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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시 만나요의 모든 챕터: 챕터 281 - 챕터 290

967 챕터

제281화

조유진은 거울에 비친 나비뼈 아래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연청색 태반을 보았다.사실 예전에 그녀도 여기에 태반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 등이 드러나는 옷을 잘 입지 않아서 자연히 신경을 별로 쓰지 않았다.처음에 배현수와 막 연인이 되었을 때 그는 아끼는 마음에 그녀를 오랫동안 건드리지 않았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플라토닉 연애를 했다. 배현수는 조유진을 안고 키스했지만 잠자리를 갖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모든 흔적을 잘 알고 있었다.등에 있는 옅은 청색 태반도 배현수가 가장 먼저 발견했다. 남초윤은 조유진이 드레스를 살지 말지 고민하던 틈을 타 휴대전화를 들고 사진을 찍어줬다.남초윤은 사진을 감상하며 말했다. “정말 예뻐, 이걸로 하자! 아니면 내가 사진을 배 대표에게 보내서 확인해 볼까?”조유진은 얼굴을 붉히며 남초윤의 휴대전화를 가로챘다.“싫어. 그 사람 눈썰미로 이런 거 잘 몰라. 난 널 믿어.”남초윤은 그녀를 곁눈질로 보고는 웃음을 애써 참았다. “어이구, 부끄러워하는 거야? 말해 봐, 배현수랑 지금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정말 화해했어? 결혼할 거야?” “아니. 난 지금 빚을 갚기 위해 그 사람 곁에 있는거야.”남초윤은 조유진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그럼 한 달 후면 각자 갈 길 가는 거야?”“응. 앞으로 나는 그저 선유 엄마일 뿐이고 그도 그저 선유 아빠일 뿐이야.”연애에 대해서는... 설레는 순간부터 가슴 아픈 대가를 치러야 한다.그녀는 강철 인간이 아니다. 오랜 세월 동안 감정 속을 헤매며 온몸에 가시가 박혀 더 이상 물불 가리지 않고 연애할 수 없다. 조유진과 배현수의 이 관계는 이렇게 오랫동안 발버둥 쳤지만 결과는 항상 만족스럽지 못했다.마치 그들은 어긋난 운명인 것처럼.어쩌면 너무 사랑해서 계속 불안하고, 진짜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조유진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다시는 감정이 동요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연애는 용감한 자의 게임이고 그녀는 어울리지 않았다. 남초윤이 탄식했다. “연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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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아주머니도 그냥 하는 말일 거야. 마음에 담아두지 마. 게다가 낳을지 낳지 않을지는 네 마음이잖아.”“그건 그래. 어차피 난 낳지 않을 거야. 서로 애정이 없는데 아이를 낳는건 비극이야. 남자는 아이를 낳는다고 해서 곁에 둘 수 있는 게 아니야.”옆에서 묵묵히 밀크티를 마시던 선유가 자신의 작은 핸드폰을 집어 들고 엄마가 양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는 틈을 타 몰래 엄마의 예쁜 사진을 찍었다...그리고 아무 말 없이 아빠한테 보냈다....블랙 마이바흐 차 안.배현수가 예지은을 데리고 요양원에서 나와 차에 탔는데 휴대전화가 울렸다. 한통의 메세지가 왔다.선유의 학교 가기 싫어인 카톡 아이디가 보낸 메시지였다.「사진 한 장」사진 속 조유진은 흰색 새틴 소재의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옆모습을 찍은 것이었다.튜브톱 드레스에 머메이드 디자인으로 날씬한 허리를 잘 드러냈다. 조유진은 날씬하지만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지고 있다.헤어스타일은 특별히 하지 않은 듯 물결모양 긴 머리가 아무렇게나 늘어뜨려져 있었고 머리카락 사이로 예쁜 등이 보일 듯 말 듯 했다.조유진이 밝고 아름다웠다.단지... 이 드레스는 등이 너무 많이 노출된 것 같은데?그는 그 사진을 보면서 눈빛이 약간 어두워졌다.선유에게서 또 다른 메세지가 왔다. 「아빠! 엄마가 아빠한테 예쁜지 물어보라고 했어요!」배현수의 미간이 조금 움찔했다. 긴 손가락이 두 글자를 보냈다.「그냥 그래.」「아빠, 역시 엄마 말이 맞아요! 안목이 별로네요. 나는 예쁘다고 생각하는데. 다음에는 안 물어볼래요!」“...”별로라고 말했지만... 배현수는 그 사진을 눌러 바로 갤러리에 저장했다. 잠시 후, 휴대전화가 다시 진동했다.이번에 받은 것은 은행에서 온 결제 문자였다. 「존경하는 배현수 씨, XXX에서 5,400만 원 결제되었습니다...」배현수는 휴대전화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옆에 앉아 있던 예지은은 배현수가 웃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 “아들, 여자 친구랑 문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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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강이찬이 매장 직원에게 말했다.“이 신발은 저 아가씨에게 포장해 주세요.”“네.”강이진은 옆에서 성질을 부렸다.“오빠, 아직 돈도 안 냈는데 내가 사면 안 돼?”강이찬은 차갑게 쏘아붙였다.“이 신발은 내가 살게. 됐지?”“그게 뭐야?”강이진은 성질을 부리고 싶었지만 강이찬이 있어서 참았다.강이찬은 조유진을 바라보며 사과했다. “방금은 이진이가 잘못했어요. 사과의 의미로 이 신발은 제가 살게요. 어때요?”조유진이 완곡하게 거절했다.“아니에요. 강 사장님의 마음만 받을게요.”“유진 씨...”강이찬이 말을 더 하려고 했는데 남초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강 사장이 유진이에게 신발을 사주는 게 말이 돼요? 나중에 현수 씨랑 미경 씨가 알게 되면 누가 먼저 화를 낼 것 같아요?”“그저 사과의 의미일 뿐이에요.”남초윤은 강이진을 냉담하게 쳐다보곤 아니꼽게 말했다. “사과는 됐어요. 못난 동생이나 잘 챙겨요.”“지금 누가 못났다는 거예요?”강이찬은 화가 나서 남초윤에게 따지려고 했다. 그러자 강이찬이 말렸다. “그만해, 하루 종일 시비 거는 거 피곤하지 않아?”“오빠...”“계속 난리 칠 거면 오늘 저녁 파티에 안 가는 게 좋겠어.”강이진은 어쩔 수 없이 말을 멈추었다.카운터 쪽에서는 조유진이 블랙카드를 직원에게 건네주어 결제했다.직원이 영수증을 조유진에게 건네 서명해달라고 했는데 배현수의 이름을 적는 것을 보고 강이찬은 주먹을 쥐었다.조유진이 물건을 사고 떠난 후에도 매장에는 강이진이 신발을 고르고 있었다. 강이찬은 소파에 쇼핑백이 놓여 있는 것을 봤다. 쇼핑백 안을 훑어보니 남자 넥타이 같았다.매장 직원도 발견하고 말했다. “아이고, 방금 전 손님이 두고 간 것 같아요.”강이찬은 쇼핑백을 집어 들며 말했다. “아직 멀리 가지 않았을 거예요. 제가 전해줄게요.”“정말 고맙습니다.”...조유진 일행이 매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이찬은 바로 쫓아올 수 있었다.그는 물건을 조유진에게 건네주었다. “물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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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당연하죠.”다가온 강이진이 웰링턴 부인이 목에 걸고 있는 그 파란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한눈에 보았다.강이진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와, 이거 혹시 희망의 별 블루 다이아몬드에요?”웰링턴 부인은 빙긋 웃었다.“이분은?”“제 여동생 강이진이에요.”“이진 씨, 안녕하세요.”웰링턴 부인은 강이진과 웃으며 악수했다.“이 블루 다이아몬드에 대해 아시나요?”강이진은 전에 상류층 모임에 들어가고 싶어서 보석과 가방들에 대해 좀 알아봤었다.그녀는 희망의 별이라는 이 블루 다이아몬드를 매우 인상 깊게 보았다.그래서 강이진은 뽐내기 시작했다. “이 블루 다이아몬드는 역사적으로 ‘불행의 다이아몬드’로 유명하다고 들었어요. 피로 물든 불길한 물건이라고요. 1909년에 처음 세상에 나왔는데 그것을 가진 주인들은 모두 의문사를 당했다고...”웰링턴 부인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강이찬은 재빨리 기침하며 그녀의 말을 끊고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부인, 제 여동생은 사실 보석에 대해 잘 몰라요. 이 다이아몬드는 공예가 정교하고 매우 아름다워요. 예전에 루이 14세에게 바쳐졌다고 들었습니다. 전엔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부인에게 있었네요. 지금 이 다이아몬드의 가치는 정말 대단하죠.”강이찬의 높은 EQ가 강이진의 실수를 만회했다. 웰링턴 부인의 표정도 조금 부드러워졌다. “제가 착용한 이 다이아몬드는 희망의 별에서 떼어낸 조각들 중 한 조각이에요. 불행의 다이아몬드라고 할 수 없죠.”“...”이 말을 들은 강이진은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고 입술을 깨물었다. 망신을 당한 게 분명했다.“그럼요. 이 파란 다이아몬드가 웰링턴 부인의 혈색이 좋아 보이게 하는 걸 보니 행운의 다이아몬드가 틀림없어요. 어떻게 불행과 연관될 수 있겠어요?”강이찬이 몇 마디 칭찬한 후에야 이 일이 해결됐다.웰링턴 부부가 떠난 후 강이진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원래 불행의 다이아몬드인데 말도 못 하게 하다니 너무 가식적이야.”강이찬은 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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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강이찬은 강이진에게 다가가 주스를 건넸다. “좀 마셔요. 현수는 왜 아직도 안 왔어요?”조유진은 예의상 잔을 받았다.“오늘 일이 좀 있어서 늦게 오겠다고 했어요.”강이찬은 옆에 서서 손에 쥐고 있던 샴페인을 한 모금 마셨다. 그는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몰라 아무 말이나 둘러댔다.“남초윤은요? 방금까지 같이 있는 걸 봤어요.”“화장실에 갔어요.”조유진은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더이상 말하지 않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강이진이 조유진을 애타게 바라보았다.왜 아직도 안 마시지?조유진이 주스 잔을 들고 한 모금 마시려고 하는데...배현수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렸다. “유진아.”조유진은 멈춰 서서 고개를 들고 쳐다봤다. 배현수는 긴 다리로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양복 외투를 팔에 걸치고 셔츠 단추를 세 개 풀고 있었는데 평소처럼 빈틈없는 모습이 아니었다. 아마 서둘러 온 것 같았다.오늘 무엇을 하러 갔을까?파티 한편에 있던 엄명월도 자연스럽게 배현수를 보았다.그녀는 손에 든 샴페인 잔을 흔들며 김 씨와 함께 인사하려다 배현수 곁에 있는 파트너에게 시선이 갔다.그 여자는 등을 돌리고 있었는데 긴 머리는 포니테일로 묶었고 드레스는 등을 드러냈다. 그 희고 눈부신 등의 날개뼈 아래, 크지도 작지도 않은 연청색의 태반이 갑자기 눈에 들어왔다...엄명월의 눈빛이 움찔했다.의부께서 친딸의 등에도 이런 연청색 태반이 있다고 하셨는데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그녀가 걸어가 똑바로 보려고 하고 있는데...배현수가 팔에 걸쳤던 양복 재킷을 여자 파트너에게 씌웠다.재킷은 드러난 등을 순식간에 가렸다.엄호월의 시선이 비로소 여자의 등에서 얼굴로 옮겨졌다.조유진!“김 씨, 방금 그녀의 등을 보았어요?”김 씨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평가했다. “네, 하얗네요.”날씬하기도 하고.배현수 안목이 좋네, 여자 파트너가 아주 예뻐.엄명월은 눈을 흘기며 그를 한번 쳐다봤고 입가가 미세하게 떨렸다. “... 그녀의 등에 있는 태반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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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그들 사이의 오고 가는 말들은 당연히 강이찬의 마음을 더없이 아프게 했다. 그는 손에 든 술잔을 힘껏 움켜쥐었지만 최대한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 “따뜻한 음료가 저기에 있어.”배현수가 조유진을 이끌고 따뜻한 음료를 가지러 가는 길에 엄명월과 우연히 마주쳤다.엄명월은 양쪽 입꼬리를 올리며 먼저 두 사람에게 인사를 건넸다. “배 대표님, 대표님 얘기는 오래전부터 많이 들었습니다.”배현수도 살짝 고개를 숙여 기본 예의만 갖춘 인사를 했다.“안녕하세요.”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본 엄명월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진 씨도 있었네요. 보아하니 좋은 소식이 곧 들릴 것 같네요.”조유진과 엄명월 모두 엄준의 수양딸이지만 두 사람이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다.조유진은 말이 없는 성격이라 쉽게 누군가와 친해지지 못한다. 그녀는 엄명월을 향해 그저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인사했다. 그러나 사교성이 좋은 엄명월은 그녀의 뜨뜻미지근한 반응도 아랑곳하지 않고 친한 척 먼저 입을 열었다. “유진 씨가 결혼하면 아버지가 무조건 축의금 두툼이 챙겨드릴 거예요. 두 사람 미리 축하드리고 꼭 백년해로하길 바랄게요.”엄명월은 손에 든 샴페인을 들고 홀짝홀짝 마셨다.배현수는 담담하게 웃으며 그녀의 말에 대꾸했다.“감사합니다.”배현수의 대답에 조유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고 배현수는 생각보다 꽤 진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조유진에게 마치 두 사람의 혼사가 곧 다가오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했다. 배현수가 조유진을 이끌고 엄명월의 옆을 지나갈 때 엄명월은 일부러 조유진 어깨에 걸친 양복 코트를 슬쩍 끌어당겨 바닥에 떨어뜨렸고 재빨리 조유진의 등으로 시선을 돌렸다.순간 조유진 등 뒤의 태반이 엄명월의 눈에 들어왔다. 동전 한 닢 크기에 연청색 타원형의 태반은 그 무엇보다도 선명히 눈에 띄었다. 엄명월은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허리를 굽혀 코트를 줍고서는 먼지도 묻지 않은 코트를 예의상 두 번 턴 후 조유진에게 건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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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남초윤은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건물 테라스로 올라가 바람을 쐬었다.그때 갑자기 등 뒤에서 그녀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윤이야.”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소리는... 순간 남초윤은 두 손으로 난간을 꽉 잡았다. 윤이는 남초윤의 애칭이다. 윤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그녀의 부모님 외에... 한 사람밖에 없다. 심지어 육지율과 조유진조차 윤이라는 애칭을 모른다. 남초윤 고개를 천천히 돌렸고 당장이라도 숨이 멎을 듯 온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김성혁... 그가 돌아왔다.희미한 불빛 아래 서 있는 김성혁은 늘 그렇듯 우월한 기럭지를 자랑하며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5년 만이다. 시간은 기억 속의 가난한 젊은이를 도도하고 멋진 훌륭한 청년으로 완전히 탈바꿈해 놓았고 그에게서는 예전과 사뭇 다른 성숙함이 물씬 풍겼다. 남초윤은 자리에 얼어붙은 채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다. 한참 후에야 그녀는 억지로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태연한 척 인사했다.“안녕, 오랜만이야.”...한편 배현수는 몸을 휘청거리며 화장실 쪽으로 걸어갔다.그때 강이진이 뛰어오더니 그의 팔을 부축했다.“현수 오빠, 어디 아파요?”강이진의 팔을 뿌리친 배현수의 얼굴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하지만 그 모습에 주눅들 강이진이 아니다. 그녀는 다시 배현수 옆으로 다가오더니 그의 팔을 잡고 말했다. “현수 오빠, 안색이 안 좋아 보여요. 설마 열이 나는 건 아니죠? 내가 방까지 부축할게요. 가서 좀 쉬어요.”“꺼져!”배현수는 다시 한번 강이진을 밀쳤다.하지만 강이진은 전혀 물러날 기색이 없이 다시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대신 이번에 그녀는 다른 방법으로 배현수를 설득했다. “현수 오빠, 오빠 지금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그냥 가겠어요. 내가 방까지 일단 먼저 부축해 드리고 유진 언니 불러서 오빠 돌보라고 할게요.”조유진이라는 세글자에 배현수의 눈빛도 순간 반짝 빛났다. 강이진은 배현수가 아무 말이 없자 자기 제안을 받아들인 줄로 알고 다시 한번 그의 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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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순간, 배현수는 그녀의 허리를 덥석 껴안았고 차가운 눈빛으로 육지율을 향해 외쳤다.“지금 뭐 하는 거야?”하지만 육지율은 이미 큰 보폭으로 성큼성큼 걸어 테라스 앞까지 왔다.그러자 조유진이 다급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괜찮아요. 저 안에 초윤이와 김성혁이 있는데... 저는 육 변이 오해할까 봐...”“두 사람이 안에서 뭐 하고 있는데?”그 말에 조유진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어 그저 묵묵히 가만히 있었다.남초윤은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 그래서 남초윤이 무엇을 하든 조유진은 반드시 남초윤 편에 설 것이다.설사 남초윤이 대역죄인이 될 만한 짓을 했다 하더라도 조유진은 무조건 남초윤 편이다.조유진은 여전히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그녀의 편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배현수는 이미 무언가 짐작한 듯 물었다.“남초윤과 김성혁이 껴안고 있었어?”“아니요...”“그럼 키스했어?”“초윤이는 절대로 일부러 한 게 아닐 거예요.”배현수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남초윤이 사람을 죽이겠다고 하면 너는 칼을 준비해 주겠네?”조유진은 아무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물론 당연히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조유진이 목을 빼 들며 테라스의 상황을 보려고 하자 배현수는 그녀를 잡아당겼고 그녀는 중심을 못 잡고 비틀거리다가 다시 그의 품에 넘어졌다. 순간 두 사람의 코끝이 마주치며 서로의 뜨거운 숨결이 느껴졌다. 그녀는 얼굴이 살짝 붉어진 채 배현수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왜 그래요?”배현수는 그녀의 초롱초롱한 눈을 보며 말했다.“네가 필요해. 나 지금 너무 힘들어...”한 글자 한 글자 너무 똑똑하게 들려서 부정할 수도 없었다.조유진이 무슨 상황인지 미처 파악도 하기 전에 배현수는 이미 그녀를 껴안고는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은 채 중얼거렸다. “유진아, 나 좀 부축해 줘. 응?”“그런데 저기 초윤이가...”“지금 도움이 더 필요한 사람은 나야. 초윤 씨가 아니라.”배현수는 조유진의 말을 끊으며 마지막 한 가닥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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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조유진은 고개를 들어 배현수를 향해 새하얀 목덜미를 드러내며 눈을 꼭 감았다.그리고는 떨리는 마음을 애처 참으며 입을 열었다. “현수 씨, 하려면 빨리해요.”순간 배현수는 그녀의 목을 잡고 몸을 수그렸고 그의 뜨거운 몸이 그녀를 전부 감쌌다....한편 테라스에서.남초윤이 김성혁을 밀치자 낯익은 남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지율 씨...”그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로 남초윤의 앞에 선 채 두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너무 일찍 와서 두 사람 방해했네요? 옛날얘기는 잘하셨어요?”옛날얘기.육지율은 특히 이 두 단어에 무거운 감정을 싣고 물었다.남초윤의 화사한 얼굴도 점점 핏기 없이 창백해졌다.사실 조금 전, 그녀도 김성혁이 그녀에게 키스할 줄 몰랐다.김성혁은 자기 분수를 잘 아는 사람이라 상황 파악도 잘하고 가벼운 행동을 쉽게 하지 않는다. 하물며 두 사람은 진작에 헤어졌다. 그런 그가 남초윤을 만나자마자 이렇게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조금 전 키스는 남초윤이 먼저 한 게 아니다. 그리고 그녀와 육지율의 결혼도 비즈니스 필요로 한 것이지 서로에게 감정이란 전혀 없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육지율과 마주쳤을 때 남초윤은 저도 모르게 죄인이 된 것 같았다. 그녀가 육지율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 하자 갑자기 옆에 있던 김성혁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얼마나 세게 꽉 잡았던지 남초윤이 벗어나려고 해도 떨쳐버릴 수 없었다. 그때 김성혁이 입을 열었다.“윤이야. 나에게 소개 안 해줘? 이분은?”윤이야?육지율은 처음으로 남초윤을 부르는 애칭이 윤이라는 걸 알았다. 순간 남초윤은 목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저는 육지율이라고 합니다. 초윤이 남편 되는 사람이에요.”육지율은 말이 끝나자마자 성큼성큼 걸어가 남초윤의 손목을 잡았다.하지만 김성혁이 손을 놓지 않자 육지율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김 대표님도 체면이 있는 분이신데 이렇게 남의 아내를 붙잡고 손을 놓지 않으면 사람들이 안 좋게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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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남초윤이 언제 결혼했는지 알아봐 줘. 또... 결혼한 이유도.”...육지율은 남초윤의 손을 끌고 연회장에서 나왔다.그의 걸음 폭이 하도 커 하이힐을 신고 있는 남초윤이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였다.그녀는 육지율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지율 씨, 뭐가 기분이 나쁜 건데요?”남자는 그녀를 세면대 쪽으로 끌고 가더니 한마디 했다.“깨끗이 씻어요.”그 말에 남초윤은 순간 멈칫했다.“뭐라고요?”“왜요? 섭섭해요? 김성혁이 돌아왔는데 더 이상 예전의 가난뱅이가 아니어서 후회돼요? 당신 아버지도 김성혁에게 꺼지라고 못 하겠고 이제는 남씨 가문의 사업을 위해서 자금을 대줄 능력도 생겼으니 나와 이혼이라도 할 거예요?”이것은 육지율이 두 번째로 그녀 앞에서 ‘이혼’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것이다. 첫 번째는 선유가 그녀와 김성혁의 딸인 줄 알았을 때였다. 물론 남초윤은 이런 의심에 너무 어이가 없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남씨 가문의 사업에 필요한 자금줄이었기에 그녀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육지율의 말에 남초윤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결혼 전에 육 대표님이 그랬잖아요? 결혼 후에도 알아서 각자 즐기자고? 서로 사생활 침범하지 말고. 그런데 왜요? 다른 남자랑 뽀뽀한 것 같고 질투라도 하는 거예요?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뭐 그런 내로남불인 거예요?”“누구와 같이 놀든 상관 안 해요. 술집에 있는 이름 모를 아무나 다 상관없어요. 하지만 김성혁은 안 돼요. 잊지 말아요, 당신은 육 씨 집안 며느리라는걸!”그는 얼음장같이 차가운 얼굴로 말을 하고 있었다. 평소 건들거리는 모습과는 완전 딴판이었다.하지만 이것은 남초윤에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금 이 모습이야말로 육지율의 가면을 벗은 진짜 모습이기 때문이다.두 사람은 이제 결혼한 지 막 2년이 되었다.육지율과 관련된 스캔들은 수도 없이 많았고 남초윤이 직접 처리한 것들을 다 세려면 열 손가락으로 턱없이 부족하다. 연예계 뉴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남초윤에게 육지율은 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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