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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임신하지 않았어요

다음날.

신은지는 폭신한 이불에 감싸인 채 잠에서 깼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니 날씨가 흐린지 하늘이 뿌연 것이 보였다. 나뭇잎들이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 바람에 흩날리는 소리도 들렸다.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다.

신은지는 오랜만에 개운한 숙면을 취해 기분이 매우 상쾌했다. 그런데 문득 어젯밤 일이 떠올랐다.

분명 잠들기 전까지만 해도 박태준한테 잡혀 품에 갇혀 있었는데, 침실엔 어떻게 오게 된 것일까? 놀란 신은지가 이불을 들춰보았다. 어제 잠들기 전 입고 있던 옷은 잠옷보다는 그냥 외출용 캐주얼 복장에 가까웠다. 박태준이 떠난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잠옷으로 갈아입지 않았었는데, 깨어나 보니 잠옷 차림이었다. 심지어 그녀가 즐겨 입지 않는 실크로 된 보라색 나시 원피스 잠옷이었다.

"...."

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건 박태준의 작품이 분명했다. 신은지는 입술을 깨문 채, 속으로 박태준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아직 박태준이라고 내가 인정해 주지 않았는데, 이 멍청이!'

어차피 일어난 일,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을 뿐, 그가 박태준인 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신은지는 화를 내봤자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숨을 내쉬며, 신은지는 씻고 출근하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오늘 아침엔 박용선이 주체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그녀는 박용선의 최측근 비서로서 반드시 회의에 동참해야 했다. 신은지는 빠르게 준비를 마친 다음 회사로 향했다.

예상했던 대로, 다양한 문제가 겹쳐 회의가 끝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 회의가 끝난 뒤, 신은지는 관련 보고서를 제출하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서류 정리를 마무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때, 진영웅이 문을 두드리며 들어왔다.

"고연우 씨가 전해드릴 말이 있다면서, 아까부터 지하 주차장에 기다리고 있었어요."

"네, 알겠어요."

고연우가 찾아왔다니, 친자 검사 결과지가 나온 것이 분명했다. 신은지가 작성된 보고서를 진영웅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건 이사님 사무실에 가져다주세요. 잠깐 자리 좀 비울게요."

지하 주차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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