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1161 - 챕터 1170

1206 챕터

제1161화

식사할 때 심인철은 진태범과 이선희가 담백한 요리가 입에 맞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하지만 이선희가 오히려 이렇게 말했다.“입에 안 맞을 건 또 뭐예요. 저희도 요즘 이렇게 간단하고 담백하게 먹는 걸 좋아해요. 건강을 챙기기 시작하면서 보니까 이런 음식이 제일 좋더라고요.”이선희는 사실 음식을 늘 절제했다. 외모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너무 달거나 칼로리가 높은 음식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깔끔하고 친환경적인 음식만 고수했기에 피부도 그렇고 몸매도 그렇고 완벽하게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최근에 이 규칙에 금이 가고 있다.이선희는 요즘 윤이와 서훈과 지내면서 아이들이 너무 예뻐 밥을 풀 때 항상 넘쳐나게 펐다.아이들이 배부르게 먹고 포동포동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다.하윤과 서훈은 윤아의 가르침 아래 항상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받아 갔고 절대 낭비하지 않았다. 윤아도 과하게 먹기보단 적게 먹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선희가 퍼준 밥은 아이들이 다 먹어 치우기에 너무 많았다. 먹다가 배가 부른 아이들을 이선희는 흐뭇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하곤 했다.“괜찮아. 절대 낭비 안 해. 남기면 할머니가 먹으면 되지.”자기관리가 철저했던 이선희는 그렇게 활짝 웃으며 손주들이 남긴 잔반을 먹어 치웠다.칼로리 계산도, 당도 계산도 더는 하지 않았다.하여 이선희는 최근에 거의 음식을 가리지 않았다. 그저 손주들이 좋아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이선희가 아이를 돌보는 걸 옆에서 지켜봐 온 윤아는 이선희가 그녀보다 아이를 더 잘 보살핀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장을 바꿔 윤아가 이선희라면 그렇게 시시각각 아이들의 행동을 살피지는 못했을 것이다.아이들을 어찌나 아끼는지 만약 윤아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살겠다고 한다면 이선희 성격에 아마 별말은 하지 않겠지만 무조건 자주 아이들을 보러 올 것이고 아이들을 보고 나면 떠나기 아쉬워질 수도 있다.지금까지의 관찰로 봤을 때 남아 있겠다고 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그러니 이사 가는 건 생각도 하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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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서훈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를 까밝히지는 않았다. 어른에게도 어른의 세상이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선희는 이미 진태범의 계략을 눈치챈 것 같았다.진태범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선희가 눈을 찌푸리며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진태범을 바라봤다. 이에 진태범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워졌고 코를 긁으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왜 그래?”물어보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선희가 아예 이렇게 말했다.“이따 애들이 남긴 거 당신이 해결해요.”“…”진태범은 묵묵부답이었다.“들었죠?”진태범이 코를 긁적거리며 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진태범이 대답하고 나서야 이선희는 흡족한 듯 고개를 돌렸다.더 먹으려던 진태범은 이선희의 말에 조용히 젓가락질을 멈췄다.이미 먹을 만큼 먹었는데 하윤과 서훈이 남긴 음식까지 먹으면 평소에 먹던 양을 초과하게 되니 천천히 먹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면 이따가 더 먹기가 힘들어진다.두 사람의 사랑싸움을 일렬로 직관하고 있던 윤아가 수현의 귓가에 속삭였다.“아버님 원래 어머님 앞에서 이러시는 편이야?”이를 들은 수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아빠가 엄마한테 밀리는 거?”“음, 그렇지?”“우리 집은 다 그래.”“잉?”수현이 입꼬리를 올리며 애정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내 말은 우리 진씨 집안 남자들이 다 그렇다고. 사랑꾼이야. 결혼하면 와이프밖에 모르지.”“…”이 말에 윤아는 놀라면서도 어이없다는 듯 수현을 힐끔 쳐다봤다. 얼굴이 두꺼운 건 알았는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분명 진태범을 칭찬했는데 그 칭찬을 자기에게 돌린 것이다.휘둥그레진 윤아의 눈을 보며 수현은 그런 윤아가 너무 귀여워 자기도 모르게 윤아의 코를 쓸어내렸다.“갑자기 왜 그런 표정으로 봐? 내 말 틀려?”“아니.”윤아가 고개를 저으며 시선을 거두었다.“셀프 칭찬을 이렇게 할 줄은 몰랐지.”수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내 장점은 이거 말고도 많아. 천천히 알아가게 될 거야.”자기 자리에 앉아 있던 심인철은 사위와 딸이 꽁냥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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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알지.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 나도 다 기억해. 근데 새해잖아. 기분이 좋으니까 한잔하고 싶어서.”심인철을 이렇게 말하며 진태범을 바라봤다.“어떠세요? 점심에 한잔하실래요?”진태범이 고개를 끄덕였다.“좋네요. 마신지 한참 됐는데.”이렇게 말하자마자 진태범은 누군가의 따가운 시선이 느꼈고 이에 난감한 표정으로 멋쩍게 코를 만지작거렸다.차화연도 이때 입을 열었다.“점심에 차를 마시는 건 어때요? 차로 술을 대신하면 건강에도 좋고, 속도 안 쓰리고.”한 사람은 못 마시게 하고 한 사람은 차로 술을 대신하자고 했다. 와이프가 이렇게 나오니 심인철과 진태범도 별수 없었다.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으면서 가족의 평화를 지내기 위해 두 사람은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점심, 반백이 된 남자 둘이 나란히 앉아서 느긋하게 차를 마셨다. 심인철이 직접 차를 만들었기에 의미가 더 남달랐다.심인철은 차를 만들면서 술을 마시지 못한 것에 아쉬워했지만 느긋하게 차를 마시면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딱히 술을 마시지 않아도 흥미진진했다.다른 가족들은 다 밖으로 나갔고 집에는 두 사람 외에 아무도 없었다. 다들 마트로 나간 것이다.이선희는 원래 여자끼리 나가서 쇼핑하면 된다며 수현더러 집에 있으라고 했는데 수현이 이렇게 반박했다.“나도 갈래요. 물건 사면 짐 들어줄 사람은 있어야죠.”이를 들은 이선희가 눈썹을 추켜세웠다.“아이고, 바쁘기로 소문난 우리 아들이 짐꾼을 자처할 때도 있네?”“왜 그래요.”수현이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렇게 짐 들어주겠다고 나섰잖아요.”이선희가 혀를 끌끌 차더니 낮은 소리로 윤아에게 말했다.“네가 있으니 이렇게 부지런하지 전에는 종래로 같이 쇼핑해 본 적이 없어. 나는 아들이 엄마랑 같이 쇼핑도 해주고 짐도 들어주고 하는 게 부러워서 나가자고 했거든, 근데 매몰차게 거절했어.”이에 윤아가 가볍게 눈을 깜빡였다.“그래요? 그러면 어머님, 다음부터 짐꾼 필요하면 저한테 말씀하세요. 제가 그이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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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봤다시피 다 갔어. 아마 단둘이 시간 보내라고 자리 비켜주신 것 같아. 하윤과 서훈을 뺏어갈까 봐 그러는 걸 수도 있고.”“...”윤아는 살짝 답답했다.“내가 뺏는다고 뺏어지나? 어른들 계시면 내겐 기회조차 없는데.”낮에도 그렇고 밤에도 그렇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생각은 하지 말아야 했다.다른 사람에겐 아이를 돌보지 않는 게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아이를 낳아도 낳기 전처럼 자유로운데 얼마나 좋은 일이냐고 할 수도 있다.하지만 윤아는 달랐다. 기억을 잃어서인지 아이를 직접 돌보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무의식중에 전업 주부로 살다가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두 아이를 보살필 힘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아니면 정말 회사를 나가지 않고 집에서 아이만 돌볼 수도 있다.“많이 질투하는 거 같은데?”수현은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보며 놀렸다.“내가 아이들 뺏어올까?”이를 들은 윤아가 수현을 힐끔 쳐다봤다.“진짜야?”“응.”수현은 거짓말이 아니라는 듯 이렇게 덧붙였다.“네가 말만 하면 나는 하지.”윤아는 의심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러 이런 말로 자기를 놀린다고 생각했다. 정말 그녀가 가서 데려오라고 해도 그러지 않을 것 같았다.아이들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이선희와 차화연이 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현이 허세를 부리려 하자 윤아는 어떻게든 그 허세를 까밝히고 싶었다.“그래, 그럼 갔다 와!”“응.”수현은 망설임 없이 어디론가 성큼성큼 향했다. 윤아는 그 자리에 선 채 그가 걸어가는 걸 물끄러미 쳐다봤다. 수현이 몇 걸음 만에 돌아와 설명을 늘어놓을 줄 알았다.하지만 수현은 윤아의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윤아는 눈을 깜빡거리며 그 자리에 선 채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다.정말 아이를 데려오는 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시선을 거두고 다시 필요한 물건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수현이 다시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얼마나 지났을까, 윤아는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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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엄마!”윤아를 보자마자 하윤과 서훈이 달려오더니 서로 안아달라고 난리였다.윤아는 아이들의 열정에 놀라면서도 즐겁게 그들을 끌어안으며 미소를 띄었다.하지만 이내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어 이선희와 차화연이 가까이 오기 전에 얼른 목소리를 깔고 이렇게 물었다.“너 장난으로 한 소리 아니었어? 진짜로 데려오면 어떡해?”이를 들은 수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누가 장난이래?”“...”윤아는 말문이 막혔다.이런 상황에서 보통은 장난으로 하는 소리 아닌가? 진짜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어떡하라는 거지? 애들이 납치당한 것도 아니고, 참 뭐라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왜? 내가 장난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윤아는 입꼬리를 당기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뭔가 덧붙이려는데 가까이 다가온 이선희와 차화연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도로 삼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윤아와 인사를 한 이선희와 차화연의 표정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가까이 다가온 이선희가 손으로 수현의 팔을 꼬집으며 낮은 소리로 질책했다.“왜 갑자기 나타나서 아이들을 데려가는 거야?”이 말을 들은 윤아가 그나마 난감함을 덜 수 있었다.그냥 아이만 데려왔을 뿐이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면 윤아도 그렇게 난처해하지 않아도 된다.하지만 이내 윤아는 다시 걱정되기 시작했다.이선희와 차화연이 따라와서 물은 건 수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이들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따라와 물은 이상 대답하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을 것이다.그것도 윤아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아, 그게...”수현이 말하기도 전에 윤아가 한발 먼저 이렇게 말했다.“제가 갑자기 애들이 보고 싶어서 데려오라고 했어요. 수현 씨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이 말에 세 사람이 멈칫했다.특히 수현이 제일 먼저 윤아를 힐끔 쳐다보더니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수현의 편을 드는 것처럼 들려도 사실은 먼저 발을 빼려고 그런 것이었다. 이런 윤아를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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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이선희는 손주들이 아쉽긴 했지만 수현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최근에 두 아이의 시간을 독점한 것 맞았다. 낮이든 밤이든 하윤과 서훈을 옆에 두고 아들, 딸처럼 챙겨줬다.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오직 아이를 보살피는 데에만 신경 썼다.지금 이렇게 말이 나와서야 이선희는 자기가 아이의 시간을 너무 독점하는 바람에 아이가 부모님과 보낼 시간이 없어졌다는 걸 알아챘다. 만약 전에 수현을 낳았을 때 이런 상황이었다면 분명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자기가 너무했던 것 같았다.하여 차화연이 이렇게 제안하자 바로 수락했다.“그래요. 쥬얼리를 돌아본 지도 꽤 오래됐는데 한번 가볼까요?”이렇게 두 사람은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일가족 넷만 남았다.윤아가 고개를 숙여보니 두 녀석이 그녀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 손으로 그녀의 옷깃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 그녀를 많이 그리워한 것 같았다.이 모습에 윤아의 마음이 따듯해졌다.윤아만 아이를 그리워했던 게 아니라 아이들도 똑같이 그녀를 그리워했던 것이다. 윤아는 손으로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와 이렇게 단독으로 시간을 보낸 게 참 오랜만이었다.이때 수현이 다가오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이렇게 물었다.“어때? 만족해?”두 아이 앞이라 윤아는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전 있었던 난감했던 상황이 다시 떠올라 이렇게 말했다.“앞으로 어른들 앞에서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 마.”하지만 수현은 윤아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직설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모르실 것 같아서.”“잘 말씀드리면 왜 모르겠어?”“말투랑은 상관없지. 손주랑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매료돼서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예 모를 거야.”“...”윤아는 반박할 수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최근 이선희는 손주들을 돌보는데 빠져 생활 습관이고 뭐고 다 변했다.“그리고 아까 잘 대처하더구먼 뭐. 어차피 쪽팔린 사람은 나야.”수현은 이렇게 말하며 윤아가 망실임 없이 자기를 팔아버린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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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한시간 쯤 쇼핑하며 많은 물건을 사고 나니 윤아는 살짝 피곤하기 시작했다.윤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수현이 이렇게 말했다.“이제 가자, 가서 쉬자.”그러더니 카트를 끌고 엘리베이터쪽으로 향했다.위층에는 라운지도 있고 매장도 있었다. 이선희와 차화연도 위층에서 쇼핑 중이었다.“어디 계시는지 모르겠네.”윤아가 앞으로 걸어가며 이렇게 말했다.“엄마랑 아주머니? 걱정하지 마. 아마 열심히 사들이고 있을 거야.”수현은 윤아와 아이를 레스토랑에 데려다주고 나서야 카트를 끌고 계산하러 갔다. 그러고는 사람을 시켜 물건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에 수현은 이선희가 걸어온 전화를 받았다.“이따 너희들 먼저 가. 우리는 알아서 갈게.”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이선희의 목소리는 우울해 보였다.수현은 약간 의외였다.“알아서 간다고요? 어디 다른데 들릴 데 있어요?”“응, 미용실 갔다가 좀 늦게 들어가려고. 너희는... 알아서 해.”미용실에 간다는 말에 수현이 대답했다.“네.”전화를 끊으려는데 이선희가 끝내 참지 못하고 이렇게 물었다.“기분 좋지?”전화를 끊으려던 수현이 되물었다.“네?”“너랑 자식 뺏는 사람도 없고 아이들이랑 오붓한 시간 보낼 수 있어서 좋지?”“...”수현은 할 말을 잃었다.수현이 아무 말도 없자 이선희가 이렇게 덧붙였다.“아까 윤이랑 훈이 데려간 것도 그렇게 생각해서 데려간 거 아니야?”이를 들은 수현이 난감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엄마, 최근에 애들이랑 보낸 시간이 고작 한 시간밖에 안돼요. 그 외에 밥을 먹든 잠을 자든 다 엄마랑 같이 있었잖아요.”이 말에 이선희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확실히 수현이 말한 것처럼 두 아이는 최근 이선희와 같이 한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수현이 아이들을 안고 가서 지금까지 고작 한 시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다.한 시간...아이와 헤어진 지 한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약간 버티기 힘든데 수현과 윤아는 오죽했을까? 두 사람이라고 쉬웠을까?입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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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그래도... 아이들만 부모님이 필요한 게 아니라 부모님도 아이들이 필요하겠죠.”이선희가 난감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이렇게 말했다.“오늘 수현이 내게 그런 소리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문제를 자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두 아이가 좋아서 계속 옆에 붙어 있기만 했지 다른 건 생각하지 못했네요.”이선희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아이들이 좋아도 계속 옆에 붙어있지는 말아야겠다고 말했다.차화연은 그런 이선희를 보며 그저 몇 마디 위로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 윤아가 친딸도 아니었으니 무슨 얘기를 더 할 수도 없었다.그렇게 서서 십여 분 정도 얘기를 나누고 나서야 둘은 미용실로 향했다.둘은 같은 방에서 관리를 받았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던 차화연이 거의 잠에 들려는데 이선희가 한숨을 쉬며 하윤과 서훈의 얘기를 다시 꺼냈다.차화연이 다시 위로를 건넸다. 관리가 거의 끝날 때쯤 이선희가 또다시 같은 얘기를 꺼냈다. 그렇게 위로를 이어가던 차화연은 사이가 아무리 좋아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교훈을 얻은 차화연은 앞으로 아들이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이선희처럼 그래서는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아니면 매일 걱정만 하다가 노후를 제대로 즐기지 못할 수도 있다.하여 미용실에서 나갈 때 차화연이 팩트 폭격을 날렸다.“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요. 가끔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도 좋아요. 생각이 많아지면 걱정도 많아지고, 걱정이 많아지면 빨리 늙어요.”앞 구절은 별로 신경 쓰지 않던 이선희가 뒤 구절을 듣고는 안색이 변했다.“늙는다고요?”“당연하죠. 그렇게 걱정이 많으신데 그러다 주름 생겨요.”“그러네요. 내가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안돼, 더는 생각하면 안 돼.”역시 이 말이 제일 효과가 좋았다. 돌아가는 길에 이선희는 더는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집에 돌아가서도 아이들을 방으로 데려가 재우겠다는 말 없이 피부를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하윤과 서훈이 윤아네 방에서 자게 되자 윤아는 너무 의외였다. 이선희가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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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9화

이런 가능성을 알아본 수현은 더는 웃을 수가 없었다.아빠로서 와이프와 딸을 잃어버렸다 되찾았고 그들과 함께 잠에 들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만약 자기가 누울 자리가 없다면...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만약 집에 있었다면 바로 새 침대를 들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새 침대에는 유해 물질이 있어서 건강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전에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없던 수현도 아이가 생기고 나서 이런 안전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정말 새로운 침대를 마련한다 해도 바로 사용할 수 없었고 사려면 예약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깨끗하게 소독해야만 방에 들일 수 있다.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몰래 속으로 다짐했다. 두 녀석이 잠에 들면 바로 전화를 걸어 집에서 쓸 침대를 예약해야겠다고 말이다.침대에 누워있는 세 사람은 수현의 생각을 알 길이 없었다. 윤아는 수현이 들어오자 아이들에게 자리를 조금 내주라고 했다.그렇게 세 사람이 노력한 덕에 작게나마 자리가 났다.수현이 그 자리를 힐끔 쳐다봤다. 누울 수는 있었지만 몸을 움직이기는 어려웠다.윤아는 그 자리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침대가 조금 작네, 아니면...”윤아는 수현에게 옆방에 가서 자거나 아니면 바닥에서 자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윤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수현이 그 자리로 가서 누웠다.“딱 좋네.”윤아가 그를 다른 곳에 가서 자라고 할까 봐 수현은 눕자마자 이렇게 말했다.“...”윤아는 침대를 짚고 몸을 일으켜 그가 누운 자리를 바라봤다. 분명 누워서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좋다니.눈치가 느린 편인 하윤도 이를 발견하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수현이 누운 자리를 가리켰다.“아빠, 자리가 너무 좁은 거 아니에요?”모자의 ‘관심’ 어린 눈빛에 수현이 억지웃음을 지었다.“아니, 나는 좋은데?”“아빠.”하윤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자리가 너무 좁아요!”“...”수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혹시나 하윤이 침대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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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하지만 지금 보면 쫓아내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니 가깝게 누워도 괜찮을 것 같았다.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하윤을 안고 있는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여 수현은 안쪽으로 조금 더 옮겼다.샤워를 금방하고 나온 탓인지 윤아는 수현에게서 습기를 느끼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안으로 더 들어오면 좁아.”윤아가 반대하지 않는 걸 보고 안으로 더 옮기려던 수현이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 두 손을 가슴에 가지런히 놓은 채 최대한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동작과 표정이 비굴하기 그지 없었다.수현이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시간도 늦었는데 자자.”어른 둘이 있을 때는 한두 시간 밤을 새워도 괜찮은데 아이들이 있으니 무조건 제때 잠들어야 했다. 하여 윤아도 오늘 저녁엔 별다른 말 없이 아이들을 재우려고 수현에게 불을 끄라고 했다. 그러고는 두 아이를 안고 잠을 청했다.서훈은 얌전히 안쪽에 누운 채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하지만 하윤은 작은 동작이 많았다. 처음에는 윤아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만지작거리다가 윤아의 잠옷에 달린 단추들을 만지작거리며 재잘거리기까지 했다.“엄마, 오늘 처음 아빠랑 같이 자요.”아이라 말할 때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직 윤아가 기억을 잃은 사실을 몰랐고 어른들도 이를 아이들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하윤이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한 것이다.이 말이 나오자 불을 끄고 누운 수현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창문에서 비쳐 드는 약한 불빛으로 딱딱하게 굳은 수현의 몸이 보였고 그가 숨을 참고 듣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윤아는 이런 수현을 보며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윤아는 인스타의 비공개 글에서부터 수현과의 관계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걸 눈치채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하윤의 한마디에 들키고 만 것이다.어둠 속, 수현의 모습이 잠깐 굳었다가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세 사람 옆에 누워 있었다. 처음엔 윤아도 그의 숨결이 고르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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