 있겠어?”이렇게 말하자 조보아는 마음이 흔들린 듯 더 말하지 않았다.키 크고 마른 남자는 그녀의 마음이 흔들린 듯하자 이어서 말했다.“봐, 우리는 아직 젊어. 앞으로 언제든 아이를 또 가질 수 있어. 너 예전에 나를 위해 뭐든지 하겠다고 했잖아. 이번 일은 내가 많이 미안해.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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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화

심윤아가 뾰로통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누가 너의 카톡 친구 추가를 하고 싶대?”“아니면?”“내가 밥 산다고 했잖아.”심윤아는 이선우의 핸드폰을 향해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카톡 친구 추가는 안 해도 되니까 QR 코드화면이나 켜. 내가 스캔할 수 있게. 그래야 송금이라도 하지.”심윤아가 말을 하자마자 이선우는 심윤아의 손을 한쪽으로 밀었다.“지난번에도 네가 냈잖아. 이번에도 네가 내면 내 체면이 뭐가 돼?”심윤아는 눈썹을 살며시 찡그렸다.“정 미안하면 회사 그만두고 우리 이선 그룹으로 오든가.”“갑자기?”“이상해?”이선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잠깐 생각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이상하다면 그럴 수 있는데 진심이야. 잘 생각해 봐.”“고작 밥 한 끼로 나를 스카우트하겠다고? 어림없지.”말을 마치자마자 심윤아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더 이상 그에게 송금하겠다고 고집하지 않았다. 굳이 사겠다고 하는데 어떡하겠는가? 그리고 어차피 이선 그룹 후계자에게 이 정도의 돈은 있으나 마나이다.‘이 돈은 나중에 반려견 키울 때 보태지 뭐.’ “그래. 확실히 고작 한 끼로는 어렵지. 앞으로는 우연인 척 너와 자주 만나서 얘기해야겠네.” 심윤아는 이선우가 예전보다 훨씬 유머러스해졌다는 것을 느꼈다.예전의 그는 말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사람의 화를 돋워 지금과 도저히 비교할 수 없었고 완전히 딴 사람이 된 듯 했다. 아마 요 몇 년 동안 해외에서 그도 많이 성숙해 진 것 같다.식사를 마친 후, 이선우가 심윤아를 회사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자 그녀는 전혀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거절했다.“됐어. 회사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택시 타는 게 편해.”이선우는 잠시 멈칫했지만 더 이상 강요하지 않고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계산을 마친 두 사람은 함께 식당을 나섰다.문밖으로 나왔을 때, 심윤아는 방금 복도에서 만난 키 크고 깡마른 조보아의 남자친구를 보았다.그들은 아직도 가지 않고 여기에 있었다.힐끗 그를 향해 눈길을 돌린 순간 심윤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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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화

키 크고 마른 남자는 의아한 듯 심윤아를 바라보며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여자는 매우 아름답지만 안면이 있는 사이는 아니다.옆에 있던 성숙한 여자도 심윤아를 보고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경계하는 듯한 얼굴로 키 크고 깡마른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이 여자는 누구야? 또 나 몰래 만나고 다녔어?”그러자 키 크고 깡마른 남자는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아니에요. 누나. 나 이 여자 몰라요. 왜 갑자기 나에게 말을 거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당신! 당신 대체 누구야?”사실 이 키 크고 깡마른 남자는 성격이 그리 좋지 않다. 모르는 사람이 갑자기 옆에서 이런 말을 하자 그는 언성을 높여 화를 내고 싶었지만 상대가 하도 절세미인이라 최대한 참고 있었다. “알고 모르는 게 그리 중요한가요?”심윤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 남자를 노려봤다.“중요한 건 당신은 지금 누군가에게 좋아한다고 말을 하면서 다른 여자와 아이까지 생겼다는 거예요. 도대체 누구에게 진심인 거예요?”그 말을 들은 키 크고 깡마른 남자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거렸다.“그게... 그게 당신이란 무슨 상관인데?”옆에 있던 그 여자의 안색도 점점 어두워졌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심윤아는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계속 입을 열었다.“당신의 그 애틋한 척하는 모습이 눈에 거슬릴 뿐이에요.”“당신! 예쁘면 다야? 당신의 그 반반한 얼굴에 내가 손을 못 댈 것 같아?”심윤아의 말에 심기가 크게 불편한 듯 키 크고 깡마른 남자는 격분하는 얼굴로 심윤아를 향해 주먹을 내보였다. 사실 그는 심윤아를 때릴 생각이 없었다. 그저 겁주려고 했을 뿐이다.하지만 그가 막 손을 들어 올리자마자 누군가의 거센 힘이 그를 제압했다. “x 발, 누구야?”키 크고 깡마른 남자가 누군지 보려고 고개를 들자 자기를 쏘아보고 있는 깊고 까만 눈동자의 이선우와 눈이 마주쳤다. 안경 렌즈 뒤로 보이는 이선우의 눈은 마치 깊은 저수지와 같이 으스스한 냉기를 풍겨 저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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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8화

“아직도 결벽증이 있는 것 같아?”그 말에 심윤아는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방금 심윤아의 손목을 잡은 건 단지 이런 식으로 자기가 결벽증이 없다는 걸 증명한 걸까?외국에 간 지 5년 만에 이선우의 성격은 너무 많이 변해 있었다. “두 여자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그 더러운 손 건드리기 싫어서 그런 거야.”이선우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심윤아를 향해 말했다. 듣고 있는 심윤아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고 그녀는 저도 모르게 진수현이 생각났다.아무 말이 없는 그녀를 보자 이선우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내가 주제넘게 해도 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수현과 강소영의 관계에 대해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거야. 너와 결혼한 거에 대해서는...”여기까지 말한 이선우는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말을 이었다.“너희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옆에서 보면 너도 이런 상황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만약 힘들면 일찍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아.”심윤아는 이선우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내온 사이지만 그와 있으면 항상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벽 같은 게 느껴져 사생활에 대한 말을 많이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선우의 조언에 그녀는 그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응, 알겠어.”이선우도 심윤아가 더 말하고 싶어 하지 않음을 느끼고 바로 화제를 돌렸다.“정말 내가 데려다주지 않아도 되겠어?”“응. 먼저 가.”“그래. 그럼 네가 택시 탈 때까지 여기서 같이 있을게.”심윤아도 더 이상 거절하기 미안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차가 오고 심윤아가 차에 막 타려고 할 때 이선우가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QR코드를 들이밀었다.심윤아는 옆으로 힐끗 보더니 그가 들이민 QR코드에 고개를 갸웃했다. “방금 나에게 송금해 준다고 하지 않았어?”그제서야 심윤아는 알겠다는 듯 얼른 핸드폰을 꺼내 그가 내민 코드를 스캔했다.그러나 스캔 후에 나온 것은 송금화면이 나온 게 아니라 친구 추가 화면이었다. 이선우는 따뜻한 눈길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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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9화

그날 밤, 심윤아와 진수현은 진 선생이 한 말을 김선월에 전했다.김선월은 그동안 집에서 잘 쉬었는지 안색도 요양원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좋았고 혈기가 왕성해 보였다.두 사람이 함께 와서 자기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을 듣고도 전혀 두려운 기색이 없이 기분 좋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일 검사받으러 가자. 알겠어.”김선월이 지금 기분이 좋은 이유는 아마 요즘 바깥 공기를 많이 쐬다 보니 너무 즐거워 빨리 수술하고 빨리 낫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 모습에 심윤아도 뿌듯한 얼굴로 물었다.“할머니,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응. 좋아.”김선월은 심윤아의 손을 잡고 감격에 겨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나는 계속 요양원에만 있을 줄 알았는데 수술 전에 다시 나와 바깥세상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아. 이제 수술대에서 죽어도 여한이 없어.”김선월의 기분 좋은 모습에 심윤아는 처음에 같이 기뻐했지만 이 한 마디에 심윤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할머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그러나 김선월의 눈에는 슬픈 기색이 전혀 없었고 옆에 있는 진수현을 바라보고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진수현이 무거운 얼굴로 그녀 옆으로 다가갔다.“할머니, 그런 불길한 말은 하지 마세요. 수술은 꼭 잘 될 거예요. 앞으로 우리와 같이 여행도 다니면서 바깥 구경해요.”“불길한 말이 아니야. 이 할머니도 당연히 수술이 잘 되길 바라지만 모든 일에는 의외라는 것도 있으니.”진수현의 얼굴은 점점 더 굳어졌고 이내 진지한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그런 일은 절대 없어요.”“됐다. 됐어.”김선월은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어쨌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이 할머니 때문에 너무 슬퍼하거나 싸우지 말고 잘 지내야 해. 그리고 수현아. 네가 남자니까 윤아에게 많이 양보해야 해. 여자가 제일 힘들어. 알겠지?”뚝!심윤아의 눈물은 예고도 없이 아래로 흘러내렸다. 심윤아가 때마침 김선월의 옆에 기대어 있어 그녀의 하염없는 눈물이 그대로 김선월의 손등에 떨어졌다.“윤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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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0화

“그래. 그래. 알았어.”김선월은 순간 저도 모르게 마음이 약해져 심윤아를 위로했다.“이 할머니가 약속할게. 불길한 소리 하지 않을게. 울지 마. 아가야.”결국 김선월은 간신히 심윤아를 달랬고 그제서야 그녀도 점차 감정을 추스르고는 내일 아침 다시 찾아뵙겠다는 인사를 하고 방으로 돌아갔다. 가기 전 김선월은 그녀의 뒤통수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알았어. 빨리 자고 내일 보자.”심윤아가 방을 나간 후 김선월은 진수현을 한 번 흘겨보았다.“요즘 계속 싸우니?”진수현 잠깐 멈칫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윤아가 농담한 말인데 그걸 믿으세요?”“내가 정말 늙어서 눈이 침침해 너의 두 사람 사이의 문제를 모른다고 생각해?”“무슨 문제요?”“흥.”김선월은 차가운 얼굴로 콧방귀를 꼈다.“무슨 문제인지는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진수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소영 때문이야?”김선월의 갑작스러운 한 마디에 진수현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강소영이 너의 목숨을 구해서 너에게 특별한 건 알아.”진수현은 그 말에 부인하려는 듯 입을 벌리며 말하려 하자 김선월이 먼저 일을 열었다.“아니라고 말하기 전에 잘 생각해 봐. 이 할머니 눈은 못 속여. 너 예전에 윤아와 사이가 얼마나 좋았어? 그러나 지금은? 자꾸 이상한 일들이 생기잖아. 분명 이유가 있을 거야. 전에는 그저 너희들이 사소한 문제로 다툰다고 생각했어. 적어도 그 강소영이라는 여자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야.”여기까지 말한 김선월은 잠시 멈칫하다가 한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우리가 요양원에서 돌아온 그날 밤도 강소영이 너를 찾아왔지?”진수현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진씨 집안으로 시집온 여자들은 보통 사람들이 아니기에 절대 그들의 눈썰미를 속일 수 없다.자신의 손자가 계속 침묵하는 것을 본 김선월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역시 내가 짐작한 대로야. 왜? 그 여자가 너의 목숨 구한 것 때문에? 그래서 너와 어떻게 해보려는 거야? 그 여자 혼자 망상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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