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영그룹.박태준은 업무 보고를 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그리고 나타난 사람, 기민욱이었다. 이틀만의 방문이었다. 평소에 똘망똘망하고 소년 같던 표정은 어디 가고, 눈에 핏발에 가득 선 채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기민욱의 등장으로 사무실 분위기가 급속도로 차가워졌다. 비서가 급하게 서류들을 정리하며 박태준에게 인사를 건넸다.“대표님, 전 이만 가볼게요.”“그래.”박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비서는 그 말을 듣자마자 부리나케 사무실 밖으로 향했다. 기민욱이 평소와 다른, 심상치 않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음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비서는 기민욱이 얼마나 박태준에게 집착하는지, 그 무해한 얼굴 뒤로 얼마나 지독한 본성을 숨기고 있는지 다 알고 있었다. 만약 잘못 걸리면 정말 뼈도 못 추릴 게 뻔했다.그래서 기민욱과 마주치는 것이 항상 껄끄러웠다. 웃다가도 언제 한번 수틀리면, 어떻게 돌변할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비서는 두말없이 사무실 문을 닫고 모습을 감추었다. 사무실에 기민욱과 박태준, 둘만 남게 되었다. 기민욱이 박태준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형 비서, 나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박태준은 기민욱을 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났다. 그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신은지와 다시 합쳤을 테니 말이다. 프러포즈 반지까지 다 준비해 놨는데, 기민욱 때문에 무한으로 연장되었다. 이젠 박태준으로 돌아가도 다시 연인으로 남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하지만 신은지가 그를 거부하지 않았으니, 희망은 있었다. 박태준은 하루라도 빨리 그녀가 임신하길 바랐다. 그래야 뭐라도 명분이 생겨 확실하게 옆에 붙잡아 둘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선 출산, 후 결혼도 그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지였다. 물론 신은지는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박태준은 그만큼 절박했다. 그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면서 겉으론 무표정을 유지한 채, 태연히 기민욱과 대화를 나눴다.“네가 그렇게 무섭게 째려보는데, 당연한 거 아냐? 그런데 출근 안 하고, 여긴 어쩐 일이야
최신 업데이트 : 2024-04-3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