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1181 - 챕터 1190

1206 챕터

제1181화

성큼성큼 큰 걸음으로 계단을 올라가 방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누군가 주현아의 팔을 덥석 잡았다.“잠시만요.”차분한 저음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팔이 잡아당겨지는 바람에 주현아는 더 앞으로 걸어갈 수 없었다. 결국 걸음을 멈춘 주현아는 고개조차 돌아보지 않았다.“대표님, 저는 이미 사직한 사람입니다. 만일 절 다시 스카우트하고 싶다면 집에 와서 이렇게 위층까지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정석적인 방법으로 해야죠. 대체 뭐 하시려는 겁니까?”둘 사이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제가 뭘 하려는 건지는 엊그제 이미 알게 된 것 아니었습니까?”그가 잠시 멈추었다가 이어 말했다.“그게 아니라면, 제가 얼굴을 보고 다시 한번 말하기를 원하는 겁니까?”다급해진 주현아는 그가 입을 열기 전에 얼른 대답해 버렸다.“아닙니다.”주현아의 다급한 대답은 오히려 배주한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는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몇 걸음 그녀를 향해 다가섰다.“왜 이렇게 저항하는 거죠?”참 웃겨. 왜 이렇게 저항하냐니?주현아는 마지못해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세요?”“모릅니다.”“...”“우리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음?”주현아의 말에 배주한이 인상을 찌푸렸다.“주현아 씨는 대체 어느 별에서 살고 있는 겁니까?”그의 말에 주현아가 문득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직 세수하지 않았음을 의식하고 재빨리 다시 고개를 돌려버렸다.“무슨 뜻인지 잘 아시잖아요.”“무슨 뜻인데요?”배주한이 눈을 가늘게 뜨며 주현아를 응시했다.“다 같은 지구에서 살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세상이라니요?”“모른 척하는 거예요? 아니면 정말 멍청한 거예요? 전 대표님께서 다 이해하셨을 거로 생각해요. 대표님께서 평소에 만나는 사람들과 제가 만나는 사람들은 아예 다른 세계라고요. 일하는 양도, 스케일도, 가치관도 모두 다르다고요.”배주한은 대답이 없었다.그녀는 배주한이 이미 다 이해했을 거로 생각했다, 이제 더 이상 말을 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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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배주한의 눈에 비친 주현아의 모습은 화장기 없는 얼굴로 회사에 출근하던 때와 다를 바 없었다.그리고 확실히 그녀의 소개팅 상대의 말대로 민낯도 어여뻤다.“다 들으셨잖아요. 계속 붙잡고 있어도 저는 같은 말밖에 할 수 없어요. 돌아가세요.”“그럼 우리가 다른 세계의 사람이라면, 누가 현아 씨와 같은 세계의 사람입니까? 설마 조금 전의 소개팅 상대입니까?”배주한은 그녀에게 있어 항상 단정하고 엄숙한 상사였다. 그는 누구에게든 웃음기 없는 얼굴로 정색하여 말했다.하여 주현아는 그가 무슨 일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 언제나 같은 표정이라 생각했다.그런데 뜻밖에도 비아냥거리며 기가 찬다는 듯 저를 아니꼽게 바라볼 줄이야.“이번엔 그저 사고였을 뿐이에요. 소개팅은 또 해도 되죠. 맞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배주한이 물었다.“그럼 전 어디가 안 맞는 겁니까?”그가 입술을 짓씹으며 집요하게 주현아를 응시했다.“현아 씨가 생각하는 미래의 배우자와 비교했을 때, 저는 어느 부분이 별로인 겁니까?”주현아가 대답했다.“대표님, 오해하셨어요. 저는 대표님이 별로라고 말한 적은 없어요. 단지 같은 세계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을 뿐. 대표님께서는 돈도 많고 훌륭하신데 제 집안은 가난하잖아요. 우리가 평생 놀지도 먹지도 못하며 모으는 돈이 대표님께는 계약서 한 장의 액수에 불과하잖아요. 맞죠?”“그래서요?”배주한이 무뚝뚝하게 물었다.“이런 것들이 우리가 연애하는 데에 영향을 줍니까? 왜요? 제가 돈이 많아서요?”끊임없이 들어오는 질문에 주현아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저는 그게 저에게 유리한 점 일 줄 알았죠.”배주한이 말을 덧붙였다.주현아는 입술을 말아 물며 반박하지 못했다.맞는 말이다. 돈이 많다는 건 당연히 유리한 점이겠지만 그것이 과하게 많을 때는 오히려 스트레스, 부담이 된다.주현아는 자신을 비웃듯 피식 웃었다.“물론 유리한 점이죠. 만일 제가 있는 집안의 딸이었다면 소비 습관이 대표님과 같겠죠. 그럼 당연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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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3화

주현아는 대표인 배주한보다 말발이 현저히 딸리는 사람이었다. 배주한의 몇 마디 물음에 주현아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결국 그녀는 논리를 벗어난 말인 줄 알면서도 태연 한 척 대뜸 입을 열었다.“저는 그저 평범한 사람을 만나 평범한 삶을 살고 싶어요.”“저와 함께하면 평범한 삶이 안 되는 겁니까?”배주한이 그녀를 응시하며 말을 덧붙였다.“저와 함께한다면 오히려 다른 선택지가 많아질 뿐입니다. 평범한 삶을 살 수도 있고, 그것이 지겹다면 사치스러운 삶을 살아도 되죠. 두 가지 인생을 경험할 수 있는데 더 좋은 것 아닙니까?”주현아는 그가 어떻게 자수성가한 건지 확실히 잘 알 수 있었다. 배주한은 임기응변 능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을 과시할 만한 점을 잘 드러내 마음을 사로잡는 데는 뛰어난 사람이었다.주현아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배주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이어 말했다.“제 말이 틀렸나요? 현아 씨의 인생은 저의 재산 유무에 따라 바뀌지 않아요. 전적으로 주현아 씨의 선택과 계획에 달린 일이죠. 우리는 단지 함께 살게 될 뿐이죠. 그렇지 않나요?”주현아는 더 이상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주현아는 자리에 그대로 서서 배주한이 다가오는 것을 멍하니 바라만 보았다. 그의 특유의 박하향이 코를 감쌌다.“어떤가요? 고려해 보실래요?”주현아는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녀가 뒤로 물러설수록 배주한은 더 가까이 다가왔다.마침내 등이 차갑고 단단한 벽에 부딪혀 더 물러설 수 없게 되었을 때야 주현아는 물러서는 것을 그만두었다.그녀는 어리둥절하며 눈앞의 배주한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퇴사 직전까지 상사로 대했던 배주한이 어떻게 갑자기... 자신을 고려해 보겠느냐고는 말까지 하는 걸까.지금 이거 현실이 맞긴 한 걸까?아니면 혹시 퇴사 후에 정신에 이상이 생겨 환각이 생긴 건가?이리저리 생각하던 주현아는 배주한을 향해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그... 대표님, 혹시 갑자기 직원을 잃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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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4화

심지어 이미 결혼해 놓고 밖에서는 상간녀를 두고 연애하는 사람도 많이 보아왔다.그들 사이에 연인 사이의 감정이란 종래로 없었으며 의리 같은 것도 없었기에 서로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았다.하여 그녀는 배주한도 비즈니스로 결혼할 거로 생각했다.하지만 평소에 여자와 잘 어울리지 않는 성격으로 보아 바람을 피우지는 않을 것이며 적어도 결혼에 대해서는 충성할 거로 생각했다.당시 부하로서의 그녀는 배주한의 아내가 바람을 피우면 자존감이 강한 그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그러나 그 사람이 자신을 좋아할 줄은 몰랐다.“사업 발전에는 확실히 도움이 되겠죠.”배주한이 담담히 말했다.“하지만 전 필요 없어요. 배인그룹은 제가 혼자 일구어낸 회사이기 때문에 어떤 도움도 필요 없습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지 사업 때문에 통혼 같은 건 하지 않아요.”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주현아는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다는 그의 말을 듣고 얼음장처럼 굳었다.“네? 뭐라고요?”배주한이 그녀를 힐끗 보았다.“못 들었어요? 다시 말할까요?”“아, 아니요!”다시 한번 들을 용기는 없었기에 주현아는 거절해 보였다.그녀의 하얀 볼에 핑크빛이 감돌더니 이내 귀와 목까지 빨개졌다.차분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변화에 무딘 그일지라도 주현아가 얼굴을 붉히는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현아 씨 평소에는 카리스마 넘치더니, 고백을 들으면 부끄러워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네요?”그녀 의외의 모습에 배주한은 신기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그동안 상사로만 대하는 사무적인 태도를 보아왔기에 오랫동안 고민했었다.그는 직진남이었지만, 여자와 남자 사이에 설레는 기류나 기묘한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여자가 저를 남자로 보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혹은 여자가 아직 깨닫지 못했다거나?배주한이 주현아의 이마를 톡 치며 중얼거렸다.“아, 이제 깨달은 거구나.”“뭐라고요? 부끄럽긴 누가요! 저, 전 이만 자러 가야겠어요.”이른 아침부터 맞선인지 뭔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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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5화

주현아는 꼼꼼히 세수한 후에야 침대에 누웠다.이상한 소개팅 대상을 만나 생겼던 분노가 조금 전 배주한과의 대화로 모두 사라졌다.그 대화로부터 주현아는 배주한이라는 사람이 정서가 매우 안정된 사람임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다.주현아에게 있어 짝의 성격이 차분하다는 것은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배주한과 오랫동안 일하면서 직장에서 어떤 불쾌하거나 최악의 상황이 닥쳐와도 그는 항상 냉정하고 차분했으며 분노한 적이 없었다.때때로 주현아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할 때도 말리는 사람은 늘 그였다.“냉정해지세요.”배주한은 일을 해결하는데 능한 사람이었다.이런 사람과 함께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그리고 그의 말처럼 평범한 삶을 살 수도 있고, 질리면 사치스러운 삶으로 갈아타도 되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주현아는 나쁘지 않아 보였다.그녀는 침대에 누워 몸을 뒤척이며 또 고민하기 시작했다.‘하지만 배주한 같은 남자는 주변에 외모와 능력이 뛰어난 여자가 너무 많다. 언젠가 갑자기 바람피우게 될지도...’생각하면 할수록 주현아는 고민이 깊어졌고 결국 잠은 자지 못한 채 아예 몸을 일으켜 앉았다.그녀는 방문을 열고 나와 계단을 내려갔다. 발걸음은 조금 급해졌고 속으로는 이미 갔겠지? 라며 반신반의했다.그런데 막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익숙한 뒷모습의 사내가 친척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친척들은 재잘재잘 이것저것 물어보았고, 배주한은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귀찮을 법한 질문들에 하나하나 대답하고 있었다.정말 보기 드문 광경이었다.예전에 회사에서의 배주한은 직원을 대할 때에도 말을 적게 하는 편이었다. 회의할 때도 거의 입을 열지 않았으며 가끔 하는 발언도 모두 회사의 명맥이 걸린 일이나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뿐이었다.지금처럼 대답하기도 귀찮은 어린아이들의 지루한 질문에 일일이 대꾸해 줄 일은 드물다는 것이다.아이들이 묻는 말들은 이러했다.“아저씨, 이 정장 수작업으로 주문 제작한 거예요? 부자들의 정장은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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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6화

“오늘 그 맞선 상대 너무 민망하긴 했어요. 그래도 같은 마을 사는 사람인데 너무 척지는 건 아닌 것 같아 배웅해 주러 갔죠.”잔뜩 약이 오른 남자의 모습과 자기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얼굴이 떠오르자 현아는 진절머리 났다. 그런 사람까지 배웅해 줘야 하는 건가?근데 아까 맞선 상대에게 욕을 퍼부을 때 주한도 있었던 거 같은데? 너무 사납다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큰일 났다. 어느새 현아는 주한 앞에서 이미지를 챙기기 시작했다. 분명 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는데 말이다.현아가 난감한 표정으로 주한을 바라봤다. 주한이 덤덤한 얼굴로 물었다.“졸린다면서 더 자지 왜 내려왔어요?”현아가 머리를 긁적였다.“자려고 했는데 아침에 하도 많은 일이 일어나서 잠이 안 올 거 같아요.”주한과 많은 얘기를 나눈 뒤로 현아는 머리도 마음도 뒤숭숭했기에 잠이 올 리가 없었다.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그럼 마을에 마실이라도 나갈까요?”“네?”마실을 가자고?주한이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영양가 없는 질문만 받던 게 떠오른 현아는 그가 지금 구조 요청을 보낸 거라고 생각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주한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에게 인사하고는 현아와 자리를 떠났다.현아가 나가기 전 친척들은 눈을 찡긋거리며 이렇게 말했다.“현아 언니, 화이팅!”“대표님을 손에 넣으면 맞선 볼 필요가 없지!”그들은 자기 목소리가 작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현아는 똑똑히 들을 수 있었고 주한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귀가 멀지 않았다면 말이다.현아가 물건을 들어 뿌리려는 시늉을 보이자 그들은 자리를 떴다. 이를 확인한 현아는 그제야 손에 들었던 물건을 내려놓으며 난감한 표정으로 주한을 향해 웃었다.“아하하, 다들 무슨 이런 농담을, 새겨듣지 마요.”하지만 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래요? 나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하는데.”“...”현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아침에 일어난 일만으로도 충분히 난감했던 현아는 주한이 오글거리는 말이라도 할까 봐 그가 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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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7화

“무슨 오해요?”주한이 현아를 물끄러미 바라봤다.“우리가 그런 사이라고 오해하죠. 시골에서 살아봤어요?”원래는 시골에서 안 살아봤으면 소문이라는 게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고 말하려다가 주한도 자수성가했다는 게 떠올랐다. 자수성가란 무엇인가, 아무것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시작했을 것이다. 하여 임시로 시골에서 살아봤냐고 말을 바꿨다.아니나 다를까 주한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럼 시골에서 소문이 얼마나 무서운지도 알겠네요.”시골에서 생활한 적이 있다면 설명하기도 쉬워진다.“지금 여기서 걸어 나가면 내일은 우리가 이미 결혼했다고 소문날 거예요. 그러면 대표님 명예에도 금이 갈 거 아니에요.”이를 들은 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현아를 바라봤다.“원한다면 지금 당장 결혼할 수도 있어요. 그런 소문이 왜 내 명예에 영향 준다고 생각하죠?”“...”현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주한의 말에 너무 놀란 나머지 얼굴이 화끈거리기 시작했다.“무, 무슨 소리예요!”“헛소리인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될 거예요.”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만약에 소문이 두렵다면 다시 들어가요.”“근데 들어가면 또 이것저것 물어볼 텐데 괜찮아요?”“괜찮아요.”둘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갔다. 집으로 들어가니 친척들은 또 왜 이렇게 빨리 돌아왔냐며 이것저것 물었고 이에 현아는 점점 더 난감해졌다.점심이 되자 현아의 어머니 장은숙은 주한에게 남아서 같이 식사하자고 했다. 주한도 원래 그러려다가 중간에 전화를 받고 먼저 자리를 떠났다.주한이 가자마자 장은숙은 현아를 주방으로 불러갔다. 둘은 주방일을 하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아직 얘기 안 된 거야?”이렇게 말한 장은숙은 자기가 너무 조급하게 다그치는 게 아닌지 생각했다. 현아와 얘기한 게 어제인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주한과 입장 정리를 한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았기에 말을 고쳤다.“발전 가능성 없으면 하루라도 빨리 입장 명확히 해. 애꿎은 사람 시간 낭비하지 말고.”현아는 머리를 숙인 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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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8화

“내가 너한테 그런 말을 한 건 앞으로를 위해서야. 너한테 어떤 방향이 어울릴지 제안해 줄 수는 있지만 네 인생을 내가 쥐고 흔들겠다는 건 아니야. 내 말 무슨 말인지 알지?”현아가 막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런 현아의 모습에 장은숙도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내 말은 그냥 건의일 뿐이야. 어떻게 할지는 네 마음에 따라 정해야지. 네 선택이 제일 중요하다는 거야. 알겠어?”이를 들은 현아가 멈칫하더니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그럼 엄마는 내가 그 사람 만나도 괜찮다는 거예요?”장은숙이 눈썹을 추켜세웠다.“이미 마음의 결정은 끝난 거야?”“아... 아니에요...”현아는 얼굴을 붉히며 삐져나온 속마음을 들킬까 봐 변명을 늘어놓았다.“엄마가 그렇게 말하니까 그냥 한번 물어본 거지...”빨개진 현아의 얼굴을 보고 장은숙은 장난기가 발동했다.“그래, 내 딸인데 무슨 생각하는지 내가 어떻게 몰라? 부끄러워하지 마. 정말 배주한 씨가 좋으면 시작해 보는 것도 좋지.”현아는 장은숙이 이렇게 쉽게 말을 바꿀 줄은 몰랐기에 많이 놀란 상태였다.“엄마, 근데 왜...”“왜 갑자기 생각을 바꿨냐고? 아니야. 전에도 이렇게 생각했어. 결혼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건 당사자의 마음 아니겠어? 전에 내가 말을 꺼냈을 때 그냥 듣기만 하길래 아무 감정이 없는 줄 알았지.”현아는 입술을 앙다물었다. 사실 현아도 자신이 주한을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와 알고 지낸 지도 몇 년인데 주한에게 품지 말아야 할 마음을 품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근데 지금 봐서는 너도 마음이 조금은 있는 것 같으니 엄마도 말릴 수는 없지. 내 딸 하고 싶은 대로 해.”이를 들은 현아는 몹시 감동이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는데 장은숙이 이렇게 말한 것이다.“그럼 정말 한번 만나봐도 돼요? 근데 우리는 너무 다른 세상 사람인데.”“정말 좋아한다면 다른 세상 사람은 아니야. 근데 앞으로 예측 불가한 일은 생기겠지. 그래도 후회하지 마.”“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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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9화

두 사람은 그렇게 반 시간 얘기를 더 나누었다. 전화를 끊기 전 현아는 윤아에게 언제 돌아오는지 확인했다.“이틀 뒤면 돌아갈 거야.”윤아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현아가 바로 이렇게 대꾸했다.“그럼 내가 데리러 갈게. 너도 보고 애들도 보고.”“그래.”전화를 끊고 현아는 바로 핸드폰을 뚜드리기 시작했다. 하윤과 서훈에게 새해 선물을 사주기로 했는데 돌아오니 까먹고 말았다. 게다가 그들은 아직 외국에 있었기에 현아는 다시 살 생각을 못했다. 그런데 지금 다시 돌아온다고 하니 마중 나가는 길에 가져갈 셈이었다.핸드폰을 확인한 현아는 새해라 많은 가게가 잠시 장사를 중단했고 연휴라 택배도 많이 밀려있는 상태였다.현아는 온라인으로 아이들에게 선물을 사주려던 생각을 접고 시내로 나가보려 했다. 혼자 시내로 나가려던 현아는 갑자기 주한이 떠올랐다.주한과 만나볼 생각이었던 현아는 일단 그의 생활에 젖어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한에게 같이 아이들 선물 사러 가자고 하는 건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고 여겼다. 만약 이런 요구도 들어주기 싫어한다면 만나볼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이렇게 결정한 현아는 주한에게 전화를 걸었다. 현아가 먼저 전화한 것에 주한은 퍽 의외였다.“나한테 전화를 다 해주고.”듣기 좋은 주한의 목소리에 현아는 얼굴이 살짝 달아올랐다.“안... 안 돼요?”수화기 너머로 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되죠. 당연히 되죠. 나랑 만나준다면 앞으로 매일 전화해도 돼요.”이 말을 듣고 반항심이 발동한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만나주지 않으면 전화도 못 해요?”“만나주지도 않으면서 왜 전화해요? 나 그럼 오해할 수밖에 없는데?”현아가 입을 삐쭉거리며 대답하지 않았다.이때 주한이 이렇게 물었다.“지금 이거, 대답이라고 생각해도 돼요?”이를 들은 현아가 멈칫했다.“뭐가요?”“나한테 먼저 전화한 거요.”주한의 말뜻을 알아챈 현아가 얼른 부정했다.“아니요. 그냥 먼저 전화한 거예요. 이게 대답이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래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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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0화

현아가 되물었다.“뭐하게요?”주한이 낮은 소리로 웃었다.“뭐 안 해요. 그냥 보고 싶어서 그래요.”“...”“그래도 돼요?”“뭐... 그래요.”먼저 온다고 하니 거절할 필요는 없겠지?“네, 잠깐만 기다려요.”전화를 끊은 현아는 그제야 입고 있는 옷이 너무 수수하다는 걸 발견했고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 화장대로 가서 화장했다.립스틱을 바르던 현아는 너무 힘을 줬다는 생각에 빨간 컬러를 지우고 연한 로즈 컬러로 바꿨다.립스틱을 바꾸고 나서야 현아는 화장이 적당하게 잘 먹힌 것 같다고 생각했다.약 반 시간이 지나 주한이 도착했다.잠깐 고민하던 현아가 뒷좌석 차 문을 열었는데 주한이 이렇게 말했다.“내가 현아 씨 기사는 아니잖아요. 앞에 앉아요.”이 말에 민망해진 현아는 조수석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착석하자마자 주한은 몸을 그녀에게로 기울여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갑자기 코끝을 메운 남자의 향기에 현아는 너무 긴장해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주한은 느긋하게 안전벨트를 매주었다. 그러다 고개를 들어 잔뜩 긴장한 현아와 눈이 마주쳤다. 현아는 주한의 눈조차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안전벨트 매주는데 왜 이렇게 긴장해요? 설마 내가 무슨 짓 할까 봐 그래요?”주한의 말에 반응한 현아가 자기도 모르게 반박했다.“아니요. 대표님이 그럴 리가 없잖아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며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현아가 고개를 돌리는 바람에 두 사람의 거리는 더 가까워졌다. 좁은 공간에서 두 사람의 숨결이 뒤엉키자 분위기가 순간 달아올랐다.“그래요?”늘 점잖기만 하던 주한이 순간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그렇게 확신해요?”현아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렇게 몇초간 시선을 맞추다가 현아가 먼저 고개를 돌리며 어색하게 말했다.“어, 얼른 운전이나 해요.”이런 현아의 모습에 주한이 가볍게 웃었다.“걱정하지 마요. 만나주겠다고 확답을 주기 전에는 아무리 하고 싶어도 존중할 테니까.”이렇게 말하더니 주한은 자세를 고쳐 운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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