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181 - 챕터 190

1206 챕터

제181화

심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쥐 죽은 듯한 정적이 이어지자 주현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그 여자가 전에 널 도와줘서 좋은 감정이 남아있는 건 알겠는데 네가 생각하는 환상 속에 너무 갇혀서는 안 돼. 모든 행동이 계획적이란 생각은 안 해봤어? 솔직히 도와줬다고 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있는 건 아니잖아. 은혜를 갚지 말자는 뜻은 아닌데 나중에 보답할 기회를 찾자는 거야.”심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알겠어.”그녀의 우울함을 단번에 알아차린 주현아는 밝은 목소리로 제안했다.“오늘 밤 우리 집 올래? 내일 연차 써도 되니까 밤새 수다 떨까? 그러면 기분이 좀 풀릴 텐데.”“괜찮아.”심윤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할머니가 아직 집에 계셔서 얼른 돌아가야 해.”오늘 밤 일어난 일로 인해 심윤아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김양훈의 말을 듣고 실낱같은 환상을 품고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산산조각났다.누굴 탓하겠는가? 터무니없는 희망을 붙잡고 있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할 수밖에 없었다.“알겠어. 호텔 입구에 앉아있지 말고 얼른 돌아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바람 소리에 귀가 아플 지경인데 넌 아예 추위를 못 느끼나 봐?”절친의 세심한 배려에 심윤아는 웃음이 터졌다.“응, 지금 바로 들어갈게.”주현아는 평소 같은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래, 얼른 들어가. 집 도착하면 연락하고.”“알겠어.”전화를 끊은 심윤아는 곧바로 자리를 뜨는 게 아니라 눈을 감고 찬바람을 느끼고 있었다.일기예보에서 오늘 밤부터 기온이 크게 떨어지고 찬 공기가 밀려오니 따뜻하게 입으라고 하더니만 정말로 그런듯하다.외출할 때만 해도 추위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제야 뼈저리게 느꼈다.추위에 벌벌 떨며 코를 훌쩍이던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심윤아의 옆에 앉았다.따뜻한 코트가 몸을 감싸고 코끝으로 상쾌한 담배 냄새가 느껴지자 그녀는 눈을 떴다.“안 아파?”이선우의 상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심윤아 얼굴에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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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그래서 나중에 알게 된 사람들은 이성이 아니라 친구로만 대했다.“뭘 멍하니 있어?”이선우는 재촉했다.“얼른 일어나. 여기 앉아있는 게 춥지도 않나 봐?”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심윤아는 입술을 깨물며 답했다.“야식은 됐어. 어차피 배도 안 고프고...”“환영회가 이 지경 됐는데 넌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 야식으로 퉁치자.”그 말을 듣자 심윤아는 뒤늦게 죄책감을 느꼈다.오늘은 그가 돌아온 걸 환영하는 자리였는데 심윤아와 강소영의 일로 다들 불쾌한 기분으로 헤어졌다.물론 심윤아가 문제를 일으킨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었으니 심사숙고 끝에 고개를 끄덕였다.“가자.”이선우는 활짝 웃으며 물었다.“먹고 싶은 거 있어?”20분 후, 두 사람은 죽집에 도착했고 야식 먹는 사람이 많지 않아 가게는 텅 비어있었다.심윤아는 창가를 골라서 앉았고 뒤를 돌아보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 있는 이선우를 보고 아차 싶어 그제야 재빨리 물었다.“네가 줄곧 해외에 있었다는 걸 깜빡했네. 이런 음식은 별로지? 아니면 뭘 먹고 싶은지 말해봐.”그녀의 말을 들은 이선우는 안경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괜찮아. 양식이 더 익숙한 건 맞는데 오랜만에 한식을 보니까 뭔가 뭉클한걸?”말을 마친 후 그는 의자을 꺼내 심윤아의 맞은편에 앉았다.이선우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었으나 배려심이 가득하다는 건 고스란히 느껴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종업원이 메뉴판을 들고 다가왔다.심윤아는 해물죽이 먹고 싶었으나 비린내가 심할까 봐 걱정되어 한참을 고민한 끝에 야채죽을 주문했다.종업원이 떠나자 이선우는 챙겨온 티슈를 꺼내 젓가락을 깨끗이 닦은 후 자연스레 심윤아에게 건네주며 물었다.“죽 엄청 좋아하는 것 같네?”그 말을 들은 심윤아는 흠칫 놀라더니 고개를 들어 이선우를 바라보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질문을 던졌다.“저 차 네 거야?”이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심윤아는 순간 죽 사러 아래층에 내려간 그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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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심윤아는 재빨리 고개를 돌려 이선우의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한국에 정착할 계획이야?”“응. 아마 보름쯤 지나면 모든 게 안정될 거야.”이때 심윤아가 말을 꺼냈다.“일단 한국으로 돌아온 건 너무 축하해. 하지만 내가 일이 바빠서 널 자주 만날 수는 없을 것 같아.”이도하는 심윤아가 거절의 의미로 이 말을 꺼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이제 더 이상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사춘기 소년이 아니다. 성숙한 성인 남자가 된 지금은 서두를수록 일을 망치게 된다는 도리를 자연스레 터득하게 되었다.그동안 장기전을 벌일 마음 준비를 충분히 했고 조급해하지 말자며 수없이 다짐했었기에 이 정도의 거절로 포기할 그가 아니었다.“괜찮아. 시간 여유로울 때 만나도 되는 거니까. 세월이 많이 흐르긴 했지만 우리가 여전히 친구라는 걸 잊지 마.”이선우의 답에 심윤아는 혼란스러웠다.섣불리 그의 마음을 오해한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으나 곧이어 안도감이 밀려왔다.외국에서 지낸 5년 동안 어쩌면 일찌감치 여자친구가 생겼을 수도 있다. 넥타이핀은 선물해 준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서 간직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솔직히 그녀도 친구가 선물해 준 것들을 지금껏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고 그 사람이 특별하다기보다는 그 속에 담긴 둘만의 추억을 잃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더 컸다.생각을 정리하자 한껏 홀가분해진 그녀는 이선우에 대한 경계심을 풀었다.“그래.”두 사람은 같이 야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입맛이 없었던 심윤아는 야채죽이 싱겁다고 느껴서 얼마 먹지 못했고 외국에서 금방 돌아온 이선우는 아직 그 맛에 익숙하지 않아 몇 입만 먹고선 수저를 놓았다.재빨리 계산하는 심윤아의 모습을 지켜보던 이선우는 허탈한 듯 웃었다.“환영회를 망친 거에 대한 보상인 거야?”“응. 내가 다 망쳐버렸는데 너한테 이걸 계산하라고 하면 너무 염치없는 짓이잖아.”이도하는 한동안 생각에 잠기더니 갑자기 말을 이었다.“내가 손해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가게를 나서며 심윤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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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그러나 심씨 가문의 파산을 알게 되었을 때 진수현은 이미 심윤아를 위해 모든 걸 해결해 주었다.이선우의 ‘좋은 여동생’은 이 일이 그의 학업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되어 정보원에게 절대 알려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며 철통 보안으로 비밀 유지했다.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서 직접 알아봤을 때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일이 커졌다.심윤아의 마음이 진수현에게 향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출발점에서 뒤떨어졌는데 그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에서도 한발 늦었으니 조바심이 앞섰다.“어쨌든 앞으로 도움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해.”이번에는 결코 놓아주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다짐했다.차는 천천히 별장 입구에 멈춰 섰고 심윤아는 안전벨트를 풀며 말했다.“바래다줘서 고마워. 그럼 난 이만 가볼게. 운전 조심하고.”이선우는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 너도 얼른 쉬어.”이선우는 심윤아가 차에서 내릴 때부터 한순간도 시선을 떼지 않았고 별장 입구에서 얼른 가라며 손짓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서야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후 떠날 준비를 했다.가녀린 그녀의 뒷모습이 시선에서 사라지자 입가에 걸렸던 웃음도 함께 사라졌다.때마침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자가 여동생인 걸 확인한 이선우는 싸늘하게 웃고선 이를 무시한 채 운전하고 떠났다....심윤아가 돌아왔을 때 김선월은 이미 잠들어 있었다.아마도 진수현과 함께 나갔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여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 것 같다.혼자 돌아온 걸 어떻게 김선월에게 설명해야 할지 골치가 아팠는데 잠들어 있으니 한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할머님 요즘 컨디션 괜찮아요?”심윤아는 집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위층으로 올라갈 준비를 했다.그러나 올라가려던 찰나 계단 입구에 서서 팔짱을 낀 채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주시하고 있는 진수현을 발견했다.심윤아는 흠칫 놀라더니 의아하게 그를 바라봤다.‘뭐야? 강소영이랑 같이 병원에 있을 줄 알았는데 왜 여기에 있는 거지?’진수현은 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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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이선우 차에서 내린 걸 봤어’라는 말이 목 끝까지 치밀어 올랐으나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어쩌면 이선우가 집 앞까지 데려다준 걸 심윤아가 스스로 설명할 수도 있으니 기다리기로 했다.그러나 그 말을 들은 심윤아는 강소영의 부상에 대해 언급하는 거라고 오해했다.강소영을 밀지 않았다고 확신하지만 설명한다고 해서 진수현이 믿을까? 여전히 강소영의 편을 들 진수현의 모습이 떠오른 그녀는 망설이다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걔가 너한테 뭐라고 했는데?”“응?”진수현은 순간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모든 관심은 이선우가 집 앞까지 바래다준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에 한참이 지나서야 심윤아가 어떤 의도로 질문을 했는지 깨달았다.“소영이 말하는 거야?”‘소영? 다정하게 부르네.’심윤아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응. 다쳤잖아. 내가 강소영 스스로 넘어진 거라고 얘기하면 믿을 거야?”그의 답을 듣기도 전에 심윤아의 표정은 더없이 싸늘하게 변했고 예쁜 눈동자 속에는 자신을 향한 조롱이 담겨있었다.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넌 전혀 믿지 않겠지만 네가 믿든 말든 신경 쓰지 않을 거라는 단호함도 보였다.역시나 예상대로다.심윤아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안 믿음 말고. 나도 그냥 해본 말이야.”한동안 침묵이 흐르더니 진수현이 입을 열었다.“알고 있어.”진수현은 그윽한 눈동자와 함께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봤다.“소영이 친구가 널 난처하게 만들었는데 걔가 그걸 막을 수 없어서 너만 곤란해진 걸 알아.”애써 유지하던 평온함은 그의 말을 듣는 순간 흔들렸고 심윤아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그녀는 입을 열고 나서야 자신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그러니까 혼자 넘어졌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네? 강소영 누명 벗기려고 나한테 뒤집어씌웠다는 거잖아.”얼마나 우스운가.그와 결혼한 긴 시간 동안 심윤아는 자신이 이렇게 초라해지고 광대가 된 것 같은 기분은 처음이었다.직접 저지른 일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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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오늘 밤 일어난 일 때문에 기분 상한 거 알아. 내가 약속하는데 꼭...”“나가라고!”심윤아는 바디워시 한 병을 집어 들고 그에게 던졌다.“꺼져.”심윤아가 이런 거친 말을 한 건 처음이었기에 설명을 이어가려던 진수현은 깜짝 놀라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증오가 담긴 얼굴로 싸늘하게 그를 바라봤다.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진수현은 잔뜩 어두워진 표정으로 물러섰고 그가 떠난 후 심윤아는 갑자기 온몸에 힘이 풀렸다. 넘어지기 일보 직전에 팔을 뻗어 벽을 짚고선 눈을 감은 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진수현의 말에 너무 화가 나 감정이 격해져서 그런지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메슥거렸다.심윤아는 순간 뭔가가 떠오른 듯 눈을 번쩍 떴다. 심한 감정 기복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섰고 그녀는 자신이 최근 따라 화를 주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분명히 침착해야 한다며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한 경우가 점점 더 많아졌다. 도대체 왜 이런 걸까?심윤아는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배를 쓰다듬었다.“아가야, 엄마 때문에 많이 놀랐지? 미안해. 다음부터 이런 일 일어나지 않게 엄마가 꼭 조심할게.”여전히 두통으로 어지러움을 느꼈는데, 아마도 격한 감정 기복 때문인듯하다.욕실 바닥이 너무 차가운 탓에 심윤아는 어쩔 수 없이 현기증을 참으며 벽을 짚고 일어났고 바깥 소파에 앉아 한동안 휴식을 취하다가 다시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씻고 나온 그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실핏줄이 터져 빨갛게 충혈된 눈을 보며 다시는 화를 내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게 다잡은 후 잠을 청했다....그 시각 병원.“소영 씨, 이제 그만 울어요. 계속 이렇게 울다간 눈까지 나빠질 거예요.”이마에 생긴 상처를 꿰매도 흉터가 남을 거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들은 강소영은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눈물을 펑펑 쏟았다.머리를 푹 숙이고 있는 그녀의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고, 흉터가 생길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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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생각할수록 마음속의 증오와 원망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그녀를 진정시키려는 모든 사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강소영은 미친 듯이 화를 냈다.퇴근한 후, 진수현의 연락 한 통에 부랴부랴 달려온 이성민은 지금 문 앞에서 병실 안의 여자가 화를 내며 물건을 부수는 걸 지켜보는 처지가 됐다.그는 팔짱을 끼고 벽에 기댄 채 한심하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상냥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다 연기였네.’이성민은 강소영의 이마에 난 상처를 직접 본데다가 의사가 흉터 남을 거라고 말해서 그런지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를 중요시하는 여자에게 얼굴에 난 흉터는 더없이 큰 타격이니까.하지만 심윤아가 임신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불쌍하게 여기던 연민의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녀의 여우 같은 친구들은 끊임없이 진수현에게 심윤아가 밀어서 이렇게 된 거라며 강조했고 모든 걸 심윤아 탓으로 돌렸다.이성민은 옆에서 듣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임신한 몸으로도 모든 걸 스스로 짊어 쥐려는 성격의 심윤아가 어떻게 다른 사람을 밀 수 있냐는 말이다.설사 정말 밀었다 하더라도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이다.이미 팔이 안으로 굽은 이성민은 자연스레 강소영과 그녀의 친구들이 눈에 거슬렸다.생각하던 중 강소영의 친구가 갑자기 그를 쳐다봤다.“이봐요. 그쪽 수현 씨랑 아는 사이죠? 얼른 이쪽으로 오라고 연락 좀 해요.”여자의 호칭과 말투에 이성민은 기분이 언짢았다.“왜 가만히 있어요? 수현 씨가 이쪽으로 보냈다는 건 우릴 도와주라고 한 거잖아요. 아까부터 계속 서 있기만 하던데 너무 날로 먹는 거 아니에요? 누가 보면 허수아비인 줄 알겠어요.”심술궂게 말한 사람은 바로 황주연이다.진수현 때문에 룸에서 쫓겨난 일로 화가 났지만 강소영이 이 지경으로 다치니 자연스레 분노는 뒷전이 되었다. 강소영 얼굴에 난 상처에 비하면 그녀의 일은 너무 하찮았다.황주연의 말을 들은 이성민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뭐라고요?”“내가 틀린 말 했어요?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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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생각하던 강소영은 갑자기 표정이 돌변했다.“그 사람 지금 어딨어? 얼른 가서 잡아!”강소영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짜증 내며 황주연을 째려봤다.“넌 왜 그렇게 말을 함부로 하니? 수현 씨가 불러온 사람이면 당연히 잘해줘야 한다는 거 몰라? 네가 저지른 무례한 행동 때문에 수현 씨 앞에서 내 험담이라도 하면 네가 책임질 거야?”황주연은 그녀가 비난할 줄은 전혀 몰랐는지 갑작스러운 질책에 그대로 얼어붙었다.“난 네가 너무 슬프게 우니까 걱정돼서 수현 씨에게 연락해달라고 부탁한 건데...”강소영은 황주연이 무슨 말을 하는지 듣고 싶은 마음조차 없었다.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는 바람에 작은 부상으로 진수현의 모든 관심을 끌 계획이었는데 제대로 큰코다쳤다.부상입은 건 둘째라 치고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진수현이 자리를 비운 게 뭔가 꺼림칙했다.얼굴에 애먼 흉터가 생겼는데 진수현까지 얻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최악이다.마음이 심란해진 강소영은 더 이상 아무것도 신경 쓸 수 없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당장 그 사람 데려와. 사례를 하던, 용서를 빌던 뭐라도 해야지.”다들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자 강소영은 말투가 조금 거칠어졌다.“뭐해? 얼른 가라니까!”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그들은 재빨리 병실을 나섰다.떠나려고 아래층으로 내려온 이성민은 마침 병원으로 돌아온 진수현과 마주쳤다.안색이 어두웠지만 먼저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대표님.”잿빛을 띠는 얼굴에 감정 섞인 듯한 목소리를 듣자 진수현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어디 가요? 제가 분명히 병실 지키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요?”“대표님이 분부한 건 맞습니다만 저 사람들이 제가 필요 없다고 해서 나왔습니다.”진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위아래로 이성민을 훑어봤다. 요즘 따라 그의 행동이 너무 이상했고, 예전에는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워하던 성격이었는데 최근에는 공격적인 태세를 취하는가 하면 말투도 거칠어졌고 간혹 이상한 눈빛으로 째려보기도 했다.조수로서의 기본적인 자세도 안 되어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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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말을 마친 진수현은 성큼성큼 병동을 향해 걸어갔다.강소영의 말을 들은 후 이성민을 잡기 위해 부랴부랴 아래층으로 내려온 친구들은 진수현의 등장에 하나같이 걸음을 멈췄다.“수현 씨... 소영이가...”진수현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박찼고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심윤아와의 다툼으로 기분이 최악이었던 진수현은 표정마저 살벌했다.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에 친구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고 감히 그를 막거나 뭐라 할 수도 없었다.진수현은 갑자기 누군가를 발견한 듯 고개 돌려 그들 중 한 명을 바라봤다.“왜 아직도 여기에 있는 거죠?”사람들 속에 몸을 숨겼던 황주연은 자신을 향한 그의 싸늘한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들었고 아니나 다를까 진수현의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친 그녀는 등골이 서늘해져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다.“수현 씨.”마침 이때 멀지 않은 곳에서 강소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맨발로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강소영의 모습이 보였다. 비록 가까운 거리는 아니었지만 이마에 감긴 붕대에서 흘러나오는 새빨간 피와 창백한 그녀의 얼굴은 선명한 대조를 이루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조바심 나게 한다.“소영아, 왜 내려왔어? 의사 선생님이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고 했잖아.”강소영을 발견한 다른 친구들은 재빨리 그녀에게 달려갔고 오직 황주연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줄곧 싸늘함을 유지하던 진수현은 강소영이 다가오고, 그녀의 이마에 난 핏자국을 보고 나서야 조금 따뜻해졌다.“왜 내려왔어?” 강소영은 황주연을 힐끗 쳐다보고선 당황함을 드러내며 말했다.“방금 전에 친구들이 이 조수님이랑 시비가 붙었는데 이 조수님이 홧김에 떠났다고 해서 내려와 봤어. 친구들 대신해서 사과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강소영이 눈치를 주자 황주연은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황주연이 떠나자마자 그녀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수현 씨, 미안해. 날 걱정하는 마음에 이 조수님을 병원까지 보냈을 텐데 친구들이 무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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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그 여자는 눈물이 가득 차올라도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는 사람이고 두 눈이 빨개질 정도로 이 악물고 참다가 한계가 느껴지면 뒤돌아 눈물을 훔치는 사람이다.진수현은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또한 어렸을 땐 눈시울이 붉어지도록 펑펑 울었고 지금의 강소영처럼 옷깃을 붙잡고 애처롭게 바라보며 코를 훌쩍였다.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그의 앞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 모든 걸 숨겼다.진수현은 그제야 왜 가슴 한구석이 텅 빈듯한 느낌이 드는지 알게 됐다. 그와 심윤아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했고 심윤아는 더 이상 그를 아무 감정이나 공유할 수 있는 가까운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았다.“수현 씨... 아직도 나한테 화난 거야?”강소영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정신 차린 진수현은 눈물범벅이 된 그녀를 바라보더니 입술을 깨물며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그 말을 들은 강소영은 멈칫했다.“뭐가?”진수현은 시선을 위로 올리면서 가볍게 물었다.“상처. 어떻게 된 일이냐고.”분명 친구들이 심윤아가 밀어서 다친 거라고 얘기했을 텐데 갑자기 상처를 들먹이는 진수현이 의아했다.그녀는 최근 들어 진수현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잠깐 나갔다 온 뒤로 기분이 눈에 띄게 나빠진 그의 모습을 보며 강소영은 잘됐다 싶어 좋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눈치를 보며 답했다.“오늘 밤에 있었던 일로 윤아를 탓하지는 마.”“응?”“흉터가 남는다고 해도 어쩔 수가 없잖아. 내가 중심을 조금 더 잘 잡았더라면 넘어질 일도 없었을 텐데 다 내 탓이야.”진수현은 눈을 내리깔고 진지하게 그녀를 바라봤다.왜인지 모르겠으나 강소영은 그런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수현 씨?”“그러니까 네 말은 윤아가 널 밀었다는 거야?”진수현이 이렇게 꼬치꼬치 캐 묻을 줄 몰랐던 강소영은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때 옆에 있던 친구가 강소영을 대신해서 말했다.“수현 씨, 심윤아가 밀지 않았더라면 소영이가 이렇게까지 다치지는 않았을 거예요.”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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