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611 - 챕터 620

967 챕터

제611화

지금 국내는 아침이고 주식시장은 이제 막 열렸다.배현수는 침대 머리맡에 기댄 채 조유진의 휴대전화를 꺼내 주식 두 개를 사줬다.하나는 의료업계이고 하나는 반도체이다.의료업계와 반도체업계는 기존의 상승추세를 지나 지금 바닥을 찍고 있다. 조금 시간을 두고 길게 보면 분명 손해는 보지 않을 것이다.주식을 다 산 후, 배현수는 핸드폰을 다시 옆에 놓았다.자리에 누워서 조유진을 끌어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애기야, 방금 주식 200억 원어치를 샀어. 스위스에 있는 동안 할 일이 없으면 주식 추이를 연구해 봐.”조유진은 주식을 해본 적이 없다.주식시장의 말에 따르면 주식 투자는 도박과 같아 십중팔구 질 것이다.그녀는 잠결에 비몽사몽으로 물었다.“손해 보면 어떡해요? 원금은 갚아야 해요?”배현수는 넋을 잃고 웃었다.“3000억 원의 빚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거야?”조유진은 몸을 뒤척이더니 이불을 뒤집어썼다.“그러다가 또...”배현수는 그녀의 뒤통수를 보며 씩 웃었다.빚을 갚는 것에 트라우마라도 생긴 것일까?그는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이번에는 손해 보면 내 탓이고 벌면 네가 가져.”너무 졸렸던 조유진은 대충 듣고 고개를 끄덕인 뒤 까무러쳐 잠이 들었다.어젯밤에 너무 피곤했던 탓인지 조유진이 깨어났을 때는 아침 10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선유는 소리를 지르며 뛰어왔다.“엄마! 마당의 눈사람은 누가 만든 거야! 옆에 꼬마 선유라고도 쓰여 있어!”조유진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자리에 앉았다.배현수는 이미 떠났다.협탁에는 포스트잇 한 장만 남아 있었다.“스케쥴이 너무 빡빡해서 어쩔 수 없이 가야 해. 잠을 너무 깊게 자고 있어서 깨우지 않았어. 몸 잘 챙겨.”마지막에는 ‘배현수’라고 쓰여 있었다.조유진은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선유가 다가와 말했다.“엄마, 뭘 보고 있어? 보지 마! 빨리 일어나서 바깥 정원에 있는 눈사람을 보러 가!”조유진은 녀석의 손에 이끌려 얼른 씻은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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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배현수는 아침에 카톡으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주식시장 틈틈이 살펴보는 것을 잊지 말고. 만약 정신이 없으면 매일 상황 봐가면서 적당히 거래하면 돼. 우선 이 두 개로 손맛 좀 보다가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거래금액을 더 늘려도 돼.]재테크 앱에 접속한 조유진은 한 번 보고 나서 깜짝 놀랐다.주식 두 개, 보유 주식이 200억 원에 달했다...어젯밤 그녀는 비몽사몽인 상태라 배현수의 말을 잘 듣지 못했다. 20억인 줄 알았다. 그런데 200억 원의 주식 두 개로 ‘손맛’ 좀 보라고? 조유진은 어이가 없었다. 그나마 당분간 심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번 배현수의 방문은 그녀에게 꽤 많은 숙제를 내줬다. 기업 경영지식도 배워야 하고 주식 투자도 배워야 했다.조유진은 공부를 좋아하지만 이런 느낌은 왠지... 배현수가 선유에게 숙제를 내주는 것처럼 그녀에게도 미친 듯이 숙제를 내준 것 같다.선유는 옆에 서서 작은 얼굴을 들고 물었다.“엄마, 무슨 생각해?”조유진은 정신을 차리고 웃으며 말했다.“오늘부터 엄마도 너처럼 공부 열심히 해서 발전하려고.”선유는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엄마도 숙제 있어? 어느 선생님이 내준 건데?”녀석은 오늘 영어 숙제를 엄마에게 도와달라고 말할 참이었다.“선생님이 내준 게 아니라 아빠가 내 준거야.”녀석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아빠는 왜 그렇게 숙제를 잘 내는 거야? 우리가 매일 노는 게 부럽기도 하고 질투도 나서 그러는 거지?”조유진은 피식 웃었다. 선유가 눈사람과 함께 찍은 사진을 배현수에게 보낸 후, 조유진은 한참 고민을 하다가 인스타 스토리를 업데이트했다.사실 그녀는 스토리를 별로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오늘 기분이 좋고 선유가 너무 귀여워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선유가 눈사람과 찍은 사진을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렸다.사진 아래에 간단히 텍스트도 달았다. [귀여워.] 그리고 빙글빙글 도는 아기 펭귄 이모티콘도 텍스트 제일 뒤에 추가했다....아침 식사 때,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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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개인 진료소에서 진료를 보는 의사는 한국인이었다. 한의학과 서양 의학에 모두 능통했다.중년 남자 의사는 조유진의 상태를 물은 후 혈액 검사 HCG 값과 초음파 검사 등 정기 검사를 했다.일련의 검사를 마친 후, 남자 의사는 안경을 벗고 눈을 가늘게 뜨며 보고서를 보았다.조유진은 왠지 모르게 긴장했다.“의사 선생님, 저 혹시 임신했나요?”“HCG 수치가 눈에 띄게 높아졌고 초음파 검사에서 자궁 내 임신으로 나타났습니다. 임신 4주로 추정됩니다.”임신 4주 차...조유진은 잠시 멍하니 있었다.무의식적으로 평평한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다.임신했다고?따라온 선유는 옆 책상에 엎드려 눈을 껌벅이며 의사에게 물었다.“의사 할아버지, 임신 4주라는 말은 우리 엄마 배 속에 아기가 생겼다는 뜻이에요?”중년 남자 의사는 흠칫하더니 어린 선유를 보고 말했다.“의사 할아버지? 내가 그렇게 늙었어?”선유는 애꿎은 얼굴로 ‘아...’라고 하더니 이내 다시 말했다.“의사 아저씨.”의사는 더 이상 선유와 입씨름을 하지 않고 직접 물었다.“임신 4주예요. 아이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조유진의 첫 반응은 당연히 아이를 낳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선유가 있다. 둘째를 낳으려면 배현수와 선유의 의견을 들어야 했다... 특히 선유의 의견...게다가 이 아이는 전혀 예상치 못하게 찾아왔다.솔직히 말해서 병원에 온 이후 이 소식을 들은 뒤부터 반쯤 넋을 잃은 상태였다.그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의사 선생님, 잠깐 나가서 저희끼리 상의 좀 하고 올게요.”“네, 그래요. 한 사람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신중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조유진은 어린 선유를 이끌고 의사 사무실을 나왔다.어린 선유는 고개를 젖히더니 의아한 얼굴로 조유진은 바라봤다.“엄마, 아기 갖고 싶지 않아?”조유진은 쪼그려 앉아 선유의 작은 손을 잡고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엄마는 아기가 있었으면 좋겠어. 선유는? 선유는 괜찮아?”선유가 작은 입을 삐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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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오늘은 아침에 피가 좀 났다. 큰 문제가 있을지 잘 모르겠다.조유진은 선유를 데리고 의사 사무실로 돌아갔다.의사는 그녀의 생각을 들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낳기로 하신 거죠? 그런데 검사 결과를 보니 아직 불안한 상황입니다. 임신 초기에 하혈이 있으면 유산하기 쉬워요. 손 좀 내밀어 보세요. 맥을 짚어 볼게요.”조유진 앉아서 왼손을 뻗었다.중년의 의사는 조용히 그녀의 맥을 짚었다.그러다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맥이 이상한데요? 혹시 아랫배가 아프거나 하지 않아요?”조유진이 대답했다.“그동안은 몰랐는데 지금은 은은히 복통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심하지는 않아요.”“그럼 태아를 안정시킬 만한 약을 처방해 드릴게요. 그리고 엽산도 드세요. 지금 너무 말랐어요. 가능한 한 몸조리 잘하고 최대한 누워있으세요. 일어나서 움직이지 마시고요.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특히 정신적으로 컨디션 조절 잘하셔야 합니다. 임신 4주 차에 하혈이 있으면 유산의 징조일 수 있습니다. 물론 몸조리 잘하면 문제없고요. 잘 못 하면 유산할 수 있습니다.”의사는 매우 직설적으로 말했다. 위험과 그 결과에 대해 명확하게 말했다.조유진은 담담하게 알겠다고 대꾸했다.의사는 처방전을 쓰면서 재차 당부했다.“참, 지금 이 상태로 합방하면 안 됩니다. 체질이 좋은 임산부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환자분 같은 경우는 부부 생활하면 안 됩니다.”이 말을 들으니...조유진은 얼굴이 뜨거워졌다. 너무 부끄러웠다.임신한 줄도 모르고 배현수와 불타는 밤을 보냈으니 말이다.그녀는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외국에서 사는 셀리나는 이런 것에 익숙해 서슴없이 물었다.“의사 선생님, 저희 사모님이 어제 남편과 부부관계를 했는데 그것 때문에 하혈한 거 아닐까요?”조유진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의사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살리나를 쳐다보고 덤덤히 말했다.“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분 몸 상태가 원래부터 별로 안 좋으셔서 태아가 불안정할 수도 있어요. 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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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선유는 작은 머리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더니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물었다.“그럼 엄마, 나 사랑하냐고 계속 물어봐도 돼?”조유진은 녀석의 부스스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당연하지, 몇 번을 물어봐도 엄마가 다 대답해 줄게.”선유는 작은 팔을 벌려 조유진을 껴안았다. 품에 안긴 녀석은 많이 감동한 듯 살짝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엄마, 나도 엄마 많이 사랑해.”“엄마도 선유를 너무 사랑해.”앞에서 차를 운전하던 셀리나는 백미러로 모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웃으며 말했다.“사모님이 임신한 걸 배 대표님이 알면 정말 기뻐할 겁니다.”차창 밖, 하늘에서 또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조유진은 선유를 안고 창밖을 내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배현수가 기뻐할지 잘 모른다.그는 항상 어린아이가 성가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선유를 매우 사랑하지만 선유가 재잘거리면 시끄러워했다.큰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아이를 그냥 놔두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선유에 대한 요구는 항상 엄격했다.이번처럼 스위스에 와도 선유의 과외 숙제는 하나도 빠짐없이 체크했다. 개인 선생님이 집에 오기 시작하면서 선유가 배워야 할 것이 더욱 많아졌다. 일반과목 외에 피아노, 미술, 응용, 컴퓨터, 웅변 토론도 배워야 했다... 아직은 초기 시작단계인 수업도 있지만 일단 시작한 이상 멈추지 않았다.선유가 아무리 징징거려도 배현수는 아무 말 없이 차가운 시선으로 녀석의 수업을 지켜봤다.둘째 아이도 선유처럼 공부를 시키지는 않을까? 뭔가 두려웠다. 아이가 크면 선유는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애어른의 행세를 할 것이다.“나도 다 겪어 온 거야. 습관이 되면 괜찮아!”여기까지 생각한 조유진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처음에는 둘째를 낳을 생각이 없었지만 의외의 일은 항상 계획보다 빨리 다가왔다.소식을 천천히 받아들인 후, 그녀는 아이가 빨리 태어나기를 기대하기 시작했다.어느새 집에 도착해 따뜻한 방안에 들어왔다.조유진은 셀리나의 눈총을 받으며 침대에 누웠다.셀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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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네 식구가 평온하고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꿈은 끝없이 이어져 나갔고, 바람에 살랑살랑 스치는 보리밭처럼 끝이 보이지 않았지만 부드럽고 밝은 분위기였다.조유진은 전화 소리에 깨어났다.발신자는 남초윤이었다.조유진은 일어나 앉아서 전화를 받았다. 목소리에는 여전히 잠기운이 묻어져 나왔다.“여보세요, 초윤아?”전화를 건 남초윤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져 나왔다.“유진아, 잘 지내?”“응? 난 잘 지내는데, 왜?”남초윤의 다급함과 걱정에 비해 조유진은 지나치게 담담했다.초윤이 물었다.“너 지금 어디야?”“전에 말했잖아. 현수 씨가 나랑 선유 스위스로 바래다줬다고. 스위스에 온 지 며칠 됐어. 아, 맞다. 여기 설경이 너무 예뻐.”조유진의 평온한 말투를 듣다 보니, 그녀가 배현수와 백소미의 약혼 소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다.남초윤은 조유진에게 사실을 알려줄지 말지 고민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어 나갔다.“네 인스타 봤어. 눈사람 너무 귀엽더라.”조유진의 목소리가 부드럽고 차분히 들려왔다.“임신만 아니면 선유 데리고 나가 돌아다니면서 이쁜 사진 많이 찍어 너한테 보태줄텐데. 의사 말로는 태아 상태가 불안정해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해서 집에만 틀어박혀 창밖 설경만 보고 있어.”“뭐? 너 임신했어? 배현수 애야...?”남초윤의 목소리가 흠칫하며 지나치게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조유진이 웃으며 답했다.“현수 씨 애 아니면 누구 애겠어.”남초윤은 입술은 짓씹으며 하려던 말을 거뒀다.“그러게... 현수씨 애 아니면 누구애겠어... 생각하는 것 좀 봐! 유진아, 너 정말 둘째 낳게?”“둘째 계획은 없었는데, 선유도 싫어하지 않고 와줬으니 지울 수는 없잖아?”조유진이 말을 이었다.“큰 문제는 없을 거야. 그저 안정을 취하고 흥분하지 않는다면 문제없을 거야.”‘큰일이네, 흥분하면 안 된다니...’남초윤이 입술을 짓이기며 혀끝까지 차오른 말을 다시 삼켰다.“임신 초기니, 휴대전화 너무 오래 사용하지 마. 전화에도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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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남초윤은 심호흡하며 애써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충동을 눌렀다.태아가 불안정한 상태로 임신한 조유진에게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하지만 이런 일을 얼마나 더 감출 수 있을까?전화를 끊은 남초윤은 정신을 딴 곳에 팔고 있었다.아래층 마당에서 엔진소리가 들려왔다.육지율이 본가에서 돌아온 것이었다.남초윤은 배현수에게로 전화를 걸어 따지고 싶었지만, 배현수의 전화는 꺼져있었다.배현수와 백소미의 약혼 소식은 빅 뉴스인데, 육지율이 내막 정도는 알 것 같아 남초윤은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막 집안으로 들어서던 육지율은 마중 나온 남초윤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물었다.“웬일로 이렇게 적극적이에요?”남초윤은 귀찮다는 듯이 그의 농담을 흘려듣고 진지하게 물었다.“배현수와 백소미가 약혼한다는 사실 알고 있었어요?”육지율은 놀랄 것 없다는 듯이 답했다.“알고 있었는데 왜요?”남초윤은 이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배현수는 왜 유진이를 그렇게 먼 스위스까지 보내서 임신시키고, 본인은 엄씨 가문의 딸과 약혼하는 거예요? 지금 유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속고 있어요... 만약 이 사실을 알게 되면...”남초윤은 더 깊이 생각하기 무서웠다.육지율이 담담하게 답했다.“감정에 있어서 이유는 없어요. 이건 현수와 조유진의 일이에요. 옳고 그름은 우리가 판단하는 게 아니에요.”육지율은 겉으로 보기에는 따듯한 사람이었지만 마음은 냉정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 관련된 일에 끼어드는 건 싫어했다.특히 친구의 감정사에 그러했다. 감정사에 끼어들기 시작하면 죽도 밥도 되지 않았다.이전 배현수가 3년 동안 감방에 갇혀있을 때, 육지율은 조유진이 이기적인 여자라 배현수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당사자가 아니기에, 그 사람들의 감정은 영원히 알 수 없었다.또한 이성 사이에 어울리는지 어울리지 않는지에 대한 문제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이지 옆에서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었다.육지율은 다이아몬드 커프스단추를 떼어 책상 위에 놓으며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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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남초윤은 육시율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자 한 자 내뱉었다.“필요 없어요.”그녀는 육씨 가문에서 지금까지 대접받아 본 적이 없었다.남재원이 비열한 방법으로 그녀를 육씨 가문이라는 높은 곳에 억지로 밀어 넣었다.처음에는 그녀도 자신에게 억지 부지리 말고 육씨 가문 어른들의 말에 순순히 따르는 꼭두각시 같은 며느리가 되면 된다고 타일렀다.하여 육씨 가문의 어른들이 뭘 하라고 하면 뭘 했고, 육지율은 끊임없이 남씨 가문의 사업에 투자했다.하지만 이제 그녀도 남재원은 사업을 할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투자한 자금이 200억도 넘어가고 있지만 손실만 나서 그녀로 하여금 육씨 가문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게 만들었다.그녀는 지금 꿈속에서조차 남씨 가문의 사업이 얼른 망하기를 바랐다.육씨 가문의 어른들이 뒤에서 어떻게 수군거리는지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그 사람들은 제각각 이러쿵저러쿵하고 있었다.“육씨 가문에서 뭘 보고 그런 애를 들였는지 모르겠어요. 친정에 매번 사업자금을 대주기 위해 집에 들인 것도 아닌데, 2년이 지나도록 아이 하나 없으니... 지율이를 속박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집안에 들인 건 아닌지 궁금하네요.”거만한 성격을 지닌 육지율에게서도 좋은 말이 나가지 않았다.“그냥 이 일자리가 싫은 거예요 아니면 육씨 가문에서 마련해준 일자리라서 싫은 거예요?”육지율이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 김성혁도 그녀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었다.‘김성혁이 던져준 동아줄을 잡은 건가?’남초윤은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억누른 채 침착히 답했다.“아직 일자리를 바꿀 생각이 없어요. 어머님께는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남... 초...”그녀는 바로 몸을 돌려 서재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소통을 거부한 것이다.무시당한 육지율도 기분이 좋지 않았다.전에 자신의 월급이 적다고 한 사람은 누구란 말인가?육지율이 나서지 않았더라면, 몸을 사리는 강 여사는 사적으로 사람을 꽂아주지는 않을 것이었다.육씨 가문의 기업에 가기 싫어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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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한편, 스위스.조유진은 하루 종일 멍하니 침대맡에 기대어 있었다. 핸드폰 보려고 한 순간, 셀리나에게 빼앗겼다.“사모님, 눈 나빠져요. 그러지 마시고 뭐 좀 드세요.”셀리나가 저녁을 챙겨왔다.입 맛이 없는 조유진을 위해, 셀리나는 주방에 부탁해 죽을 만들어 왔다.조유진은 침대에 너무 오래 있다 보니 몸이 뻐근했다.“식탁으로 가서 먹고 싶어, 침대에서 먹으려고 하니 소화가 안 되는 것 같아.”셀리나는 유난히 조심스럽게 조유진을 대하며 조언을 건넸다.“사모님, 배 속의 아기님을 위해서라도 조금 참으세요.”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조유진은 그래도 타협해서 죽을 다 먹었다.“셀리나, 오늘 하루 종일 핸드폰도 별로 안 봤어. 잘 만큼 다 잤고, 주식 좀 보고 싶은데, 핸드폰 좀 줄래?”하지만 셀리나는 고집스러웠다.“사모님, 임신 중이신데 그런 건 보지 마세요. 정신건강에 해로워요. 주식 상황을 보면서 정력도 써야 하고, 머리도 써야 하고, 걱정도 쌓이고 안정을 취하는 데 안 좋습니다.”조유진이 실소하며 답했다.“뭐가 그렇게 심각해?”하지만 셀리나는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조유진은 점점 더 상황이 의심스러웠다.‘내가 핸드폰을 보는 걸 두려워하는 것 같네... 초윤이도 그랬는데... 뭐 감추는 거라도 있나? 설마, SY 그룹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아니면, 현수씨한테...?’셀리나가 나가자, 선유가 조유진을 찾아왔다.“엄마, 드디어 깨났네! 하루 종일 잤어!”조유진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선유야, 태블릿 좀 가져다 엄마 좀 보여줄래?”“좋아! 근데 엄마 핸드폰은?”“셀리나가 가져갔어. 엄마 눈이 나빠질가 걱정스러운가 봐. 태블릿 챙겨올 때 셀리나한테 들키면 안 돼, 알았지?”선유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짓고 가슴을 치며 말했다.“옷 속에 감춰서 올게! 엄마, 나 믿어!”조유진이 웃으며 답했다.“알았어.”선유가 태블릿을 챙겨와 조유진에게 건넸다.조유진은 바로 트위터에 접속했다.송인아의 팬들에게 호되게 당한 이후로, 잘 접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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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그 성행 그룹의 엄씨 가문이 맞아! 재력으로는 SY 그룹이랑 맞먹는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달라! 성행 그룹은 제일 처음에 부동산 자재로 시작한 기업이야. 이후에는 배터리, 에너지 사업으로 돌렸지!”“그건 알고 있어! 지난해, 성행 그룹과 SY 그룹이 협력했잖아. SY 그룹에서 전기차를 만들 때, 성행 그룹과 협력했지. 성행 그룹에서 SY 그룹에 배터리를 공급해 줬잖아. 설마, 협력할 때 엄씨 가문의 아가씨랑 배 대표님께서 눈이 맞은 건가?”“맙소사! 비즈니스로 맺어진 커플! 결혼 후, 사랑으로 이어지는 커플! 너무 좋아!”“조햇살 같은 신데렐라가 재벌 그룹의 대표와 이어진다는 이야기는 너무 올드해! 그런 이야기는 지겹다! 엄씨 가문의 아가씨와 배 대표님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근데... 조햇살도 신데렐라는 아니지 않아? 조햇살도 이전 충남 시장의 딸인데? 비록 아빠의 권력은 끝이 났지만, 그래도 신데렐라는 아니지 않아?”“권력이 끝이 났다며, 그럼 신데렐라지! 그것도 소문이 안 좋은 셀럽!”조유진도 무슨 정신으로 댓글들을 다 읽었는지는 몰랐다.이틀 전의 뉴스였다.배현수가 어제저녁 스위스로 오기 전, 이미 발생한 일이었다.하지만 어떻게 한마디도 안 해줄 수 있지?뉴스를 본 그녀는 가슴이 꽉 막히는 것만 같았다.‘아니야, 이게 진짜일 리가 없어.’어제저녁, 배현수는 그녀를 업고 대성당 안으로 가, 무릎 꿇으며 프러포즈했다. 그리고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를 그녀의 약지에 끼워주며 귀국 후, 혼인신고하고 결혼식을 올리자고 했다.그는 언제나 조유진의 것이라고, 그녀만의 것이라고 했다.조유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그녀는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그녀는 묵묵히 태블릿을 선유에게로 건네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선유야, 엄마 갑자기 목이 마르네. 셀리나 아줌마한테 물 좀 가져다 달라고 해줄래?”조유진은 선유를 내보냈다.한참을 회복한 후에야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마음이 너무 심란했던 탓일까, 복부가 당겨왔다.심호흡을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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