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하고 전남편이 변했다: Chapter 471 - Chapter 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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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1화 이 단추, 네 거야?

진선호와 나유성이 데려다주겠다고 했지만, 신은지는 거절하고 혼자 식당을 나섰다. 오후에 진유라와 함께 진영수의 학교에 방문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이었다.박태준은 이제야 답답했던 속이 좀 내려갔다. 전에는 거슬렸던 진유라가 오늘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는 앞으로 다시 자신의 신분으로 돌아가게 되면, 꼭 진유라가 곽동건과 잘되도록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다.박태준은 기민욱을 부축해 차에 태운 다음, 운전기사에게 출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집으로 가자."주차장을 나가는 길은 내리막길과 커브가 이어져 있어 운전이 쉽지 않았다. 운전기사는 최대한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차가 쏠리는 것을 완전히 방지할 수는 없었다.호시탐탐 다시 박태준의 호주머니에서 단추 도청기를 꺼낼 기회를 노리고 있던 기민욱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였다. 그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차의 움직임과 함께 몸을 박태준 쪽으로 기울였다. 하지만 막상 손을 뻗으려니, 몸이 생각처럼 움직여주지 않았다. 그의 손은 주머니에 닿기도 전에 박태준에게 저지당했다.박태준은 진작 기민욱의 수상한 움직임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대놓고 피할 수는 없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기민욱이 몸을 기울여오자, 오히려 역으로 그를 배려하는 척 팔 거치대까지 펼쳐주며 편하게 기댈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아주 능청스럽게 운전기사에게 주의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운전 조심해."상황이 이렇게 되자, 더 이상 연기를 이어나갈 수 없었던 기민욱은 자연스레 술에서 깬 척 눈을 떴다."형."기민욱이 막 정신을 차린 듯 흐리멍덩한 눈을 연기하며 박태준을 불렀다. 박태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핸드폰을 찾는 척 연기하며 주머니에서 기민욱이 찾던 단추를 꺼내 들었다."어디서 난 단추지?"박태준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 순간, 기민욱은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취한 척 연기하느라 흐리멍덩했던 눈빛도 또렷해졌다. 하지만 그가 설명하기도 전에 박태준이 운전기사에게 말했다."차 좀 세워봐."차가 서는 동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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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2화 바지라도 벗으려고요?

신은지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주 준비를 철저히 했네.""그 썩을 놈이 내 전화를 안 받으면 끝나는 줄 알겠지만, 천만에! 내가 오늘 누나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주겠어!"진유라가 쌈닭처럼 허리를 꼿꼿이 펴며 말했다. "이러다가 대학에서 허송세월만 보내다가 끝날 게 뻔해. 처음부터 경영학을 배우게 했어야 했는데. 아오! 괜히 동생 놈 때문에 딴 년한테 남신까지 빼앗기고!"그 말을 듣고 있던 신은지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걱정 마, 얼마 전에 그 남자 이혼했다는 뉴스 봤어. 지금이라도 원한다면, 다시 잘해봐.""...."둘이 그러고 있는 사이, 진영수는 몰래 정문 구석 나무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전화는 안 받고 있었지만, 문자는 다 보고 있었기 때문에 진유라가 곧 찾아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리 구원투수한테 연락까지 넣은 상태였다. 진영수는 부디 그가 오기 전까지, 경비 아저씨가 대신잘 막아주길 기도했다. '제발... 제발...!'하지만 그의 바램과 달리, 경비 아저씨는 얼마 버텨주지 못했다. 진유라가 기어이 정문을 통과하고 말았다. 이대로 숨어있다가 잡히면 그동안 학교에서 쌓아왔던 이미지가 모두 무너질지도 몰랐다. 진영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맞서는 것이 덜 꼴사나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가 신호흡을 하며 나무 뒤에서 나가려던 찰나, 카톡이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진영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열었다. 구원투수가 교문에 도착했다고 문자 보낸 것이었다. 다급해진 그는 재빨리 영상통화를 걸었다. "형부, 이거 보세요! 우리 누나 지금 막 정문을 통과했어요! 저 어떡해요!"진영수가 흥분해 높게 말하는 바람에 단번에 주변의 시선이 그에게 쏠리고 말았다. 물론 막 정문을 통과하고 있던 진유라와 신은지의 눈에도 들어왔다. 진유라는 차마 공공장소에서 동생한테 화를 낼 순 없어, 이를 악문 채 조용히 다가가 말했다."진영수, 좋은 말 할 때 이리로 와.""형부, 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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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3화 직접 만져봐

바지? 박태준은 바지를 벗을 생각은 못 하고 있었다. 그는 그저 육정현의 신분으로 나타나게 된 이유를 설명하려 했다. 하지만 신은지의 태도를 보니 그녀는 자신이 바지를 벗어주길 바라는 것 같았다.아파트 복도 끝자락에 보이는 창문은 어느새 밤하늘을 비추고 있었다.이런 사적인 공간에서 남녀 둘이 늦은 시간에 만나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박태준은 괜히 헛기침이 나왔다."크흠, 찾아보니까 임신 4개월이면 할 수는 있다던데, 의사한테 물어본 적은 없지?"신은지는 좀 더 편하게 대화하기 위해 집 문을 열고 있었다. 그런데 뜬금없는 그의 질문에 의아했다."뭘 물어봐요?"신은지도 알 거는 다 아는 성인이었다. 평범한 상황이었다면 단번에 그의 말에 담긴 성적인 의미를 알아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었다. 그는 아직 신은지에게 박태준이라고 인정받지도 못했는데,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박태준이 그녀를 따라 집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네가 아까...."그가 하던 말을 멈추자, 신은지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아까 뭐요?"박태준은 말없이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의 배를 내려다보았다.그제야 신은지는 그가 좀 전에 했던 말의 의미를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육 대표님, 본인이 누군지 잊으신 거 아니죠? 제가 비록 과부가 되긴 했지만, 제 뱃속에는 전남편의 아이가 있어요. 그를 위해 평생 수절할 각오도 되어 있으니까, 저를 욕보이지 마세요."박태준은 그녀의 말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는 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평생 자신을 위해 수절하겠다는 말에 감동받고 있었다.그는 애당초 지금 신은지에게 박태준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상태였다. 그녀에게 있어 지금의 박태준은 육정현으로 인식되어 있을 텐데, 외간 남자를 집으로 들이다니, 말에 이치가 맞지 않았다."그럼, 나유성이랑 진선호도 안 받아줄 거지?"마음 같아선 한시도 신은지 옆에 떨어지고 싶지 않았지만, 박태준은 당분간 육정현의 신분으로 살아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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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잠이 쏟아지는 밤

신은지는 그가 왜 보기 좋지 않을 거라고 하는지 알고 있었다. 지난번에 그의 옷을 들췄을 때 보았던 상처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지금은 옷에 가려 있어 보이는 것이 없었지만, 그때 보았던 상처들은 지금도 그녀의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심을 꽉 옥죄고 있는 듯,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다. 신은지는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아 재빨리 그를 밀쳐냈다."저 쉬고 싶어요. 씻으러 갈 거니까, 따라오지 마세요.""은지야...."박태준은 그녀를 붙잡고 싶었지만, 신은지의 행동이 더 빨랐다. 침실 문이 쾅 하고 닫히며 안에서 문을 잠그는 달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급해진 그가 문을 두드리며 호소했다."은지야, 보고 싶지 않으면 안 봐도 되니까, 문 좀 열어줘.""...."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그는 신은지가 방 안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지만, 면적이 그렇게 넓은 아파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분명 자신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 생각했다. "화났어? 화내는 건 아이한테 안 좋아."이 말을 들은 신은지는 슬펐던 마음이 수그러들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이는 당신한테 줬잖아요. 그렇게 애가 좋으면 돌아가서 그 베개나 돌봐줘요."박태준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전에 신은지한테 베개를 받긴 했지만, 그는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화나서 하는 말이라 생각하며 계속 달래려 애썼다."아이가 좋은 게 아니라, 네가 몸 상할까 봐 그러지. 은지야, 걱정되니까 문 좀 열어주면 안 될까?""...."하지만 신은지는 지금 안쪽 욕실에서 물 받고 있던 터라 그의 목소리가 자세히 들리지 않았다. 다만 듬성듬성 아이라는 말이 들려오는 것을 보아, 아직도 아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의 임신 여부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잠자리를 가질 때마다 그녀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철저히 피임 도구를 챙기던 건 박태준이 아닌가? 요즘 구시대도 아니고, 피임 도구가 허술하게 제작되지도 않았을 텐데, 갑자기 아이가 생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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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임신하지 않았어요

다음날.신은지는 폭신한 이불에 감싸인 채 잠에서 깼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니 날씨가 흐린지 하늘이 뿌연 것이 보였다. 나뭇잎들이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도 들렸다.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다.신은지는 오랜만에 개운한 숙면을 취해 기분이 매우 상쾌했다. 그런데 문득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분명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박태준한테 잡혀 품에 갇혀 있었는데, 침실엔 어떻게 오게 된 것일까? 놀란 신은지가 이불을 들춰보았다. 어제 잠들기 전 입고 있던 옷은 잠옷보다는 그냥 외출용 캐주얼 복장에 가까웠다. 박태준이 떠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잠옷으로 갈아입지 않았었는데, 깨어나 보니 잠옷 차림이었다. 심지어 그녀가 즐겨 입지 않는 실크로 된 보라색 나시 원피스 잠옷이었다."...."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건 박태준의 작품이 분명했다. 신은지는 입술을 깨문 채, 속으로 박태준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아직 박태준이라고 내가 인정해 주지 않았는데, 이 멍청이!'어차피 일어난 일,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을 뿐, 그가 박태준인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신은지는 화를 내봤자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숨을 내쉬며, 신은지는 씻고 출근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오늘 아침엔 박용선이 주체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그녀는 박용선의 최측근 비서로서 반드시 회의에 동참해야 했다. 신은지는 빠르게 준비를 마친 다음 회사로 향했다. 예상했던 대로, 다양한 문제가 겹쳐 회의가 끝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회의가 끝난 뒤, 신은지는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진영웅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고연우 씨가 전해드릴 말이 있다면서, 아까부터 지하 주차장에 기다리고 있었어요.""네, 알겠어요."고연우가 찾아왔다니, 친자 검사 결과지가 나온 것이 분명했다. 신은지가 작성된 보고서를 진영웅에게 건네며 말했다."이건 이사님 사무실에 가져다주세요. 잠깐 자리 좀 비울게요."지하 주차장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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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6화 약 성분 늘려주세요

박태준은 병원 로비 의자에 멍하니 머리를 젖히고 눈을 감은 채 앉아 있었다.병원 내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고연우는 그 모습을 보고 눈살을 찌푸린 채 다가갔다. "약속 잡을 만한 장소가 그렇게 없었어? 왜 굳이 병원에서 보자고 했어?"박태준이 의자에 늘어진 채 힘없는 목소리로 답했다."열이 나.""...."그 모습을 본 고연우가 살짝 짜증 섞인 표정으로 그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열나면 빨리 의사한테 진찰이나 받을 것이지, 멍하니 여기에 왜 앉아 있어? 가만히 있으면 열이 알아서 내려?""산부인과 접수해줘.""쿨럭."고연우는 그의 말에 사레가 들릴 뻔했다."장난해? 내가 임신한 것도 아니고 웬 산부인과야? 그리고 남자가 산부인과 접수하는 거 봤어?""인터넷에 검색해 보니까 4개월이면 배가 나와야 정상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은지 배는 임신한 것치고 너무 평평해. 혹시 무슨 문제 없는지 의사한테 물어봐 줬으면 좋겠어. 안 그래도 아버지 쪽 상황이 안 좋은데, 은지도 스트레스받고 있는 게 분명해. 그러다가 애까지 문제 생겨봐, 얼마나 속상하겠어? 내가 직접 가기엔 걸릴 것 같으니까, 네가 좀 대신해 줘.""...."고연우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헛웃음이 나왔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배 안 나온 이유, 혹시 임신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그럴 리 없어. 분명 전에 유아용품점에서 쇼핑하는 거 봤단 말이야. 임신하지 않은 사람이 굳이 거기를 왜 가겠어?"만약 임신한 것이 아니라면, 박태준은 신은지와 실질적인 연결고리가 없어진다. 그건 상상도 하기 싫은 부분이었다. 옆에 있던 고연우가 말했다."남자인 너도 가봤잖아."그 말을 들은 박태준이 갑자기 기운을 차린 듯 몸을 곧게 세우며 말했다.“애 아빠가 유아용품점에 들리는 게 뭐가 이상해?”고연우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너 지금 육정현이야. 박씨 집안이랑 원수잖아.""...네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 그래서 지금 대신 접수해달라는 거잖아. 말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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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7화 마음을 바꾼 이유

교외에 있는 어느 별장 지하실.박태준은 들어서자마자 짙은 소독약 냄새와 섞인 곰팡이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들리는 나지막한 대화 소리. 그는 침착하게 지하 더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그럴수록 대화 소리도 더 선명해졌다."움직이지 마세요. 상처가 더 벌어지잖아요.""나가기만 해봐, 내가 아주 묵사발로 만들어놓을 거야. 젠장, 콩알만 한 게 날 이렇게 만들었다니!""다른 생각 하지 마시고, 얼른 낫기나 하세요."남자는 차마 호영에게 그의 사업들이 모두 적발되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게다가 호영은 경찰한테 마약 유통 혐의로 수배까지 되어 있었다.박태준이 들어오자, 남자가 화들짝 놀라며 한쪽으로 비켜섰다."대표님, 오셨어요."박태준이 손을 저으며 괜찮다는 제스처를 했다.그제야 그의 존재를 알아차린 호영이 옆구리를 감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이번엔 제가 좀 방심해서 이렇게 된 것뿐이에요. 다음엔 절대로 당하지 않을 겁니다. 다 나으면 그놈 절대로 가만 안 둬요."박태준은 분명 호영에게 기민욱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새겨듣지 않은 것은 호영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여친의 집에서 하룻밤 자고 올 생각으로 경호원 없이 길을 떠났었다. 하지만 그 집 주차장에 습격 받을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행히 배에 지방이 두껍고 반사신경이 좋았으니 망정이지, 호영은 하마터면 칼을 맞고 자리에 즉사할뻔했다. 옆에 의자가 놓여 있었지만, 박태준은 앉을 생각이 없는지 선 채로 호영을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그럴 필요 없어. 나가면, 경찰 조사나 잘 받아."호영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네? 경찰 조사요?"박태준이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던 남자를 향해 눈짓했다."설마 아직 말 안 했어?"그의 시선을 받은 남자가 머뭇거리며 답했다."네, 몸도 이런데 충격받을까 봐 아직 말 못 했어요."남자는 사실 일부러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 호영이 이 사실을 알고 난리를 피우면 밑에 있는 사람이 더 고생이기 때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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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8화 정식으로 소개해 줘

규모가 큰 보육원은 아니었다. 아이들도 보육원 교사들도 비교적 적은 곳이었다. 보육원 건물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공터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공터에 아까부터 강아지의 처절한 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강혜정은 전에 개한테 쫓긴 기억이 있어 잠시 두려움이 몰려왔지만, 강아지의 울음소리가 하도 절박한 터라 외면할 수 없었다. 혹시 갑작스러운 사람의 인기척에 강아지가 놀랄 수도 있었기 때문에, 박용선과 강혜정은 매우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그 공터에 다가갔다. 그리고 둘은 동시에 크나큰 충격에 빠졌다. 그곳엔 이미 다른 사람이 와 있었는데, 아주 작고 왜소한 아이였다. 그 아이가 새끼 강아지를 괴롭히고 있었던 것이었다. 강아지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가 칭칭 감겨 있는 모습이었다. 아이는 그런 강아지를 아주 즐거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강아지는 아이의 손에서 몸부림치다 이내 작은 비명과 함께 움직임을 멈췄다. 그 아이가 바로 기민욱이었다. 박용선과 강혜영은 굳이 인기척을 내서 아이와 대면하는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은 조용히 왔듯이, 조용히 자리를 벗어났다. 강혜정은 그 놀라운 장면에 온몸이 덜덜 떨렸다. 어린아이가 어떻게 그토록 잔인한 짓을 저지를 수가 있지?그때까지만 해도 개고기 보신탕을 먹는 사람이 적지 않은 시기였다. 물론 강혜영은 먹지 않았지만, 강아지에 대한 안 좋은 기억도 있었고 굳이 다른 사람을 말리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학대의 목적으로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는 짓을 찬성할 수는 없었다.이건 사이코패스 같은 짓이었다. 두 사람은 그 자리를 벗어난 순간, 즉시 보육원 원장에게 아이를 입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하지만 한때 친구였던 사람의 아이를 그 열악한 보육원 환경에 둘 수는 없었다. 그들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을 붙여 다른 곳에서 당분간 관찰하기로 결심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다시 마음을 바꾸는 일은 없었다. 선천적으로 사이코패스 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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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누나 좋아해요

박태준은 말도 안 되는 떼를 쓰는 기민욱을 차갑게 쳐다보다가, 입꼬리를 올리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그는 기민욱이 보는 앞에서 신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용한 사무실, 스피커를 키지 않았음에도 전화 너머 울려 퍼지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지금 거신 전화번호는 연결되지 않아, 삐 소리 후....""...."지난번 차단당했던 것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연결이 안 되네."박태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민욱이 핸드폰을 들었다. 사실 그도 신은지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었다. 전에 재경 그룹에서 만났을 때 번호 교환했기 때문이었다. 이어서 전화가 연결되는 뚜, 뚜 소리가 들려왔다."네 거는 되는데, 형만 차단당했나 보네."기민욱이 의아하다는 듯 말했다."응."박태준은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답했다. 마치 신은지한테 차단당한 것이 무슨 대수냐는 듯한 태도였다.기민욱이 말을 이었다."형, 은지 누나한테 뭐 잘 못했어? 내가 대신 얘기해 줄까?"박태준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이 얼굴로 있는 자체가 신은지 씨한테는 죄짓는 거지.""?""만약 네 마누라가 죽었는데, 어디서 네 마누라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알짱거리면 좋겠어? 그것도 하필이면 경쟁 상대로."기민욱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전화 너머 신은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어디시죠?""은지 누나, 저예요. 혹시 오후에 시간 되세요? 제가...."기민욱이 박태준의 표정을 살피며 말했다. 만약 박태준이 연기하고 있는 거라면, 이 상황에도 태연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싶었다."아니, 형이 커피 한잔하면서 드릴 얘기가 있대요.""...."전화 너머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기민욱은 급해하지 않고 답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인내는 그의 특기였다. 그는 사냥하는 과정을 즐길 줄 아는 사냥꾼이었다. 신은지가 의아한 듯 말했다. "무슨 얘기요? 설마 저번에 프로젝트 빼앗아 간 것 때문에 사과라도 한대요? 아니면 돌려준다던가?"기민욱이 의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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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성의를 보여주세요

정말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지금 우유를 머금고 있었다면 그대로 뿜었을지도 몰랐다. 신은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목을 가다듬으며 물었다."육 대표도 동의한 거예요?"그리고는 배에 두르고 있는 아기 베개를 쓰다듬으며 덧붙였다."저 임산부예요. 저랑 사귀면 애 아빠가 될 텐데, 그쪽은 아직 나이도 어리고….”기민욱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그녀의 말을 잘랐다."상관없어요. 누나를 좋아하니까, 제 자식처럼 대할 자신 있어요."신은지는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을 참지 못하고 입을 막았다."욱."그리고는 손을 내밀며 미안하다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 "미안해요. 제가 임산부라서, 속이 좀 매슥거릴 때가 있어요. 기민욱 씨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 좀 전에 뭐라고 했죠?""...."신은지의 맑은 눈동자를 마주한 기민욱은 아주 찰나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도무지 박태준이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사실 기민욱은 처음 박태준에게 최면을 걸면서 제일 먼저 신은지의 대한 기억부터 지우려고 했다. 신은지만큼 그의 감정에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문하고 약을 먹여도 박태준은 그 기억을 잊지 않았다. 물론 자세한 얼굴이나 다른 정보는 약으로 희미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 이 자리는 일종의 상견례라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전 형 말고 다른 가족이 없는 상태고, 누나도 혼자인 걸로 알고 있는데, 누나만 동의한다면 아무도 반대할 사람이 없어요. 오늘부터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할 테니, 누나는 제 마음만 받아주시면 돼요."기민욱은 이미 스스로 아기 아빠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신은지는 이런 그의 행동이 너무나도 소름 끼쳤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옷을 들쳐 감싸고 있는 베개를 보여주고 싶었다. 기민욱은 계속해서 열렬히 사랑 고백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럴수록 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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