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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잠이 쏟아지는 밤

신은지는 그가 왜 보기 좋지 않을 거라고 하는지 알고 있었다. 지난번에 그의 옷을 들췄을 때 보았던 상처들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지금은 옷에 가려 있어 보이는 것이 없었지만, 그때 보았던 상처들은 지금도 그녀의 뇌리에 선명히 남아 있었다.

누군가가 심을 꽉 옥죄고 있는 듯, 가슴이 아프고 답답했다. 신은지는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아 재빨리 그를 밀쳐냈다.

"저 쉬고 싶어요. 씻으러 갈 거니까, 따라오지 마세요."

"은지야...."

박태준은 그녀를 붙잡고 싶었지만, 신은지의 행동이 더 빨랐다. 침실 문이 쾅 하고 닫히며 안에서 문을 잠그는 달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다급해진 그가 문을 두드리며 호소했다.

"은지야, 보고 싶지 않으면 안 봐도 되니까, 문 좀 열어줘."

"...."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없었다.

그는 신은지가 방 안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지만, 면적이 그렇게 넓은 아파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분명 자신의 목소리가 들릴 거라 생각했다.

"화났어? 화내는 건 아이한테 안 좋아."

이 말을 들은 신은지는 슬펐던 마음이 수그러들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이는 당신한테 줬잖아요. 그렇게 애가 좋으면 돌아가서 그 베개나 돌봐줘요."

박태준은 잠시 할말을 잃었다.

"...."

전에 신은지한테 베개를 받긴 했지만, 그는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저 화나서 하는 말이라 생각하며 계속 달래려 애썼다.

"아이가 좋은 게 아니라, 네가 몸 상할까 봐 그러지. 은지야, 걱정되니까 문 좀 열어주면 안 될까?"

"...."

하지만 신은지는 지금 안쪽 욕실에서 물 받고 있던 터라 그의 목소리가 자세히 들리지 않았다. 다만 듬성듬성 아이라는 말이 들려오는 것을 보아, 아직도 아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 같았다.

그녀의 임신 여부는 그가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잠자리를 가질 때마다 그녀가 힘들어질 수 있다며 철저히 피임 도구를 챙기던 건 박태준이 아닌가? 요즘 구시대도 아니고, 피임 도구가 허술하게 제작되지도 않았을 텐데, 갑자기 아이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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