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Chapter 511 - Chapter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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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뭔가 켕기는 구나?

박태준은 그녀가 나가는 것을 걱정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어찌 되었든 신은지는 대외적으로 유산한지 얼마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만 내려가서 밥만 먹고 오자. 옷 좀 두껍게 입고 가면 별로 의심하지 않을 것 같아.”온몸이 안 쑤시는 곳이 없었지만,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걷기라도 하면 좀 좋아질 것 같았다.박태준은 말리려다가 신은지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마주하곤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알겠어. 그럼 진짜 딱 밥만 먹고 오는 거야.”“응.”신은지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왕 부사장한테 납치되는 바람에 아침에 입었던 옷 그대로였다. 덕분에 추운 날씨에도 밖에 나가기 무리가 없었다.하지만 박태준은 안심이 되지 않는지 자신의 외투를 가져와 그녀에게 입혀 주었다. 그에겐 무릎정만 오는 외투가 신은지에게 입히니 그의 발목까지 왔다.신은지는 그렇게 외투에 파묻힌 채 병실을 나섰다. 다행히 밤이라 낮에 비해선 유동인구가 적어 아무도 그녀를 알아보지 못했다.아까부터 박태준의 핸드폰에서 카톡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그는 평소 처리해야 할 업무가 있다면 전화나 이메일로 소통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카톡은 지극히 개인적인 지인들 빼고는 연락 올 리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자주 카톡이 울리는 것을 보니, 지인중에 뭔가 급한 일이 생긴 것 같았다.박태준이 계속 카톡을 무시하는 것을 본 그녀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급한 일 있으면 먼저 가도 돼. 어차피 내일이면 퇴원이니까.”“아니야, 어차피 고연우야. 신경 안 써도 돼.”잠시 핸드폰을 힐끗 쳐다본 박태준이 답했다.“자기는 며칠째 집도 못 가고 있는데, 우리가 같이 있는 게 셈나서 그래.” 신은지가 물었다.“…왜?”박태준은 문득 저번에 신은지가 고연우를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이 떠올랐다. 그는 저절로 신경이 곤두섰다. 그가 탐색하듯 그녀의 얼굴을 살피며 물었다.“왜, 고연우가 신경 쓰여?”“….”신은지는 그가 느닷없이 예민하게 반응하자 할말을 잃었다.“정민아 씨한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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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얘기 좀 해요

병원 입구에 24시간 영업하는 국밥집이 있었다. 신은지는 직원에게 국밥 한 그릇을 주문한 다음, 박태준에게 물었다.“뭐 먹을래?”박태준은 한참 카톡중이었다.“같은 거.”신은지는 그에게도 똑같이 국밥을 시켜 주었다.“고연우 씨, 속상하다고 공과 사를 구분 못하지 건 않겠지?”재경 그룹 프로젝트는 아직 한참 진행중이었는데, 신은지는 혹시나 고연우가 이 일 때문에 사업을 내팽개칠까 걱정됐다.“설마.”박태준은 신은지 앞에서 더 이사 고연우 부부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녀가 또다시 정민아를 소개해 달라고 할까 봐 불안했기 때문이다. 거대가 그가 지금 카톡을 주고받고 있는 상대는 고연우가 아닌 오시은이었다.박태준이 카톡을 보냈다.[부대복귀하기 전까지 최대한 진선호가 혼자 움직이는 일 없도록 잡아 둬요.]그러자 오시은한테서 답장이 왔다.[뭐 잘못 먹었어요? 그건 또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에요?]그가 다시 단호히 못을 박았다.[이건 제가 당신을 도와 회사를 되찾아주는 조건 중 하나예요.]오시은은 화난 나머지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을 던질 뻔했다. 하지만 지금은 한 푼도 낭비할 수 없는 빈곤한 상태, 그녀는 겨우 다시 마음을 진정시켰다.“사지 멀쩡한 남자를 제가 무슨 수로 잡아 둬요? 그리고 진선호가 다시 여기로 돌아올 거란 보장도 없잖아요. 만나기도 힘들다고요.”오시은은 타자하는 것이 귀찮아져 음성 메시지로 다시 답장했다.박태준은 힐끔 신은지를 쳐다본 뒤, 최대한 볼륨을 줄려 음성을 텍스트로 전환했다. 그는 오신은이 원망하던 말던 전혀 개의치 않았다.박태준한테서 알아서 하라는 답장을 받은 오시은은 답답해 미칠 것 같았다. 얌전히 지내던 사람 앞에 나타나 먼저 회사를 되찾아주겠다고 손을 내민 건 박태준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조건을 내밀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게다가 진선호는 그녀가 이곳에 살게 된 후로 나타난 적이 없었다. 얼굴조차 본적 없는 사람을 무슨 수로 잡아 놓는다는 말인가?그녀가 골머리를 섞이고 있던 순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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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솔로인 이유

고막을 때리는 소리에 오시은은 깜짝 놀라 귀를 부여잡았다.“왜 고리 지르고 난리예요? 저 환자예요. 저 같은 사람한테는 상냥하게 대해줘야 된다고 의사가 말 안 하던가요?”그리고 눈을 흘기며 짜증스레 말했다.진선호가 남의 여자를 넘보지만 않았어도, 오시은이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대며 여기에 머물 일은 없었을 것이다. 오시은은 탁자 위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반제품들을 바라보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주문을 맞추려면 안 그래도 시간이 부족한데, 언데 진선호까지 신경쓴단 말인가?정말 성가셨지만, 지금 회사를 되찾기 위해선 확실히 박태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지금은 감히 진선호에게 성격대로 굴 수 없었다. 지금 진선호에게 쫓겨나면 박태준의 도움을 받기도 전에 다시 끌려갈지도 몰랐다.진선호의 표정이 살벌하게 변한 것을 보고 오시은이 겁먹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것 좀 물어봤다고, 이렇게까지 성질 부릴 건 없잖아요.”그가 눈살을 찌푸리며 몸을 갸우뚱하고 있는 오시은을 바라봤다.“똑바로 서서 제대로 말해요.”오시은은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자기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군인처럼 바로 세웠다. 만약 뒤에 덧붙여진 말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본능적으로 관등 성명을 했을지도 몰랐다. 진선호가 한숨을 내쉬며 오시은에게 본론을 꺼냈다.“무슨 일 때문에 이러는지 말해봐요. 제가 해결해 줄 수 있을지 누가 알아요?”“그게….”그러자 오시은은 순식간에 눈가를 깜빡이며 울먹였다. “저 집에서 도망쳤어요. 부모님이 남아선호 사상이 좀 강하시거든요. 그래서 절 마을 입구에 사는 노총각한테 팔아 넘기고, 대시 받은 혼수금으로 남동생 지참금으로 쓰려고 하셨어요.”그리고는 억울한 표정으로 눈물을 손으로 훔쳤다.“그래서 도망치려고 이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는데, 다리가 부러진 거 있죠? 저희 동네에서 결혼하면 여자는 평생 집안일만 하며 애를 낳아야 해요. 제 여동생도 그렇게 억지로 끌려갔다가 죽었어요. 저 여기서 쫓아내면 정말 제 여동생처럼 될지 몰라요.”진선호가 그런 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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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털어놓은 거 있어?

”나 멀쩡해. 내일 퇴원할 거고 간병인도 필요 없어. 그러니까 돌아가.”지금쯤 온 병원에 박태준이 그녀를 위해 생리대를 훔쳤다는 것이 소문났을 것이다. 신은지는 제대로 얼굴을 들고 다닐 수도 없었다. 그녀는 자심이 박태준의 유치함을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은지야….”“왕 부사장이 구치소에 있다고 안심하면 안 돼. 프로젝트에 참여한 이상 분명 내부 사정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야. 여기서 내 간병할 시간에 가서 조사나 제대로 해. 안 그러면 또 누가 치고 들어올지도 몰라. 그때 가서 후회해 봤자, 쓸모 없어.”“곽 변호가 이미 갔을 거야.”왕지석은 현재 구금중이라 공식적으로 변호사 외에 그 누구의 면회도 허용되지 않았다.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모두 곽동건을 통해서만 가능했다. 그리고 면회는 안 되지만, 다른 루트로 사람을 시켜 그를 감시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대답에도 신은지는 문을 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나 지금 대외적으로 유산한 상태야. 당신도 여기에 있으면 안 돼. 이러다가 괜한 오해받게 하지 말고, 얼른 돌아가.”사립병원은 환자의 개인 생황을 중요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워낙 입들이 많으니 다 관리하기는 힘들 것이다. 거기에 박태준이 조심스럽게 행동하지 않은 탓에 사진까지 찍혔다. 온 병원이 그의 존재를 알게 되었으니, 당연히 주목받을 수밖에 없었다.확실히 그가 여기에 오래 머무는 건 서로 좋을 게 없었다. 그리고 지금 박태준에겐 밀린 일도 많았다. 그는 신은지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한 뒤, 자리를 떠났다. 병원을 나선 박태준은 곧바로 고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전화 너머 화가 잔뜩 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너 도대체 뭐하고 다니는 거야?”“좀 일이 있었어.”그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왕 부사장이 뭔가 털어놓은 거 있어?”“아니, 죽어도 입을 안 열려고 하고 있어. 그냥 돈에 눈이 멀어서 위에서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래. 실제로 그 증거로 채팅기록도 있고 순순히 죄를 인정하고 있는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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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여쭤볼 게 있어요

박태준은 셔츠 위로 복부를 쓰다듬었다. 최근에 운동을 못해 좀 옅어지긴 했지만, 아직 복근이 존재하긴 했다. 그는 문득 저번에 신은지가 근육남을 좋아한다고 했던 것이 떠올랐다. 이러다간 조만간 남은 근육마저 따 빠질 것 같았다.그때 되면 신은지도 정민아처럼 근육의 이유로 그를 차버리지 않을까 걱정됐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조급해진 박태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신은지에게 문자를 보냈다.[은지야, 우리 이제 관계 정립 좀 해야 되지 않을까? 우리 이렇게 애매한 사이로 지낸지 꽤 됐잖아. 이제 남자친구로 인정해주면 안 될까?]이렇게 보내는 건 좀 따지듯이 느껴질 것 같아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안 그래도 병원에 안 좋은 소문까지 났는데, 신은지의 기분을 더 거슬리게 만드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질문 방식을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박태준은 타이핑했던 것을 지우고 다시 적었다.[나 프로포즈 반지도 다 준비해 놨어. 디자인이 마음이 드는지 한번 봐줄래?]하지만 이것도 왠지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보내는 건 서프라이즈로 프로포즈를 준비할 때 감동을 주지 않을 것 같았다. 박태준은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신은지 아버지한테 도움을 요청했다. 그가 중간에서 조율해준다면 직접 문자 하는 것보다 잘 통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가 막 채팅창을 나가려고 하던 순간, 신은지한테서 먼저 문자가 왔다. 사실 그가 문자를 쓰고 지우고하는 동안 신은지도 채팅방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카톡 기능엔 상대가 글 쓰고 있으면 작성 중이라는 문구가 뜨는 걸 박태준은 잊어버리고 있었다.[무단 결근 4개월로, 당신은 제 남자친구 신분에서 해고되셨음을 통보드립니다. 그리고 육정현 대표님, 부디 자신의 신분에 대한 자각을 가지고 움직여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제가 임산부는 아니지만, 엄연히 공식적으로 막 유산한 상태입니다. 저한테 관심을 가지는 건 사양해주세요.]“….”존댓말까지 쓰며 선을 긋는 신은지의 태도에 박태준은 순간 할말을 잃었다. 그는 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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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왜 그렇게 싫어하세요?

신은지는 강혜정을 끌어안으려 했지만, 저지당했다.“나 방금 정원에 있다가 와서 더러워. 이러면 너까지….”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신은지는 전혀 개의치 않은 듯 다가왔다.“어머님, 전에 입양할 뻔했다고 했던 남자아이 대해 알려주세요.”여자는 남자보다 세심하다. 박태준은 기민욱 뒤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고 했다. 강혜정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뭔가 놓치고 있던 것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기민욱의 일은 강혜정도 박용선을 통해 들은 바가 있었다. 하지만 신은지의 입에서 또 그 이름이 나오자 미간이 짜푸려졌다.“설마 또 뭔 짓 한 거 아니지? 그 녀석는 타고나길 악하게 태어났어. 너의 시아버지한테도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보육원에 내버려두라고 했는데, 말을 들어야 말이지.”“그런 건 아니에요.”신은지는 혹시나 강혜정이 감정이 격해질까 얼른 진정시켰다.“그냥 궁금해서요. 해외로 나간 뒤로는 별일 없었어요.”“인간 같지도 않는 놈이 뭐가 궁금하다고, 너도 그 놈한테서 최대한 떨어져. 엮여서 좋을 것 없어.”박용선의 말에 따르면 둘은 기민욱을 딱 두번밖에 만난적이 없었다. 한번은 기민욱의 인성을 시험해보다가 봤던 그 끔찍한 장면, 또 하나는 입양 수속 밟을 때라고 했다. 그 뒤로는 줄 곳 아래 사람을 시켜 그를 돌보게 해서 만날 일이 없었다고 한다. 신은지는 강혜정이 이토록 큰 적개심을 기민욱에게 품은 이유가 궁금했다.“어머님은 그 인간 몇 번 만난적 없지 않나요? 왜 그렇게 싫어하세요?”강혜정의 눈빛에 두려움과 꺼림칙함이 스치고 지나갔다. “내가 뭐 부처도 아니고,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녀석을 좋아할 이유가 있니? 그리고 태… 아니, 육정현 대표 뒤에 숨어 있을 것만 생각하면, 소름 끼쳐….”얼마 전, 강혜정의 상태가 엄청 안 좋아졌을 때가 있었다. 그녀가 먹지도, 마시지도, 자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며, 박용선을 사실대로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강혜정이 엄청 흥분할 거라 생각했던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강혜정은 눈물을 많이 흘렸지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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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차는 나중에

”고마워요.”신은지는 살짝 감동했다. 줄곧 진선호가 군인이라 상남자 같은 스타일 거라 생각해 왔었는데, 이런 섬세한 부분이 있을 줄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건강 잘 챙길게요.”마음 같아서는 임신이 가짜였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으나, 비밀이라는 건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 수로 더 좋은 법이기에 내버려 두기로 했다. 신은지는 그의 요구대로 집 주소를 알려준 뒤 통화를 마쳤다.진선호는 병원을 나와 곧장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런데 마침 백화점 옆 찻집에 들어서던 박태준을 발견하게 되곤 미간을 찌푸렸다. 박태준은 오늘 강태민과 찻집에서 약속이 잡혀 있었다. 박태준이 테이블 위에 가득 올려 놓은 물건을 본 강태민이 물었다.“육 대표님, 이게 다 뭐예요? 사업 제휴라면 저 말고, 경인 지사 책임자한테 바로 연락하면 돼요. 저는 요즘 이쪽 지사에 있지 않아서 잘 몰라요.”강태민은 처음엔 경인 지사로 본사를 옮겨올 생각이었지만, 강태석이 죽은 뒤로 군천 지사를 수습하느라 이쪽은 전문 경영인에게 맞긴 상태였다.박태준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건 어르신께 드리는 거예요.”“그렇다면 더더욱 받을 이유가 없네요. 딱 봐도 귀한 물건들인데, 이런 거는 제 딸이 알아서 챙겨줄 거예요.”“….”박태준은 입술을 깨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대놓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싶었지만, 공공장소라 듣는 귀가 있을 가능성이 있어 참았다.“제가 이걸 왜 드리는지 어르신께서도 잘 아시잖아요.”“두 회사가 협력을 이룰지는 일단 프로젝트 내용부터 살펴봐야 결정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익 분배에 대한 협의도 잘 되어야 하고요. 이런 거 주신다고 협력이 이뤄질 순 없어요. 하지만 일단 성의가 있으니, 긍정적으로 검토해보라고 연락은 넣어둘게요.”박태준이 말했다.“어르신, 오늘은 그것 때문에 온 게 아니라….”“협력을 이루려면 우선 서로에게 솔직해야 좀 더 깊은 얘기를 할 수 있겠죠. 계속 숨기고 감추기만 해서는 아무리 시간 지난다 한들, 갈등만 더 생길 뿐이에요. 제가 투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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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기다리고 있을게

박태준은 휴대폰을 한쪽에 던지고 피곤한 듯 미간을 눌렀다. 그의 머릿속엔 온통 강태민이 보여줬던 남자들의 사진으로 가득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그는 결국 참다 못해 인터넷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잔들을 찾아 신은지에게 보냈다.[내가 잘생겼어, 아니면 이 사진들이 더 잘생겼어?[신은지는 한참 게임 중이었다. 그녀가 보스 몬스터를 잡으려는 순간, 갑자기 카톡이 쉴 새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신은지는 무시하고 게임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열정적으로 게임을 하던 중 실수로 튀어나온 카톡 알림을 누르고 말았다.화면이 순식간에 게임에서 카톡 채팅창으로 전환되었다. 신은지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어 남과 외모 비교를 하게 된 것일까? 하지만 지금은 욕할 시간이었다. 그녀는 다급히 다시 게임 화면으로 돌아갔지만, 화면에 보이는 건 게임오버 그리고 파티원들이 보내온 욕설이 가득 담긴 쪽지들뿐이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른 신은지는 그가 보내온 사진들을 대충 훑고는 문자로 쏟아붙였다.[머리에 총 맞았어? 아니면 바닷물을 많이 마셔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뜬금없이 웬 외모 비교냐고! 설마 호스트 될 준비하고 있어? 복근과 기술은 익혔고?]그가 진지한 일로 문자를 보냈다면 그녀도 화내지 않았을 것이다.[사진에 나온 남자들이 더 잘생겼어. 당신은 가망 없으니, 알아서 접어.]박태준은 분노가 담긴 신은지의 글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복근이 그렇게 좋아?]그러자 신은지한테서 대답했다.[그럼 넌 싫어?]복근은 남자의 로망이기도 했다. 그가 싫어할 리 없었다.박태준은 지난번 진선호와 싸울 때 봤던 복근이 떠올랐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확실히 단단하고 보기 좋았다. 그런 진선호가 지금 신은지를 만나러 가고 있었다. 그는 마음이 불안해졌다. 만약 신은지가 그를 버리고 진선호를 선택하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신은지는 그가 이런 생각 따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저 요즘 따라 유난히 유치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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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아버지가 형이 보고싶대

강혜정도 박용선도 물질적으로 부족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진선호는 값비싼 물건보다는 실용적인 선물로 골랐다.강혜정은 그동안 많은 선물들을 받아왔지만, 이런 배려가 담긴 선물은 처음이었기에 아주 감동받았다. 그러자 더더욱 진선호가 좋게 보였다. 딸을 낫지 않은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선호 씨, 앞으로 자주 놀러 오세요. 좋아하는 음식 있으면 편하게 얘기하고요. 왕 아주머니 요리 솜씨 아주 좋아요.”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 신은지는 둘의 사진을 찍어 박태준에게 보내주었다.“빨리 안 오면, 어머님도 빼앗길지도 몰라.”하지만 박태준은 운전 중인지 돌아온 답장은 없었다. 그녀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진선호가 가져온 선물을 보며 말했다.“저한테 줄게 있다고 했던 거, 이거였어요?”“맞아요. 신은지 씨 같은 경우 영양에 매우 신경 써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그랬어요.”“….”신은지는 잠시 할말을 잃었다. 진짜 유산한 것이 아니기에 그녀에겐 이런 것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정성이 있었기 때문에, 말없이 선물을 받아들였다.“고마워요.”두 사람은 이런저런 안부를 전하며 시간을 때웠다. 신은지는 속으로 박태준의 소식을 기다렸다. 지금 즘이면 도착할 때가 됐는데 아까부터 소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진선호가 다른데 정신이 팔려 있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무슨 생각해요? 왜 계속 핸드폰 아니면 현관문 바라보고 있어요?”하지만 신은지는 그의 말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가 핸드폰을 든 채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미안해요. 잠깐 전화 좀 하고 올게요.”신은지는 진선호가 진작에 박태준을 알아본 줄도 모르고, 정체를 숨기기 위해 나가서 전화를 하려 했다.“은지 씨.”진선호가 그녀를 끌어당기며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저 담배 좀 피우고 올게요. 은지 씨, 지금 찬 바람 맞으면 안 돼요.”그리고는 신은지 손에 들려 있는 핸드폰을 보며 말을 이었다.“통화하실 거면 여기서 하던가 아니면 위층으로 가서 해요.”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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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진짜 기민욱이야

기민욱은 박태준한테서 원하는 반응을 얻지 못해서인지, 실망한 듯 몸을 일으켜 세웠다.“아버지가 올해 설에 좀 보자고 하시네.”박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막 귀국해서 피곤할 텐데, 얼른 들어가서 쉬어. 저녁에 밥이나 같이 먹자.”마지막 말은 그냥 인사차레로 한 말이었다. 하지만 곧 기민욱한테 돌아온 대답에 박태준은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기민욱의 사상은 일반 사람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잠시 망각한 대가였다.“알겠어. 그럼 저녁 때까지 휴게실에서 한숨 잘게.”박태준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 하지만 반대로 기민욱은 그의 말에 기분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기민욱이 휴게실로 향하기 전, 사무실 입구에서 박태준을 돌아보며 물었다.“형은 나 안 버릴 거지?”박태준은 자기도 모르게 가슴이 뜨끔했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펜을 꽉 쥐며 대답했다.“갑자기 그런 건 왜 물어?”“얼마 전에 형 나이 또래 사람이 결혼하는 걸 봤거든. 현도 형수님이 생기면 날 버릴까 봐 걱정돼서.”박태준은 속에서 올라오는 짜증을 누르며 답했다.“그럴 일 없어. 쓸데없는 걱정 좀 하지 마.”“형, 그럼 오늘 약속한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나 안 버리겠다고 한 거, 잊으면 안 돼. 안 그러면 나 진짜 많이 슬플 거야.”기민욱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며 자리를 떠났다.휴게실 인테리어는 굉장히 단조로웠다. 간이 침대 하나와 머리맡에는 작은 서랍장, 그리고 옷장이 전부였다. 기민욱은 한쪽에 있는 작은 욕실에 들어가 박태준이 쓰던 세면용품들로 몸을 씻었다. 그리고는 침대에 누어 익숙한 냄새를 코로 들이마셨다. 그는 마치 자신이 박태준이 된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동시에 지독한 질투심이 속에서 솟구쳐올라왔다.기민욱은 때때로 박씨 가문에 입양되는 꿈을 꿨다. 그랬더라면 자신도 박태준처럼 곱게 자란 도련님이 되었을지도 몰랐다.그가 부드러운 베개를 어루만지며 중얼거렸다.“형, 만약 박씨 가문에서 날 못 받아준다면, 내가 형에게 새로운 집을 선물 해줄게.”기민욱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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