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윤아를 보자마자 하윤과 서훈이 달려오더니 서로 안아달라고 난리였다.윤아는 아이들의 열정에 놀라면서도 즐겁게 그들을 끌어안으며 미소를 띄었다.하지만 이내 뭔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어 이선희와 차화연이 가까이 오기 전에 얼른 목소리를 깔고 이렇게 물었다.“너 장난으로 한 소리 아니었어? 진짜로 데려오면 어떡해?”이를 들은 수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누가 장난이래?”“...”윤아는 말문이 막혔다.이런 상황에서 보통은 장난으로 하는 소리 아닌가? 진짜 아이들을 데리고 오면 어떡하라는 거지? 애들이 납치당한 것도 아니고, 참 뭐라 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다.“왜? 내가 장난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윤아는 입꼬리를 당기며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뭔가 덧붙이려는데 가까이 다가온 이선희와 차화연을 보고 어쩔 수 없이 도로 삼키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윤아와 인사를 한 이선희와 차화연의 표정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워 보였다.가까이 다가온 이선희가 손으로 수현의 팔을 꼬집으며 낮은 소리로 질책했다.“왜 갑자기 나타나서 아이들을 데려가는 거야?”이 말을 들은 윤아가 그나마 난감함을 덜 수 있었다.그냥 아이만 데려왔을 뿐이지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면 윤아도 그렇게 난처해하지 않아도 된다.하지만 이내 윤아는 다시 걱정되기 시작했다.이선희와 차화연이 따라와서 물은 건 수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이들을 데려왔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따라와 물은 이상 대답하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을 것이다.그것도 윤아가 보는 앞에서 말이다.“아, 그게...”수현이 말하기도 전에 윤아가 한발 먼저 이렇게 말했다.“제가 갑자기 애들이 보고 싶어서 데려오라고 했어요. 수현 씨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이 말에 세 사람이 멈칫했다.특히 수현이 제일 먼저 윤아를 힐끔 쳐다보더니 바로 무슨 뜻인지 알아채고는 입꼬리가 올라갔다. 수현의 편을 드는 것처럼 들려도 사실은 먼저 발을 빼려고 그런 것이었다. 이런 윤아를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아니
이선희는 손주들이 아쉽긴 했지만 수현의 말이 귀에 맴돌았다. 최근에 두 아이의 시간을 독점한 것 맞았다. 낮이든 밤이든 하윤과 서훈을 옆에 두고 아들, 딸처럼 챙겨줬다.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오직 아이를 보살피는 데에만 신경 썼다.지금 이렇게 말이 나와서야 이선희는 자기가 아이의 시간을 너무 독점하는 바람에 아이가 부모님과 보낼 시간이 없어졌다는 걸 알아챘다. 만약 전에 수현을 낳았을 때 이런 상황이었다면 분명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니 자기가 너무했던 것 같았다.하여 차화연이 이렇게 제안하자 바로 수락했다.“그래요. 쥬얼리를 돌아본 지도 꽤 오래됐는데 한번 가볼까요?”이렇게 두 사람은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일가족 넷만 남았다.윤아가 고개를 숙여보니 두 녀석이 그녀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두 손으로 그녀의 옷깃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 그녀를 많이 그리워한 것 같았다.이 모습에 윤아의 마음이 따듯해졌다.윤아만 아이를 그리워했던 게 아니라 아이들도 똑같이 그녀를 그리워했던 것이다. 윤아는 손으로 두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이와 이렇게 단독으로 시간을 보낸 게 참 오랜만이었다.이때 수현이 다가오더니 목소리를 낮추고 이렇게 물었다.“어때? 만족해?”두 아이 앞이라 윤아는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전 있었던 난감했던 상황이 다시 떠올라 이렇게 말했다.“앞으로 어른들 앞에서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하지 마.”하지만 수현은 윤아의 말에 동의할 수 없었다.“직설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모르실 것 같아서.”“잘 말씀드리면 왜 모르겠어?”“말투랑은 상관없지. 손주랑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데 매료돼서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예 모를 거야.”“...”윤아는 반박할 수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최근 이선희는 손주들을 돌보는데 빠져 생활 습관이고 뭐고 다 변했다.“그리고 아까 잘 대처하더구먼 뭐. 어차피 쪽팔린 사람은 나야.”수현은 이렇게 말하며 윤아가 망실임 없이 자기를 팔아버린 것에
한시간 쯤 쇼핑하며 많은 물건을 사고 나니 윤아는 살짝 피곤하기 시작했다.윤아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수현이 이렇게 말했다.“이제 가자, 가서 쉬자.”그러더니 카트를 끌고 엘리베이터쪽으로 향했다.위층에는 라운지도 있고 매장도 있었다. 이선희와 차화연도 위층에서 쇼핑 중이었다.“어디 계시는지 모르겠네.”윤아가 앞으로 걸어가며 이렇게 말했다.“엄마랑 아주머니? 걱정하지 마. 아마 열심히 사들이고 있을 거야.”수현은 윤아와 아이를 레스토랑에 데려다주고 나서야 카트를 끌고 계산하러 갔다. 그러고는 사람을 시켜 물건을 가지고 오라고 했다.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에 수현은 이선희가 걸어온 전화를 받았다.“이따 너희들 먼저 가. 우리는 알아서 갈게.”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이선희의 목소리는 우울해 보였다.수현은 약간 의외였다.“알아서 간다고요? 어디 다른데 들릴 데 있어요?”“응, 미용실 갔다가 좀 늦게 들어가려고. 너희는... 알아서 해.”미용실에 간다는 말에 수현이 대답했다.“네.”전화를 끊으려는데 이선희가 끝내 참지 못하고 이렇게 물었다.“기분 좋지?”전화를 끊으려던 수현이 되물었다.“네?”“너랑 자식 뺏는 사람도 없고 아이들이랑 오붓한 시간 보낼 수 있어서 좋지?”“...”수현은 할 말을 잃었다.수현이 아무 말도 없자 이선희가 이렇게 덧붙였다.“아까 윤이랑 훈이 데려간 것도 그렇게 생각해서 데려간 거 아니야?”이를 들은 수현이 난감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엄마, 최근에 애들이랑 보낸 시간이 고작 한 시간밖에 안돼요. 그 외에 밥을 먹든 잠을 자든 다 엄마랑 같이 있었잖아요.”이 말에 이선희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확실히 수현이 말한 것처럼 두 아이는 최근 이선희와 같이 한 시간이 많았다. 그리고 수현이 아이들을 안고 가서 지금까지 고작 한 시간 정도밖에 흐르지 않았다.한 시간...아이와 헤어진 지 한 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약간 버티기 힘든데 수현과 윤아는 오죽했을까? 두 사람이라고 쉬웠을까?입장을
“그래도... 아이들만 부모님이 필요한 게 아니라 부모님도 아이들이 필요하겠죠.”이선희가 난감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더니 이렇게 말했다.“오늘 수현이 내게 그런 소리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 문제를 자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두 아이가 좋아서 계속 옆에 붙어 있기만 했지 다른 건 생각하지 못했네요.”이선희가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앞으로 아이들이 좋아도 계속 옆에 붙어있지는 말아야겠다고 말했다.차화연은 그런 이선희를 보며 그저 몇 마디 위로를 건넬 수밖에 없었다. 윤아가 친딸도 아니었으니 무슨 얘기를 더 할 수도 없었다.그렇게 서서 십여 분 정도 얘기를 나누고 나서야 둘은 미용실로 향했다.둘은 같은 방에서 관리를 받았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던 차화연이 거의 잠에 들려는데 이선희가 한숨을 쉬며 하윤과 서훈의 얘기를 다시 꺼냈다.차화연이 다시 위로를 건넸다. 관리가 거의 끝날 때쯤 이선희가 또다시 같은 얘기를 꺼냈다. 그렇게 위로를 이어가던 차화연은 사이가 아무리 좋아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교훈을 얻은 차화연은 앞으로 아들이 결혼해 아이를 낳으면 이선희처럼 그래서는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아니면 매일 걱정만 하다가 노후를 제대로 즐기지 못할 수도 있다.하여 미용실에서 나갈 때 차화연이 팩트 폭격을 날렸다.“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요. 가끔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도 좋아요. 생각이 많아지면 걱정도 많아지고, 걱정이 많아지면 빨리 늙어요.”앞 구절은 별로 신경 쓰지 않던 이선희가 뒤 구절을 듣고는 안색이 변했다.“늙는다고요?”“당연하죠. 그렇게 걱정이 많으신데 그러다 주름 생겨요.”“그러네요. 내가 왜 이걸 생각 못 했지. 안돼, 더는 생각하면 안 돼.”역시 이 말이 제일 효과가 좋았다. 돌아가는 길에 이선희는 더는 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집에 돌아가서도 아이들을 방으로 데려가 재우겠다는 말 없이 피부를 위해 일찍 잠에 들었다.하윤과 서훈이 윤아네 방에서 자게 되자 윤아는 너무 의외였다. 이선희가 낮
이런 가능성을 알아본 수현은 더는 웃을 수가 없었다.아빠로서 와이프와 딸을 잃어버렸다 되찾았고 그들과 함께 잠에 들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었다. 하지만 만약 자기가 누울 자리가 없다면...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순간 얼굴이 굳어졌다. 만약 집에 있었다면 바로 새 침대를 들이라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새 침대에는 유해 물질이 있어서 건강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전에는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없던 수현도 아이가 생기고 나서 이런 안전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했다.정말 새로운 침대를 마련한다 해도 바로 사용할 수 없었고 사려면 예약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 깨끗하게 소독해야만 방에 들일 수 있다.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몰래 속으로 다짐했다. 두 녀석이 잠에 들면 바로 전화를 걸어 집에서 쓸 침대를 예약해야겠다고 말이다.침대에 누워있는 세 사람은 수현의 생각을 알 길이 없었다. 윤아는 수현이 들어오자 아이들에게 자리를 조금 내주라고 했다.그렇게 세 사람이 노력한 덕에 작게나마 자리가 났다.수현이 그 자리를 힐끔 쳐다봤다. 누울 수는 있었지만 몸을 움직이기는 어려웠다.윤아는 그 자리를 보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침대가 조금 작네, 아니면...”윤아는 수현에게 옆방에 가서 자거나 아니면 바닥에서 자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려 했다. 하지만 윤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수현이 그 자리로 가서 누웠다.“딱 좋네.”윤아가 그를 다른 곳에 가서 자라고 할까 봐 수현은 눕자마자 이렇게 말했다.“...”윤아는 침대를 짚고 몸을 일으켜 그가 누운 자리를 바라봤다. 분명 누워서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좋다니.눈치가 느린 편인 하윤도 이를 발견하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수현이 누운 자리를 가리켰다.“아빠, 자리가 너무 좁은 거 아니에요?”모자의 ‘관심’ 어린 눈빛에 수현이 억지웃음을 지었다.“아니, 나는 좋은데?”“아빠.”하윤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그를 뚫어져라 쳐다봤다.“자리가 너무 좁아요!”“...”수현이 입술을 앙다물었다. 혹시나 하윤이 침대가 너
하지만 지금 보면 쫓아내지는 않을 것 같았다. 그러니 가깝게 누워도 괜찮을 것 같았다.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하윤을 안고 있는 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여 수현은 안쪽으로 조금 더 옮겼다.샤워를 금방하고 나온 탓인지 윤아는 수현에게서 습기를 느끼고는 미간을 찌푸렸다.“안으로 더 들어오면 좁아.”윤아가 반대하지 않는 걸 보고 안으로 더 옮기려던 수현이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 두 손을 가슴에 가지런히 놓은 채 최대한 그들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동작과 표정이 비굴하기 그지 없었다.수현이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됐어. 시간도 늦었는데 자자.”어른 둘이 있을 때는 한두 시간 밤을 새워도 괜찮은데 아이들이 있으니 무조건 제때 잠들어야 했다. 하여 윤아도 오늘 저녁엔 별다른 말 없이 아이들을 재우려고 수현에게 불을 끄라고 했다. 그러고는 두 아이를 안고 잠을 청했다.서훈은 얌전히 안쪽에 누운 채 눈을 감고 잠에 들었다. 하지만 하윤은 작은 동작이 많았다. 처음에는 윤아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만지작거리다가 윤아의 잠옷에 달린 단추들을 만지작거리며 재잘거리기까지 했다.“엄마, 오늘 처음 아빠랑 같이 자요.”아이라 말할 때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 편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아직 윤아가 기억을 잃은 사실을 몰랐고 어른들도 이를 아이들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하윤이 뜬금없이 이런 말을 한 것이다.이 말이 나오자 불을 끄고 누운 수현의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 창문에서 비쳐 드는 약한 불빛으로 딱딱하게 굳은 수현의 몸이 보였고 그가 숨을 참고 듣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윤아는 이런 수현을 보며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윤아는 인스타의 비공개 글에서부터 수현과의 관계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걸 눈치채게 되었다. 하지만 오늘 하윤의 한마디에 들키고 만 것이다.어둠 속, 수현의 모습이 잠깐 굳었다가 이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세 사람 옆에 누워 있었다. 처음엔 윤아도 그의 숨결이 고르지 않
그렇게, 윤아는 잠자코 침묵을 지켰다. 이대로 수현이 윤이를 재우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역시 윤이는 쉽게 넘어가 줄 아이가 아니었다.“어... 조금 전까지도 나랑 말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잠든다고요? 엄마...”윤이는 윤아의 얼굴을 만져보며 정말 잠든 건지 확인까지 하려 했다.암흑 속에서 아이의 손짓을 어렴풋이 본 수현이 얼른 아이를 안아 제 쪽으로 옮기며 말했다.“윤이, 그만. 엄마 자니까 방해하지 말자. 그러다 엄마 깨겠어.”수현의 곁으로 옮겨진 윤이는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무언가 깨달은 듯 대답했다.“그러니까요! 오늘 낮에 엄마가 많이 걸었으니 분명 피곤할 거예요. 그럼 쉬어야 하니까 깨면 안 되죠.”어머니는 저나 오빠처럼 장바구니에 앉아 있지 않았다.“응. 피곤할 테니까 푹 쉬라 그러자. 우리 윤이 낮에 말도 잘 들었지? 이제 얼른 자자.”이미 제 곁으로 데려왔으므로, 아이가 다시 윤아의 잠을 방해하도록 둘 수 없었다. 수현은 팔을 내밀어 베게 했다.“오늘은 아빠랑 자자.”아직 아빠와 함께 잠을 잔 적이 없었으므로, 그의 말을 들은 윤이는 큰 눈을 두 번 깜박이더니 작게 물었다.“아빠 팔도 말랑말랑해요?”“...”수현은 몸이 마른 데다 팔뚝에 살이라고는 없었다. 그런데 말랑말랑할 리가.그의 팔은 윤이에게 베개가 될 수 없었다.잠시 침묵을 지키던 수현이 겨우 입을 열었다.“그럼... 아빠가 베개 가져올까?”그러나 윤이는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전 엄마 옆에서 자고 싶어요.”“그런데 엄마 이미 잠들었잖아. 네가 가면 깰 수도 있어.”이에 윤이는 고민을 시작했다. 수현의 억센 팔과 어머니를 깨우게 될 거라는 선택지 사이 한참을 고민하다 윤이는 결국 순순히 수현의 팔을 베개 삼아 눕게 되었다. 그러나 머리를 뉘자마자 그 작고 귀여운 얼굴이 찡그려졌다.“아빠. 그냥 베개 나눠서 베요.”“알겠어.”수현은 결국 반쪽 베개를 아이에게 내어주었다.그러나 성인 남성의 베개가 아이에게 편할 리가.그
자리에 누워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이것저것 생각하던 윤아는 언제인지도 모르게 스르륵 잠에 들어버렸다.다음날 깼을 때, 침대에 그녀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다.누워서 멍하니 몇 초간 천장을 바라보던 윤아는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오늘은 설 전날이다.홀의 대부분 사람은 모두 바쁘게 돌아치고 있었다.윤아가 기상한 것을 본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인사를 건넸다.집안을 한 바퀴 돌아본 그녀는 낯익은 사람을 보고 인사를 건넸다.“아주머니, 다른 사람들은요?”윤아를 확인한 차화연이 환히 웃어 보였다.“이제 깼어? 다른 사람들은 다 일이 있어서 나갔지.”일이 있어서 나갔다고?단지 조금 늦게 깼을 뿐인데 모두 사라졌을 줄이야.아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 윤아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떠올라 다시 걸음을 멈추었다.“아주머니 아드님은 올해에 여기서 설 쇠나요?”이에 차화연의 표정이 살짝 굳더니 이내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안 올 거야. 듣기로 친구와 베네치아에서 설을 쇤다던데. 아주 미친 듯이 노는 것 같더라고.”윤아는 기억은 없지만 전에 했던 몇 마디 말로 아주머니에게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요즘 젊은 사람들은 보통 집에 가서 설을 쇠는 것보다 친구와 약속하고 여행하러 다니기를 좋아했다. 그녀는 충분히 그들의 마음이 이해되었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한 뒤 자리를 떴다.차화연은 그 자리에 서서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녀는 혼자기에 무료하기도 하고 집안일도 할 필요가 없었기에 아예 방에서 좀 더 자려고 했다.그러나 금방 침대에 누웠을 때 무언가 떠올라 얼른 주현아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주현아는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그녀는 흥분한 채로 외국에 가더니 자기를 잊은 거냐며, 설이 지나고서야 연락할 줄 알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그럴 리가. 당연히 설이 되기 전에 전화해야지! 지금이 아니더라도 오늘 저녁에 전화하려던 참이었어!”“그럼 오늘 아침에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