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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0화 성의를 보여주세요

정말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지금 우유를 머금고 있었다면 그대로 뿜었을지도 몰랐다.

신은지는 애써 침착함을 유지한 채, 목을 가다듬으며 물었다.

"육 대표도 동의한 거예요?"

그리고는 배에 두르고 있는 아기 베개를 쓰다듬으며 덧붙였다.

"저 임산부예요. 저랑 사귀면 애 아빠가 될 텐데, 그쪽은 아직 나이도 어리고….”

기민욱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그녀의 말을 잘랐다.

"상관없어요. 누나를 좋아하니까, 제 자식처럼 대할 자신 있어요."

신은지는 치밀어 오르는 구토감을 참지 못하고 입을 막았다.

"욱."

그리고는 손을 내밀며 미안하다는 듯 제스처를 취했다.

"미안해요. 제가 임산부라서, 속이 좀 매슥거릴 때가 있어요. 기민욱 씨 때문에 그런 거 아니에요. 좀 전에 뭐라고 했죠?"

"...."

신은지의 맑은 눈동자를 마주한 기민욱은 아주 찰나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도무지 박태준이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사실 기민욱은 처음 박태준에게 최면을 걸면서 제일 먼저 신은지의 대한 기억부터 지우려고 했다. 신은지만큼 그의 감정에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고문하고 약을 먹여도 박태준은 그 기억을 잊지 않았다. 물론 자세한 얼굴이나 다른 정보는 약으로 희미하게 만드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뚜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 이 자리는 일종의 상견례라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전 형 말고 다른 가족이 없는 상태고, 누나도 혼자인 걸로 알고 있는데, 누나만 동의한다면 아무도 반대할 사람이 없어요. 오늘부터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할 테니, 누나는 제 마음만 받아주시면 돼요."

기민욱은 이미 스스로 아기 아빠라고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

신은지는 이런 그의 행동이 너무나도 소름 끼쳤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옷을 들쳐 감싸고 있는 베개를 보여주고 싶었다.

기민욱은 계속해서 열렬히 사랑 고백을 이어갔다. 하지만 그럴수록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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