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수는 물을 한 잔 따라 천천히 한 모금 마시더니 갑자기 말했다. “너 아직도 우리가 처음에 어떤 자세로 했는지 기억하고 있네. 보아하니, 기억이 꽤 잘 돌아온 것 같은데?” 조유진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어... 언제부터 내 뒤에 있었던 거예요?” “네가 초윤 씨한테 우리가 처음에 어떤 자세로 했는지 대답할 때부터.” 배현수는 평온하고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 조유진의 귀끝이 서서히 빨개졌다. 배현수는 몸을 살짝 숙여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와, 자연스럽게 두 팔로 그녀를 감싸 안으며 속삭였다. “유진아, 네가 우리 처음을 이렇게 자주 되새기는 걸 보니 꽤 즐기는 것 같은데, 여기서 되새길 바엔 나한테 직접 오지 그래?” 조유진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런 거 아니거든요!” 배현수는 여유롭게 웃으며 반박하지 않았다. “좋아, 넌 그런 거 아니지. 그런데 송지연이 그러더라, 신체 접촉이 기억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한 번 시도해 볼래?” 버지니아주에서 돌아온 후, 둘은 키스조차 거의 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배현수는 많은 것을 참아내며 몇 번이나 한밤중에 찬물로 샤워를 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마치 얇은 유리막이 하나 있는 듯했고 조유진은 그걸 깨고 싶어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있었다. 혹시 그가 예지은에 대해 물어볼까 봐 배현수를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조유진은 말을 돌리며 대답했다. “우린 늘 신체 접촉을 하고 있잖아요.” 지금처럼, 그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도 신체 접촉이 아닌가? 그녀는 이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배현수는 더욱 직설적으로 말했다. “송지연이 말한 건 ‘제로 거리’ 접촉이야.” 조유진은 의심스러웠다. 송 박사가 그런 조언까지 해줄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게 송지연의 조언이든 아니든, 배현수가 뭘 원하는지는 충분히 알아챘다. 성숙한 남녀 사이에 이런 일들은 특별한 게 아니었다. 배현수는 평소에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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