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있다가 심윤아는 어색한 분위기를 풀려고 화장실에 다녀왔다.그녀가 화장실에서 나올 때 복도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심윤아는 걸음을 멈추고 앞에 있는 슬픈 표정의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지난번에 병원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그 여자아이는 임진숙의 딸, 조보아였다.심윤아는 애를 떼려고 병원에 갔을 때 임진숙을 만났었다. 만약 딸의 일이 알려질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면 임진숙은 아마 심윤아의 일을 소문냈을 것이다.이 여자아이를 보자 심윤아는 병원에 있을 때 그녀가 임진숙에게 단호하게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나 그 사람 좋아해.”그 아이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고 그 앞에 키 크고 마른 잘생긴 남자도 함께 있었다.그 남자는 허리를 숙여 그녀의 어깨를 잡고 뭔가 부탁하는 듯 말했다.“보아야, 내가 부탁할게. 우리 아이를 포기하자. 너 아직 젊은데 지금 학교를 그만두고 아이를 낳을 순 없잖아. 게다가 나도 아빠 될 준비가 안 됐어. 나한테 시간 좀만 더 주고 나중에 다시 아이를 갖자, 응?”심윤아는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들의 대화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어이가 없어 그 남자를 힐끗 쳐다봤다.그러나 그 두 사람은 자신들의 대화에 집중해 주위 사람들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너 전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 너... 우리 아이가 생기면 결혼하자며? 너 나 안 좋아해? 좀 일찍 아빠가 되는 게 뭐 어때서?”“보아야, 나 너 좋아해. 그런데 네 어머니 아버지가 날 안 좋아하잖아. 그래서 우린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해. 생각해 봐. 네가 지금 아이를 낳으면 네 부모님은 나를 더 싫어하실 거야. 그럼 우리 앞으로도 같이 있을 수 있겠어?”이렇게 말하자 조보아는 마음이 흔들린 듯 더 말하지 않았다.키 크고 마른 남자는 그녀의 마음이 흔들린 듯하자 이어서 말했다.“봐, 우리는 아직 젊어. 앞으로 언제든 아이를 또 가질 수 있어. 너 예전에 나를 위해 뭐든지 하겠다고 했잖아. 이번 일은 내가 많이 미안해.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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